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맛보는 성경…문화콘서트 ‘치유와 희망’

성바오로딸수도회(관구장 김영미 마리루치아 수녀)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갤러리1898에서 성경을 주제로 한 문화 콘서트 ‘치유와 희망’을 개최한다. 성바오로딸수도회는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는 신앙의 길잡이이고, 비그리스도인에게는 현재까지 70억 권이 판매된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인류 문화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는 의미를 살려 문화콘서트 ‘치유와 희망’을 준비했다. 성경을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이해하고, 감상하고 향유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그림 전시와 음악회, 북콘서트, 아트 토크를 비롯해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그림 전시 ‘그림이 있는 성경 이야기’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 전관에서 열리며, 성바오로딸수도회 김옥순(막달레나) 수녀의 삽화가 들어 있는 도서 「그림이 있는 성경」 원화 60여 점과 전시 이해를 돕는 참고 자료가 함께 선보인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아트 토크 ‘중세 필사본 이야기’가 9월 21일 오후 2시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스튜디오 오쥴리(Studio O’Juli) 전례미술연구소 김유리(율리아) 소장의 강의로 진행된다. 아울러 해설이 있는 음악회 ‘성경 속 악기’는 21일 오후 4시 1898 광장에서 의정부교구 최대환(요한 세례자) 신부 해설로 하프 방준경(스텔라) 씨, 트럼펫 성재창(베드로) 씨, 소프라노 안혜수 씨, 피아노 황지희 씨 등이 출연한 가운데 열린다. 또한 22일 오후 2시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북콘서트 ‘삶이 고통으로 휘청거릴 때’에서는 예수회 송봉모(토마스) 신부가 자신의 신간 「삶이 고통으로 휘청거릴 때」의 내용을 저자 강연 형태로 들려줄 예정이다. ‘치유와 희망’ 행사는 서울시 ‘2024 종교계 주최 시민참여 행사 공모사업’에 선정돼 서울시 지원을 받아 이뤄지며, 참가비는 무료다. 참가 신청은 바오로딸 인터넷서점 홈페이지(www.pauline.or.kr)에서 할 수 있다. ※ 문의 02-944-0829 바오로딸 기획마케팅팀

2024-09-15

한 줄 글과 사진으로 매일 아침 ‘다른 오늘’ 선물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 ‘다른 오늘’(A NEW DAY)이라는 주제로 서울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8월 30일 개막해 내년 3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사진전은 매일 아침 한 장의 사진과 문장으로 ‘다른 오늘’을 열어 온 박 시인의 SNS 계정 ‘박노해의 걷는 독서’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이다. 20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계정이기도 한 ‘박노해의 걷는 독서’는 ‘햇살보다 먼저 나의 아침을 깨우는 빛나는 사진’, ‘한 권의 책보다 깊은 통찰의 한 줄’, ‘10년간 한결같이 받아온 선물’이라는 평을 들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다른 오늘’ 사진전은 10년간 긴 울림을 준 사진 90점을 새롭게 꼽아 선보이는 전시로 라 카페 갤러리에는 박 시인의 사진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른 오늘’이라는 전시 주제에는 박 시인이 일관되게 지켜 온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1984년 출간한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이 군사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준 뒤 박 시인은 ‘얼굴 없는 시인’으로 회자됐다. 이후 그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에 처해져 험난한 길을 걸었다. 1평 남짓한 교도소 독방에서 반듯한 자세로 앉아 독서에 힘쓰면서 시 창작과 집필에 정진했다. 수감생활 7년 6개월 만에 1998년 석방된 후 민주화운동가로 복권됐지만 국가가 주는 보상금은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2000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안락한 삶의 길을 뒤로 하고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해 생명과 평화, 나눔의 사상을 실천하는 길을 걷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과거에 묶여 있지 않겠다며 언제나 ‘다른 오늘’을 살고 있는 박 시인이 온몸으로 살아 내고 사랑하고 저항해 온 일생의 정수가 녹아든 사진을 엄선한 특별한 자리다. 특히, 각 사진에는 “세계 전체가 등을 돌려도 나를 믿어 주는 단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랑이면 살아지는 것이다”, “삶은 어디서나 저마다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꽃이다”, “실패 앞에 정직하게 성찰하게 하소서. 지금의 실패가 오히려 나의 길을 찾아가는 하나의 이정표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등 촌철살인 같은 문장이 영어와 한글로 적혀 있어 관객들이 놓칠 수 있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다른 오늘’ 사진전을 알리는 포스터 속 사진 역시 이 전시회가 갖는 특별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 박 시인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만난 한 소년은 여명이 밝아오는 푸른 아침, ‘둘라’를 메고 걸어가고 있다. 둘라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자신에게 꼭 맞게 지니고 다니는 나무 지팡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둘라는 양을 모는 유용한 도구도 되고 위험할 때는 든든한 무기가 되고, 지칠 때는 기대 쉬는 지팡이도 되면서 먼 길을 갈 때는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도 된다. 우리 인생에는 저마다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해 줄 지팡이 하나가 필요하듯이 ‘다른 오늘’ 사진전은 어디로 길을 떠나든 각자에게 지팡이가 돼 줄 한 장의 사진과 문장을 만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되고 있다.

2024-09-15

한진섭 조각가 초대전, 차가운 돌 소재로 담아낸 순박한 이웃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은 2023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상 제막 1주년을 기념하며 9월 1일부터 29일까지 한진섭(요셉) 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가나문화재단 공동기획으로 마련됐다. 전시에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한진섭 작가의 미발표작을 포함해 엄선한 총 60여 점의 조각과 작가의 작업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모형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 조각상’을 축소 제작한 작품을 비롯해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등 작가의 종교 미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한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추구한 소재는 ‘인간’이다. 특히 시각적으로 완벽한 비율의 아름다움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순박한 이웃들의 모습에 몰두해 왔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작품화하면서 공존의 아름다움과 작가가 지닌 인간애를 표현하고 있다. 한 작가가 소재로 한 인간에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기교가 있지만 현혹하지 않는 한국인 고유의 정서와 미적 감각이 담겨 있다. 작품 형태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결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체로서의 하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일평생 돌을 소재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한 작가의 무한한 인간애와 차가운 돌 속에서 꺼낸 순수한 따뜻함과 행복, 생명의 본질에 깃든 인간의 참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 기간 중에는 ‘한진섭 요셉, 김대건 신부님을 만나기까지’라는 한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특별 강연도 열린다. 특강은 9월 7일 오후 1시30분 기획소강당에서 진행된다.

2024-09-08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라흐마니노프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찬 예배>

예전 중동에서 오신 신부님 한 분과 알고 지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동방 교회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동방 가톨릭교회인 마론 교회의 사제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동방 교회 중에도 교황청과 일치를 이루는 ‘가톨릭교회’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동방 교회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가톨릭교회의 미사에 해당하는 정교회의 성찬 예배는 몇 가지 종류가 있고 교파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찬 예배가 가장 널리 거행됩니다. 엄격한 도상을 따라야 하는 이콘이 그렇듯이 성찬 예배에 쓰는 음악 역시 대단히 엄격해서, 오랫동안 엄격한 단성가를 고수했고 종소리를 제외한 어떤 악기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12세기부터 즈나메니 성가라 불리는 화려한 단성가 전통이 꽃을 피웠지만 다성 음악 기법은 천천히,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또 교회 바깥에서 활동하는 세속 음악가들에게는 굳게 닫힌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차이콥스키가 1878년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찬 예배>를 발표했을 때, 교회 당국에서는 처음에 성찬 예배에서 쓰지 못하게 했고, 출판을 방해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창작의 자유를 주장한 차이콥스키와 출판업자가 결국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황실 경당의 오랜 독점권이 철폐됐고, 19세기 후반부터 여러 작곡가가 자유롭게 러시아 교회 음악을 쓰기 시작하면서 눈부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도 있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차이콥스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1910년에 자신도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찬 예배>를 썼는데, 평소에 잘 몰랐던 전례 음악에 관해 깊이 연구하며 작곡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전례에서의 사용이 금지되는 바람에 ‘콘서트 작품’으로만 연주할 수 있었고, 러시아 혁명 후에는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서방에서도 작곡가가 1915년에 쓴 또 다른 작품 <철야 기도>(All-Night Virgil)의 인기에 가려 별로 연주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작품에 담긴 엄숙한 아름다움은 최근 들어 조금씩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정교회 전례가 대체로 길고, 미사로 비유한다면 통상문과 고유문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구성이 꽤 복잡합니다. <철야 기도>와는 달리 전통적인 찬가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작곡가의 개성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느낌인데, 가령 성찬 찬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음악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종소리를 모방한 음향이 등장해서 슬쩍 미소를 짓게 됩니다. 특히 미사의 대영광송에 해당하는 ‘삼성송'(Trisagion)이나 ‘케루빔 찬가’, 그리고 복합창을 구사한 ‘주님의 기도’는 러시아 교회음악 특유의 어둡고 깊은 베이스 파트가 빛나는 장엄한 무반주 합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곡입니다.

2024-09-08

“춤은 몸으로 드리는 미사라 할 수 있죠”

“그리스도교 정신의 뿌리이자 핵심은 ‘나눔과 섬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교육받은 이화여자대학교 교육철학의 핵심도 나눔과 섬김입니다. 이화여대에서 국내 최초로 무용과가 설립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한 교육이 동반돼야 사람은 주체성을 세우고 이를 통해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무용과 한혜주 초빙교수(레지나·인천교구 김포 풍무동본당)는 무용 이론과 실기를 균형 있게 연구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무용에는 신학적, 사회학적 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이화여대 무용학과 무용실기전공으로 무용 박사학위를 받은 한혜주 교수는 박사 논문에서도 무용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몸의 신학을 깊이 있게 고려했다. 이 논문으로 이화여대 우수학위 논문상(박사학위 과정)을 수상하기도 했다. “춤이란 ‘몸으로 드리는 미사’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몸체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몸을 평생 가지고 살고 몸의 감각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처럼 하느님과도 만납니다. 머리나 생각만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의 성인들도 몸의 체험으로 하느님을 만나 신앙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가톨릭신자들이 미사 때마다 성체를 받아모심으로써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듯 하느님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통로가 사람의 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가족들과 국내외 성지를 순례하고 순교자들의 삶을 눈여겨보면서 순교자들이 몸으로 살아냈던 고귀한 신앙과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시간도 종종 갖는다. 한 교수는 안무가이자 발레 무용수로서 그리고 가톨릭신자로서 가톨릭과 발레 역사가 서로 통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톨릭과 발레는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톨릭이 한국에 들어와 지금까지 교회 역사가 이어지는 것처럼 발레 역시 본래 서양 문화이지만 한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살아 있지요.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에게 의지와 자유와 고유성을 주신 것과 같이 발레 역시 무용수들 각자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 분야입니다.” 8월 8일에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 <그 위에서: on my toes> 공연에 안무 및 출연으로 참여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교수는 발레가 가톨릭교회처럼 세계화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갖춘 장르라는 점도 지적하며 자신이 꿈꾸는 발레의 방향성도 들려줬다. “발레는 시대와 지역과 문화를 넘나들며 변화하는 살아 있는 예술입니다. 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미학을 가진 발레를 현대화하는 연구와 창작 작업을 지속해 한국의 철학과 역사가 담긴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컨템포러리 발레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향후 창작과 연구를 병행해 대한민국을 세계 컨템포러리 발레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4-09-08

장혜자 작가 개인전 ‘사랑받기 위한 탄생’

장혜자(오타 율리아나) 작가가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서 ‘사랑받기 위한 탄생’ (Né pour être aimé, Birth to be loved)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장혜자 작가는 은혜의 빛으로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표현한다는 의도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모두 30점인 출품작들을 보면, 초대 교회에서 그리스도교를 상징했던 물고기 문양 아래 알파(A)와 오메가(Ω)를 그려 넣어 그리스도교 신앙이 처음과 끝이라는 의미를 단순하고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주위에 금색으로 원을 그려 넣은 작품은 인류를 구원한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이 찬란하고 영원하게 빛난다는 진리를 암시한다. 빨간색 바탕에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는 키로(☧)를 크게 그린 작품 역시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을 형상화했다. 장 작가는 ‘사랑받기 위한 탄생’ 전시에서 “심각한 기후위기 그리고 우주까지 향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신앙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예측 못할 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사람들이 우주까지 향하려고 할 정도로 과학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 삶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자연과 과학의 신비로움이 우리 신앙에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장 작가는 기후위기와 과학발전은 오히려 인간을 신앙에 의지하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이번 개인전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누리는 편리함, 그 반대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과 새로운 질병들에 대한 두려움 모두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현재의 삶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깊이 묵상한 성경 구절로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9,5)를 소개하며 “아침에 눈을 뜨면 마주하는, 하늘에서 비치는 밝은 빛의 파장과 전자기파에 따른 색깔 띠를 작품 안에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작가의 작품들은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돼 있어 서로 얽히고 중첩되며 간섭을 한다는 점과 아름답지 않은 빛의 색이 없듯이 사람들의 조화는 겸손하게 살아야 할 필요성과 하느님의 은혜와 축복 안에서 감사함을 찾아야 하는 당위성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2024-09-01

묵상과 기도로 모녀가 나란히 담아낸 아름다움

신옥희(마리아) 작가와 노경애(데레사) 작가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모녀 전시를 연다. 어머니 신옥희 작가는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제2전시실에서 ‘천지미화’(天地美畵)라는 주제로, 딸 노경애 작가는 같은 날짜에 제3전시실에서 ‘토템 미화’(Totem 美畵)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어머니와 딸이 한마음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내놓지만, 어머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땅을 그려 생명의 탄생과 신앙을 표현했고, 딸은 동식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민화(民畵)적으로 해석해 화폭에 담았다. 노 작가는 자기 작품들을 ‘토템 미화’라는 색다른 용어로 규정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 엽서 크기 7점을 포함해 총 27점을 출품한다. 대표작 ‘염원’(念願) 등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는 창작 의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주시고 이웃들과 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도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2022년 제6회 전국민화공모대전과 2023년 제12회 한국전통민화협회 공모전 등에서 다수 수상하며 민화 분야에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노 작가는 8폭 병풍을 포함해 12~15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민화의 속성은 다양한 면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조형적인 면에서는 자유로움을, 의미적 측면에서는 기복 혹은 길상성(吉祥性)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노 작가는 궁중회화 등의 엄격한 형식이나 문인화 등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필체로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멋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작가의 그림에 담긴 내용을 음미해 보면 자기에게는 물론 이웃들에게도 행복하고 좋은 일이 생기기 바라는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어머니와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전시를 하면서도 주제와 장르를 달리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대표작 ‘염원’이 표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마음을 작품을 통해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 작가가 그리고 있는 민화에서 언뜻 그리스도교 정신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웃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작품 의도를 누구나 알기 쉽게 바꾼다면 그리스도교적 ‘사랑’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민화에 전통적으로 담긴 속성인 사랑은 현대 민화 작가들에 의해 창조되는 오늘날의 민화에서도 계속 이어져야 할 덕목이며, 노 작가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노 작가가 이번 전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은 ‘ensemble’은 마치 행복한 부부인 듯, 자매인 듯한 사슴 두 마리를 화폭에 함께 담고 있는데 작품 제목처럼 조화의 멋스러움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를 하늘과 땅이라는 하느님의 창조 신비 안에서 찾은 신 작가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스승님,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5)라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자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신 작가는 “베드로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죽음의 십자가를 각오하기보다 그저 편안하게 살기 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며 “대접받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죽을 때까지 십자가가 아닌 영광만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그리며 추구하는 신앙인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이 말로써 대변하고 있다. 신 작가는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신 고유한 내면의 땅이 있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살피고, 온 정성을 바쳐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저의 그림이 전시장을 찾는 분들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주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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