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한 평 남짓 방에서 두 아이 키우며 투병 중인 함홍남 씨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잔 지 2년째입니다.” 성인이 허리를 깊이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 함홍남(51) 씨는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미용실 구석의 좁은 계단 8개를 올라 그곳으로 향했다. 집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협소하다. 씻을 수도, 밥도 해 먹을 수 없다. 그의 일터인 미용실 천장을 뜯어 마련한 ‘생활 공간’이다. 함 씨는 아파트 상가에 세 들어 미용실을 하고 있다. 5년 전 이혼 후 이곳으로 와 12살 딸, 10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미용실을 열었지만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플랫폼 노동에 나서 낮에는 미용사로, 새벽에는 배달 노동자로 일했다. 점심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모의 식사를 챙겼다. 그렇게 잠도, 끼니도, 쉴 틈도 없이 버틴 시간들. 그 무게는 결국 그의 몸에 병으로 남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심장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를 한꺼번에 진단받았다. 고정 수입이 없어 생계 부담은 늘 크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돌봐야 하기에 미용실은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둘째가 자주 아빠를 찾아 새벽 배달 일도 꾸준히 하기 어렵다. 월세와 생활비, 교육비, 병간호비까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고정 지출은 결국 빚으로 쌓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마저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쇄골이 부러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핀 7개를 몸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수술비도 문제지만, 회복 기간 동안 생계가 끊기는 게 더 두렵다. 다행히 두 살 터울의 남매는 방과 후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한울이네 공부방’에서 수도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까지 챙겨 먹고 돌아온다. 덕분에 함 씨는 끼니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주방도 식기도 없는 집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온 인스턴트 음식이다. 화장실도 없어 상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매일 샤워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 재작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한 평짜리 공간에서 셋이 나란히 잠들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함 씨는 혼자 미용실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한다. 첫째는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둘째는 새벽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여기서 살 줄은 몰랐어요.” 함 씨는 아이들을 위해 단칸방이라도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째가 밤에도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게 되면서, 이틀에 하루꼴로 새벽 배달을 나갈 수 있게 된 건 함 씨에게는 작은 위안이자 희망이다. 그렇게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 함 씨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한 한울이네 공부방 대표 전민아(살레시아) 수녀는 “함 씨는 심장 질환이 있어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두 아이와 노모를 혼자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함 씨 가족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6월 11일(수) ~ 2025년 7월 1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현대 가톨릭 우파’ 형성 원인은…‘가톨릭 통합주의’ 조명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6월 7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랄리즘과 그 유산’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손민석 박사(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중세 인테그랄리즘(Integralism)의 사상적 뿌리부터 현대 미국 가톨릭 우파의 부상까지를 짚으며, 최근 떠오르는 인테그랄리즘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신학적·정치적 대안 모색이라고 진단했다. 인테그랄리즘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비판하며 국가 권력이 교회의 도덕적 권위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가톨릭 전통 사상으로, '가톨릭 통합주의'라고도 불린다. 손 박사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인권국을 폐지하고 자연권국 신설을 추진하는 모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서구 전통 가치를 다시 수용하려는 흐름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절차와 중립성만을 강조해 온 자유주의는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고, 공동체 해체와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실존적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박사는 인테그랄리즘이 종종 극우 정치와 동일시되는 현실을 경계하면서 “단지 극우의 전유물이 아닌 포스트 자유주의적 흐름에 따른 하나의 대안”이라며 “이 흐름은 신학적, 정치적, 실존적 측면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전했다. 손 박사는 “프랑스혁명 이후 세속적 정치 이념이 부상하면서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톨릭 인테그랄리즘이 등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19세기에는 근대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며, 가톨릭의 진리를 사회 전반에 통합하려는 흐름이었고, 20세기에는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에서 극우 파시즘과 결합해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교의 자유를 선언하고 정교 분리를 수용하면서 ‘국가 위의 교회’ 모델에 제동을 걸었다”며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과 다원주의 담론이 확산됐고, 인테그랄리즘이 보다 자유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민(요한) 신부는 “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인테그랄리즘은 근대 시기 동안 분리되고 주변화됐던 신앙의 세계를 복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왜 지금 이 시점에 미국에서 인테그랄리즘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가”라며 “이는 방향성을 잃은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전통에 대한 깊은 향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3면

인천 갈산종합사회복지관, “소통·연대로 ‘사람과 마을’ 연결해요”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갈산종합사회복지관(관장 백진희 프란체스카, 이하 복지관)은 2024년부터 ‘인천시 찾아가는 복지시범특화사업’ 일환으로 고립된 중장년 남성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사잇길’(사람과 마을을 잇는 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천 부평구 내 40~60대 고립 가구를 발굴해 관계 단절과 은둔으로 인한 고립감을 완화하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망 회복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 대상자들은 갈산동과 청천동 두 그룹으로 나뉘어 거점 공간에서 ▲경청 모임 ▲목공, 요리, 원예 등 공동체 활동과 자조 모임 ▲나들이 및 문화 체험 등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 문화공간, 협동조합 공방 등의 거점 공간은 지역 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마을공동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마련했다. 매달 1회 2시간 진행되는 ‘경청 모임’은 테이블 없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다. 오픈다이얼로그(open dialogue, 당사자가 사회적 관계망과 함께 회복의 대화를 나누는 정신 건강 서비스 모델)를 접목해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건강한 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참여자들은 전문 강사로부터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 교육을 받고 있다. NVC의 네 가지 핵심 요소인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평가나 비난 없이 상황을 관찰하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식하며, 이를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소통 능력을 키우고 있다. 5월 20일 복지관에서 열린 경청 모임에 참석한 이석규(67) 씨는 “예전에는 대화 중 옳고 그름에만 집착하다 갈등이 생겨 위축되곤 했다”며 “공감의 방법을 배우면서 다름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로에게 자신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일마다 만나는 교회 신도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덧붙였다. 복지관은 6월 11일부터 중장년 여성 대상 경청 모임 등 집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백진희 관장은 “중장년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대화와 상호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고립된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잇길’을 넓혀 가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4면

100차 맞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기도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기억하며 10년 간 이어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100차를 맞이했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5월 29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제100차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연대와 참여의 힘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했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당시 보여준 가난한 이들과 난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이어받기 위해 2015년 3월 첫 미사를 봉헌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성주간 등을 제외하고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통일을 위해 힘쓴 고(故) 조성만(요셉) 열사, 세계의 난민들, 무력 분쟁과 자연재해 희생자, 환경파괴로 고통받는 이들 등 동시대 기도가 필요한 존재들을 기억하며 미사가 봉헌됐다. 교회가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곁에 자리하고, 하느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음을 드러내는 전례로 의미가 깊다. 미사를 주례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강론에서 “정평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전하고, 민족 간 정의를 촉진하기 위해 성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단체”라며 “인권과 사회 정의, 평화와 생명 존중 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신부는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첫날이고, 투표는 선거 때만 고개 숙이는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공선을 우선시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차기 대통령이 공동선의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줄 것도 요청했다. 미사에 참례한 박영인(루치아·서울 양천본당) 씨는 “사회교리학교 27기를 마친 후 함께 졸업한 동문들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며 “신앙인으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기억하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사회사목국은 앞으로도 주거권 문제로 더욱 가난해진 이웃들, 고공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들, 이 땅의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정의·평화·창조 보전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와 기도를 이어가며 사회교리의 가르침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6면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 구조적인 생명 경시 결과”

“되풀이되는 산재 사고는 기업의 무책임과 생명경시 문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경기도 시흥 SPC 시화공장에서 5월 19일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종교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통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이하 3대 종교)는 5월 27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살인기업 SPC 규탄 3대 종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시몬 신부 등 각 종교 관계자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 (사)김용균재단 권미정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3대 종교 성직자들은 공동선언문에서 “SPC 시화공장에서 또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며 “지난 2022년, 2023년 두 건의 사망사고 이후 SPC는 여러 차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단지 현장의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생명경시의 결과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지, 누가 이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지, 왜 노동자의 안전은 늘 뒷전인지 SPC에게 묻는다”고 소리를 높였다. 성직자들은 또 “종교의 가르침과 도리에 따라 고통받는 노동자의 편에 서서 종교인으로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SPC 허영인 회장 사퇴 ▲SPC 경영진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SPC의 기업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 수립·공개 ▲정부가 중대 재해에 대한 수사 진행과 송치 관련 상황을 밝히고 최고책임자를 수사·처벌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SPC 그룹 내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2년 10월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2023년 8월에는 경기도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 밖에도 알려진 SPC 계열 공장에서의 부상 사고만 4건에 달한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6면

‘제1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 열린다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회장 류제수 바오로, 지도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 이하 한가농)는 6월 1일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교정 성당에서 ‘제1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 20개 지역 가톨릭 농아선교회 농아인(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 신자들과 청인(들을 수 있는 사람) 봉사자 등 700여 명의 참가자는 이날 행사에서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화합과 친목을 다진다. 농아인과 청인 모두에게 유익한 강의도 열린다. 한국교회 두 번째 농아인 사제 김동준 신부(갈리스토·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 보좌)가 ‘나의 삶과 신앙’을 주제로 강연하며, 수어에 능통한 청인 사제 박희전 신부(루케치오·작은형제회)는 그림을 활용해 ‘명화로 보는 성모님의 생애’ 주제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 형식의 추첨 행사도 열린다. 강의는 수어로 진행되며 한국어(소리 언어)로도 통역된다. 오전 11시에는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주례 미사가 봉헌된다. 전국 가톨릭 농아선교회에 소속됐거나 농인 사목에 동참하는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다. 전국 21개 농아선교회가 연대하는 한가농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전국 단체로 교회와 사회에 농아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하며, 농아인 복음화와 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5면

범사회복지계, 대선 앞두고 ‘5대 복지 정책’ 제안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회장 정성환 프란치스코 신부, 이하 한종사협)는 국내 사회복지단체들과 함께 5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범사회복지계’ 차원의 정책 의제를 제안했다. 공동 기자회견은 한종사협 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사회복지연대,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등이 연대해 사회복지계 공동의 목소리를 담은 자리로 의미가 깊다. 범사회복지계는 이날 “사회복지 서비스의 주요 현안과 정책이 이번 조기 대선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며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모두가 존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5대 정책 의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5대 정책 의제는 ▲선진국 수준의 복지 예산 확대 및 복지 인프라 구축 ▲생활위험 극복을 위한 사회보장 수준 확보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 구현 ▲사회복지사 권익 향상을 위한 근무환경 보장 ▲사회기반시설 확대 및 규제 정비 등이다. 한종사협 정재동 부회장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복지를 국가 운영의 중심 과제로 삼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5대 핵심 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규제 법령을 전면 재정비하고 뉴딜 사회기반시설을 확대해 사회복지시설 확충과 지역 편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사회복지계는 향후 대선 후보자와의 면담, 정책 제안, 공약 반영 촉구 등 실질적인 연대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범사회복지계는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강선우 의원을 만나 「범사회복지계정책연합 정책제안집」을 전달했다. 한종사협에는 한국카리타스협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구세군대한본영,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6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혈소판 감소증과 대장암으로 고통받는 한혜정 씨 가족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벌던 돈은 병원비로 다 나갔는데 이제는 저까지 아파서 병원비도 감당할 수 없어요. 일상생활도 힘들지만 얼른 다시 일해야 해요. 가족 모두 건강해지고, 집다운 집에서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청주교구 대소본당 한혜정(미카엘라·61) 씨는 올해 1월 혈관이 파괴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혈관이 터지면서 온몸에 멍이 생긴 한 씨는 통증으로 인해 일할 수가 없어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6년 넘게 주말에도 일하며 가족들의 병원비를 마련하던 한 씨였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처지다. “몸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상태”라는 것이 한 씨의 현실이다. 한 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임대한 땅에 임시로 지은 8평 규모의 조립식 컨테이너다. 보증을 잘못 서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마련한 임시 거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데다 도로변이라 차량 소음으로 밤잠 설치기 일쑤다. “차가 지나다닐 때면 집이 울릴 정도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작은 공간 탓에 물건을 정리해도 늘 어수선하고, 요리하면 온 집안이 음식 냄새로 뒤덮인다. 한 씨의 남편과 아들, 딸 역시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딸 박장은(스텔라·31) 씨는 12년 전 대학 1학년 때 신장암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하며 학업을 마치고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병이 재발해 학위를 받지 못한 채 학자금 대출만 남았다. 박 씨의 꿈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얻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투병 생활의 여파로 혈관이 기형적으로 변해서 걷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금씩이나마 일을 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한 씨의 배우자 박재형(61) 씨는 대장암 1기로 용종을 6개월에 한 번씩 제거해야 하는 희귀성 질환을 앓던 중 신장으로까지 암이 전이됐다. 병이 발현되기 전에는 인삼 농사를 대규모로 지었지만, 지금은 농지를 3분의 1로 고추 농사만 이어가고 있다. 아들 박해인(야고보·34) 씨도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력으로 아버지와 같은 희귀성 질환이 발병했다. 밤마다 호흡기를 차고 자야 하며, 평생 대장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박 씨는 공장에 출근하며 치료비를 보태고 있다.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오는 한 씨 가정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농사용 차량과 생활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해 병원에 가려면 차가 있어야 하지만 그 차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몸이 성치 않지만 한 씨는 주일마다 미사에 참례하고, 본당 구역회 반장과 성모회 활동도 하고 있다. 한 씨는 “죽이시는 것도, 살리시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전했다. 대소본당 주임 남정우(안셀모) 신부는 “오랜 투병 생활로 가세가 기울어진 한 씨 가정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가족의 투병을 간호하며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 온 한 씨마저 투병 하게 되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 2025년 5월 21일(수)~2025년 6월 1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4면

“청년 남성은 우파?”…편견 벗어나 이해의 폭 넓히는 자리 마련

일부 2030세대 청년 남성들이 최근 우경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들이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 정당과 이들의 정책, 586세대로 대표되는 기성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과 강한 거부감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는 5월 17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우리 시대의 청년은 왜 우파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극우화된 일부 청년 남성이 사회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청년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송경호 연구원(연세대학교 정치학과 BK21교육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발제에서 “청년 남성들은 안보 이슈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경제·노동 이슈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른 연령층보다 진보적인 경향도 보인다”며 “이들의 보수화가 단순히 전통적 이념 스펙트럼의 ‘우클릭’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전통적 보수가 권위에 복종하고 기득권 구조를 옹호한다면, 청년 우파들은 반대로 권위에 대한 반감,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이 현재의 기득권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은 과거에 기득권층에 반발했던 진보 엘리트”라고 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이우창 조교수는 “취업난 등 현실 앞에 좌절한 청년 남성의 진보 진영 이탈은 2018년경 추진된 정부의 여성친화 정책 등에 대한 반발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이 양상이 확연히 드러나기 전까지 진보 진영은 청년 이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이들의 불만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탈을 우경화, 즉 보수적 가치에 대한 지지로 바로 연결 지을 수 없고, 오히려 이들은 보수 진영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발제자들은 청년 남성들의 요구를 공적인 담론의 영역으로 이끌어 올 정치적 대표자의 부재와 극우 유튜버들의 등장이 청년들 중 일부를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았다고 봤다. 또한 정치권이 이와 같은 청년 남성들의 불만을 이용해 ‘혐오의 정치’로 표심을 노린 점도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발제자들은 한국 청년 남성들의 정치적 양상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또한 극우 청년 남성들과 단순히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청년 남성들을 한 부류로 볼 수 없다는 등의 한계도 지적했다. 콜로키움에 참가한 작은형제회 JPIC 위원장 양두승(미카엘) 신부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젊은 청년들의 성향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자리를 통해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다”며 “평소 교회가 구체적으로 잘 다루지 않던 주제로 콜로키움을 마련한 예수회와 사목자를 비롯한 평신도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소개한 발제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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