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이 이사장 되는 날까지…갈 길이 멀죠”

“잠시 하늘을 바라볼 시간조차 없는 바쁜 삶에 지쳐 무작정 과테말라에 갔던 경험이 저를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이렇게 이끄실 줄은 몰랐죠.” 결혼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알록달록 협동조합(공방)을 설립해 이주여성들에게 재봉 기술을 교육하고 이들이 직접 만든 생활용품 판매를 책임지는 신선화(마리아 막달레나) 이사장은 원래 봉제 공장을 20여 년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일하며 믿어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이 싫어져 사업을 정리하고 무작정 신부님,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스페인어를 배워 과테말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신 이사장은 “과테말라에서 중남미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다 보니 국내에 들어와서도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중남미 공동체에서 봉사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낮은 자존감 속 취업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도움으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되며 2017년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1층 한쪽에 재봉 교육을 위한 공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주여성들이 기술은 익혔지만 문화 적응, 한국인과의 소통 등의 문제로 전문 공장에 취업하기는 아직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그렇게 2021년 설립된 ‘알록달록 협동조합’은 자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친구들이 처음에는 공방 바로 앞에 나가 옷을 판매하는 것도 두려워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고, 지나가던 행인이 ‘외국인이 왜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하냐’며 윽박지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외부 행사, 플리마켓에 데리고 나가 한국 사람들과 부닥치게 했죠.” 신 이사장은 “공방이 지금보다도 알려지기 전에는 성북구와 구의회, 성당 등에서 주문을 해준 덕분에 일감이 생겼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홍보를 해 지금은 길상사에도 입점했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많아지자 이주여성들도 자신감을 되찾고 점차 한국인 고객 응대에 적응해 나갔다. 공방을 찾는 고객이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이 직접 매장을 관리하고, 외부 활동도 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가 영원히 이사장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혜화동에서 열릴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에도 부스를 열게 됐다. 나가는 행사가 많아져 바빠졌지만,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생활면에서 보면 당연히 사업할 때가 좋았죠. 하지만 지금도 먹고 자는 데 큰 문제 없이 그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지금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새로운 복음화는 가난한 이들을 중심에 두는 것”

“아브라함은 75세에, 모세는 80세에 부름심을 받았습니다. 저는 훨씬 나이가 적고 건강하잖아요?” 올해 칠순인 신상현 수사(야고보·예수의 꽃동네 형제회)가 ‘순명’의 정신으로 꽃동네를 일구는 소명에 자원해 6월말 브라질로 떠난다. 신 수사는 포스두이구아수(Foz do Iguaçu)시에 있는 노숙인 요양원을 거점으로 꽃동네를 개척할 계획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꽃동네의 터를 닦는 일에 어떻게 스스로 나설 수 있었을까. 신 수사는 “새로운 선교지에 파견되어 생애를 바치는 것은 꽃동네 수도 생활 38년 동안 깊이 품어 온 꿈이자, 하느님의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라고 밝혔다. “2006년 아프리카 우간다 성령대회 강의를 마치자마자 정글에 흩어져 사는 에이즈 환자·고아들을 방문했습니다. 쓰러져 가는 진흙집에서 중풍 환자 할머니가 홀로 고아 5명을 돌보고 계셨죠. ‘수사님은 제 기도의 응답입니다, 꽃동네가 우리 손주들을 책임져 주세요’라고 할머니가 제게 애원했어요. 아픈 할머니의 그 힘없고 작은 음성은,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구에게나 하느님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을 거예요.” 포스두이구아수시에서 운영하던 요양원은 여느 시설들처럼 의식주에만 집중했고, 입소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시설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시청이 포스두이구아수교구에 시설 수탁을 제안했고 교구장 세르지우 데 데우스 보르게스 주교는 이웃 나라 파라과이의 꽃동네 노숙인 시설 ‘자비의 집’을 견학한 후, 한국 꽃동네에 수도자 파견을 요청했다. 보르게스 주교는 신 수사가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노숙인에게 의식주뿐 아니라 그들의 한 가족이 되어 영혼을 낫게 하는 꽃동네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꽃동네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20개 국가에 진출해 있지만 신 수사를 비롯한 꽃동네 가족에게 브라질 진출은 뜻깊다. 신 수사는 “급격한 도시화와 가난한 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빈곤율이 매우 높은 브라질에 꽃동네의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한 사람 한 사람 섬기는 영성’만 한 특효약은 없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표했다. “성공하기 위해 가는 게 아녜요. 여느 꽃동네 수도자처럼, 버림받은 영혼 하나라도 구하기 위해 갈 뿐이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일에 제가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으면 해요.” 생소한 포르투갈어를 배우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파견을 준비 중인 신 수사. 그는 “‘새로운 복음화란 교회의 순례 여정에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는 교황님 말씀(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대로, 소외된 이들에게 헌신하는 분들의 노고가 더 비춰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영혼 구원 사업을 펼치는 선교사들과 꽃동네 가족들이 힘냈으면 합니다. 일선에서 뜨겁게 헌신하시는 우리 형제자매들과 후원자들께 전합니다. ‘콩 토두 우 메우 코라상, 아무 보세이스!’(Com todo o meu coração, amo vocês, 온 마음으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 후원 문의 043-879-0151~9 (재)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회원관리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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