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5월 14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담화’를 발표하고,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주교는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덕목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 ▲평화를 일구는 대통령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전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돌봄으로써 나라를 이끄는 최고의 정치 지도자”라며 “새 대통령이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찬미받으소서」, 181항)’를 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 등 갈등과 대립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끝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담화 전문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담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축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주권자들의 귀한 목소리를 모으는 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엄혹한 시절에, 우리는 온갖 희생을 치르며 이 꽃을 가까스로 피워 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 꽃을 더욱 아름답고 곱게 피우려고 합니다.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모든 사람이 신성한 권리와 의무인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덕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돌봄으로써 나라를 바로 세우고 이끄는 최고의 정치 지도자입니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 사법부, 검찰, 언론 등 국가의 모든 제도와 관행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제도나 관행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국민을 더욱 섬기기 위하여 “제도를 개혁하고 조정하며 최상의 실천을 증진하고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찬미받으소서」, 181항)”를 펴기를 바랍니다. 둘째, 통합하고 모으는 대통령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통합하고 모으는 좋은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성별 갈등 등 갈등과 대립이 점점 격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과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약자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특히 이주 노동자들과 난민에 대한 차별과 배척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좋은 지도자는 “광신주의, 닫힌 논리, 사회적 문화적 파편화가 증대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모든 형제들」, 190항),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공화국입니다. ‘공화’는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다른 여러 집단이나 세력이 차별받거나 배척받지 않고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모든 국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더욱 귀 기울이며 통합과 공존의 시대를 열어 가기를 바랍니다. 셋째, 평화를 일구는 대통령 대통령은 평화를 일구는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입니다. 남북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국가의 번영과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남북의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고된 여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힘의 논리와 무력 증강의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무기와 폭력이 해결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오히려 새롭고 더욱 심각한 분쟁을 조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60항). 무력이 아닌 평화적 수단 곧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의 긴장과 갈등은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한반도가 정전을 상황을 넘어 평화로, 분단을 넘어 통일로 나갈 수 있도록 참평화를 일구기를 바랍니다. 넷째,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는 대통령 우리 공동의 집 지구가 죽어 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탐욕과 이기심이 빚어 낸 비극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세대 인류의 삶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파괴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세상을 약탈하지 않고 보호”하고,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며, “가난한 이들과 지구를 희생시키면서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며, 생태와 환경 보호를 위하여 힘쓰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합니다.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층 더 성숙하고 또 더욱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빕니다. 2025년 5월 1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가톨릭교회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척한 길, 즉 더 포용적이고 더욱 개방적이며 투명한 교회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시노달리타스라고 불리는 그의 구상에서 한발 물러설 것인지 133명의 추기경은 선택의 갈림길에 있었다. 그리고 5월 8일, 추기경들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교황으로 선출함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가기로 했다. 상당수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 방향성 지지…공의회 정신 이어갈 인물 선택 새 교황, 복음적 원칙 따라 ‘희망의 여정’ 계속할 뜻 천명 예견된 결과 이러한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지지하는 후보가 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또 다른 근거도 있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지(誌)가 추기경들의 성향에 대해 집계한 바에 의하면, 133명 중 106명이 프란치스코 개혁의 핵심인 시노달리타스를 지지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서 교황청 관료제의 한가운데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를 더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구조로 만드는 시도”이며 “지금 교회를 짓누르고 있는 극단적 분열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5월 9일 미국 주교들은 기자회견에서 추기경들이 어떤 교황을 원했는지를 요약했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J. 수피치 추기경과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M. 돌런 추기경 등은 복음 선포의 열정이 가득하고 교회의 일치를 강화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향성과 개혁을 이어갈 사람을 교황으로 원했다고 밝혔다. 수피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의 사명과 삶, 전통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모든 것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까지도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공의회, 사회교리 레오 14세 교황이 5월 10일 추기경단을 대상으로 행한 첫 연설은 그의 교황직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요약한다. 첫째,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교회의 삶과 활동을 이끌어온 복음적 원칙들’이라며 “이 귀중한 유산을 받아들여 믿음에서 태어나는 희망으로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는 비난에 대해 그의 사명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둘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보편교회가 수십 년간 따라온 여정에 대해, 완전한 헌신을 새롭게 다짐하기를 바란다”며 공의회 정신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그리스도 선포의 우선성, 선교적 회심, 시노달리타스, 신앙감각(sensus fidei)에 대한 경청,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 현대세계와의 대화 등 공의회 정신 구현의 원칙들을 밝혔다. 셋째, 사회교리의 현대적 적용을 통해 새로운 세기의 도전에 응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최초의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한 레오 13세 교황에서 따온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된다. 인공지능(AI) 혁명을 19세기 산업혁명에 비견한 그는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교회의 사회교리를 새롭게 적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직의 또 한 가지 방향성은 ‘평화’다. 5월 8일, 교황으로서의 첫 축복 메시지가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이었고 10일 첫 주일 삼종기도에서도 “전쟁은 다시는 안 된다”며 전 세계 모든 나라들, 특히 강대국들을 향해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평화는 사회교리의 가장 핵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노드 교회 건설 레오 14세 교황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며 “다리를 놓고 대화를 나누며 모든 이를 열린 팔로 환영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변방으로 나아가라’며, ‘선교하는 교회’,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목소리로 들린다. 이제 전 세계의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할 새 교황을 선출, 그가 꿈꾸던 시노드 교회 건설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여기고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개혁과 쇄신의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 정연정(티모테오) 몬시뇰이 콘클라베 시작부터 새 교황의 선출과 발표 순간까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끽한 설렘과 감동, 환희의 순간을 기록해 전해 왔다. 정 몬시뇰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숨을 멈추고 마음을 활짝 열어 새 교황의 축복에 흠뻑 빠져들었다“며 ”예수님 마음을 지닌 사목자를 새 교황으로 선출한 하느님의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8일 콘클라베 날짜가 공지됐다.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직자부 앞에 만들어진 스탠드형 부스에 공간이 부족하여 맞은편 주교부 앞에도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등록한 취재진이 5천 명가량이라고 했다. 광장에서 ‘천사의 성’으로 연결되는 ‘화해의 길’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배경으로 좋은 화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명당 자리를 선점하느라 언론사들 경쟁이 뜨거웠다. 기자들은 언어와 관계없이 취재에 응할 대상들을 섭외하느라 사방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반 군중들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나름의 특종 사진을 만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군중들의 얼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 자리를 채워줄 착한 목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5월 7일 오후 4시 30분에 새 교황의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133명의 추기경 행렬이 시작됐다. 새 교황을 뽑을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경당으로 입당하고 개별적인 선서 장면이 방송으로 중계되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의 성령이 교회를 돌보고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콘클라베 첫 번째 투표에서 새 교황은 선출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 9시 무렵에 무려 10분여 동안이나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콸콸 터져 나온 시커먼 연기를 보면서도, 절망스러운 장탄식을 단 한 마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밝은 미소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같은 색깔의 기대감을 안고 내일을 약속하며 흩어졌다. 다음 날인 5월 8일 오전 11시 50분쯤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희미한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이내 순식간에 시커먼 검은 연기가 뿜어 나왔다. 결국 콘클라베의 세 번째 투표까지도 새 교황 선출은 무산됐다. 그런데 전날 저녁때와는 달리 검정 연기의 양이 적었고 연한 흰색을 띤 잿빛 연기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막연했던 기대감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추기경들의 표가 거의 한쪽으로 모였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중천의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저녁 6시가 채 안 되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약 4만 5천 명의 군중들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귀가 찢어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곳곳에서 태극기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굴뚝에서 흰 연기가 펄펄 쏟아져 나왔다. 약 1시간 후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의 장막이 열리고, 도미니크 맘베르티 수석 부제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장엄하게 선포했다. 그런데 많은 이의 예상과 달리 뜻밖의 이름이 호명되자 주위가 술렁였다. 조금 후 군중들 사이에서 새 교황은 미국 출신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는 첫 마디에 이어 새 교황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즉 ‘로마와 온 세상에’ 첫 축복을 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숨을 멈추고 마음을 활짝 열어 새 교황의 축복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번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한테서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에게 투표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양 냄새 나는 목자’로 표현했고, 그 모습으로 선종하기 바로 전날까지 교황직을 수행했다.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페루에서 주교로 사목할 때 작은 말을 타고 산 위에 사는 신자들을 찾아다니던 모습과 엘니뇨로 인한 수해 때에 긴 장화를 신고 피해당한 신자들에게 달려갔던 사진들을 보았다.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를 새 교황으로 선출한 하느님의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고 생각했다. ‘논 세데 바칸테, 체 일 파파(Non Sede vacante, c’è il Papa).’ 이탈리아어로 ‘(교황좌는) 공석이 아니다. 교황이 있다!’는 뜻이다. 새 교황의 선출로 ‘슬픔과 절망’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 짤막하고 단순한 표현 안에 교회의 신비, 신앙의 신비, 부활의 신비가 담겨 있다. 이제 새 교황 레오 14세의 사목 표어인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된 모습으로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사도 13,52 참조), 우리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묵시 7,17 참조), 주님을 알고 따라야 한다(요한 10,27).’ 천상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지상의 레오 14세 교황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우리를 앞서 걸어가면서 ‘희망의 순례자’로 이끌고 있다. 글 _ 정연정 티모테오 몬시뇰(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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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새 교황은 누구인가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교황청 시스티나경당에서 열린 콘클라베 네 번째 투표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후 교황명으로 ‘레오 14세’를 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미국 추기경들 중 성 베드로의 후계자가 될 가장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게 된 레오 14세 교황은 누구인지 알아본다. 최초의 미국 출신 대통령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인 4월 25일,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조명하며 “국제적이면서도 수줍음이 많고,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인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라 레푸블리카의 이러한 분석처럼, 레오 14세 교황은 콘클라베에 들어설 당시부터 다른 추기경들과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활동해온 그의 이력은 예외였다. 레오 14세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 성직자로서의 경력은 그를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인물로 성장하게 만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9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올해 만 69세다. 레오 14세 교황이 스스로 명확하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는 흑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외할머니 루이스 바쿠이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서인도제도 혼혈 흑인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 교황의 모계 가족은 20세기 초까지 흑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크레센트에서 거주하다가 시카고로 이주했다. 교회법 전공하고, 페루에서 20년 넘게 활동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운영하는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7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해 수련기를 시작했다. 이후 1978년 9월 첫 서원, 1981년 8월 장엄 서원을 한 뒤 1982년에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원에서 신학 학위를 받았다. 또한 수도회로부터 파견받아 로마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다. 로마에서 체류하던 중 1982년 6월 19일 사제품을 받았으며, 학업을 계속 이어가 1984년에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1986년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을 했고 1987년에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서 지역 장상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1987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성소 책임자 겸 선교 책임자로 선임됐지만, 1988년 페루 트루히요 선교지로 파견돼 1999년 시카고에 있는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관구장으로 선출될 때까지 주로 페루에서 활동했다. 이어 2001년 열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2007년 총회에서 연임됐다. 2013년 10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로 돌아온 레오 14세 교황은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로 봉직하던 중 2014년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서리로 임명돼 11월 7일 취임했다. 이어 12월 12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페루 북부 치클라요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주교품을 받았으며, 이듬해 9월 26일 치클라요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20년 4월 15일에는 페루 카야오교구장 서리로도 임명돼 2021년 5월까지 재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선교사와 주교로서 페루에서 활동한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미국과 페루 시민권 모두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1월 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대주교가 됐고 그해 9월 30일 추기경에 서임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청 주교부 장관 외에 복음화부의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신앙교리부, 동방교회부, 성직자부,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문화교육부, 교회법부, 바티칸시국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3년 5월 주교부 장관으로서 주교들의 역할에 대해 역설하며 특히 교회 일치를 증진할 의무를 강조했다. 교황은 “일치의 부족은 교회에 매우 고통스러운 상처를 준다”며 “교회의 분열과 양극화는 교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주교들은 교회의 일치와 친교 증진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교들은 하느님과 동료 주교들, 사제와 모든 하느님의 백성과 친밀해야 하고, 홀로 떨어져 있으려는 유혹에 약해지거나 사회나 교회에서 특정 수준을 정해 놓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과 페루,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에서 다양한 역할과 문화를 체험하면서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라틴어와 독일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언어 구사 능력을 지니고 있다. ■ 레오 14세 교황 약력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 출생 1977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입회 1978년 9월 첫 서원 1981년 8월 29일 장엄 서원 1982년 6월 19일 사제수품 1984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학위 취득 1985~1986년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 1987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 취득 1988~1998년 페루 트루히요 선교지 파견 1999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장 선출 2001~201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재임 2013년 10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 2014년 12월 12일 주교수품 2015년 9월 26일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주교 임명 2020년 4월 15일 페루 카야오교구장 서리 임명 2023년 1월 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 임명 2023년 9월 30일 추기경 서임 2025년 5월 8일 제267대 교황 선출

[새 교황 레오 14세] 사진으로 보는 새 교황 탄생의 순간

새 교황 탄생 과정은 한 순간 한 순간 숨가쁘고 감동적이었다.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시스티나 경당 굴뚝만을 바라보며 새 교황 선출의 순간을 누구보다 빨리 맞이하려던 신자들이나 속보로 전해지는 기사들을 숨죽여 기다리는 이들이나 마음은 같았다. 착한 목자로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고 동시대를 사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새 교황이 탄생하기만을 기도했다. 그 기다림이 마침내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이뤄졌다. 미국 출신으로 페루에서 오랜 시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목했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올 때 아쉬운 탄성을 쏟아내던 군중들은 8일 오후 6시7분경(한국시간 5월 9일 새벽 1시7분경)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환희에 휩싸였다. 이어 오후 7시12분 교황청 수석 부제 추기경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축복의 발코니에 나와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는 새 교황을 가졌습니다”(Habemus Papam)라고 선포했고, 레오 14세 교황이 처음으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 14세 교황 탄생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전한다.

[새 교황 레오 14세] 한국교회, 사회 각계각층 한 목소리로 ‘새 교황 탄생 축하’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에 한국교회와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잇달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를 비롯해 서울·광주·대전교구 등은 5월 9일 메시지를 발표, 새 교황 선출에 기쁨과 축하를 전하며 새 교황과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은 우리에게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를 세우자고 말씀하셨다”며 “교황님의 바람대로 온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세계가 갈등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고, 우리 사회 안에 인간 존엄성이 더욱 절실해진 이때, 새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를 더욱 강력히 선포하시리라 믿는다”며 “새 교황님께서 한국 교회와 아시아,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이 첫 연설에서 하신 평화의 인사가 우리들의 마음속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라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기신 평화와 사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류의 화합과 평화 증진에 큰 역할을 해주시라 믿는다”고 밝혔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새 교황님은 오랜 기간 선교사로서 활동을 하시며 가난한 삶을 기쁘게 사셨고, 2023년부터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해 온 분”이라며 “참으로 좋은 목자를 새 교황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는 5월 11일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레오 14세 교황 선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장 주교는 “교황님은 시노달리타스의 교회, 평화·사랑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있기를 추구하는 교회를 이루도록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셨다”며 “새 교황님께서 하느님 뜻에 따라 맡겨주신 양떼를 잘 보살피실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정치·종교계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레오 14세 교황에게 축전을 보내 “앞으로 대한민국과 교황청 간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와 화해의 길을 내고, 고통받는 이웃을 지키는 진정한 관용과 용기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교황님의 첫 일성은 희망의 메시지였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권 문제에 교황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세계 가톨릭교회가 더욱 공고히 이웃과 주변부를 돌보며 ‘모두를 위한 교회, 모두를 포용하는 교회’로서 하늘과 세상을 잇는 교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평화와 연대의 정신이 온 세계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은 “(교황이) 전쟁과 갈등, 대립으로 힘겨워하는 인류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셨다”고 말했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시대의 변화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세계 종교의 새로운 기점으로 남을 것”이라 했고, 천도교중앙총부는 “레오 14세 교황의 사도 여정에 한울님의 특별하신 감응 있기를 심고(한울님께 마음으로 고하는 것)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새 교황 레오 14세]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전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저 또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 마음속으로 들어와, 여러분의 가족과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이, 모든 민족과 모든 땅에 가닿기를 빕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냘프지만 언제나 담대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귓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전임 교황님께서는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상을, 온 세상을 축복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 축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과 또 우리 서로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앞장서 가십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신 그분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 또한 저희를 도와, 그리고 서로서로 도와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건설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언제나 평화를 누리는 한 백성이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어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도록 저를 뽑아 주신 형제 추기경님 모두에게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면서,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가 되고자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들로서 언제나 노력하는 하나 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수사입니다. 성인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해 주신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우리는 다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 특별한 인사를 전합니다! (박수 소리)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 이 드넓은 광장처럼 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현존,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 말입니다]. 그리고 허락해 주신다면, 페루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사랑하는 치클라요 교구에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의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주교와 동행하고 믿음을 나누며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걸어 나가는 교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교회, 언제나 애덕을 추구하는 교회, 특히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하여, 온 교회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이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 (성모송) 2025년 5월 8일 레오 14세

종합

의정부교구, ‘축성생활의 해’ 기념 미사 봉헌

의정부교구(교구장 손희송 베네딕도 주교)가 교구 관할지역 내 수도자들을 초대해 축성생활의 해를 기념했다. 손희송 주교는 5월 7일 경기도 의정부교구 주교좌의정부성당에서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축성생활의 해 기념미사를 봉헌하며 한국교회가 보내고 있는 특별한 1년을 축하했다. 미사 후에는 수도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간담회도 열었다. 행사에는 교구 수도자와 사제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손 주교는 강의와 미사에서 수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순명과 청빈, 정결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계획과 이상이 아무리 좋다고 생각돼도 포기하고 봉헌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마찬가지로 수도자를 수도자답게 만드는 순명과 정결, 청빈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봉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의 자기 포기적 사랑은 그 삶을 살아가는 거룩한 이들을 통해 이어지고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손 주교는 강의에서도 사제 생활을 하며 교회 장상에게 순명했던 때를 되짚으며 교회 공동체 전체와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됐던 기억을 공유했다. 행사에서 수도자들은 예물 봉헌 중 올해 기준 교구 내 수도회들의 지구별 현황을 담은 ‘수도회 지도’를 함께 봉헌했다. 봉헌된 지도는 제대 앞에 놓였다. 수도자들은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열린 이번 행사가 함께 모여 소통하며 각자의 생활을 점검하고 수도 생활을 이어나갈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의정부교구 수녀연합회 회장 임현숙(루치아·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는 “주교님과의 만남은 축성생활의 해를 보내는 수도자들이 하느님 앞에 봉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기쁨을 증거하고 다시 한번 쇄신한 은총 충만한 하루였다”며 “오늘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신 모든 분과 주교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손 주교는 이날 수도자들에게 주문 제작한 묵주를 선물하고 격려했다. 이에 화답하듯 수도자들은 교구장 착좌 1주년을 맞이한 손 주교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했다. 손 주교는 2024년 5월 2일 의정부교구장에 착좌했다. 미사 후 주교좌성당 강당에 모인 참석자들은 준비된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눴다. 의정부교구에는 현재 32개 수도회 200여 명의 수도자가 8개 지구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도자들은 본당과 수도원·수녀원 등을 비롯해 민족화해센터, 모듬살이(새터민 아동공동생활가정), 구리 엑소더스 등 다수의 기관에 파견돼 복음을 전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 ‘전장연’과 대화…‘종탑 고공농성 멈추고 서로 대화 물꼬 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잇따른 성당 시위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대화에 나섰다. 정 대주교는 5월 7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전장연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었던 4월 18일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종탑을 무단 점거하고 탈시설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걸고 고공농성과 집회를 진행했다. 이어 5월 1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 등 여러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집회를 벌였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애도 기간인 지난 4월 24일에는 정자동주교좌성당 제대에 설치된 교황 빈소의 영정 앞에 현수막을 펼치고, 추모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 앞에서 시위해 물의를 빚었다. 정 대주교의 만남 제안에 전장연은 15일간 이어진 혜화동성당 종탑 고공농성을 종료했다. 종탑을 무단 점거한 활동가 민푸름·이학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정 대주교는 두 활동가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두 활동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전장연의 이어진 시위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폐지 청원을 진행한 것에 대한 항의에서 비롯됐다. 사회복지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중증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점, 자립보다 주거 전환만을 강조하는 점, 장애인 거주 시설을 일방적으로 탄압할 근거가 되는 점 등을 들며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만남에서 “다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위험한 곳에서 농성하는 분들이 안전하게 내려오길 기도하고 있었다”고 활동가들의 안부를 묻고 “교회도 인권과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며 큰 틀에서는 전장연과 근본적인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고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 그러나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당사자와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며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전면적이고 강제적인 탈시설은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괄적인 탈시설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참석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측과 대화로 풀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농성이 길어졌다”며 “이번 만남이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 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박경인 공동대표,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대표,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푸르른 생명 가꾸며 보람 느끼죠”

5월 9일 아침. 풀과 나무, 꽃이 만발한 인천교구 부천 삼정동성당(주임 남재현 티모테오 신부)의 정원은 호미와 쟁기, 쪽가위를 들고 조경에 나선 신자들의 구슬땀으로 아름답게 가꿔지고 있었다. 마당 한복판에 섬처럼 조성된 십자가의 길 동산에는 신자들이 돌봐온 금낭화 무더기가 녹음 한가운데 분홍빛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자주색 진달래와 붉은 철쭉 덩굴 틈에는 하얀 튤립이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사무실과 성모 동산, 사제관 앞 수십 그루 키 작은 소나무도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받은 가지런한 모습이었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빨강과 노랑, 보라색 꽃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성당을 ‘푸른’(綠) ‘동산’(園)으로 가꾸는 본당 신자들의 모임(會)인 ‘녹원회’(회장 박상욱 베드로) 회원들의 솜씨다. 녹원회는 나무와 화초에 애정을 가진 신자들이 30여 년 전 결성한 단체다. 성당이 누구에게나 ‘오고 싶은 곳’이 되게 하고자, 올해 주임으로 부임한 남재현 신부의 응원을 받으며 2월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석 달 만에 후원회원과 활동회원 60명이 모였다. 10여 명 회원은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아침 7시에 모여 성당 내 모든 교목과 관목 가지치기, 잡초 제거와 방제 작업, 거름주기, 화초 심기와 가꾸기를 하고 있다. 사다리차와 외부 전문가 손길이 필요한 키 큰 나무들의 가지치기 외의 모든 조경 봉사를 손수 한다.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L'essentiel est invisible pour les yeux,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일부러 심지 않아도 훈풍을 타고 날아와 어느 틈에 뿌리 내려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들, 알아서 연초록빛으로 태동하는 새싹들…. 녹원회 활동의 보람은 자연 속 가만히 지켜봐야 보이는 창조의 신비를 찾는데 있다. 동산과 정원이 가시적인 것 너머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공간임에 눈뜨게 되자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이곳에 주차장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힘을 잃는다. 박홍(하상 바오로) 총무는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해, 신자가 아닌 이웃 주민들에게도 ‘성당은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고 돌볼 줄 아는 곳이구나’라는 선교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박현지(로즈마리) 씨는 “우리가 진정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푸른 생명들을 가꾸고, 성당에 오고 가는 교우들과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31일까지 ‘이동노동자 찾기’ 온라인 설문

인천교구 노동사목부(전담 김지훈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방문 요양 보호사, 방문교사, 보험 모집인, 가스 검침원 등 상주 공간 없이 이동하며 일하는 교구 내 신자 이동노동자를 찾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자 이동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신앙생활에 대한 의견을 듣고, 교구 노동사목부 부설 이동노동자 쉼터 ‘엠마오’를 통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면서 신자 이동노동자에 대한 교회 내 관심을 환기하는 취지다. 노동사목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동노동자 실태를 파악하고 교회가 이동노동자들의 신앙생활에 유념해야 할 점을 분석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이동노동자들이 영육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피정, 신앙 나눔 등 지원 프로그램도 준비할 계획이다. 설문조사 참여 기간은 4월 15일부터 5월 31일까지다. 노동사목부는 설문조사 외에도 노동자들의 희년을 맞아 노동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월 4일에는 김지훈 신부 주례로 박촌동성당에서 제24회 노동자 주일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공인 노무사와 교구 노동사목부 실무자가 무료 노동법률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교구는 한국교회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주일을 제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또한 노동사목부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권마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자에게 희망을 전하는 노동자 기도서 ‘아름다운 노동자 이야기’ 발간을 마쳤다. 지난 3년간 매달 온라인으로 발행한 노동자 기도를 모은 책이다. 기도서는 교구 각 본당을 통해 신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 온라인 설문 링크 https://forms.gle/XrNpXstp6LWM57Vu9 ※ 문의 032-865-6792 인천교구 노동사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