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영 개인전 ‘받아, 드림’

우소영(마리아) 작가가 4월 27일부터 5월 10일까지 의정부교구 갤러리 평화에서 ‘받아, 드림’을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 주제인 ‘받아, 드림’에는 ‘받은 것을 도로 드린다’와 ‘받아들인다’라는 중의를 담고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만난 우 작가는 그간 일어난 일들을 바라보고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 작가에게 일어난 일들을 일기처럼 표현한 회화와 드로잉, 일러스트, 노래 등 23점을 선보인다. 우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하느님 안에서 나눈 대화가 사랑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그림으로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라면 짙은 어둠과 불행들이 오히려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는 재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억지 없이 순간순간을 단순히 채집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이어 “‘그분과 제가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분을 향한 신뢰와 사랑과 감사가 더욱 굳건해졌다”면서 “전시회의 그림들은 그 과정 속에서 태어났다”고 전했다.

2024-04-28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 ‘구하우스’에서 만나요

‘리버마켓’으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 문호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끼고 차로 10여 분 달리면 다다를 수 있는 문호리에서는 ‘집 같은 미술관’을 표방하는 구하우스 미술관(관장 구정순 아우구스티나)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라는 독특한 이름은 설립자인 구정순 관장의 성(姓)과 영어로 집을 의미하는 ‘하우스’(house)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구하우스 미술관은 미술관에 대한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개념의 ‘집 같은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생활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집’을 콘셉트로 2016년 개관했다. 가정집 분위기를 연출한 전시실은 서재, 거실, 침실, 복도, 다락 등 생활공간의 이름을 붙였다. 10개의 전시실에서는 회화를 비롯해 설치 미술, 조각, 영상과 사진, 빈티지 가구까지 현대미술 작품 3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집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들풀과 수목으로 조성된 정원과 파빌리온은 덤이다. 건축물 자체도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조형 작품으로, 특히 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픽셀레이션 방식의 외관이 감상 포인트다. 미술관 설계는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했다. 구하우스에서는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예술 애호가인 구정순 관장이 40여 년 동안 열정과 심미안으로 수집한 세계 유수의 작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구하우스의 소장품은 죽음의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 대가 백남준 등의 작품과 스티브 잡스가 유일하게 집에 둔 가구인 조지 나카시마의 의자까지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구 관장은 ‘예술품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미술관을 설립했다. 그가 수집한 첫 작품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드로잉이었다. 구 관장은 기업의 CI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 ‘디자인 포커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1983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시작으로 KBS, 쌍용, 카스, 뚜레쥬르, 국민은행 등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또 구하우스는 계절과 일상의 소소한 변화와 때를 같이 해 매년 3~4회의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다. 4월 30일까지 구하우스의 회화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20회 기획전 ‘Insight of Painting’이 열린다. 5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는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 전을 마련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알고도 속는 즐거움’과 ‘알고 보니 가짜’라는 반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 ‘구하우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별 강연도 들을 수 있다. 5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구하우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가드닝 전문가 오경아씨(5월 28일), 시대를 예보하는 송길영 대표(6월 13일), 신인류 문화를 탐구하는 인플루언서 허은순 디자이너(6월 20일), 공간 정리의 마술사 이지영씨(7월 27일), 미술사학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7월 4일)가 강연에 나선다. 다가오는 햇살 좋은 봄날, 구하우스의 안과 밖을 두루 즐기며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2024-04-28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3)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쁜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세상은 아주 어지럽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이미 2년을 넘겼지만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계속 수렁 속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3년에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원자력을 자랑하는 현대에서는 전쟁이, 침해당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불합리하다’라고 한 말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소개할 교회 음악은 전쟁의 고통과 아픔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 요한 카스파르 케를(Johann Caspar Kerll, 1627-1693)이 쓴 ‘빈 포위의 고통을 위로하는 미사’(Missa in fletu solatium obsidionis Viennensis)이지요.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지만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헝가리나 오스만 제국에게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빈에 가보면 중심부의 구시가지를 둘러싼 둥근 원 형태의 거리가 있습니다. ‘링슈트라세’(Ringstraße)라 부르는 이 거리는 19세기 중반에 기존의 성벽을 허물고 조성한 것으로, 지금은 이 도로를 따라 국립 오페라 극장과 시청 등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하지만, 본래는 빈이 성곽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1683년 7월 오스만 제국 군대가 빈을 포위했습니다. 1529년에 이어 두 번째 공격이었습니다. 20만 명이 넘는 군대가 대치한 이 전투는 쇠퇴하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이며, 서양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불에 타기 쉬운 목조 건물을 대거 철거(이때 빈 최초의 오페라 극장도 철거됐습니다)하는 등 결사 항전 태세를 취했고, 오스만 군대는 장기전을 노리며 빈을 포위했습니다. 두 달에 걸친 공방전 끝에 빈 성벽이 무너지며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9월 초,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온 구원군이 당도하면서 빈은 극적으로 함락을 면했습니다. 이 기간 빈 사람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렸는데, 지금도 빈에서는 아이가 말썽을 피우거나 떼를 쓰면 ‘문밖에 튀르크 군대가 왔다’면서 겁을 준다고 하네요. 당시 황실 오르간 연주자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케를은 오스만 군대가 물러간 후 이를 회고하는 미사곡을 썼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표현하려는 듯 미사곡의 분위기는 어둡고 울적하며, ‘대영광송’(Gloria)과 ‘신앙 고백’(Credo) 끝에 있는 ‘아멘’은 당대 음악에서 보기 힘든 극단적인 반음계로 비통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흐나 헨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위대한 작곡가가 주님께 직접 겪은 전쟁의 아픔을 고하는 듯한 이 미사곡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04-28

명동대성당의 숨은 예술품을 발견하는 시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한국교회의 대표 성지이자 성당으로 성당에는 수많은 성미술 작품이 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1925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한국순교자 79위 시복식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79위 복자화’ 등 유채 작품,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부조 등이 있다. 성당 외부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 등 조각상 등이 설치돼 있다. 이밖에 서울대교교구청 본관 앞 ‘예수상’, 성당 입구 ‘청동문’ 등 성당 내·외부를 통틀어 총 20여 점의 예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지나쳐 왔던 명동대성당 성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명동대성당을 순례하면 어떨까?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는 신지와 비신자를 대상으로 성당이 지닌 역사적 성미술품에 대한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순례하는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은 4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와 토요일 오전 10시 40분에 무료로 진행된다. 한 시간가량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는 명동대성당 제1기 가톨릭미술해설사 도슨트 양성과정을 통해 선발·위촉된 정예 자원봉사자 도슨트들이 나서 성당 내·외부 작품 설명과 더불어 역사적인 배경도 설명해준다. 홍보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 참가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족도는 ‘매우 만족’과 ‘만족’ 응답률이 무려 98%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지나쳐 왔던 명동성당 예술품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해설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99%였는데, 차분하고 꼼꼼한 설명과 세심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듯 명동대성당 도슨트 프로그램을 다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추천할 의사를 묻는 설문 문항에는 99%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프로그램에는 신자와 비신자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명동대성당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홈페이지(cc.catholic.or.kr/docent/)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홍보위원회 담당 이재협(도미니코) 신부는 “도슨트 일정에 대한 전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김대건 신부 성상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유치가 확정되는 등 가톨릭교회의 경사가 많아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평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5인에서 20인 사이 단체로 프로그램 참여를 원할 경우 별도로 신청서를 작성하면 상반기 투어 기간 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2024-04-14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2) 묵주기도의 신비를 묘사한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

파란색, 혹은 빨간색으로 포장된 ‘모차르트 초콜릿’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초콜릿은 모차르트를 상징하는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이고, 잘츠부르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조그맣고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도시는 오늘날 거의 모차르트와 동일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위대한 음악가들이 여럿 활동했던 곳입니다. 잘츠부르크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주교가 세속 제후를 겸하는 이른바 교회령으로, 잘츠부르크의 대주교는 ‘독일 수좌 주교(Primas Germaniae)’라 불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교회 음악이 화려한 꽃을 피웠고, 바로크 시대가 그 전성기였습니다. 보헤미아 출신으로 30년 넘게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을 이끌었던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 1644~1704)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1682년 잘츠부르크대교구 설정 1100주년 기념 미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진 ‘53성부 미사’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독특한 형태를 잘 살린 화려한 작품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지금 봐도 난해한 놀라운 기교에 연주자의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명상적인 심오함을 갖춘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로사리오(묵주)’ 소나타 혹은 ‘미스터리’ 소나타는 1680년 무렵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묵주기도의 열다섯 가지 신비를 묘사한 열다섯 곡의 소나타와 마지막 무반주 파사칼리아로 이뤄졌습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로사리오 신심회 같은 신자들의 모임을 위해 썼거나, 아니면 대주교의 명상을 위한 작품으로 짐작됩니다. 이 작품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묘사하고 묵상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합니다. 그중에는 ‘음악적 수사법’이라 불렸던 상징적인 음형도 있고, 숫자와 관련된 다양한 암시도 있는 듯합니다. 또 바이올린을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조율하는 이른바 ‘스코르다투라’(변칙 조율)를 적극 활용해 모든 소나타에서 저마다 다른 조율을 구사했으며, 음악 작품을 통해서 종교적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묘사한 소나타 11번은 가장 극단적이고 강렬한 예입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은 네 현 중 가운데 두 현(D현과 A현)을 X자 모양으로 교차해 G-G-D-D로 조율하는데, 그렇게 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와 네 번째 현이 한 옥타브 간격이 됩니다.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X자 형태의 현도 그렇지만, 악곡 후반부에서 바이올린이 중세 부활 찬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Surrexit Christus hodie) 선율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은 마치 종소리처럼 신비롭고 독특한 음향을 냅니다. 곡을 들으며 부활의 기쁨과 신비를 묵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_ 이준형(프란치스코, 음악평론가)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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