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제임스 맥밀런 <오 빛나는 새벽이여>

이제 대림 시기도 중반을 넘었고, 성탄이 곧 다가옵니다. 대림 시기에는 유독 아름다운 전례문이 많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에게는 가톨릭 성가 94번, 95번으로 익숙한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Rorate caeli desuper)와 <별들을 지어내신 주>(Conditor alme siderum)가 대표적이지요.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림 시기의 막바지인 12월 17일부터 7일 동안 시간 전례의 ‘마니피캇’과 미사에서 바치는 일곱 개의 노래(후렴)입니다. 모두 처음에 ‘오’라는 감탄사에 이어 그리스도의 호칭을 부르기 때문에 ‘오 안티폰’으로 불리지요. 늦어도 6세기부터 쓰인 유서 깊은 전례문으로, 중세 시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특히 17세기 프랑스 작곡가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의 연작은 정말 신비롭고 숭고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작품은 현대 스코틀랜드 작곡가인 제임스 맥밀런(James MacMillan)의 <오 빛나는 새벽이여>(O radiant dawn)입니다. 이 작품의 가사는 ‘오 안티폰’ 중 다섯 번째, 그러니까 12월 21일에 부르는 노래인 <오 동방의 빛이시여>(O Oriens)를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깊은 영성을 지닌 가톨릭 신자로 유명한 맥밀런은 뛰어난 교회음악을 많이 썼는데, <요한 수난곡>이나 <마니피캇> 등은 현대의 클래식이라고 할 만합니다. 또 그가 쓴 미사곡 중에는 신자들이 참여해서 함께 부를 수 있는 작품이 많은데, 가령 2000년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요청으로 쓴 미사곡은 신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0년에는 영국 주교회의의 의뢰로 헨리 뉴먼 추기경에게 바치는 미사곡을 쓰기도 했는데, 이 미사곡은 영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집전한 시복 미사에서 초연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또 교황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방문을 위해서 <너는 베드로다>(Tu es Petrus)를 쓰기도 했지요. <오 빛나는 새벽이여>는 맥밀런의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The Strathclyde Motets) 중 한 곡입니다. 2008년에 ‘영국 작곡가상’을 수상한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는 28곡의 모테트 작품집으로,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 합창단을 위해서 썼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었습니다. <오 빛나는 새벽이여>는 맥밀런 작품 중에서도 특히 전통적인 요소가 돋보입니다. 4성부 합창단이 단순하면서도 힘찬 선율을 노래하며 점점 더 강렬해지는데, 첫 주제를 르네상스 시대 영국 작곡가인 토마스 탈리스의 찬가로부터 가져오면서 영국 음악 전통에 대한 존경심과 강한 자부심을 담았습니다. 되풀이되는 ‘오소서’(Come)라는 가사에서 긴장감을 더하는 인상적인 표현 역시 르네상스 시대부터 헨리 퍼셀까지 옛 영국 작곡가들이 즐겨 썼던 기법입니다. 서로 다른 음향 공간을 중첩시킨 대조의 미가 인상적이며, 아마추어 합창단도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12-15

“온 인류여 포옹하라!” 인류애와 평화를 노래하다

12월 연말연시를 맞아 악성(樂聖)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클래식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합창>은 1824년 완성된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는데, 당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구성하던 교향곡에서 벗어나 사람의 목소리까지 결합한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혁명적인 시도는 교향곡은 물론 클래식 음악의 폭을 확장했고, 후대 작곡가 바그너,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 등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합창>은 1~3악장 오케스트라 연주를 거쳐 하이라이트 4악장에 이른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네 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1785년)에서 따온 것이다. 청년 시절 베토벤은 인류애와 평화, 자유 등의 의지를 담은 이 시를 마음에 품었다. 30여 년이 지나 오래 간직해 온 시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완성했다. 청력을 상실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시의 순서를 바꾸고, 임의로 일부 구절을 추가하며 희망을 표현했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 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온 인류여, 서로 포옹하라! 온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합창으로 본래 베토벤이 붙인 표제 ‘실러의 송가 〈환희에 부침〉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 대신 <합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8년 12월 31일 열린 ‘평화와 자유에 바치는 콘서트’에서 지휘자 아우트루 니키쉬는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했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에 열린 음악회에서도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합창>이 울려 퍼졌다. 유럽에서 희망과 인류애의 상징으로 연주돼 온 <합창>이 국내 클래식 공연계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가 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교향악단으로 차츰 퍼져 나갔다. 올해는 ▲19~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9일 충남교향악단이 당진문예의전당, 경주시립합창단·포항시립합창단이 경주예술의전당 ▲20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대전예술의전당, 강릉시립교향악단이 강릉아트센터 ▲21·22·24일 KBS교향악단이 롯데콘서트홀, 천안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 ▲27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해 전국에서 <합창>을 감상할 수 있다.

2024-12-15

글아캘리아카데미 설립 5주년 회원전 등…갤러리1898 전시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이영제 요셉 신부)이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김연행(미카엘라) 작가, 글아캘리아카데미, 김태희(마리아)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연행 작가는 ‘Blessing’(축복)을 주제로 그린 20여 작품을 1전시실에서 전시한다. 김 작가는 성서 속 비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작업했으며, 그중 축복을 상징하는 거룩한 식물 ‘석류’를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성서 속 말씀을 씨앗으로 형상화한 <말씀이 모여 하느님을 만나다>를 포함해 20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글아캘리아카데미(대표 유임봉 스테파노)의 설립 5주년 기념 회원전 ‘처음와 같이’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모인 작가들이 수묵, 민화, 전각,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주님을 마주하는 여정을 공개하는 자리다. 세 명의 사제, 네 명의 수도자를 포함해 27명의 회원의 60여 작품을 전시한다. 김태희 작가는 ‘메리's 그림 노트’ 전시를 통해 자신의 브런치에 매주 연재 중인 그림을 직접 선보인다. 김 작가는 산 뒤로 지는 노을을 담은 <억겁과 찰나의 만남>에 직장인이자 화가로서 사는 삶과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을 빗대어 그렸다. 김 작가의 그림 이야기는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2024-12-08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역사적 가치와 복원 의미는?

지난 2019년 4월 불에 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이하 대성당)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약 5년 8개월의 복원 작업을 거친 대성당은 12월 7일 재개관식과 8일 미사를 봉헌하고 일반에 공개된다. 화재 당시 빠른 대처로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가시면류관’ 등 주요 성물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화를 피했지만,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로 만들어진 지붕 대부분이 전소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가 200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복원에 매진한 결과, 대성당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앞두고 수많은 시선이 파리로 쏠린 가운데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겸 건축신학연구소장 강한수(가롤로) 신부와 대성당이 지닌 건축적, 역사적 가치와 복원의 의미 등을 살펴봤다. 높은 천장·뾰족한 첨탑 두드러진 초기 고딕 건축 기법 집약체 대성당의 상징 스테인드글라스 ‘오순절 성령 강림’ 의미 담은 현대 작품으로 일부 교체 예정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 1163년 짓기 시작해 1345년 완성된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은 창문과 두꺼운 벽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이 두드러진 고딕 양식으로 변화한 가운데 높이 35m, 폭 38m, 길이 122m 규모의 대성당은 건축 기법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수 성당의 약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성당은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외부 벽면에 ‘버팀벽’(buttress, 버트레스)을 덧대 벽의 하중을 지탱했는데, 대성당은 일반적인 버트레스가 아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아치 모양의 ‘공중 버팀벽’(flying buttress, 플라잉 버트레스)을 설계해 벽을 더 높이 쌓았다. 공중 버팀벽으로 벽면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벽을 높이 올릴 수 있게 되자 커다란 유리창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벽에 그리는 프레스코화에서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신부는 “대성당은 초기 고딕의 모든 건축 기법이 집약된 건축물”이라며 “대성당을 지으면서 이룬 건축적 성과 덕분에 고딕 양식이 더욱 발전해 이후 전성기·후기 고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국가 프랑스의 중심 대성당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 과거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이던 1431년 헨리 6세의 즉위식과 이후 1456년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판도 대성당에서 열렸다. 하지만 대성당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등을 겪으며 크게 훼손됐고, 대성당의 의미와 가치도 추락하고 말았다. 심한 파손으로 대성당이 헐릴 위기에까지 처하자 이를 안타까워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노틀담의 꼽추(원제: 파리의 노트르담)>를 펴냈다. 소설이 인기를 끌고 성당 복구에 대한 여론이 이어지면서 1845년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주도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성당의 모습은 이때 완성된 것. 이후 대성당은 가톨릭국가인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성당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때문에 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전문가가 복원에 매달려 무너진 첨탑과 지붕을 다시 세우며 이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복원은 2026년까지 계속된다. 앞마당과 정원 등을 비롯해 일부 복원 작업이 남았으며, 특히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완전 복원은 2026년까지…일부 스테인드글라스 교체 예정 특히 복원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대성당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가 스테인드글라스 일부를 현대 작품으로 교체하고, 기존 작품은 향후 건설될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이자 ‘문화유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복원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스테인드글라스 재설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026년까지 교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외신 등을 종합한 결과, 교체 대상은 대성당 남측 경당 7개 중 6개의 스테인드글라스다. 현재 남측의 성 요셉,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 클로틸다, 성 빈센트 드 폴, 성녀 제네비브, 성 디오니시오, 성 폴 첸 등 7개 경당에서 형상이 묘사된 작품이 설치된 곳은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이 유일하며, 6개 경당에는 장식용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돼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엔 ‘이사이의 그루터기’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바로 이를 중심으로 오순절 성령 강림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6개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강 신부는 이에 “경당이 봉헌된 성인들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사야의 예언(이사 11,1-4)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예언에 나오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과 지혜, 슬기, 용맹 등 은사를 나타내는 작품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신부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 ‘노트르담’ 성당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맞춰 재개관을 한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라며 “스테인드글라스 교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큰 의미가 없던 장식용 작품들을 성경 속 성령 강림을 나타내는 연속된 작품들로 채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판단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할 수 있겠지만 기존의 것과 조화로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최근 공개된 노트르담대성당 내부 모습 : https://www.instagram.com/reel/DC9WFotsUNc/?utm_source=ig_web_copy_link

2024-12-08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레스피기의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

어느덧 12월이 찾아왔습니다. 슬슬 2024년을 마무리해야 할 때지만, 교회력으로는 오늘부터 대림 시기가 시작되니 새로운 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곡가가 대림과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음악을 썼지요. 오늘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아름다운 작품을 한 곡 소개해드립니다. 20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의 칸타타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Lauda per la Natività del Signore)>입니다.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에서는 지나치게 오페라에 쏠려있던 19세기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는 작곡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카셀라, 말리피에로, 피체티 같은 이들인데, 대부분 1880년 무렵에 태어났기에 ‘80년대 세대(Generazione dell’Ottanta)’라고 불렸습니다. 레스피기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곡가로,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음악에서는 한발 물러서 옛 음악과 낭만주의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작품을 썼습니다. 특히 삶의 터전이었던 로마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등 이른바 ‘로마 시리즈’는 지금도 널리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레스피기는 신앙심이 깊은 음악가였는데, 의외로 종교음악은 단 한 곡만 썼습니다. 바로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입니다. 작곡가는 1928년 시에나의 한 유서 깊은 저택에서 열렸던 반다 란도프스카의 리사이틀에 참석했습니다. 란도프스카는 옛 건반 악기인 하프시코드를 현대에 되살린 선구자였는데, 악기와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은 레스피기는 옛 음악의 요소를 활용한 칸타타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로마로 돌아와 적당한 대본을 조사하던 중 13세기 프란치스코회 수사이자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를 쓴 것으로 유명한 야코포네 다 토디(Jacopone da Todi)가 쓴 성탄 찬가를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칸타타를 썼습니다. 1930년 초연된 이 작품은 천사, 목동, 성모님의 시점에서 바라본 성탄을 그립니다. 목동들은 구세주가 태어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그를 따라 아기 예수가 나신 마구간을 찾습니다. 목동들은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께 자기들 옷을 벗어 덮어드린 뒤 성모님의 허락을 받아 안고, 다 함께 기쁨의 찬가를 부릅니다. 레스피기는 후기 낭만주의풍 음악과 그레고리오 성가, 마드리갈, 인상주의 음악 등 다양한 음악 양식을 적절하게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는데, 플루트와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바순 등 목관 앙상블이 만드는 목가적인 분위기나 긴 호흡의 합창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작곡가가 표현한 성탄의 내밀한 기쁨과 소박한 정경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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