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써내려간 신앙…사제로서 ‘하느님 거룩함’ 전할 것”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 6월 20일~8월 17일 릴레이 개인전 네 명의 사제가 붓 끝에 자신의 신앙을 담아 묵상하는 서예 전시를 연다. 의정부교구 정성훈(파비아노)·도현우(안토니오)·한만옥(토마스)·용하진(실바노) 신부가 ‘축성(祝聖)의 서예가, 심성필성(心聖筆聖)’을 주제로 6월 20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서 릴레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제 네 명이 그간 갈고닦은 작품과 글들을 한데 모은 ‘축성의 서예가, 심성필성 작품 총서’ 출판을 기념해 마련됐다. 이들은 6월 4일 갤러리1898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시와 작품, 사제이자 예술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심성필성’은 사제 네 명의 스승인 이동천 미술품감정학 박사가 붙여 준 제목이다. 마음이 거룩하면 글씨가 거룩해지고 글씨가 거룩하면 마음도 거룩해진다는 뜻으로, 서예를 통해 하느님의 거룩함을 따르고자 하는 사제의 마음을 담았다. 전시는 정성훈(6월 20~29일), 도현우(7월 4~13일), 한만옥(7월 18~27일), 용하진(8월 8~17일) 신부 순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각자 선정한 주제로 각각 2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성훈 신부는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으로 거룩한 교환이 이뤄지는 ‘미사’를 주제로 성경 구절과 미사 경문 등을 담았다. 미사의 시작인 <미사성제>, <성호>부터 <성화은총>, <아멘>까지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 되는 ‘미사’를 순서대로 풀어냈다. 특히 정 신부는 6월 20일 오후 2시 개막식에서 직접 붓글씨를 시연한다. 이어 도현우 신부는 서예 필법을 넘어서는 마음의 수양, 종교성과 예술성 등을 ‘수양’이라는 주제에 담았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노기 폐심지목> 등을 작업한 도 신부는 “우리 사회는 보편적인 가치관과 상식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잠시 멈춰 서서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 살펴보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한만옥 신부는 ‘천지창조’를 주제로 <천지창조>, <하느님의 어린 양> 등을 작업했다. 한 신부는 “기후 재앙을 피부로 느끼는 지금 ‘우리 후손들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를 통해 하느님이 아름답게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존하는 ‘생태적 회개’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용하진 신부는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만남’을 주제로 했다. 특히 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변화된 삶을 <나는 있는 나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쉬자> 등으로 표현했다. 릴레이 개인전의 포문을 여는 정성훈 신부는 “서예는 신앙을 고백하는 시간과 같다”면서 “인간의 마음과 손길로 하느님의 신비를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작품들을 통해 사제로서 이웃과 세상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하느님의 거룩함’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4면

순례길에서 만난 스페인 영적 유산…「스페인을 순례하다」

성지순례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여정도 드물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신앙적 성찰을 목적으로 떠나는 순례길은, 방문지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시간으로 남기 쉽다. 아무리 오래된 장소라도 역사와 맥락을 모른 채 마주하면 낯설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통번역학과 전용갑 교수(요셉·수원교구 성복동본당)의 신간 「스페인을 순례하다」는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된다. 저자가 직접 스페인 전역의 성지를 답사하며 써 내려간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에 머물지 않는다. 아빌라와 톨레도를 비롯한 주요 성지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 인물에 얽힌 배경들을 깊이 있게 풀어낸 인문 교양서라 할만하다. 전 교수는 10년에 걸친 유학 생활과 스페인어권 역사와 문화를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와 생생한 현장감을 한데 엮었다. 300여 개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은 책의 학문적 깊이를 더한다. 학술적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문체는 친근하다. 스페인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듯한 서술 방식은 복잡한 배경지식 없이도 성지를 따라가는 여정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책의 부제는 ‘예수의 성녀 테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찾아서’. 16세기 가톨릭교회 개혁의 중심에 섰던 두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남긴 영적 유산과 발걸음이 담긴 공간들을 차근히 되짚는다. 구성은 1부 ‘삶’, 2부 ‘성지’로 나뉘며, 인물에 대한 입체적 서술과 현장 기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전 교수는 “‘삶’에서는 두 성인의 생애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며,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역사 속 실존 인물로 바라보려 했다”고 말했다. “두 분이 살던 16세기 스페인은 안팎으로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약자에 속했던 이들이 겪은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어 그는 “성인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조건 속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나도 닮을 수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우리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지’ 편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생생한 기록이 돋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장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을 바탕으로 서술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08년 봄, 전 교수가 한 교회 잡지에 ‘세계 교회 신앙유산 순례’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이 씨앗이 됐다. 이후 2014년 출판사와 인연이 닿으며 기획이 구체화했고, 2023~2024년에 이르러 본격적인 집필 작업이 이뤄졌다. 애초 스페인 성인 전반을 아우를 계획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예수의 성녀 테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두 인물에 집중하며 서술의 밀도를 높였다. 단순 정보 중심의 구성이 아니라, 전기적·역사 문화적 서술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방향도 수정됐다. “두 성인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 큰 보람이었다”는 전 교수는 “그분들의 올곧은 신앙과 개혁의 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고,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예수회를 설립한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삶과 이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북부와 동부 지역(바스크·나바라·카탈루냐) 등을 다룬 후속 책을 차례로 준비할 예정이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5면

‘인터뷰로 듣는 농인들이 바라는 교회’…「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교회에서 농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청각) 수 없으므로 그분을 믿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성경 해석으로 천 년 이상 소외됐다. 소외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3년 3월 16일 발표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에서도 농인은 단순히 ‘장애인’ 범주에 포함돼 사목적 돌봄 대상으로만 언급됐다. 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 박민서(베네딕토) 신부의 책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는 농인들이 고유한 언어(수어)와 문화를 간직한 소수자로 청인과 동등한 교회 일원임을 보여준다. 6월 1일 발행된 책은 2024년 5월 박 신부가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 제출한 실천신학 박사학위 논문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이 논문으로 박 신부는 세계 가톨릭 농인 사제 중 처음으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은 농인 신학자들의 연구뿐 아니라 참된 포용의 교회를 꿈꾸는 농인 신자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박 신부가 서울대교구 농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아시아 지역 농인 신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과 신앙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1986년 설립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부터 2019년 농인들의 독립된 본당인 에파타본당을 이루기까지의 역사도 기록했다. 농인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 왔는지 증언하는 역사다. 책은 농인들이 기도하고, 복음을 듣고 선포하는 모어인 수어가 농인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며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온전한 언어임을 증언한다. 농인 신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청인 신자들에게는 농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교우로서 함께 걸어갈 만남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민서 신부는 “예수님께서 농인을 고치시며 하신 말씀 ‘에파타(열려라)’(마르 7,34)는 단순한 물리적 청각의 회복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말씀을 받아들이고 선포하라는 초대”라고 말했다. 이어 “책이 한국교회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하나 되는 교회로 거듭나는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농인들은 대다수 청인이 수어를 모른다고 청인들을 장애인 취급하지 않아요. 경청은 청각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우리 함께 기억해요.”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5면

[이준형 클래식 순례] 드보르자크 <거룩하신 삼위일체께 드리는 찬가>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이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것은 중세 말기로 아주 이르지는 않지만, 아마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이를 향한 믿음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원이자 핵심이고, 따라서 교회가 이미 매일 영광송을 바치며 성삼위를 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끝나기에 어찌 보면 모든 찬가가 오늘 대축일에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19세기에 활동했던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거룩하신 삼위일체께 드리는 찬가>(Hymnus ad laudes in festo Sanctae Trinitatis)를 소개합니다. 드보르자크는 종교음악에서 헨델 같은 바로크 대가들의 작곡 양식을 바탕으로 멘델스존, 리스트, 바그너 등 낭만주의 작곡가의 음악을 받아들여 탁월한 작품을 여러 곡 썼습니다. 그 근원에는 깊은 신앙이 있었습니다. 독실한 집안에서 성장한 드보르자크는 평생 보헤미아 시골 사람의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신앙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작곡가의 아들 오타카르는 훗날 아버지를 회고하면서 ‘아버지의 주님은 앙갚음하시는 주님이 아니라, 무한한 사랑으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는 여행을 축복하시는 주님이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린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스타바트 마테르>를 써서 신앙과 음악으로 아픔을 승화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인생 모토는 ‘하느님, 사랑, 조국!’이었고, 작품을 완성하면 악보에 ‘하느님께 감사’(Bohu díky)라고 썼습니다. 작곡가의 이런 소박한 신앙심은 <레퀴엠>이나 <스타바트 마테르>, <성녀 루드밀라> 같은 대곡보다, 체코어 시편을 직접 골라서 곡을 붙인 <성서 노래집>처럼 편성도 작고 짧은 작품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1878년에 만들어진 ‘거룩하신 삼위일체께 드리는 찬가’도 좋은 예로, 알토와 오르간으로 이루어진 소품입니다. 가사로 쓴 라틴어 찬가는 삼위일체 대축일 아침기도에 바치는 기도문으로,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이 썼다고 알려졌습니다. 드보르자크는 젊은 시절 프라하의 성 아달베르트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한 적도 있고, 40대 이후 비소카(Vysoká)라는 시골 마을에 여름 별장을 지은 뒤 그곳에서 머물 때면 인근에 있는 동네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했습니다. 1894년에는 성당에 새 오르간을 기증했는데, 안타깝게도 1950년대에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이 곡의 초연에서도 그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친구가 노래했다고 하는데, 3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G단조로 시작해서 G장조로 끝나는 평온한 음악을 듣다 보면 보헤미아의 전원 풍경과 시골 성당이 떠오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14면

소프라노 조수미, 차세대 성악가들과 ‘더 매직, 조수미와 위너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가 차세대 성악가들과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제1회 조수미 국제콩쿠르’ 우승자들이 전국 투어 갈라콘서트 ‘더 매직(The Magic), 조수미와 위너스’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2024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콩쿠르’에 참가한 전 세계 500여 명의 젊은 성악가들 가운데 차세대 성악계의 주역으로 선정된 4명의 우승자와 조수미가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콘서트다. 조수미가 직접 심사하고 선발한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무대로 의미를 더한다. 중후한 음색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콩쿠르 1위에 오른 바리톤 지하오 리, 섬세하고 강렬한 감성 표현이 돋보이는 테너 조르부 비르반, 유려한 기교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테너 이기업, 뛰어난 연기력과 발성의 소프라노 줄리엣 타키노가 출연한다. 지휘자 최영선이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해 감동을 더한다. 프로그램은 유명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세비야의 이발사>, <투란도트>, <노르마>, <박쥐> 등을 대표하는 명곡들로 구성됐으며, 각 작품을 대표하는 솔로, 듀엣, 앙상블 등의 무대를 선보인다. 콘서트를 앞둔 조수미는 “내 이름을 딴 콩쿠르를 통해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발굴하고, 직접 이들의 국제 무대 진출을 돕겠다는 꿈의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며 “음악을 통해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갈라콘서트는 6월 19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6월 21 경기 성남아트센터, 6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6월 2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14면

「교회의 탄생」…초대교회에 오늘날 신앙의 본질을 묻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신앙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 말은, 단지 교회의 기원을 상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오늘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초심’을 회복하자는 부름이다. 초대교회는 주님께서 성령을 보내시어 탄생시킨 교회,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들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의 뿌리다. 그런 면에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표현은, 그 시기의 정신을 떠올리며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공동체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도 초대교회가 보여준 모범을 본받아 새롭게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다소 막연하게 들릴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초대교회를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을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전해진 경로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과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봉모 신부(토마스·예수회)가 '사도행전 산책’ 시리즈의 첫 권으로 펴낸 「교회의 탄생」은 초대교회의 삶과 영성을 되살리며,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뿌리를 다시금 되묻는 책이다. 저자는 사도행전 1~2장을 중심으로 교회의 태동과 성령의 역사를 차근차근 풀어내며, “전자제품이 고장 났을 때 설명서를 다시 펼쳐 보듯, 신앙생활에 위기가 올 때 사도행전을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도행전은 가장 본질적인 지침이자 회심의 길잡이임을 강조한다. 책은 사도행전 본문에 대한 주해뿐 아니라, 당시 정치·문화·사회적 배경을 알기 쉽게 해설한다. 또한 풍부한 예화를 곁들여 독자들이 본문의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성경의 메시지를 오늘날의 삶과 연결 짓는다. 바오로 사도, 성녀 에디트 슈타인 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신앙 여정을 생생하게 엮으며, 독자들이 사도시대 초대교회의 방대한 맥을 보다 쉽게 파악하고 그 본질을 오늘의 삶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째 장에서 ‘교회의 탄생을 위한 준비’를, 둘째 장에서는 성령 강림과 그에 따른 교회의 탄생을 설명한다. 셋째 장은 새 신자 삼천 명의 회심을 집중 조명하며, 넷째 장은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초기 공동체의 신앙생활과 일치를 상세히 보여 준다. 베드로의 복음 선포와 오순절 성령강림 장면은 다시금 오늘날의 신앙인에게도 여전히 깊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도 2,37)라는 물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저자는 “오순절 성령 강림일에 세례를 받은 삼천여 명은 베드로의 복음 선포를 듣고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혼란스러워했으나, 곧바로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의 방향을 묻는 말을 던졌다”며 “그 결과 ‘그 길을 걷는 자’(사도 9,2;19,9.23)로서 구원받은 삶을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송봉모 신부는 ‘글을 시작하며’를 통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이,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공동체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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