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OSV] 레오 14세 교황이 사형제도는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10월 10일 ‘세계 사형제도 폐지의 날’을 맞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형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의를 실현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감 제도가 마련돼 있으며, 이를 통해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면서도 그들이 속죄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며 “사형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동선을 보호하고 정의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을 보호하면서도 죄를 지은 이들에게서 속죄의 가능성을 완전히 앗아가지 않는 효과적인 수감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게시글에 ‘사형제도 반대’(#NoDeathPenalty)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교황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 정부가 니달 말리크 하산의 사형 집행 장면을 공개 생중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10월 9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미국 주교회의 의장은 각각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육군 군의관 출신 정신과 의사인 하산은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사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32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3년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송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의 사형이 12월 3일 포트후드에서 집행될 예정이며, 그 장면을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에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는 명칭을 부차적·의례적 명칭으로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자신을 ‘전쟁부 장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이후 엑스에서도 사형 공개 계획에 관한 발언을 재확인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10월 9일 기자들과 만나 사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려는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누군가 이런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무슨 목적에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으며 범죄 억제 효과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폴 코클리 대주교도 10월 9일 미국 정부의 계획에 “충격과 깊은 슬픔”을 표하며 재고를 촉구했다. 코클리 대주교는 바티칸뉴스에 “하산의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결정은 죽음의 문화를 야만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 처형이 미국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국민이 언제나 생명을 선택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교구장이기도 한 코클리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심각한 해악을 저지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공개 처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더욱 훼손하고 국민의 양심에 오점을 남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하느님은 생명의 하느님이시다”라며 “하산의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번 결정은 죽음의 문화를 야만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본래 지닌 신성함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267항을 개정해 현대 사회에서 사형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히 했다. 개정된 교리서는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인용해 “사형은 도덕적 관점에서 부적절하며 형사법적 관점에서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올해 초 자신의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의 사형제도 폐지 15주년을 기념해 가톨릭 사형제도 폐지 운동가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예정대로 하산의 사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할 경우 미국 정부가 사형 집행을 일반 대중에게 생중계하는 첫 사례가 된다. 미국 사형제도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공개 처형이 이뤄진 것은 1937년 미주리주에서였다.
“제가 담당하는 조선 5도에는 매우 험준한 조선의 알프스산맥이 도처에 있습니다. 신자들은 깎아지른 듯이 높은 산들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깊은 골짜기마다 조금씩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1851년 10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는 스승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깊은 산속에 자리한 교우촌을 찾아다니는 사목 여정을 이렇게 소개한다. ‘충북의 알프스’라고도 불리는 충북 보은군 구병산 자락.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건물을 만났다. 최양업 신부는 같은 편지에서 이곳을 이렇게 전했다. “…멍에목이라는 한 산골에 천주교 신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찾는 ‘나그네’들의 거처 청주교구 멍에목성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성당이었다. 정팔각형의 벽면 위에 팔각뿔 형태로 지붕이 올라간 성당의 모습은 언뜻 유목민들의 천막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신앙 하나만을 보고 나그네살이를 자처했던 멍에목 교우촌의 신자들을 닮았다. 이 깊은 산골 멍에목에 정확히 언제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교회사 기록에 멍에목이 등장하는 것은 1827년 정해박해 때부터다. 당시 상주 포교는 멍에목에 살던 복자 박경화(바오로)·박사의(안드레아) 부자를 체포했고, 대구 감영으로 이송된 두 복자는 마지막까지 하느님을 증언하다 순교했다.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깊은 산속 멍에목까지 숨어 들어왔지만 이곳마저 발각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멍에목 교우촌의 신자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1866년 병인박해 때는 김종륜(루카) 복자가 이곳에서 생활하다 울산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하느님의 종 전 야고보가 체포됐고, 또 다음 해에는 하느님의 종 최용운(암브로시오)과 여 요한과 최조이 부부, 안 루카, 여규신, 최운흥 등이 붙잡혀 순교했다. 그렇게 멍에목에 박해자들이 들이닥치면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다시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깊은 산골짜기에 모여들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숨어들었고, 같은 이유로 흩어졌고, 또다시 같은 이유로 모여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루카 9,58)고 하신 예수님을 따라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나그네 살이 하던 신앙 선조들이 이곳에 살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께 의탁하다 “과연 우리는 천주교를 믿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극히 좋으신 하느님께 항상 의탁하며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안배를 칭송할 뿐입니다.” 최양업 신부는 편지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멍에목 신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멍에목 신자들의 신앙은 비신자들까지도 감복시켰다. 하느님께 대한 확신에 가득한 이 목소리에 지체 높은 양반 조 씨는 큰 기쁨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버리고 세례를 받았다. 조 씨가 멍에목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화재로 모든 것이 타 버린 마을의 이야기를 들은 조 씨는 그곳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려 했다. 그런데 마을의 누구 하나 근심하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기까지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조 씨는 마을 사람들을 붙들고 그 이유를 물었지만, 도무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집요한 물음 끝에 마침내 이 대답을 들은 조 씨는 비로소 만족하고 크게 기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만을 섬기기로 결심했다. 먼저 온 집안 식구들을 온갖 구실로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우연한 화재처럼 꾸며 집과 위패를 불태웠다. 그리고 실성한 것처럼 위장한 뒤 멍에목을 찾았고, 이곳에서 최양업 신부에게 세례를 받아 ‘바오로’가 됐다.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의 영성을 담아 최양업 신부가 집전한 세례성사는 수없이 많겠지만, 세례를 준 장소와 그 사연, 세례받은 이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것은 멍에목이 유일하다. 이런 세례의 영성을 담은 곳이 성지의 ‘세례성당’이다. 정팔각형 형태의 성당은 건축 자체로 세례의 영성을 표현하고 있다. 교회 전통에서 ‘8’은 ‘여덟째 날’, 그리스도의 부활로 시작된 ‘새 창조’와 새로운 생명을 상징한다. 그리고 팔각뿔의 꼭짓점으로 모이는 천장을 바라보면 삼위일체 하느님을 표현한 성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 바로 아래에 세례대가 자리하고 있다.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들이 하느님을 향하고 또 하느님의 은총이 모든 백성을 향해 내리는 모습이 성당의 형상과 성미술의 조화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례성당’ 바로 지하에는 ‘세례동굴’도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산자락에서 사시사철 흐르는 자연수로 세례갱신식을 할 수 있어, 세례의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또한 성지는 인근 펜션을 매입해 조성한 순례자의 집에서 순례자들이 세속을 떠나 하느님 안에서 깊이 머물던 신앙 선조들을 기억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지 담당 권상우(베드로) 신부는 “최양업 신부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양들만 바라보고 사목하신 것처럼, 멍에목성지도 화려하고 커다란 구조물이 아닌 소박한 건물로 조성돼 있다”면서 “신앙의 고민이 있거나 하느님을 온전히 만나고 싶은 분들이 조용히 와서 오래, 깊이 머물다 가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순례 길잡이 - 주소: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길 18 - 미사: 매주 화~주일 오전 11시 - 순례 문의: 043-543-0690
남수단 재건지원단(이하 한빛부대) 21진과 해군 순항훈련전단에는 각각 군종교구 사제가 파견돼 낯선 작전지역과 대양 한가운데서 장병들과 함께하고 있다.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것은 물론 다른 종교 장병들의 종교활동을 지원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10월 11일 군인 주일을 맞아 특별한 환경에서 장병들의 곁을 지키는 군종교구 여상민(베드로) 신부와 홍석진(요한 보스코)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수단 재건지원단 여상민 신부 장병들과 동고동락하며 ‘밀착 사목’ 평화를 일구러 왔습니다 “그간 멀리서 기도지향으로만 만났던, 굶주리고 분쟁으로 고통받는 현장을 직접 접하고 이곳 주민들을 만나면 마음 한편이 아픕니다.” 내전과 종교·부족 간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수단. 국제적 도움이 절실한 이곳의 종글레이주 보르 지역에 한빛부대 21진이 파견돼 도로 구축과 부대 주둔지 정비, 한빛농장을 통한 현지 주민 농업기술 전수, 유엔 직원 대상 한국어 교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파병 장병 중 신자는 30여 명으로 여상민 신부가 이들과 함께 파견돼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한빛부대 21진에 군종장교는 여 신부가 전부다. 주일에는 한빛성당에서 신자 장병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한편 타종교 장병들의 종교활동도 돌본다. 여 신부는 “각 종교 대표 신자가 주관하는 예배나 법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돕는다”고 했다. 평소에는 군종병과 함께 아이스커피와 팥빙수를 준비해 작업현장을 두루 다니며 나눠주고, 성당과 교회, 법당과 같은 종교시설도 관리하는 등 행정업무도 많다. 한빛부대는 간부와 병사 구분 없이 모두 부대 내에서 단체 생활을 한다. 이는 군종사제도 마찬가지여서 여 신부는 아침 점호부터 식사, 부대 회의까지 모두 군인들과 함께한다. 여 신부는 “평소에 일과를 보다가 신자 군인을 마주치면 조용히 강복을 해 주는 등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신자 군인들을 만나다 보니 말 그대로 같은 부대원처럼 가깝게 지낸다. 시간이 맞을 때는 장병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때도 많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함께 운동하며 저녁을 보낸다. 여 신부는 “한 부대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니 군 사목도 아기자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7명의 장병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새 자녀로 태어났다. 한빛부대에서 군종장교의 역할은 남수단이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장병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돕고, 때로는 함께 견뎌내는 것이다. 여 신부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내전의 상흔과 굶주림에 따른 약탈로 불안정한 치안이 계속되는 상황은 부대원들에게 항상 긴장감을 준다”며 “여기에 더해 매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부대원들은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군종신부로서는 언제 이렇게 장병들과 그리고 신자들과 밀도감 있게 한 공간에서 어울려 살아볼 수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 홍석진 신부 고립된 함정 속 ‘영적 버팀목’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서도 이어지는 군종 사목 “군종장교란 지휘관부터 이등병까지 구성원 모두를 돌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종 사목은 태평양을 누비는 배 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홍석진 신부가 동행하고 있는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해군사관학교 81기 사관생도 140여 명을 비롯해 지휘부와 승조원, 해군 군악대, 해군특수전전단(UDT) 등 총 39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약 20명의 장병이 신자다. 이들은 교육 훈련함인 한산도함을 타고 지난 9월 11일 경남 진해에서 출항해 내년 1월 22일까지 약 5개월간 미국과 과테말라, 파나마, 칠레 등 7개국을 방문하며 해군사관학교 사관생도 군사실습과 군사 외교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각자의 임무가 달라 신자 군인들이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매주 수요일 저녁과 주일 오전에 종교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홍 신부는 “신자 군인들은 수요일에는 성경을 묵상하거나 교리 교육을 받고, 주일에는 미사에 참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간다”며 “해군은 함정 생활로 인해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때도 있는데, 특히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장병들이 편안하게 고해성사를 드리고 훈련 기간에도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동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순항 중 들른 육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한다. 9월 27일에는 진주만 기념공원 등을 견학하기 위해 들른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교구 성 베드로와 바오로 성당에서 지역의 한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홍 신부는 신자가 아닌 장병들에게도 직접 찾아가는 사목을 펼친다. 장병들의 당직 개소에 간식을 직접 나눠주고, 휴식시간에도 방을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담소를 나누거나 상담도 해 준다. 순항훈련에 동행하기 전 홍 신부는 해군사관학교 3학년이 받는 ‘연안 실습’에도 참여하며 배 위에서의 군종 사목 경험을 쌓았다. 홍 신부는 “확실히 국내 연안과 대양은 다른 것 같다”며 “함정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 자체로도 힘들지만 전단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군종장교들을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순항훈련전단은 각기 다른 부대에서 다양한 인원들이 모인 데다, 400명 가까운 인원이 한 척의 함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구성원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군종장교들의 몫이기도 하다. 홍 신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수많은 해군 장병이 있다는 것을 교우들이 기억하고 또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2026년 대림 시기부터 한국교회에서 거행되는 모든 미사 전례 때 사용할 미사주로, 호주 예수회가 클레어 밸리에서 운영하는 ‘세븐힐’(Sevenhill Cellars)’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알라냐 비니(Alagna Vini)’에서 생산하는 포도주를 선정했다. 주교회의는 전문 주류 유통기업인 동원와인플러스와 10월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공식 미사주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호주 세븐힐(Sevenhill Cellars)은 1851년 예수회 사제와 수사들이 설립한 호주 최초이자 유일한 예수회 소유 와이너리로, 교회법에 따라 인공 첨가물 없이 100% 순수 포도만으로 양조된 주정 강화 미사주를 생산한다. 현재도 사제들이 생산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며, 남태평양,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한다.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Alagna Vini)는 시칠리아 서부 마르살라에 위치한 3대째 이어 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이탈리아 정부의 ‘역사적 브랜드’(Marchio Storico) 인증을 받은 포도주 명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교황청에서 공식 사용하는 미사주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중세 시대 채석장을 개조한 최적의 저장 환경에서 관할 교구의 승인과 감독 아래 철저히 생산·관리되며, 시칠리아 토착 품종으로 양조되어 깊은 풍미와 우수한 보존성을 자랑한다. 고품질 미사주의 수입과 공급을 전담할 동원와인플러스는 동원그룹이 100% 출자해 2003년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 전문 기업이다. 전 세계 15개국 약 150개 브랜드, 650개 이상의 와인 품목을 취급하며, 온채널 중심의 탄탄한 전국 영업망과 전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주교회의는 ‘미사주 성분 검증, 전례적 인준과 품질 감독’을 맡는다. 동원와인플러스는 ‘해외 와이너리 계약, 수입 통관, 주문, 거래, 물류 배송 등’을 전담한다. 한국교회는 1970년대까지 교구별로 미사주를 수입하여 사용했다. 당시 미사주 수급의 어려움으로 주교회의는 한국교회 차원에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을 통해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교황청으로부터 변질되지 않을 정도로 설탕을 첨가할 수 있는 허락도 받았으나(1972년 12월 16일), 포도 재배와 생산 시설 확보 및 기술 문제 등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가운데 동양맥주(두산주류BG 전신)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를 통하여 1977년부터 국산 포도주를 발매한다는 계획을 알리며, 1975년부터 미사주를 생산하여 전량 교회에 봉헌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주교회의는 동양맥주가 제조하는 국산 포도주를 미사에 사용하기로 하고, 제조상의 감독권을 전례위원회에 일임했다.(주교회의 1975년 추계 정기 총회) 이후 주교회의는 1977년 9월 동양맥주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마주앙 미사주’를 전국적으로 보급해 왔으며, 2009년 두산주류BG의 주류 사업 매각에 따라 롯데칠성음료가 지금까지 미사주 보급을 이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포도 농가의 고령화와 재배 면적 감소, 저당도(11-13 Brix) 국산 포도의 품질 문제 등으로 미사주의 품질 유지와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 특히 생산 공장의 이전 문제 등으로 2026년 말까지 기존 마주앙 미사주 재고를 소진한 후에는 해외 수입 미사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주교회의는 2025년 ‘미사주품질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고품질 미사주의 해외 수입을 추진해 왔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탈리아, 미국, 호주, 칠레 등 4개국 주교회의의 추천을 받은 후, 주교회의 실사단을 현지에 파견하여 교회법 준수 여부와 품질을 엄격히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포도주를 공식 미사주로 최종 선정했다. 1975년 동양맥주의 미사주 봉헌 제안에서 시작된 ‘마주앙 미사주’는 이후 두산주류BG, 롯데주류, 롯데칠성음료로 제조사가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품질 관리와 감독 아래 국내 재배 포도로 생산한 미사주를 공급하며 교회적 사명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왔다. 주교회의는 “1977년 마주앙 미사주 도입 이래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찬례의 거룩함을 지킬 수 있도록 헌신해 준 제조사들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특히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배제하고, 원가율 상승과 적자 구조 속에서도 원가 이하 수준(시판용 와인의 50~60%)으로 미사주를 한결같이 공급해 준 두산주류BG와 롯데칠성음료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2026년 대림 시기부터 동원와인플러스를 통해 전국 본당에 보급될 미사주는, 주교회의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감독 아래 교구와 본당의 선호도에 따라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제품으로 다변화되어 차질 없이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미사주의 시중 유통은 철저히 금지되며 본당 등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교구를 통해 미사주를 공급받게 된다.
주교회의가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한국어판(200쪽/8000원)을 발간했다. 올해 5월 25일 반포된 회칙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수호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은 회칙에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고귀한 인류는 오늘날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말로 기술 문명의 전환기를 맞은 인류의 현실을 진단한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인간을 지배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을 중심에 둔 기술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다. 제1장 ‘복음에 충실한 역동적 접근 방식’에서는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부터 오늘날까지 발전해 온 교회의 사회교리를 되짚는다. 제2장 ‘교회의 사회 교리의 기초와 원리’에서는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비롯해 공동선, 재화의 보편적 목적, 보조성, 연대성, 사회 정의 등 사회교리의 핵심 원리를 설명한다. 제3장 ‘기술과 지배. 인공 지능의 약속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에서는 AI가 가져올 가능성과 위험을 살피고, 기술 권력의 집중과 인간 존엄성 훼손을 경계한다. 이어 제4장 ‘변화 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수호하기. 진리, 노동, 자유’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진리와 소통, 교육, 노동의 존엄성 등을 다룬다. 제5장 ‘힘의 문화와 사랑의 문명’에서는 전쟁의 일상화와 AI의 군사적 활용, 다자주의의 위기 등을 짚으며 힘의 논리를 넘어 정의와 대화, 연대에 바탕을 둔 평화와 사랑의 문명을 건설할 것을 촉구한다. 결론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는 일치를 되새기며, 모든 이가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 특히 성모 마리아의 노래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교황은 특히 AI 기술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인간과 공동선에 봉사하도록 올바르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적 능력이 인간을 지배할 권리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은 어떠한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칙은 기술과 지배, 진리와 노동과 자유, 힘의 문화와 사랑의 문명 등을 폭넓게 성찰하면서 변화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고귀한 인류의 아름다움을 증언해 나갈 것을 요청한다. ※문의: 02-460-7582~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업무부
[바티칸 OSV]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9)이 신임 추기경단 단장으로 선출됐다. 교황청은 10월 9일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92)이 추기경단 단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타글레 추기경이 후임 단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추기경단 단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추기경단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주교급 추기경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주교급 추기경은 약 12명으로, 타글레 추기경은 이들 가운데 가장 젊다. 동방 가톨릭교회 총대주교를 제외한 주교급 추기경 가운데 대부분은 80세가 넘으며, 80세 미만은 타글레 추기경과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71)뿐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10월 8일 주교급 추기경들의 선거 결과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타글레 추기경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로마 근교 알바노 교구의 명의 주교좌를 유지하면서, 전통적으로 추기경단 단장에게 부여되는 오스티아 교구의 명의 주교좌도 갖게 됐다. 추기경단 단장은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할 경우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주재할 책임을 맡는다. 추기경들을 로마로 소집하고 콘클라베에 앞서 열리는 추기경 전체회의를 이끄는 것도 주요 임무다. 아울러 새 교황이 선출되면 당선자에게 교황직 수락 여부를 묻고, 교황으로서 어떤 이름을 사용할 것인지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추기경단 단장이 80세 이상일 경우에는 콘클라베에 참여하거나 이를 주재할 수 없다. 타글레 추기경은 현재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 개별 교회 부서 차관을 맡고 있으며, 추기경단 단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이 직책을 계속 수행한다. 타글레 추기경은 2013년과 2025년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교황 후보를 뜻하는 ‘파파빌레’(papabile)로 거론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타글레 추기경을 추기경단의 최고 등급인 주교급 추기경으로 승격시켰다. 타글레 추기경은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거행된 복자 풀턴 J. 쉰 대주교의 시복 미사를 주례하기도 했다. 전임 추기경단 단장인 레 추기경은 2020년 1월부터 단장직을 수행해 왔다. 레 추기경은 2025년 5월 레오 14세 교황을 선출한 콘클라베에 앞서 열린 추기경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당시 80세를 넘어 교황 선거권이 없었기 때문에 콘클라베에서는 선거권을 가진 주교급 추기경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은 파롤린 추기경이 대신 의장을 맡았다. 레 추기경은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를 주례했으며,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미사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 문제를 겪었던 재위 말년에는 여러 교황 미사에서 교황을 대신해 주례를 맡기도 했다. 레 추기경은 내년 1월 93세가 된다. 레오 14세 교황이 사임을 수락함에 따라, 레 추기경은 추기경단 명예 단장이라는 칭호를 갖게 됐다. 아울러 로마 근교 사비나-포조 미르테토 교구의 명의 주교좌는 계속 유지한다.
부산교구가 ‘2026 부산교구 젊은이의 날(Busan Youth Day, 이하 BYD)’ 행사를 열고 지난 2024년부터 3개년에 걸쳐 추진해 온 ‘청소년·청년의 해’ 대장정의 정점을 장식했다. 이번 행사는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로 이어지는 교구 젊은이들의 신앙 열정을 보여주는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10월 4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에서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 주관으로 BYD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와 사제단, 교구 청소년과 청년, 학부모와 교리교사 등 신자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부터 진행된 부스 체험과 야외 공연, 지성소 기도 공간 운영 등에 이어 오후에는 스포원파크 내 금정실내체육관에서 다채로운 문화 공연과 함께 미사가 봉헌됐다. 교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3년간의 ‘청소년·청년의 해’ 사목 성과를 총결산하고, 청소년·청년 사목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교구는 ‘청소년·청년의 해’ 첫해인 지난 2024년을 ‘환대와 경청의 해’로 지정하고 신앙에서 멀어진 청소년·청년들을 본당 공동체로 초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본당 공동체가 젊은이들을 향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아픈 곳을 감싸안는 영적 울타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청소년·청년 사목을 최우선 순위 과제로 삼고, 세대 간 소통으로 벽을 허물며 교회가 젊은이들의 진정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이어 2025년에는 ‘배움과 체험의 해’를 지내며 지구별 연대와 공동체 체험을 통한 신앙 전수 및 생태 영성 실천에 나섰다. ‘공동의 집 살리기(생태 영성 운동)’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배우고 실천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지구별로 ‘젊은이의 날’이 기획·시행돼 개별 본당의 단계를 넘어 연대하는 신앙을 체험했다. 3개년을 종합 마무리하는 올해는 ‘선포와 나눔의 해’로 설정해 지난 2년간 교회 안에서 체험한 복음의 기쁨을 세상 속으로 확산하고, 특히 다가오는 서울 WYD를 준비하는 계기로 삼았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며 신앙 갈증에 응답할 준비를 갖추는 한편, 지구촌 이웃과 이주·다문화 가정, 장애 청소년·청년들에게까지 그 시선을 넓혔다. 이번 3개년 청소년·청년 사목의 완성과 대규모 BYD 행사 개최는 향후 부산교구가 추진할 청소년·청년 사목 정책뿐만 아니라 내년 WYD를 향한 준비 과정에 중요한 기틀이 될 전망이다. 교구는 또 지난 3년 동안 다져온 본당별 소통 기반과 현장 중심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청년들을 교회의 주체로 세우는 사목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손삼석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이 세상의 교회와 사회의 주역은 바로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과 청년들”이라며 “주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나아가며 희망을 갖고, 주님의 큰 사랑과 축복 속에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전했다.
청주교구 옥천본당(주임 이재민 세례자 요한 신부)이 설립 120주년을 맞아 10월 4일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는 교구장 직무대행 최광조(프란치스코) 신부가 주례하는 감사미사와 기념식, 점심식사 순으로 이어졌다. 기념식에서는 본당 연혁과 120주년 기념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하며 신앙 선조들이 일군 공동체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되새겼다. 청주교구 두 번째로 본당인 옥천본당은 충청북도 남부 복음화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옥천 지역에는 1850년대에 신앙이 전해져 1903년 본당의 모태인 옥천읍공소가 설립됐다. 1906년 5월 20일 본당으로 승격됐지만, 이후 두 차례 공소로 격하되는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를 이어왔다. 1955년에는 현재의 성당을 건립해 이듬해 봉헌했다. 보은·영동·청산본당을 분가시키고 병원과 양로원, 신용협동조합,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넓혀왔다. 본당은 120주년을 맞아 오래된 시설을 정비·정돈하며 신앙의 선조들이 물려준 공동체를 가꿔 나갈 계획이다. 본당은 옛 관사 리모델링을 통한 수녀원 이전, 성당 종탑 수리, 정원 조경, 노후 냉·난방기와 승합차 교체 등을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성당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최광조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소작인으로, 본당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포도밭”이라며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것을 가지고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조들이 어려운 시대에도 신앙을 지켜왔고 물려주었듯, 이제 그 신앙을 우리가 다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며 “사랑하고 용서하고 나누고 봉사하고,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맺어야 할 좋은 열매”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남양주 오남본당(주임 박민우 마태오 신부)은 10월 4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진건오남로 808번길 20-28 현지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새 성당은 대지면적 5996㎡, 연면적 1963.25㎡ 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지상 1층에는 성당과 성물방, 사무실, 지상 2층에는 소강당과 교리실, 3층에는 사제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본당은 내년 설립 25주년을 앞두고 새 성당을 봉헌하는 기쁨을 누렸다. 본당은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 202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 본당에서 모금했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25년여 만에 신자들의 소원이 이뤄져 기쁨이 더욱 크리라 생각한다”며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시편 127,1)는 말씀처럼 성전 건립의 주인공은 하느님이시고, 그 성전을 짓고 유지한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협력자이자 일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하느님의 협력자로서 그분의 집인 ‘성전’을 건립했으니 이제는 이 아름다운 성전에 걸맞은 공동체,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자”며 “하느님이 원하시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데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치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서울대교구 신사동본당 카리타스회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이웃 돌봄을 피조물 돌봄으로 넓혀 ‘공동의 집’을 지키는 실천에 나섰다. 본당 카리타스회는 10월 3일 불광천 일대에서 EM 흙공 투척과 플로깅, 생태교란 식물 제거 활동을 펼쳤다. 카리타스회는 지구의 아픔과 가난한 이들의 아픔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회칙의 가르침을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천하고자 올해 하반기 사회복지 프로젝트 주제를 ‘피조물과 인간의 공생’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신사종합사회복지관이 진행하는 주민 주도형 불광천 생태계 보호 사업 ‘불광애(愛)민’에 비영리 종교단체로 합류했다. 카리타스회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대할 지역사회 단체를 넓혀 복지 실천의 외연을 넓히는 한편 공동체 결속도 다졌다. 자연보호를 주요 활동으로 삼아 온 본당 레지오 마리애가 카리타스회의 활동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이날 활동에는 카리타스회 회원 8명, 6개 쁘레시디움 단원 15명이 참여해 EM 발효액으로 직접 빚고 건조·발효시킨 흙공을 하천에 던졌다. EM 흙공은 유용미생물이 물속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도록 도와 수질 개선에 쓰인다. 참가자들은 물가에 직접 들어가 스티로폼과 플라스틱병 등 버려진 쓰레기도 거둬들였다. 카리타스회는 10월에도 흙공을 추가로 만들어 11월 다시 불광천에 투척할 예정이다. 천사들의 모후 꾸리아 ‘사랑하올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원 최천덕(노엘라) 씨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불광천을 직접 살펴보니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았다”며 “작은 실천이지만 우리 손으로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자연을 지키는 데 참여해 뜻깊었다”고 전했다. 이용미(이베타) 카리타스회 회장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고 살리는 작은 실천과 신앙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라며 “환경을 보호하고 이웃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 역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본당 카리타스회는 서울 신사동 지역 가톨릭 사회복지 실천 공동체로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맞춤형 노인 복지, 무료 시설 보수·공사,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 등 지역사회 틈새 복지에 앞장서 왔다. 폐전선 피복 벗기기와 헌옷·고철 수거로 활동 기금을 마련하며 자원 순환과 이웃 돕기를 함께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공모지원사업으로 돌봄 사각지대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과 장수사진 촬영, 정서 지원 콘서트를 열었으며 명절 물품 나눔과 노숙인 봉사도 이어 왔다. 올해 9월 20일에는 자립청소년 지원 기관 ‘벗들의 벗’에 청소년 10여 명을 위한 추석 선물키트를 전달했다.
광주대교구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은 10월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봉선동 문화예술회관에서 설립 7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장애인의 존엄을 지키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은 ‘100년 비전’을 선포했다. 소화자매원은 1956년 고(故) 김준호(레오) 선생이 결핵 환자를 돌보기 위해 세운 ‘무등원’에서 출발했다. 이후 고(故) 조철현(비오) 몬시뇰의 후원 등을 바탕으로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예수의 소화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다. 이날 소화자매원은 후원자와 직원들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수여하고,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에게 볼리비아 선교 기부금 500만 원을 전달했다. 소화자매원 대표이사 조영대(프란치스코) 신부는 “‘너희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받들고 100주년을 넘어 사랑의 발걸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