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인공지능, 인간 위한 도구일 뿐…인간 지성 대체 불가”

이승훈
입력일 2025-07-23 08:53:09 수정일 2025-07-23 08:54:44 발행일 2025-07-27 제 34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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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공지 「옛것과 새것」 발표…인공지능,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간 지성은 ‘하느님의 선물’, 인공지능은 학습 통해 논리·수학적 결과만 제시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1월 28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인간 지성의 관계에 관한 공지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을 발표했으며, 주교회의는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7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옛것과 새것」을 통해 교회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성찰하고 있는지, 또 인공지능을 선하게 이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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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은 인간 지성의 풍요로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지성을 보완하는 도구며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인간 소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삽화와 그림 설명은 「옛 것과 새 것」의 메시지를 분석한 챗지피티(ChatGPT)로 제작했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

인간의 지적 활동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데이터 분석이나 이미지 식별, 의학적 진단에 이르는 전문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의 모든 활동을 대신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교회는 「옛것과 새것」에서 “인간 지성과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동등하게 보는 것은 기능주의적 관점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교회는 “인공지능이 인간 추론의 측면들을 모방하고 특정 과제를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계산 능력은 그저 인간 정신의 광범위한 능력의 단편일 뿐”(32항)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탁월해도 결국 그 능력은 근본적으로 논리 수학적 구조에 한정됨을 말한다.

반면 인간 지성은 “현실의 모든 차원을 이해하고 현실에 적극 참여하는”(33항)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련된 하느님의 선물”(21항)이다.

인간의 지성은 단순히 계산이나 논리적 언어 등 기능적인 과제만을 완수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는 일부분일 뿐으로 인간 지성은 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이 ‘육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육화된 존재’란 인간 안의 정신적 부분과 물질적 부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지 않는 단일체라는 의미다.

인간의 지성과 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마치 인간 지성이 몸 없이도 작동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인간은 육화된 존재기에 “인간의 영은 육체 없이는 본연의 정상적인 앎의 방식을 수행하지 못한다.”(17항) 인간 지성의 성장은 “감각적 자극, 감정적 반응, 사회적 상호 작용, 그리고 각 상황의 고유한 맥락을 포함한 구체적 경험들로 형성”(31항)된다. 논리적 구조 안에서 기계 학습만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인간 지성은 “관계 안에서 발휘되며, 대화와 협력과 연대 안에서 가장 충만하게 표현된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타인과 친교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간 지성은 이런 친교를 통해 “타인과 함께 배우고, 타인을 통해 배운다.”(18항)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창조와 구원 안에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원한 자기 증여에 궁극적 기반”(19항)을 두고 있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인간은 감각적 경험과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 인간 지성의 한계를 초월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 때문에 마치 인공적으로 인간 지성(지능)을 구현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인공지능은 사실상 인간 지성과는 비교될 수 없고, “인간 지성의 산물”(35항)일 뿐인 것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풍요로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지성을 보완하는 도구로만 사용돼야 한다”(112항)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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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OSV

인공지능, 선용하려면

“모든 과학 기술 성취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다.”(37항)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사용 목적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가 누구에게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윤리적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면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인간 발전을 이룩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 기술이 윤리적으로 선용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물질적 부는 물론이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지닌 만큼,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우려도 있다. 또 모든 문제를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이 팽배해져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침해당할 여지도 크다. 이에 교회는 “인공지능은 단순히 경제적 또는 기술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돼야 하며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55, 69항)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은 현실의 진정한 만남을 방해하고 인간을 고립시킬 수 있고, 어린아이의 경우 인간관계를 인공지능과의 관계처럼 도구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교회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처럼 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인공지능을 이용해 속이는 것이 부도덕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교회가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죄들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의 이론상의 위험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욱 시급하고 당면한 우려는 악의를 품은 개인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오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의 오용으로 발생하게 되는 허위 정보, 딥페이크, 사생활 침해, 자유의 억압, 그리고 전쟁 등에 관해 고찰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제언하고 있다.

교회는 “우리는 알고리즘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제약하거나 조건을 달도록 허용할 수 없고, 연민과 자비와 용서, 특히 개인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없애버리도록 허용할 수도 없다”면서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함이 존중될 수 있도록, 군사용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은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94, 103항)고 역설한다.

「옛것과 새것」은 “인공지능이 제기한 심오한 질문과 윤리적 도전을 다루기 위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지혜”(114항)라고 강조한다. 마음의 지혜는 인공지능이라는 이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고, 공동선을 증진하며,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고 인간의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할 수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이루는 복되고 완전한 친교로 이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