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기에르 주교 알아가면서 우리 신앙 성장할 것”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여정이 한 번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 신자들의 발걸음이 중국에 남겨진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발자취를 따라 지속돼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조화수(바오로) 회장은 4월 16~21일 5박6일 동안 서울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중국에서 마련한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 발자취를 따라서’ 순례에 참여한 뒤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번 순례는 중국 내 미묘한 종교 정책에 의해 본래 순례하기로 정했던 목적지를 방문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속에서 희망도 찾을 수 있었다. “순례를 마치고 받은 소감을 말한다면, 신앙인으로서 모든 일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주도 하에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중국의 복잡한 종교 상황으로 인해 이번 순례의 중요 순례지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의 ‘시그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순례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암시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번 순례를 통해 ‘불쏘시개’를 주신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한국교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새로운 깨우침을 얻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초대 조선교구장 시복시성 기도’를 바치다 보면 ‘조선 선교를 자청한 뒤 온갖 고난과 질병을 극복하면서 오로지 조선에 들어가 선교하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온 삶을 봉헌한 브뤼기에르 주교’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기 기도문에 브뤼기에르 주교가 어떤 성직자인지를 알려주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브뤼기에르 주교에 관해 1831년에 임명된 초대 조선교구장이라는 사실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조 회장은 브뤼기에르 주교에 대해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한 모범을 보인 사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 한국교회 신자들이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홀대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이 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이 초대 조선교구장으로 부름 받았을 때 순교까지 각오하고 ‘예’라고 응답했기 때문에 한국교회 역사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중국 순례는 앞으로 지속해야 할, 브뤼기에르 주교님 발자취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의 예행연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조화수 회장은 “신자들이 한국교회사를 공부할 때 이승훈(베드로)이 첫 세례를 받은 뒤 평신도들의 주도로 한국교회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더라도 초대 조선교구장이 브뤼기에르 주교라는 점과 조선교구 설립 과정을 모른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한국교회의 초석이며 한 축이 된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신앙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28

서울성모병원, 손보협회와 저소득층 환자 의료비 지원 업무협약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병원장 윤승규 스테파노)은 4월 8일 손해보험협회와 중증질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지원 대상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 가운데 신청자 중에서 병원 내 자선환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선정된다. 지원금은 총 7000만 원 규모로,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4월 8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서울성모병원은 2021년부터 손해보험협회와 코로나19 피해 저소득층 및 중증·희귀난치질환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약 2억 원 규모의 의료비를 지원해 왔다. 의료비 지원사업은 손해보험업계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신용회복위원회가 사회공헌사업 추진을 위해 금융회사 등 법인카드 포인트 및 기부금으로 조성한 범금융권 사회공헌기금인 ‘새희망힐링펀드’를 재원으로 활용한다. 윤승규 병원장은 “소중한 기금이 소외되고 어려운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병원의 생명 존중 정신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4-04-21

“지구 훼손에 책임있는 노년이 앞장서 공멸 막아야”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풍요와 편리를 이유로,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구를 훼손하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아 왔습니다. 이를 회개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멸을 막는 데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마음뿐이에요.” 불타는 지구의 화재 현장으로 긴급출동하는 소방대원의 마음, ‘노년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각오로 노년 기후운동단체 ‘60+ 기후행동’(이하 기후행동)은 2022년 1월 19일(119) 창립 발대식을 올렸다. 민윤혜경 운영위원(아녜스·67·서울 청담동본당)은 창립 때부터 기후행동 일원으로서 삼척 화력발전소 반대,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반대 등 피케팅 및 세미나를 비롯한 활동에 꾸준히 함께해 왔다. 민윤 위원은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를 어떻게든 나은 모습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니어 기후 활동가로 나서게 됐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회원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민족 화해, 사회정의 실현 등 다른 문제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를 실현할 사회도, 평화를 되찾을 민족도 결국 먼저 지구가 살아 숨 쉬어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윤 위원은 2020년 미국 서부를 집어삼킨 초대형 산불을 현지에서 접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 폭염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진단했다. “파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붉고 검은 밤이 깔렸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재앙이 거실 창문 밖에서 펼쳐지고 있었죠.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는 충격으로 눈뜨게 됐어요.” 그는 “그런 재앙을 앞당긴 것이 젊은 날 무분별한 개발주의 일변도로 달려왔던 우리 베이비붐 세대였기에 다른 세대보다 노인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태적 회개를 바탕으로 후손들을 보살피는 어른으로 모범을 보여야 다른 세대가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민윤 위원은 “노년 세대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들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젊은 세대에게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축적된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막다른 길에 빠진 청년들을 트인 길로 안내하고, 안정된 노년의 시간·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피케팅, 삼척 맹방해변을 순례하며 바치는 생태적 회개 기도…. 아랑곳하지 않는 거대 자본을 저지하려는 이 작은 움직임들이 “곧 신앙고백이자 생태적 순교”이기에 가치를 갖는다고 민윤 위원은 말했다. 단번에 지구를 푸르게 만들 수는 없더라도, “작은 영적 헌신이 모여 하느님 창조 질서를 세상에 외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긍지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어떠한 도구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민윤 위원. 그는 끝으로 “노년의 자신에게 주어진 ‘창조 질서 보전’의 직무를 사명감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손주들을 위해 노년을 가치 있게 봉헌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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