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섭리 나눔의 집’ 봉사자 김유순 씨

민경화
입력일 2025-07-29 16:23:11 수정일 2025-07-29 16:23:11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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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금요일 노숙인 급식 봉사…“땀 뻘뻘 흘리지만 뿌듯함이 더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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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순씨는 “노숙인 식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노숙인 식사 봉사를 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천주의 섭리 수녀회가 운영하는 ‘섭리 나눔의 집’에서 봉사하는 김유순(소화데레사, 수원교구 제1대리구 서둔동본당) 씨는 노숙인 급식 봉사를 통해 신앙과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2023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찾은 성당에서 김 씨는 섭리 나눔의 집에서 봉사 중인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몇 년 만에 미사에 갔던 날이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자매님이 노숙인 식사 봉사에 인원이 부족하다며 하루만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죠. 그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첫날,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돌아온 김 씨에게 한 수녀가 다음 주에 열리는 봉사자 피정을 권했다.

“정식 봉사자가 아니라 망설였는데, 수녀님께서 기도도 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자며 권유하셨어요. 피정 중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이 주신 사랑을 나누는 길이 봉사’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죠. 그 은혜를 충만히 받고 정식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김 씨는 격주 금요일마다 다섯에서 여섯 명의 봉사자와 함께 섭리 나눔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한 뒤, 수원역으로 이동해 배식한다. 하루 약 160명의 노숙인이 급식소를 찾기 때문에 180인분가량을 넉넉히 준비한다.

“오전 9시부터 요리를 시작해 배식하고 돌아와 정리까지 마치면 오후 3시가 훌쩍 넘을 때도 있어요. 여름에는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지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큽니다.”

노숙인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일은 길거리, 가장 낮은 자리의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레 안부를 묻게 되고,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도를 올리게 된다. 그렇게 김 씨는 노숙인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배식을 시작하기 전, 봉사자들이 모여 함께 기도합니다. ‘오늘도 노숙인분들이 한 끼 배불리 드시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기도로 시작하죠. 그래서 저희 봉사자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불편함 없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김 씨에게 급식 봉사가 있는 날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하루’다.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삶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는, 은총 가득한 시간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나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실천하기란 쉽지 않지요. 좋은 기회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는 건강과 시간 또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감사한 일들이 많았기에, 신앙생활도 늘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