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PE협회, 100주년 맞아 전국 세미나 개최

1925년 6월 20일 미국에서 시작돼 임상 사목의 전문성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문적인 영적돌봄 교육을 제공하는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CPE협회(KACPE, 협회장 정무근 다미안 신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4월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제목으로 하는 CPE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한국CPE협회 소속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 성직자·수도자, 평신도와 의료인들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한국CPE협회 협회장 정무근 신부는 CPE 100년의 역사와 협회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시대가 요청하는 다양한 영적 돌봄터(영적 돌봄 현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정무근 신부는 개회사에서 “CPE는 미국 장로교 소속 안톤 보이슨 목사(Anton Boison, 1876-1965)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면서 “그는 신학생들이 신학교에서의 이론적 지식을 종교적 망상과 환청을 듣는 조현병 환자들의 영적인 고통을 이해하는데 사용하여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보스톤 근교의 우스터 주립 정신병원에서 CPE를 처음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영적 돌봄터는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일반병원으로도 확대되었고 그 이후 어린이 병원, 교도소, 학교, 요양원, 군대, 쉼터, 지역교회 등으로 확대됐다. 설립 이후 100년을 거치며 교육철학, 방법론, 실습지 등이 시대 상황에 맞춰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정 신부는 이어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CPE가 지닌 이웃을 위한 영적 돌봄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 강연에서 정 신부는 1900년대 초 미국 성직자들이 교회에서 강론이나 설교뿐만 아니라 영적 고통 중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상담을 시작한 이래, 교회가 ‘가르치는 교회’에 머물지 않고 ‘돌보는 교회’로 역할을 확장시켜 온 역사를 소개했다. 오후에는 호스피스 실제 돌봄 사례 분석과 다양한 실습지에서 CPE를 경험한 회원들이 나와서 자신이 돌봤던 영적 고통 중에 있는 다양한 이웃들에 대한 경험을 나눔으로써 앞으로 다양한 영적돌봄 실습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의정부교구 파주 EXODUS 위원장 김항수(파스카시오) 신부, 이석곤 군종목사, 대전지역 지구대장 이화정 경찰관 등의 다양한 돌봄 경험에 대한 나눔은 기존 실습지인 병원 현장에서 벗어나 더욱더 확대된 경험이었기에 이날 참석했던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감명을 줬다. 한국CPE협회는 2002년에 미국에서 CPE 수퍼바이저 자격증(수퍼바이저 과정 지도 자격증 포함) 취득하고 귀국한 정무근 신부가 창립준비를 하고, 이후 2007년 4월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4대 종교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의료인들이 모여 창립총회와 함께 시작되었다. 한국CPE협회는 그동안 종교를 초월하여 전국에 CPE센터들(25년 현재 29개 센터)을 개설해 왔고, 꾸준히 수퍼바이저 교육과정을 통해 CPE 수퍼바이저들을 배출해 왔으며, 국내 임상 사목 교육의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협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방송 미사, 예외적 상황 아니면 미사 참례 의무 대체 불가”

방송 미사를 시청하면 미사 참례의 성사적 효력이 있을까. 주일과 의무 축일에 방송 미사를 시청하면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있을까. 지난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방송 미사에 관한 지침」이 승인됐다. 이 지침은 사제들과 미디어 종사자들 및 전례 담당자들이 방송 미사 제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신자들이 방송으로 하는 미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취지다. 방송 미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시기에 성전에서 미사 참례가 제한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성전 찾는 것이 가능한 현실에서도, 방송 미사로 미사 참례를 대체하는 이들이 있는 현실이다. 이번 지침은 방송 미사를 시청하며 궁금할 수 있는 점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방송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이 눈여겨 볼 것은 무엇보다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는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는 일이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황청 경신성사성(현 경신성사부)가 2020년 발표한 서한을 보더라도, 교회는 코로나19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신자들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전례 거행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는 했지만 늘 ‘녹화가 아닌 생방송’에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예외적인 상황이 종료되면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한다. 성사적 효력에 대해서는 “영적 선익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직접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하는 것과 같은 성사적 효력은 없다”고 명시한다. 방송 미사의 목적은 병자나 고령자 등 미사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영적 위로와 유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 신자들이 미사 참례를 대신할 목적으로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병자와 노약자 또는 코로나19 팬데믹처럼 특수한 상황에 한시적으로 교황청 권고가 있는 경우는 방송 미사 시청으로 주일과 의무 축일의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방송 미사 시청으로 주일과 의무 축일 미사 참례 의무를 했다고 할 수 없다. 신자들은 방송 미사를 시청할 때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되도록 조용한 장소와 분위기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 권장된다. 방송 미사라 하더라도 집전되는 미사 자체는 거룩한 미사다. 그래서 그 신비에 참여하려는 신자는 마땅히 미사성제에 합당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3면

대구대교구, 제2회 '영아축복미사’

기록적인 저출생 시대에 성가정을 축복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구대교구는 가정복음화국(국장 김동현 요셉 신부) 주관으로 ‘제2회 대주교님과 함께하는 영아축복미사’를 봉헌했다. 4월 26일 오전 11시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300여 명의 영아와 그 보호자를 포함한 1200여 명 신자들로 가득찼다. 미사를 주례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영아 한 명 한 명에게 안수 축복했다. 지역 이주민가정 영아들도 축복을 받았다. 조 대주교는 “자녀를 낳고 하느님 말씀대로 잘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복음 선포”라며 “아이들을 하느님의 선물로 귀하게 여기면서 축복된 삶을 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포항 죽도성당에서도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4대리구 영아축복미사가 거행됐다. 5월 3일에는 구미 원평성당에서 장신호 주교 주례로 5대리구 영아축복미사가 봉헌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봉헌된 영아축복미사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를 살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하느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일임을 상기시키고, 출산 장려와 함께 가족 간 친교와 화합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대구대교구 가정복음화국은 4년 전부터 매달 성모당에서 임신부 축복미사를 봉헌하면서 새생명을 품은 임신부와 배우자, 태아들을 축복하고 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5면

“삼대(三代)가 함께 전례 봉사…잊지 못할 추억 생겼죠”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신명 6,5-7) 인천교구 부평1동본당(주임 이재학 안티모 신부)에서 본당 레지오 마리애, 차량 봉사 등 열정적 신앙생활을 해온 김운기(요셉) 어르신에게 4월 20일(주님 부활 대축일) 대성당에서 열린 교중미사는 온 가족이 더한층 성가정으로 거듭난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같은 본당에 다니는 아내, 아들, 며느리, 딸, 조카, 손주들까지 3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 10명의 전례 봉사로 ‘성가정미사’를 봉헌했기 때문이다. 복사 경험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을 도와 함께 미사 복사를 맡은 복사단원 손주를 할머니 이동분(마리아) 씨가 쓰다듬으며 “신앙 안에 자라준 아이(자녀와 손주)들이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당신 말씀만으로 충만하게 사는 성가정을 이뤄주신 주님께 감사하다”며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본당은 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가 강조한 ‘가정에서의 희년’을 뜻깊게 보내는 사목적 시도로 올해 1월부터 매달 셋째 주일 교중미사를 성가정미사로 열고 있다. 정 주교는 올해 사목교서에서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가정 안에서부터 기도가 이루어지고, 사랑과 화목의 성가정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고 당부했다. 성가정미사에는 본당 한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대성당 제대 위로 올라와 복사, 독서, 보편지향기도, 빵과 포도주의 봉헌 등 전례 봉사를 온전히 맡는다. 본당 신자들은 주임 이재학 신부의 권고대로 되도록 온 가족이 함께 참례하고 있다. 본당은 영유아가 있는 가정을 위해서는 대성당 왼쪽 앞자리에 유아용 침대를 마련했다. 온 가족이 제대 위에서 하나 되어 전례에 동참하는 이날은 그 자체로 가족 간 유대와 서로의 신앙을 더욱 끈끈하게 해주고 있다. 미사까지 전례 연습을 하면서 가족 간 화목함이 자연스럽게 다져지기도 하지만, 신앙이 크게 뜨겁지 않았거나 냉담했던 가족들이 효과적으로 신앙 열정을 되찾고 있다. 2월 성가정미사 전례 봉사를 맡은 5인 가족의 막내딸은 두 언니와 달리 본당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성가정미사 후 마음의 변화를 고백하며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이해만(미카엘) 가정분과장은 “전례 봉사 후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거실에 걸어두고, 그날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가족 간 신앙 대화가 이뤄진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축복이죠. 그러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신앙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물려줄 수 있다는 점도요. 결국 특별해서 성가정이 아니라, 함께 믿어서 성가정이 되는 것 같아요.” 아들 김남호(시몬) 씨는 주말에 근무하는 직업적 조건에도 “가족들과 신앙 안에서 일치하고자 전례 봉사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중간고사 기간에도 전례 연습을 무릅쓴 남호 씨의 아들 김우현(빈첸시오) 군도 마찬가지다. 두 부자는 “우리 가족이 서로 돈독한 것만큼이나 성당이 가족 모두에게 익숙한 ‘추억’의 공간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5면

한국카리타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48만km 여정 첫발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 그리스도만이 참 희망임을 선포하는 순례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가 출범했다. 전국 15개 교구 사회복지회(국) 및 가톨릭 사회복지 기관·시설 관계자들, 남녀 수도자, 본당 사회복지 활동가 및 일반 신자까지 이르는 순례 참가자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카리타스’(Caritas, 라틴어로 사랑·애덕·자선) 정신을 북돋우는 48만㎞의 여정에 나섰다. 전국 릴레이 도보성지순례 출범식은 4월 23일 대전교구 정하상교육회관에서 열렸다. 한국카리타스·한국카리타스협회 이사장 조규만 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 한국카리타스협회 회원 125명이 참석했다. 출범식에서는 전국 각지 순례단들을 인도할 깃발들의 전달식이 거행됐다. 조규만 주교는 ‘한국카리타스’가 적힌 깃발을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정성환(프란치스코) 신부에게, ‘50주년 기념’이 적힌 깃발을 대전교구 사회복지국 국장 노승환(요셉) 신부에게, 교구별 이름이 적힌 깃발들을 각 교구 사회복지회(국) 사제단 및 실무자들에게 전달했다. 이어 출범 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자 3명이 ▲새로운 형태의 빈곤에 용감히 맞서며 이 시대 곁에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카리타스 정신과 나눔을 세상에 북돋우는 ▲교구 지역 내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 신앙 선조들의 거룩한 숨결을 체험하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만남, 사목, 순례이자 선교인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교구대회 준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희망의 순례자’가 될 것을 선언했다. 4월 26일 제주교구 용수성지, 김대건길, 신창성당까지 걷는 제주교구 참가자들의 순례로 시작해 전국 각 교구가 두 라인으로 나뉘어 서로 이어 걸으며 각자 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합쳐서 48만㎞를 목표로 걷고 있다. 이는 지구 한 바퀴에 상당한 4만㎞ 거리에 열두 사도·지파를 뜻하는 12를 곱한 거리다. 참가자 각자가 스스로 1㎞ 걸을 때마다 1000원씩 기부한다. “‘카리타스’ 활동가인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희망, 하느님을 향한 믿음, 인류애…. 발걸음마다 우리가 담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는 많습니다. 그런 사랑과 믿음으로 희망의 순례길을 걸어 봅시다.” 조규만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고 나눔을 하는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고, 구체적 사랑 실천의 행위로 모금하며, 밀알과 겨자씨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하자”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3면

전주교구 평단협, 제1회 ‘평신도 모범상’ 공모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유광용 대건 안드레아, 지도 김창신 아우구스티노 신부, 이하 평단협)가 ‘교구 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가정 복음화’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으로 ‘평신도 모범상’을 제정하고 제1회 수상자를 11월 15일까지 공모한다. 추천 대상은 교구 신자와 제단체 회원 중 ▲가정 성화-사랑과 순명으로 성가정의 모범을 보여준 개인 ▲생명·봉사-생명의 존엄성을 드높이고 봉사로 애덕을 실천한 개인 ▲복음 선교-선교를 통해 복음화에 기여한 개인이다. 추천서와 공적서는 교구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내려 받아 평단협에 이메일(eun-1202@hanmail.net)이나 우편(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100, 천주교 전주교구청 평단협)으로 보내면 된다. 대상 수상자 1명에게는 200만 원, 부문별 본상 수상자 3명에게는 각 50만 원, 특별상 수상자 1명에게는 30만 원이 교구장 명의 상장과 함께 수여된다. 수상자 발표는 12월 20일 예정이며, 시상식은 2026년 1월 교구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신년 하례식 중 마련된다. 유광용 회장은 “교구 내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숨은 그리스도와 작은 그리스도를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이번 제1회가 디딤돌이 돼, 평신도 모범상이 해를 거듭하며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큰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의 063-230-1004 전주교구 평단협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3면

대구대교구, 김훈 작가 초청 ‘스위치’ 토크콘서트

순교자와 배교자의 삶을 그린 소설 「흑산」(黑山·2011), 영웅 안중근(토마스)의 열정이 담긴 소설 「하얼빈」(2022)을 주제로 김훈(아우구스티노) 작가가 신자들과 대화에 나섰다. 4월 25일 오후 7시30분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대구대교구 ‘스위치’ 토크콘서트에 초청된 김 작가는 두 작품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읽을 수 있을지 안내했다. 김 작가는 「흑산」이 인간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신앙의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인지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본문 중 ‘밭 전(田)자 가운데 들어있는 십자가가 새 세상의 깃발로 펄럭이고 밭 전자 속에 숨어있던 하느님이 세상으로 건너와서 새밭을 이루니 사람들의 밭이 하느님의 마당이 되니라’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하느님 존재라는 것이 신학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임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단순 명료한 진리를 삶으로 받아들인 민초들의 ‘생에 대한 직접성’을 묘사했다는 것이 김 작가의 설명이다. 「하얼빈」은 옳은 일을 위해 세상에 대한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는 청년 안중근에 대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안중근의 거사 역시 개인적인 증오심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결단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동양평화에 대한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상반된 생각도 최대한 객관화하려 했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김 작가는 이토가 일본의 패권에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복속된 상황으로 동양평화를 이해했다면, 안중근은 각 나라의 주권이 보장된 가운데 서로 협력하는, 지금의 유럽연합(EU)과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두 사람은 타협점이 없는, 상대의 가슴에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난 것”이라며 “하얼빈에서 두 운명이 만나서 폭발한 것이 제가 쓴 소설 「하얼빈」의 구도”라고 전했다. 대구대교구 ‘스위치’ 토크콘서트는 신앙 안에서 자아회복을 돕는 문화영성 프로그램으로, 2023년부터 문화홍보국(국장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5면

[생명주일 담화] 문희종 주교, “기술 발전 속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명”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5월 4일 제15회 생명 주일을 맞아 과학 기술 시대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담화를 발표했다. 문 주교는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를 주제로 한 담화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앞세워 지켜야 할 가치는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을 통한 인류 번영의 중심에 생명,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이 자리할 수 있도록 그들을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한 문 주교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복음의 기쁨」, 198항 참조) 없이 생명을 중심으로 한 인간 사회는 결코 세워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주교는 인공 지능 기술과 유전자 조작 기술, 합성 생물학 발전의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적 고찰과 책임 있는 기술 발전이 바탕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문 주교는 “과학 기술이 단순히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발전하면 인간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일부 정치인들은 조력 자살을 미화시킨 ‘조력 존엄사’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생명을 향할 것을 주문했다. 문 주교는 “과학 기술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그 쓰임 방식에 따라 사회와 인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무엇에도 양보할 수 없는 생명을 수호하며 희망의 표징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권고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