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은 병자들을 향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들을 돕는 의료인과 봉사자의 사명을 되새기는 날이다. 특별히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병자들이 있다. 바로 미등록 이주민,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 체납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의료 사각지대의 이웃들이다. 그들의 절박한 현실을 진단하고, 쪽방촌 한복판에서 의료·정서·복지·법률 지원을 아우르는 ‘사회적 처방’을 펼치는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의 활동을 통해, 병자에게 진정 필요한 ‘곁에 있음’의 의미를 새겨본다. 의료 사각지대의 절박한 현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은 모든 인간이 경제·사회적 조건을 불문하고 어떤 차별도 없이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그 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된 이들이 존재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은 약 50만 명. 이들은 공적 의료 체계 밖에 놓여, 사고나 중증 질환이 생겨도 사실상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긴급복지지원법 역시 한국 국적자와 등록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202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급여가 제한된 생계형 장기 체납 세대는 6만6000세대 이상이다. 제도는 모든 국민을 포괄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적 빈곤이 의료 복지로부터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보험은 주민등록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정된 거주지를 갖지 못한 이들 역시 복지망 밖으로 밀려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은 의료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를 약 5만 명으로 추산한다.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로 비급여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곳의 의료 공백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 10명 중 2명은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며, 응답자의 약 40%는 생계난으로 인해 한 달 의료비 지출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절박한 ‘이웃’에게 그들이 간구하는 ‘사랑’을 요셉의원은 1987년 개원 이래 서울 신림동과 영등포동, 동자동 등에서 무료 자선 의료를 이어오고 있다. 요셉의원의 이웃들은 단순히 병만을 앓고 있지 않다.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된 이들은 물론, 고립과 은둔 속에 지낸 정신질환자,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도 많다. 때로는 외부 방문자가 정신적 외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접근해 2차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었다. 무연고자들의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선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의 소외, 생활 기반의 붕괴, 심리적·정신적 고립까지 겹쳐진 복합적인 문제다. 그래서 단순한 치료를 넘어 통합적인 돌봄, 근본적인 회복을 위한 동반과 종합적 지원이 절실하다. 요셉의원은 이러한 필요에 응답하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병·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위한 ‘방문 진료’ 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2025년 7월 서울역 인근 동자동으로 병원을 이전한 후에는 별도 조직인 ‘요셉이웃사랑센터’ 조직을 꾸려, 방문 진료를 한층 더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센터 방문진료팀은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돈의동·동자동·후암동 쪽방촌, 서부역 텐트촌 등지를 찾아 환자들을 직접 만난다. 진료와 처방, 복약 지도, 필요시 병원으로의 전원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수행한다. 사업의 핵심은 의료·정서·복지·법적 지원을 종합 제공하는 ‘사회적 처방’에 있다. 재단 사무총장 홍근표(바오로) 신부는 “그 누구도 생명의 소중함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교회 정신과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요셉) 병원장의 뜻에 따라 좀 더 전문화한 돌봄에 나설 계획”이라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심리상담과 알코올 중독 전문가, 트라우마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요셉이웃사랑센터는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과의 현장성 있는 동반을 위해 2월 중 동자동 쪽방촌 내 건물로 입주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봉사 문의 02-2637-7258 요셉의원 후원 담당자 ※후원계좌 우리 1005-604-557810 요셉나눔재단법인

2025년 2월 12일 마산교구 제6대 교구장으로 착좌한 이성효(리노) 주교가 착좌 1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교구 설정 60주년의 해로, 교구는 4월 18일 60주년 기념행사와 새 교구청사 축복식을 개최한다. 1월 28일 마산교구청에서 이 주교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었다. - 교구장 착좌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1년밖에 안 지났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합니다. 지난 1년이, 지난날과 그렇게 색다르거나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30년쯤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함께 지내는 신부님, 직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하시고요. 그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마산교구장좌는 2년 6개월간 비어 있던 상태였기에, 착좌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구 곳곳을 방문하시면서 직접 느끼신 교구의 가장 큰 장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교구민들을 만나면서 ‘오랜 신앙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참 순수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동 진교본당 삼장공소를 찾아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령화와 신자 수 감소, 공간 유지‧관리에 공소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저와 함께한 신자들은 그저 매우 기뻐 보였습니다. 꾸준히 공소를 지켜가는 깊은 신앙심이 정말 고맙고, 묵직하게 와닿았어요. ‘이것이 우리 마산교구의 힘이구나’ 깨달았고, 그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제 역할임을 알게 됐습니다. - 올해는 교구 설정 60주년의 해로 더욱 뜻깊습니다. 올해 계획은? 거창한 행사를 준비하진 않았습니다. 60주년 행사를 겸해 새 교구청사 축복식을 열 예정입니다. 마산교구청사는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교구 소유의 청사가 없던 상황에서 교구민들이 힘을 모아 2023년 완공한 것입니다. 그 의미가 남다르지만, 교구장이 없어 축복식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교구청사 축복식을 하고, 다음으로는 교구 규정위원회와 함께 여러 규정을 현실에 맞게 정리하며 내실을 다져갈 계획입니다. 새 교구청사 축복과 규정 정비로 내실 다지는 데 주력 ‘AI위원회 출범’…올바른 인공지능 활용 위한 지침 마련 - 60주년을 기념해 전국 교구 최초로 ‘AI 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역할이 궁금합니다. AI 위원회는 ‘AI 리터러시’, ‘AI 문해력’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올바르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죠. 위원들이 주일학교, 이주민사목, 교정사목 등 부문별로 AI 문해력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황청 AI 연구그룹’이 발간하는 도서들을 한국어로 번역해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영문으로 업로드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주체성 회복」을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진과 전문가들과 함께 번역 중인데, 4월 18일 60주년 기념행사 당일까지 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AI 활용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들이 대중매체를 접할 때도 문해력이 필요한데, AI를 활용해 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5월 31일 청소년 주일에 ‘청소년 교육과 AI’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그 결과를 「청소년 교육을 위한 AI 윤리 지침서」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 오스트리아 그라츠-섹카우교구와 자매결연한 지 55주년이 됐습니다. 그라츠교구에서 사제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 교구의 제2대 교구장 장병화(요셉) 주교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1971년 자매결연을 위해 오스트리아 그라츠교구를 직접 방문하신 장 주교님은 당시 낯선 타국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셨다고 하더군요. 이후 그라츠교구의 지원으로 가톨릭문화원, 양덕동주교좌본당, 여성회관 등 초기 교구의 기반 시설들이 갖춰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도움을 줄 차례라는 목소리가 사제단 안에서 나오고 있고, 선교 기금도 어느 정도 마련된 상황입니다. 수품 15년 차 이하 사제들을 일일이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해 가는 중입니다. 성령을 통해 기도하고 함께 나아가며, 구체적 내용을 결정해 갈 것입니다. -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라는 제목의 2026년 사목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향후 교구의 주요 운영 방향을 소개해 주신다면? 2025년 9월에 교구 사목평의회를 오랜만에 개최했습니다. 여러 상황과 교구장좌 공석에 의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열렸죠.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을 사목교서의 뼈대로 삼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경제적 빈곤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AI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장년과 노인, 이주민 등 모두가 여러 의미에서 ‘가난한 이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희망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갈 것입니다. 또한 교구의 취약점 중 하나인 청년사목의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경상남도 지역은 젊은 층의 이탈이 심각한 곳입니다. 일단 대학생 사목부터 한발 한발 다가가 볼 예정입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는 종착점이 아니라, 한국교회 청년사목이 새롭게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교구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사랑의 일치를 이뤄 간다면 그 어떤 파고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의 은총을 기억하며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저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정에 주님의 무한한 평화와 축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국제 설명회가 2월 4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중남미와 유럽 25개국 외교단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설명회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각국 외교단을 초청해 성사됐다. 행사에는 가스파리 대주교와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총괄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김남균(시몬) 신부 등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표를 맡은 조직위원회 국제부 파비아노 레베지아니 신부는 서울 WYD 개요와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해외 참가자들을 위한 항공·비자·숙박·의료·안전 등 제반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레베지아니 신부는 “서울 WYD는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대회”라며 “젊은이들이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는 동시에 교회의 보편성을 체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역사적 특수성을 언급하며,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시작됐고, 순교 신앙 위에 세워진 교회”라며 “서울 WYD는 진리를 찾는 여정과 평화에 대한 기도 그리고 분단 현실 속에서의 화해와 희망을 함께 나누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한 각국 주한대사와 영사, 관계자들은 서울 WYD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국 청년들의 참여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조직위원회는 향후 항공 계약과 숙박 계획 수립을 위해 각국 주교회의 차원의 참가 예상 인원 사전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한 외교 공관의 협조와 지속적인 소통을 요청했다. 한편,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앞으로도 전 세계 교회와 각국 외교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며 세계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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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스코를 완성해가는 우리”…살레시오회 청년들, 신학원 성당 외벽에 성인 벽화 그려

살레시오회 청년 회원들이 광주광역시 신안동 신학원 성당 엘리베이터 외벽을 돈 보스코(요한 보스코) 성인의 벽화로 꾸며 눈길을 끈다. ‘돈 보스코를 완성해가는 우리’ 제목의 벽화에는 소년, 소녀들이 붓을 들고 돈 보스코 성인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벽화 축복식은 돈 보스코 사제 기념일인 1월 31일 열렸다. 신학원은 2018년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을 찾아오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성당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덕분에 어르신들의 이동은 한결 편해졌지만, 밋밋하고 각진 엘리베이터 외벽이 마음에 걸렸다. 이에 수도회 공동체는 “엘리베이터 외벽을 돈 보스코의 사랑을 담은 벽화로 채우자”고 마음을 모았고, 2025년 11월부터 신학원 부원장 김형식(루피치노) 신부가 구도를 잡아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업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 진행됐지만, 청년들의 꾸준한 참여와 헌신 덕분에 3개월 만에 벽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바쁜 학업과 일상 중에도 시간을 내어 채색 등 주요 작업에 힘을 보탰고, 그 정성이 작품 곳곳에 담겼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김예훈(요한 사도) 군은 “그동안 사실 돈 보스코 성인의 얼굴을 자세히 몰랐는데, 벽화를 함께 그리며 성인을 깊이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며 “수도원을 찾는 많은 분이 저희가 그린 성인의 벽화를 보며 기뻐하실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진선(소화 데레사) 양도 “겨울 추위로 힘들었지만 신부님, 수사님, 어르신들의 격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벽화 속 아이들처럼 저도 주위 사람들을 잘 돌보고 함께하는 돈 보스코 성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살레시오회 허득진(다니엘) 신부는 “벽화는 단순히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청년들의 사랑과 형제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며 “벽화를 대하는 모든 사람이 성인이 물려준 정신을 일상에 실천하는 것으로 그 남겨진 부분을 완성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톨릭 쉼터] 교회사 속 ‘커피’ 이야기

한국인은 한 해 평균 416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는 세계 평균 150잔의 약 2.8배에 달하는 수치다(2024년 유로모니터 기준). 이처럼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이 커피에도 교회와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교회사 속 커피 이야기를 만나 보자. ‘악마의 음료’, 축복을 받다? 커피라고 하면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그리스도교 문화가 깊이 자리 잡은 나라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16세기 무렵, 유럽의 신자들 사이에서 커피는 ‘악마의 음료’로 불릴 만큼 거부감을 주는 음료였다. 당시 커피를 즐기던 이들은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이었다. 오스만제국은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리고 유럽과 지중해로 진출해 신성로마제국의 수도 빈까지 침공하는 등 잦은 전쟁을 벌였다. 유럽인들에게 커피는 이교도이자 적국의 음료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 ‘악마의 음료’가 그리스도교 문화권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 바로 클레멘스 8세 교황(1535~1605)이다. 당시 신자들은 교황에게 커피를 금지해 달라고 청원했고, 교황은 커피가 유해한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마셔보았다. 그는 커피를 맛본 뒤 금지는커녕 오히려 그 풍미를 극찬하며, 커피에 축복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커피는 교황의 손을 거쳐 악마의 음료가 아닌 축복받은 음료가 되었다. 교회와 커피에 관한 이야기에서 카푸친 작은형제회 복자 마르코 아비아노(Marco d’Aviano, 1631~1699)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북부 아비아노 출신인 그는 오히려 오스트리아 빈에서 더 크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1693년 오스만제국이 두 달 동안 빈을 포위했을 때, 빈을 지켜낸 결정적인 역할을 그가 해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각국의 군주들은 내분과 경쟁으로 연합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복자는 설득과 설교로 그들을 하나로 모아 ‘신성 연맹’을 결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설교와 기도는 연합군의 사기를 높였고, 결국 오스만제국군을 물리치며 빈을 지켜낼 수 있었다. 당시 전장에서 오스만군이 남기고 간 진한 커피에 복자가 따뜻한 우유와 꿀을 섞어 마셨고, 이것이 오늘날 ‘카푸치노’의 기원이 됐다고 전해진다. 카푸치노라는 이름은 그가 속한 수도회 카푸친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는 역사라기보다는 전승이나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중동에서 유입된 커피에 처음엔 거부감을 가졌던 교회가 점차 커피와 가까워지게 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이기도 하다. ‘복음은 커피를 타고’ 커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그리스도교 문화권으로 전해졌을 뿐 아니라, 이후 그리스도교 복음 선포의 여정에도 함께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늘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콜롬비아 커피다. 콜롬비아 커피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18세기 예수회 소속 호세 구미야 신부가 남긴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선교지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생계를 고려하며 커피 재배를 시험했고, 이 작물이 현지에서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본격적인 커피 재배도 교회의 복음화와 함께 확산되었다. 특히 19세기, 살라사르 데 라스 팔마스본당에서 사목하던 로메로 신부는 ‘커피나무 심기’를 고해성사 보속으로 줄 정도로 재배를 적극 권장했다. 이후 커피는 곧 신자들의 생계를 돕는 중요한 작물이 되었고, 이 지역은 콜롬비아 커피 재배의 요람이 됐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전래된 가장 이른 기록 또한 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1860년 3월 6일, 성 베르뇌 주교는 리브와 신부에게 선교에 필요한 물품 목록을 요청하며 그중 하나로 커피 40리브르(약 18.14kg)를 포함시켰다. 이듬해 조선에 입국한 선교사를 통해 커피를 전달받은 그는, 편지를 통해 “커피 덕분에 여름을 예전보다 훨씬 잘 보낼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베르뇌 주교는 이후에도 1861년, 1863년, 1865년에 걸쳐 커피를 지속적으로 청했고, 누적량은 약 130kg에 달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 약 4g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감안하면, 총 3만2500잔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커피의 희소성으로 인해 두세 번씩 우려 마셨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코 혼자 마시기는 어려운 양이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베르뇌 주교가 커피를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선교의 일환으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짐작해볼 수 있다. 신자들과 둘러앉아 커피향을 음미하는 목자의 모습도 결코 허황된 상상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고종 황제가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약 30년 뒤다. 조선교회 신자들은 이미 그 이전에 베르뇌 주교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보다 전,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에서 교육을 받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 역시 커피를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혹독한 박해 속에서 복음을 전하던 그 선교 현장에도, 은은한 커피 향이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례, 걷고 기도하고] 인천교구 이승훈 베드로 성지

조선 첫 영세자로서 초대교회 신앙공동체를 이끄는 데 헌신했던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 몇 차례 체포와 유배 끝에 순교까지 했던 그의 정신을 뿌리로 조선교회는 사제 없이 평신도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이고 약 100년간 1만 명 넘는 순교자를 배출했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한 이승훈은 인천 장수동(반주골) 산135번지(남동구 무네미로 143) 소재 선산에 묻혔다. 그 순교 공적을 기리고자, 인천교구와 인천시는 이승훈 묘역(인천시 기념물 제63호)을 중심으로 약 5만㎡ 대지에 역사공원과 기념관을 갖춘 ‘이승훈 베드로 성지’를 조성했다. 선교사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조선교회 근원을 간직한 성지를 찾았다. ‘월락재천, 수상지진(月落在天, 水上池盡)’ 인천 만수역에서 인천대공원역에 이르는 ‘이승훈베드로길’ 끝에 사방으로 트인 공터가 나타난다. 4단으로 된 피에타 연못과 정원이 입구에서 순례객을 반긴다. 4대에 걸쳐 아들 이신규(마티아), 손자 이재의(토마스) 등 8명 순교자를 배출한 이승훈 집안의 순교 내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을 지나 펼쳐지는 ‘이승훈 베드로 광장’ 잔디밭 너머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원형 건물 ‘이승훈베드로성지기념관’이 있다. 이승훈 순교 정신을 기리고 순교 신앙을 체험할 수 있는, 신앙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기념관 오른편 벽에는 이승훈이 참수형을 앞두고 남긴 신앙 고백문 ‘월락재천, 수상지진(月落在天, 水上池盡)’이 붙어 있다. “달은 비록 지더라도 하늘에 남아 있듯이 내 신앙은 천주 안에 그대로 남아 있고, 물이 솟구치더라도 연못에서 다하는 것 같이 내 신앙은 결국 천주 안에서 다한다”는 뜻이다. 건물과 중앙 광장도 달(月)과 연못(池)을 형상화해 원형으로 조성됐다. 공터에 깊이 스미는 자연광은 어둠 속에 빛이신 주님을 찾던 선조들의 믿음을 엿보게 한다. 과시보다 절제, 설명보다 체험의 의미를 살리고자 빛과 그림자, 단단한 재료(석재)와 비어 있는 공간의 대비를 강조했다. 기념관 2층 상설 전시실은 이승훈이 최초의 세례자이자 조선교회의 반석, 순교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인간적 고뇌, 대를 이은 후손들의 순교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이승훈을 통해 전해진 초기 신앙자료들, 그가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에게 가성직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제 파견을 요청하며 보냈던 서한 등 다양한 사료도 전시돼 있다. 을사추조적발사건, 정미반회사건, 진산사건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상황에서 이승훈이 겪었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신유년(1801년)에 순교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했던 진정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상 전시실은 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과 평화로운 분위기의 대형 영상도 상영돼 순례객이 잠시 머물며 묵상하기에도 좋다. 입구에는 이승훈이 북경 북당성당에서 그라몽 신부에게 세례받는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이 있다. 순교자를 따르는 순례자는 오늘 잠시 이승훈이 되어 찰칵, 추억 한 컷을 남긴다. 평신도에 의해 태동한 조선교회를 묵상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평신도들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여 세운 조선교회. 자발적 복음화의 근원을 품은 성지라는 점에서 이승훈 베드로 성지는 의미가 크다. 1층 경당 제대 뒤쪽 벽에는 루카복음 18장부터 24장까지의 말씀이 적혀 있다. 대리석 위 오목새김(陰刻)된 글자마다 색유리 조각이 수 놓여 경건하고도 차분하다. 한국교회 최초로 번역된 성경이 루카복음이라는 의미와, 평신도로서 조선교회 창설 주역이었던 이승훈의 공통점에 착안한 디자인이다. 벽 오른편에 유리 조각 45개로 만들어진 감실은 45세 나이로 순교한 이승훈의 의지를 형상화했다. 신자석 오른쪽 벽에 걸린 십자가의 길 유리공예 작품은 유리 3장 안에 주님 수난과 조선교회 평신도 순교 정신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를 상징하는 노란 선과 오상(五傷)을 상징하는 빨간 점들 사이로, 평신도들에 의해 조선교회 신앙의 꽃이 피었음을 상징하는 초록색 점이 수 놓여 있다. 기념관 뒤 산속에는 이승훈과 두 아들의 묘소까지 이르는 400m 십자가의 길이 목재 데크로 조성돼 있다. 설명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묵상의 길…. 신앙을 증거한 한 사람의 선택이 한 가정, 더 나아가 한 교회의 역사가 되었음을 깊이 느끼게 한다. 전시실, 묵상 공간, 경당, 산속 순례길이 이어진 성지는 순례자가 ‘역사에서 신앙으로’, ‘지식에서 묵상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이승훈 묘역 성지개발 담당 겸 대외협력위원장 정광웅 신부(마르코·인천교구 성지개발위원회 위원장)는 “이승훈의 삶이 바로 우리 신앙인 각자의 삶”이라며,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시는 주님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성지를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내·해설 봉사자 박명숙(엘리사벳·인천교구 부평1동본당) 씨는 “역사공원과 기념관을 둘러본 후 산속을 거니는 십자가의 길 여정을 통해 ‘내 신앙은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가’라는 묵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은 경당 내 추모의 벽과 기도의 벽, 후원자의 방, 십자가의 길 14처에 후원자 이름과 세례명을 기록하고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순례 길잡이 - 미사: 매주 화~토요일 오전 11시(매월 세번째 목요일은 오후 3시 후원회 미사) 주일·월요일 미사 없음 - 후원 계좌 신협 131-016-645915 (재)인천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순례 문의 032-765-6916 이승훈베드로성지기념관

“방송이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실제 현직 사제가 역할 맡아 가상의 캐릭터 신부로 방송 젊은층에 친숙하게 다가가며 ‘디지털 대륙’의 복음화 추구 “성당에 가면 영화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강동원처럼 잘생긴 분이 있나요?” “신부님, 슈크림 붕어빵은 이단인가요?” 쏟아지는 엉뚱한 질문에 재치 있는 답변으로 온라인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가상의 캐릭터 신부가 있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방송이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며 웃음을 주는 신부, 바로 한국교회 첫 버튜버 ‘레옹 신부’다. 버튜버는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의 약자로 가상의 캐릭터를 내세워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레옹 신부는 만화에 나올 법한 미소년의 얼굴에 사제복을 입은 캐릭터다. 레옹 신부 역할을 하는 실제 인물은 현직 교구 신부다. 문화 선교를 목표로 교구의 공식 절차를 거쳐 버튜버로 데뷔했다. ‘천주교 버튜버 레이블 홀리라이브’ 소속으로 활동하는 레옹 신부는 시청자들이 교회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화 선교를 펼치고 있다. 주 대상은 ▲저연령 ▲비신자 혹은 냉담자 ▲게임·만화·인터넷 방송 등의 문화에 익숙한 그룹이다. 아레오파고스에서 보여준 바오로 사도의 선교 모범을 본받아 디지털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서로 다른 알고리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신앙으로 연결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신부가 버튜버로 활동한다는 소식에 많은 청소년·청년 시청자가 레옹 신부의 방송에 모이고 있다. 2025년 12월 20일 첫 방송 이래 시청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로, 가장 최근인 1월 30일 방송에는 3900여 명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시청자의 약 75%가 34세 미만으로 젊은 세대 시청률이 높다. 레옹 신부는 “현재 교회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20대가 시청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방송마다 적어도 10건씩은 ‘냉담을 풀었다’, ‘천주교 신자 아닌데 성당이 궁금해졌다’, ‘처음으로 성당 가봤다’ 등의 후기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정말 감사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레옹 신부가 꿈꾸는 방송은 바로 “누구나 놀다 갈 수 있는 신부 방”이다. 그는 실제로도 집무실을 청소년·청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간식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내어준다. 비유하자면 정돈된 기도실이나 강의실보다는 어린이들이 흙장난을 하도록 펼쳐진 놀이터 같은 공간을 추구한다. 레옹 신부는 “신자가 아니어도 그저 사람들이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방을 열어놓은 신부 하나 정도로 남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며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천주교에 대해, 무엇보다 예수님에 대해 너무 어렵지 않고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예수님을 더 알아보고 싶다,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레옹 신부의 방송은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이나 유튜브에서 ‘레옹 신부’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 레옹 신부 만나러 가기

종합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기증 ‘4000례’ 달성

“4000명의 기증자 한 분 한 분이 이웃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의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기증 4000례 달성 기념행사가 1월 21일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 파크에서 열렸다. 4000번째 기증자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배진실 간호사다. 조혈모세포는 우리 몸에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씨앗’과 같은 세포로,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환자에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가족 중에 적합한 기증자가 없는 경우,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증이 유일한 희망이 된다. 이 때문에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기증 4000례 달성은 숫자 이상의 이웃 사랑 실천으로 평가된다. 모든 기증자의 용기 있는 선택과 이를 뒷받침한 의료진·조정자들의 헌신이 모여 이뤄낸 결과로 의미가 깊다.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환자를 위한 기증자들의 공헌이 수많은 생명을 다시 꽃 피운 것이다. 정연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장은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기증은 자신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에게 생명을 건네는 매우 특별한 나눔”이라며 “앞으로도 기증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환자들 또한 더 빠르고 안전한 치료 기회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이식 조정을 수행하는 두 곳의 기관 중 한 곳으로, ‘생명 존중’의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생명 나눔의 가치를 현장에서 꾸준히 실천해 왔다. 아울러 1994년 설립 이후 32년간 조혈모세포 이식 조정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기증자 모집과 등록, 건강검진, 세포 채취, 환자와의 적합성 확인, 국내외 이식센터와의 협력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환자와 기증자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왔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기증자 예우 강화, 기증 절차의 안전성과 편의성 향상, 생명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교육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이 특별한 결심이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명 나눔 문화로 자리 잡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고대 그리스도인들이 병역 거부한 이유는?” 한국교부학연구회 학술발표회 개최

한국교부학연구회(이하 연구회)는 1월 26일부터 27일까지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제29차 정기모임과 제22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모임에는 연구회 정회원과 준회원, 신학생 등 모두 26명이 참석했다. 학술발표회에서는 김현 신부(안셀모·부산교구 석포본당 주임)가 ‘투르의 마르티누스는 왜 병역을 거부하려 했을까? - 평화에 대한 교부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했고, 한창용 신부(시몬·수원교구 남한산성성지 전담)가 논평을 맡았다. 학술발표회는 한겨울 헐벗은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를 반으로 잘라서 나눠주고, 폭력에 맞서 평화주의를 실천한 의인인 투르의 마르티누스를 교부학적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평화의 도구인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역할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 김 신부는 “고대교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군복무를 기피한 이유 중 하나는 황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인의 의무가 서로 충돌했기 때문”이라며 “투르의 마르티누스도 ‘그리스도의 군인’으로서 평화의 도구가 돼 세상의 평화가 아닌 주님의 평화를 찾고자 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숨을 걸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정기모임에서 인공지능(AI)이 번역계에서 일으키는 변화를 직시하고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2027년 정기모임에 AI 전문가를 초청해 학술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성 아우구스티노 전집 라틴어 원전과 현대어 번역본을 30년 가까이 무료로 제공해 온 ‘누오바 비블리오테카 아고스티니아나(Nuova Biblioteca Agostiniana)’의 본보기를 따라 무료 ‘아우구스티누스 디지털 도서관’을 연구회에서 추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한 한국교부학연구회의 주춧돌을 놓은 고(故) 이형우(시몬 베드로) 아빠스 선종 10주기인 2026년 11월 27일 열릴 예정인 추모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성금 모아 장애 이웃에 명절 선물 보내요”

사회복지법인 자애종합복지원이 운영하는 성모자애복지관이 서울 강남구 세곡동·자곡동·율현동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 장애 이웃을 위해 따뜻한 정성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복지관은 1월 7일부터 2월 13일까지 ‘설맞이 세자율 장애 주민과 함께하는 만원 프로젝트’ 모금을 하고 있다. ‘세자율’은 세곡동과 자곡동, 율현동의 앞 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만원 프로젝트’는 3개 동 주민 한 사람이 1만 원씩 모아 지역 내 장애인 가정 50곳에 설맞이 선물을 전달하는 주민 참여형 나눔이다. 선물은 떡국과 김, 식료품, 생필품 세트 중 장애인 주민이 직접 선택한 품목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지원 물품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품목을 반영하기 위한 방식이다. 복지관은 명절 나눔을 지역 공동체 안에서 실천함으로써 주민들이 같은 지역의 이웃을 돕는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또한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장애 이웃들이 명절에 느끼기 쉬운 고립감을 덜고, 이웃 간 정서적인 교감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복지관 관장 김진영 수녀(골롬바·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이웃 간의 연결이 약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번 ‘만원 프로젝트’가 주민과 장애 이웃을 조금 더 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설날을 맞아 주민들의 마음이 장애 이웃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복지관은 설날을 앞둔 2월 12일 각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고 안부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성모자애복지관은 매년 설날을 비롯한 주요 명절마다 ‘만원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주민 참여로 장애 이웃을 돌보는 명절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