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대하는 마음으로 수련원 기초 놓은 ‘산증인’

“세례도 안 받은 저에게 한마음청소년수련원 초대 관리부장 신부님이 ‘새로 열게 될 수련원에서 함께 일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성당의 ‘성’ 자도 모르던 저는 처음 뵌 신부님을 사장님이라고 불렀죠.” 의정부교구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한상욱(요아킴·71)씨는 수련원이 개원한 1984년부터 40년 근속하며 수련원과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한씨는 원래 수련원이 개장하기 전 그 자리에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던 ‘삼호원풀장’ 관리원이었다. 서울대교구가 풀장 부지를 넘겨받아 수련원으로 쓰기 위해 준비하던 즈음, 한씨가 성실하다는 말을 들은 수련원 초대 관리부장 고(故) 이사응(안토니오) 신부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수련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씨는 수련원 개원 초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개원한 직후 전 직원이 나를 포함해 5명 내외였다”면서 “관리할 부지가 워낙 넓다 보니 외부 사람들을 일용직으로 고용해 인력을 충원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수련회를 위해 학생들이 오면 산에서 장작을 패다가 장작불로 밥을 해주고, 방문객들이 머물 텐트를 이사응 신부님과 함께 직접 쳐줬다”고 말했다. 초기엔 담벼락 등 보수에 쓸 콘크리트를 직접 제조하기도 했다. 한씨는 “모래와 자갈 등을 버무려서 어떻게든 담벼락을 보수하거나 심지어 직접 만들었는데, 막내였던 나에겐 고된 작업이었지만 젊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웃음 지었다.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수련원 시설을 거의 꿰뚫고 있다. 한씨는 “전기나 배선 등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결국 직원들이 고쳐야 하기에 하나하나 경험하며 익혔다”고 말했다. 경험이 수십 년을 쌓여 이제는 웬만한 건 그가 고치고 있다. 수련원에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씨는 “1987년 즈음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직원과 함께 본관과 통나무집 사이 계곡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토사가 밀려와 다리를 통째로 휩쓸고 지나갔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주님이 우리를 지켜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수련원 시작을 함께했던 이사응 신부와의 기억은 특별했다. 한씨는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저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면 ‘이 사람이 처음엔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었다’며 놀리시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 신부가 한씨를 수련원으로 부른 덕에 그는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됐다. 이 신부는 2007년 선종했다. 또 40년간 많은 사제들이 수련원의 원장으로 거쳐갔는데, 한씨는 “부족한 나를 신부님들이 모두 인상 좋다며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덕분에 수련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지금까지 그대로다”고 말했다. 최근엔 폭우로 수영장에 토사가 흘러내려오는가 하면, 질퍽해진 기도 산책로에 자동차가 고립돼 트랙터로 끌어내는 등 바쁜 일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종일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앞으로 해야 할 작업들을 소개했다. 한씨에게 수련원은 집이나 다름없어 궂은일도 애정을 가지고 임한다. “수련원도 오래돼 여기저기가 망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집이라고 생각하면 더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죠.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도 이사응 신부님을 통해 주님께서 마련하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2024-07-28

대학 경계 넘어 ‘복음화 통한 전인교육’ 시너지

“12개 가톨릭계 대학들의 온라인 교육과정 공유 플랫폼인 한국가톨릭교양공유대학(CU12, 이하 공유대학)이 성공적인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교육 자원을 공유하고 참여대학들이 힘을 합쳐 가톨릭 교육 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공유대학이 꾸준히 마중물 역할을 해내길 희망합니다.” 공유대학 학장 구본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대학 간 경계를 허무는 공유대학이 복음화를 통한 전인교육 사명 실현의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는 데서 1주년이 의미 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교육환경으로 안착한 지금, 구 신부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출범한 공유대학이 여러 대학의 협력하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는 시너지를 발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 신부는 “공유대학은 대학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각 대학의 특화된 교육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수강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은 확대되고 함께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대학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의 공유이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지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대학도 열린 구조로 전환돼야 합니다. ‘복음화를 통한 전인교육’이라는 하나의 사명을 좇는 가톨릭계 대학들이라면 더욱 그렇게 해야겠죠.” 구 신부는 “우수한 교수진과 검증된 강의로 학생들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의 시너지”라고 역설했다. 단순히 대학 간 학점을 교류하는 형태가 아니라, 참여대학이 교양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운영하며 대학마다 특화된 질 높은 교양교과목을 공유하는 혁신적 미래대학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대학의 경우 강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들도 공유대학을 통하면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죠.” “교과목을 공유하기에 다양하고 유익한 과목이 개설된다”고도 구 신부는 강조했다. 많은 대학에서 ‘빅데이터 이해와 활용’, ‘AI기반 앱개발과 활용’ 등 자연과학 및 공학 영역 교양교과를 열기 어려워하는 만큼, 과목 개설에 대한 각 대학의 부담을 대폭 낮춰준다. ‘미디어와 패션아이콘’ 등 트렌디한 문화예술 강좌도 들을 수 있게 된다. 구 신부는 “공유대학이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육혁신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것은 그간 성과를 통해 입증된다”고 밝혔다. 지난 세 학기 동안 총 수강생 1만431명이 124개 교과목을 수강했다. 지난해 1학기는 17개 교과목 개설, 1409명 학생이 수강한 데 비해 올해 1학기는 38개 교과목 개설, 4504명 학생이 수강하는 등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학기에는 개설 교과 수도 60개가 될 정도다. 끝으로 구 신부는 “그간 각자 고등교육의 복음화 사명을 수행해 온 가톨릭계 대학들이 교육 목적 달성에 하나의 힘을 모은다는 것이 공유대학의 핵심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대학들이 전공까지 강좌를 공유하게 된다면 곧 ‘한국가톨릭공유대학’이 될 것”이라며 “가톨릭 교육 가치를 존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학이라면 얼마든지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2024-07-21

소설로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재조명한 김원율씨

김원율(안드레아·76·서울 반포1동본당)씨에게 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연말 성 마리아 막달레나를 다룬 「마리아 막달레나의 노래」(좋은아침)라는 제목의 소설을 펴낼 만큼 성녀에 대한 존경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평생 금융계에 종사하며 관련 도서를 출간한 적은 있으나, 문학 양식이 요구되는 소설 쓰기는 처음이다. 10여 년을 구상하고 3년에 걸쳐 글을 썼다. 전문 작가도 아니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처럼 소설로 성녀 이야기를 담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에 여러 명의 마리아가 나오는데, 성경 공부 중 혼돈이 되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곤 했어요. 그 과정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됐죠. 오랫동안 잘못된 인식으로 성녀가 오도되었고 폄하되었습니다. 부활의 첫 증인이자 사도들을 부활에의 확신으로 이끌었던 그녀의 생애를 소설로 진실하게 그리며 반론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생각한 것은 좀 더 사람들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김씨는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야기를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나갔다.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작가적 구상력과 묵상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일생 전체 안에서 예수님을 향한 강한 사랑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소설의 구성, 플롯(plot)을 짜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정통 교리와 성경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독자에게 감흥과 감동을 주는 데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녀를 ‘사도 중의 사도’로 인정하셨고,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2일을 축일로 격상시키는 교령을 발표하셨다”며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을 계기로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성녀의 위대함을 마음속에 새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아 막달레나 연구 모임이 생겨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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