대구대교구 주교좌범어대성당, 봉헌 1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 <4처> 공개

전문 배우의 노련함은 없어도, 표정과 목소리에 강한 진정성이 녹아 있었다. 무대에 서 본 적 없는 40여 명의 신자들은 서투른 모습도 보였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십자가의 길 위에 예수님과 성모님이 만나는 장면에서 공연은 절정에 이르렀다. 대구대교구 주교좌범어대성당(주임 이호봉 베드로 신부)이 1월 18일 대성당 내 드망즈홀에서 선보인 창작 뮤지컬 <4처> 시연회 모습이다. 시연회를 통해 본당은 오는 3월 7일과 8일 열리는 주교좌범어대성당 봉헌 1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4처> 본공연 소식을 알렸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 하느님의 뜻과 모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성모님의 갈등을 주제로 한 공연 <4처>는 최환욱 신부(베다·4대리구 교구장 대리)가 극본을 맡고 음악감독 김호령(에스텔) 씨가 곡을 썼다. <4처>의 제작은 2025년 5월 당시 주교좌범어대성당 주임이었던 최환욱 신부와 한 어머니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아들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할 때면 4처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힌 어머니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묵상을 전했다. 순간 최 신부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십자가의 길에서 아들을 만나야 했던 성모님의 마음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본당 신자들에게 공연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무대 위에서 노래와 연기, 춤을 담당하는 배우들은 뮤지컬을 전혀 배우지 않은 신자들이 맡았다. 초등학생부터 60세를 넘긴 신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경험을 지닌 이들이 최 신부의 제안에 선뜻 용기를 냈고, 본당은 ‘범어나무’라는 이름의 극단을 설립하며 체계적인 공연 준비에 나섰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2~3일 4~5시간씩의 연습이 이어졌다. 준비기간 동안 최 신부는 무대감독으로, 본당 신자들은 배우와 연주자, 스텝 등으로 만나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을 묵상했다. 연습 과정에서 신자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힘든 가운데 은총을 경험하면서 거의 매일 눈물을 쏟아냈다고 고백했다. 총감독 김묘선(체칠리아) 씨는 “주님의 이끄심으로 모든 것을 묵묵히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과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모님 역을 맡은 하정은(레지나) 씨는 “뮤지컬 준비 과정은 우리가 ‘함께’ 했었기에 결국 결국 사랑과 행복의 여정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4처> 본공연은 3월 7일 오후 5시30분, 8일 오후 2시와 5시30분 등 세 차례 대성당 내 드망즈홀에서 열린다. 최 신부는 “이 작품을 준비한 모든 시간은 우리의 모든 노력 안에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함께하시고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었던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1-25 제3476호 5면

장파공소 레지오 삼총사 “성모님과 함께한 천 번의 기도, 천 번의 만남”

“1000번을 함께 기도하고 1000번을 함께 웃고 울며, 우리는 성모님 안에서 한 가족이 됐어요. 힘이 닿는 날까지 동행해야죠.”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한 작은 공소 회합실. 화요일 저녁이면 네 명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둘러앉아 쁘레시디움 회합을 연다. 2006년 첫 회합을 연 후 20년. 1월 20일에는 1000차 회합을 맞이했다. 1000차까지 개근한 단원이 세 명이라는 점은 더욱 특별하다. 주인공은 의정부교구 적성본당(주임 조주환 알베르토 신부) 장파공소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장 이원임(요세피나·86), 부단장 윤은순(안나·90), 회계 김종숙(데레사·87) 어르신. 그리고 중간에 합류한 쁘레시디움 막내인 서기 변미숙(베르나데트) 씨가 함께하며 어르신들의 활동을 돕는다. 이원임, 윤은순 어르신은 동서지간이다. 젊은 시절 남편 형제를 따라 신앙을 받아들이고 줄곧 장파리에 살며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여기에 경기도 포천에서 이사 온 김종숙 어르신이 믿음의 동반자로 함께했다. 20년 전 당시 공소에는 쁘레시디움이 없었다.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성당에 가야 했던 시기, 한 마을 살던 세 어르신은 문득 공소에도 쁘레시디움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어르신들은 “다른 공소들은 다 쁘레시디움이 있다는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창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단 당시 단원은 7명.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는 고령으로 거동이 어려워졌고, 누군가는 멀리 이사했다. 1000차 회합으로의 여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회합을 할 수 없었고, 장소도 변변치 않았다. 본당의 배려로 공소 제의방에서 모이거나, 아파서 공소에 오지 못하는 단원의 집을 직접 찾아 회합을 열기도 했다. 그렇게 20년, 작은 공소 작은 쁘레시디움은 본당의 유일한 공소 쁘레시디움으로 남았다. 역설적으로 가장 늦게 생겼지만 가장 오래 버티고, 가장 단단히 뿌리내린 공동체로 자리 잡은 것이다. 누구보다 신실하고, 누구보다 다정한 신앙의 동행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어요. 정말 한 가족 같아요.” 김종숙 어르신의 말에는, 함께한 세월의 무게와 따뜻함이 녹아 있다. 변 씨는 세 어르신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다들 고령이신데도 오직 신앙심으로, 그리고 서로에 대한 우정으로 매주 회합에 나오세요. 자제 분 집에 갔다가도 ‘회합에는 꼭 가야 한다’며 ‘우리 자매들 만나야 한다’며 서둘러 공소에 오셨던 기억이 생생해요.” 이들에게 ‘1000차 회합’은 자랑이기보단 그저 ‘기도하는 일상’의 일부다. 인구 고령화와 도시 집중으로 시골 공소가 하나둘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장파공소 ‘평화의 모후’는 기적 같은 존재다. “그냥 해왔던 대로, 변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예요. 다투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끝까지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요. 성모님께서 항상 곁에서 지켜주심을 함께 믿고 있으니까요.” 어르신들의 소박한 바람은 성모님께 바친 1000번의 기도처럼, 변함없이 이어지는 신앙의 일상 안에서 오늘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발행일 2026-01-25 제3476호 1면

서울시의회, 우면동성당 존치 청원 의결

서울특별시의회가 서울대교구 우면동성당과 송동마을·식유촌의 존치 청원을 받아들였다. 서울시의회는 2025년 12월 23일 열린 제333회 정례회의에서 우면동본당 주임 백운철(스테파노) 신부 외 9518명이 제기한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에서 송동·식유촌 및 천주교 12지구 성당 제외 요청에 관한 청원」을 재석 64명 중 63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서울시의회는 청원서의 내용을 ▲주거권·재산권 침해 ▲절차적 정당성 결여 ▲공익과 사익 불균형 ▲환경적 특성 등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른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의회는 2025년 2월 25일에도 1798명이 제출한 「송동·식유촌(우면동) 및 새쟁이(신원동) 마을의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 지정철회 요청에 관한 청원」을 재석 70명 중 69명 찬성으로 채택한 바 있다. 두 차례의 청원 근거를 바탕으로 서울시의회는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최호정 의장은 “청원 내용에 기반해 국토부와 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토부 관계자와의 공식 만남을 서울시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서초구의회 또한 2025년 12월 15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서울서리풀1·2 공공주택지구 주민 상생을 위한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 찬성으로 수용하고, 이를 서울시와 국토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서초구의회는 결의안에서 “국토부 정책은 주민의 동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공공주택 조성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존치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송동마을 대책위원회 양형석(요한 보스코) 간사는 “의결 소식은 본당과 마을의 요구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정당한 국민 주권의 행사임을 확인시켜 줬다”며 “보상보다는 보존으로, 우리가 살아왔던 이곳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원한다”고 호소했다.

발행일 2026-01-25 제3476호 4면

전주교구 중앙주교좌성당,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된다

70년 역사를 지닌 전주교구 중앙주교좌성당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 국가유산청은 1월 5일 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하며, “30일간의 국민 의견 수렴 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필수 보존 요소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당은 1950년대 지역의 신자가 늘면서 건립을 시작해 1956년 완공됐으며, 이듬해에는 교구 주교좌성당으로 지정됐다. 대한건축사협회 전라북도건축사회 초대 회장 김성근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한 것이 확인되고, 최초의 설계 도면이 남아있다는 점 등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내부에 기둥을 두지 않고 지붕 상부에 독특한 목조 지붕틀(트러스)을 활용해 넓은 미사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의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으로 앞서 등록된 다른 성당 건축과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성당의 종탑 상부 벽돌 축조 기법과 지붕 목조 트러스, 원형 창호 및 출입문, 인조석 물갈기 마감은 유산의 가치 보존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필수 보존 요소로 권고했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성당은 건축적 가치뿐 아니라 1960년대부터 인권·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향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호남 지역 천주교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당은 그동안 성당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등기를 설정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성당은 고딕양식의 독특한 건축구조에 대한 교회사·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전라북도 도 등록문화재 제9호에 등록됐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3면

청주교구 수곡동본당, 일상 속 창조질서 보전에 앞장

청주교구 수곡동본당(주임 조덕희 대건 안드레아 신부)이 하느님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2024년 3월 출범한 본당 생태환경부 ‘수곡초록지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수곡초록지킴이는 환경 보호를 신앙의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하고자,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지침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공동체 삶을 추구하고 있다. 본당은 2025년 한 해 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5월부터 매월 첫째 주 주말을 ‘차 없는 날’로 정하고 노약자를 제외한 신자들이 도보로 성당에 올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본당의 날 행사로 피케팅과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줍깅’ 활동도 했다. 또한 11월 15일에는 생태환경 주제 전시회를 열고, 이어 16일에는 생태환경 미사와 함께 콘서트, 장터 등을 마련해 공동체가 함께 생태 감수성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본당은 이 밖에도 성당에 폐의약품과 폐건전지 수거함을 설치해 자원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으며, 생태환경 전문가를 초청한 강의를 통해 실생활에서의 실천 방안도 공유하고 있다. 올해 본당은 생태적 전환을 향한 걸음을 한층 더 내디딜 계획이다. 우선 성당 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실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본당 차원의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 영성 교육도 강화해, 생태 감수성을 단순한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일상 전반에 자리 잡게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본당 행사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회용기나 친환경 재료 사용을 권장하도록 했다. 수곡초록지킴이 이상율(요한 세례자) 부장은 “환경정화 활동 중 지나가던 주민께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을 때, 활동이 본당을 넘어 지역사회에도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본당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는 기쁨을 나누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5면

대구대교구 범물본당 주일학교, 저소득 홀몸 어르신 가정 방문

“정말 행복합니다. 아이들 마음이 천사 같습니다.” 대구대교구 범물본당(주임 김영호 알퐁소 신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1월 3일,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 10세대를 방문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직접 구입한 소고기, 두유, 빵 등을 손에 들고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갔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어르신들은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거듭 말하거나, 학생들을 안아주며 축복을 전했다. 어떤 이는 “성당에 다니니 이런 좋은 일도 있네요”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방문에는 주일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보좌 최규민(요한 사도) 신부, 교리교사,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도 함께했다. 학생들이 준비한 선물은 ‘은총시장’을 통해 마련됐다. 학생들은 한 해 동안 미사와 전례 봉사에 성실히 참여하며 ‘은총표’를 모았고, 2025년 12월 20일 열린 은총시장에서 각자 은총표로 물품을 구매해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체험했다. 이서영(스텔라) 양은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혼자 외롭게 사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래도 우리가 다녀갔으니 조금이라도 덜 외로우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다현(알베르토) 군은 “할머니는 처음 보는 제게 덕담해 주시고 포옹해 주셨다”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생기면 꼭 참여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꼭 도와드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2024년 열린 은총시장에서도 나눔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한 바 있다. 최규민 신부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주변에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자신들이 모은 은총표가 누군가에게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기부와 나눔의 삶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5면

“손편지에 담은 빼곡한 기도들, 함께 모아 하늘로”

“슬프다. 많이. 오빠가 떠난 지 벌써 6개월. 시간이 너무 빠르다. 열심히 살아 낼게. 천국에서 만나자. 사랑해.”, “주님을 미처 알지 못하고, 영접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두 영혼을 기억하시고 거두어 주시옵소서!”, “아우구스티노가 더 늦기 전에 2026년에는 꼭 결혼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소서.” 서울대교구 신도림동본당(주임 김동춘 요한 세례자 신부)은 2025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우희제(그레고리오) 보좌신부가 주례한 미사 중 ‘하늘나라 기도편지’를 봉헌했다. 본당 생명분과에서 준비한 봉헌판에는 손글씨로 쓴 50여 통의 편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편지를 받은 우 신부는 한참 동안 선 채로 내용을 읽은 뒤 제대 앞에 봉헌했다. 본당 신자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살아가며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등 마음속 깊이 담아 놓은 이야기를 편지에 쓰고 있다. 본당 사무실 맞은편에는 신자들이 언제라도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편지지와 필기도구,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생명분과는 한 달 동안 신자들이 작성한 편지를 모아 봉헌판에 붙여 매월 마지막 평일미사 중에 봉헌한다. 12월 31일 봉헌된 편지에는 한 해 마지막 날인 만큼 사별한 가족의 영원한 안식을 빌거나 성가정을 염원하는 글이 많았고, 대학 입시를 치른 자녀가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도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하늘나라 기도편지는 2015년 ‘하늘나라 기도나무’로 시작돼, 2021년 새 성당을 봉헌할 때 우편함을 설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민현숙(아녜스) 생명분과장은 “신자들이 작성한 편지는 본당 신부님들이 함께 읽고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신다”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도하는 공동체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봉헌된 편지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전 11시 열리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주관 ‘생명을 위한 미사’에 한 번 더 봉헌돼 더 많은 이의 기도를 모으고 있다. 김동춘 신부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기도하고 싶은 주제를 적어서 봉헌하면 사제인 저도 읽고 함께 기도를 드린다”며 “더 많은 신자가 하늘나라 기도편지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1-11 제3474호 5면

“따뜻한 ‘사랑 한 끼’ 나눔은 계속 이어집니다”

35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해 온 서울대교구 가락시장준본당(주임 조대현 바오로 신부) ‘하상바오로의 집’이 새 보금자리 이전을 앞두고 뜻깊은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12월 24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시설을 찾은 1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성탄 선물을 전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이전하는 하상바오로의 집은 지난 시간 함께해 온 시장 상인, 이웃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됐다. 정 대주교는 직접 식판을 나르며 음식을 대접하고, 노숙인들에게 방한 점퍼와 내의를 전달했다. 정 대주교는 “이곳에서 제공하는 한 끼 식사에는 교회가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드님을 내어놓으신 성탄을 맞아,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한때 철거로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30년 이상 지속돼 온 사회공헌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장 내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다행히 이전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와 협의를 거쳐, 물류 동선과 분리된 물 정화 처리장 인근 녹지대 부지가 확정됐으며, 올해 2월 착공해 연내 132㎡, 2층 규모의 건물로 신축될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공유재산 취득 문제 등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됐고 이전 허가도 완료됐다”며 “이 모든 과정에 수고해 주신 조대현 신부님과 본당 신자분들의 선한 영향력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종옥(요셉) 본당 사목회장도 “교구장님과 구청장님이 함께해 주셔서 주님 성탄 대축일의 기쁨이 배가 됐다”며 "시설을 이전하게 될 2026년은 더욱 희망찬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하상바오로의 집은 1985년 서울 용산 청과물시장이 가락동으로 이전한 후, 길에서 굶주리던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결성된 ‘가락시장 교우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0년 하느님의 종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서울시에 시장 내 무료급식소 설치 협조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설립돼, 1991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1999년 서울시의 증·개축 공사 협조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는 가락시장준본당 신자, 성가소비녀회 수도자 2명,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돼 하루 평균 70여 명을 맞이하고 있다. 주 5일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하며, 샤워장 운영과 의류 지원 등 기본적인 생활 돌봄도 함께하고 있다.

발행일 2026-01-04 제3473호 1면

인천 소래포구본당 ‘복음나눔’, “캘리그래피로 복음 묵상하고 나눠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선포합시다’라는 말처럼 복음을 실천하며 사는 일, 또 일상에서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삶을 이어가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런데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후로는 복음이 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어떤 말씀을 쓸까, 어떤 그림으로 함축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매 작업이 곧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 되거든요. 또 작품을 신자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기쁨도 커요.” 인천교구 소래포구성당(주임 박병석 요셉 신부)에는 캘리그래피를 통해 복음을 묵상하고, 그 아름다운 글씨와 그림을 이웃과 나누는 모임 ‘복음나눔’이 있다. 2023년 8월 시작된 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전 미사 후 성당 카페테리아에서 열린다. 10명의 회원은 캘리그래피의 기초와 수묵화를 함께 배우고 익히며 복음 읽기와 묵상을 일상화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작품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한 주간의 삶에서 특별히 마음에 와닿은 말씀을 되새기고, 내적 침묵 가운데 신앙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말씀을 글씨로 정성껏 표현하고, 그 의미에 따라 그림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성경 내용이 더 선명하게 마음에 새겨지고, 묵상도 깊어진다. 회원들은 단순한 영적 수양법으로 캘리그래피를 익히기보다 ‘복음의 선포’를 취지로 모였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대로, 다른 신자들도 복음을 더 가까이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자 꾸준히 전시회도 열고 있다. 특히 2025년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성당에서 열린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전시된 작품 250여 점을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이색적인 나눔을 실천했다. “벽에 걸어놓은 캘리그래피가 눈에 자주 들어오는 덕분에, 작품 속 말씀과 그 깊은 뜻을 일상에서 되새길 수 있어 복되다”는 신자들의 반응은 회원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다. 복음나눔 이강덕(레지나) 회장은 “캘리그래피 활동을 통해 다른 교우들도 말씀에 가까워지고, 신앙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웃 본당의 모임 결성을 돕거나 전시회를 여는 데에도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병석 신부는 “복음나눔 모임은 신앙의 깊이를 창의적으로 확장해 가는 뜻깊은 활동”이라며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언제든 참여해, 새로운 신앙의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1-04 제3473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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