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의 클래식순례] 모차르트 <미사 C단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에 전 세계가 슬퍼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인간을 향한 연민과 사랑을 품은 분이었고, 음악과 문학, 영화 등 예술을 깊이 이해한 분이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삶의 진실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말씀하기도 했지요. 클래식 음악을 향한 그분의 사랑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교황님의 어머니는 토요일 오후 2시면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오페라 공연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예로 들면서 희망에 관해 말씀한 적이 있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로마에는 추기경 시절부터 자주 방문한 단골 음반점도 있는데, 교황이 되신 후에도 한 번 들러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이 가장 좋아한 작곡가는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바그너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를 가장 사랑했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를 가리켜 듣는 이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음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2014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 이스라엘 출신 소프라노 가수 첸 라이스를 초청해서 C단조 미사의 신앙 고백 중 ‘성령으로 인하여(Et incarnatus est)’를 부르도록 했습니다. 라이스는 며칠 전 SNS에 교황님의 선종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는데, 연주 후 교황님이 보낸 편지가 마치 지휘자가 쓴 것처럼 전문적인 내용으로 음악을 논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흔히 ‘대미사’로 불리는 미사 C단조는 모차르트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내 콘스탄체의 건강한 출산을 빌고, 또 자기 뜻대로 고향을 떠나고 결혼하면서 생긴 아버지와의 앙금을 털고 가족과 화해하려는 뜻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1783년에 결혼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향 잘츠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성 베드로 수도원에서 초연했는데, 콘스탄체가 독창 소프라노를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음악적으로는 빈으로 이주한 뒤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 특히 바흐와 헨델에게서 받은 영향과 영감을 담은 작품입니다. 바흐와 헨델 음악을 연구하면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음악에 바로크적이고 대위법적인 음악 언어를 결합했고, 그 결과 단순한 인용이나 표현의 확장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가령 미사곡에서 폴리포니적이면서 중음역에서 중후한 음향을 내는 합창 파트는 명백히 헨델을 가리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미완성으로 그치기는 했지만, C단조 미사는 어린 시절 잘츠부르크에서 쓴 이탈리아풍의 교회 음악과 생애 마지막 해에 나온 레퀴엠과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이어주는 가교라고 할 수 있고, 더 넓게 보면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이어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4면

푸르른 5월, 신자 음악인들 연주회 가볼까요

만물이 생장하는 5월,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수놓는 가톨릭신자 연주자들의 활동도 어느 때보다 활발히 펼쳐진다. 클래식과 팝 등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다니엘)는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5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조윤성트리오, 가수 김태우가 함께 오른다. 제랄드 마크스·세이무어 시몬스의 <나의 모든 것>, 스팅의 <뉴욕의 영국인> 등 전통적인 재즈 넘버를 선보이며, 이번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린뿐 아니라 직접 보컬리스트로 변신해 자유롭고 신나는 재즈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율리안나)은 5월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모차르트&슈베르트 전곡 시리즈’를 개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이진상(안토니오)이 피아노를 맡는다. 두 연주자는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등 네 곡을 연주해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변화와 색채를 선보인다. 올해로 첼로 인생 50년을 맞은 첼리스트 양성원(요셉)은 5월 2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 중인 지휘자 윌슨 응,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1부에서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고, 2부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번 공연은 한 번에 연주하기 어려운 대곡 세 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50년간 걸어 온 음악 여정을 기념하는 무대로, 양성원은 깊이 있는 첼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14면

삶에 대한 사유의 기록…하삼두 화백 ‘옵스꿀따’展

여백의 미학이 돋보이는 명상그림으로 친숙한 하삼두 화백(스테파노·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자유대학원 외래교수)이 쿠바 해외 선교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옵스꿀따’(Obsculta)라는 주제로 경북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내 수도자 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하 화백의 전시는 5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주제 ‘옵스꿀따’는 ‘들어라’라는 뜻으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규칙」 머리말이기도 하다.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로 하루를 여는 하 화백은 거의 매일 작품 활동을 하며 일상과 삶에 대한 사유를 기록해왔다. 신앙으로 열고 신앙으로 만든 작품은 색다른 묵상의 기회를 선사한다. 왜관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옵스꿀따’라는 제목은 베네딕토 성인의 영성과 하느님 사랑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신앙 고백을 드러낸다”며 “관람하는 이들에게도 믿음의 울림을 전해 준다”고 말했다. 전시 수익금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진출해 있는 쿠바의 성 베네딕도회 주님공현수도원(원장 장경욱 아론 신부)의 건축과 선교사업 기금으로 쓰인다. 컨테이너에 양철지붕을 얹어 살면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주님공현수도원은 가끔 청원자들이 찾아오더라도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곤 한다. 수도원 건물이 완공되면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쿠바에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지만, 건축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시 문의 : 054-971-0722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자 쉼터 ※후원 문의 : 054-970-2203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선교총무국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14면

“55년 화업 돌아보다” 고(故) 오세영 화백 회고전 ‘Fantasy’

“55년 그림과 함께한 나의 생. 결국 점 하나 찍고 선 하나 긋고 보니, 바로 그것이 내 마음의 거울이 되어 와닿는다. 또 이제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화가 겸 수필가로서 자유로운 예술관을 펼쳐 온 고(故) 오세영(파스칼, 1938~2022) 화백을 재조명하는 회고전 ‘Fantasy’가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울대 회화과와 홍익대 공예과 대학원을 졸업한 오 화백은 미국으로 건너가 판화, 추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5대째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성당의 성화들을 보고 자란 영향으로 목판화 <최후의 만찬>부터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캐리커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성미술을 작업했다. 특히 <최후의 만찬>은 199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드 트레페와 미국 몬테그화랑이 공동 주최한 100주년 국제공모전에서 그에게 최우수 작가상을 안겨 준 대표작으로 이번 전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 화백의 미학적 토대가 된 판화 <숲 속의 이야기>, <춘향전>과 하느님이 창조한 세계가 과학 문명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풍자한 <미래>, 태극기를 해체하고 시적인 노래로 형상화해 동양 사상과 인간 내면을 표현한 <심성의 기호> 시리즈, 그가 마지막까지 작업에 매진한 미발표작 <우리 인간들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과 <반도체 콜라주> 시리즈 등을 포함한 1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무료 전시로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남경원 작가는 “세계 대회에서 다수 수상한 선생님의 그림 세계가 국내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워 제자 된 도리로 작년 7월부터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를 통해 선생님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14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