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체장애 가족 돌보는 장애인 박준채 씨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마음이 편해요. 가진 건 없지만, 작은 힘이라도 나누고 싶어요.” 광주대교구 월곡동본당의 박준채(베드로·58) 씨는 한 달 수입이 120여만 원뿐인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마저도 온전히 생활비로 쓰기 어렵다.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박 씨 자신,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아내,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 세 식구의 생계와 병수발을 모두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생계를 위해 스무 살에 광주로 왔다. 열 살 무렵, 병원의 잘못된 진료와 치료로 멀쩡하던 왼쪽 다리뼈를 억지로 맞추다가 염증이 생겼고, 이후 골수염으로 이어지면서 평생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가고 있다. 지체장애인인 그의 아내 공춘심 씨 또한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공 씨는 어릴 적 사고로 뇌병변을 앓게 됐다. 5년 전에는 무릎과 복숭아뼈에 물이 차면서 여러 차례 수술과 피부이식을 반복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고,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것 또한 힘겹다. 현재는 당뇨 합병증으로 피부가 곪아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막내아들 박종대(요한) 씨는 태어날 때 2시간 동안 숨을 못 쉬면서 뇌병변장애를 입었다. 보조장치 없이는 걷지 못하지만 종대 씨는 유쾌하고 따뜻하다. 그의 꿈은 발라드 가수다. 가수가 되기 위해 14kg을 감량하고,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종대박종대’에 올리고 있다. 박준채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의료비와 생계비다. 세 식구가 한 달에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박종대(요한·22) 씨가 다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받는 월급은 6만9000원이 전부다. 그나마 4월부터 정직원이 되어 시급 1만1000원을 받게 됐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 씨는 “막내아들의 꿈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조차 어렵다”며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9년 전 지인의 권유로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됐다.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이면 장애인과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가정에 반찬을 배달한다. 주일이면 교통·주차 봉사와 더불어 거동이 어려운 교우를 직접 차로 성당에 모시고 오고, 다시 모셔다 드린다. 월곡동본당 주임 이준한(토마스) 신부는 “박 씨는 성당에서 겨울엔 제설작업, 계절이 바뀌면 화단 정리처럼 남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장애와 배우자의 병환, 그리고 아들의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 그의 가정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 2025년 4월 30일(수)~2025년 5월 2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미사와 북토크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둔 4월 9일 80여 명의 시민·신자가 인천교구 사회사목센터에 모여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오병수 스테파노 신부)이 마련한 추모미사와 북토크 자리였다. 북토크는 세월호참사 생존자들, 희생자의 형제자매들과 시민 연대자 등이 마음속에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주제로 열렸다.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이었던 생존자 김도연(28) 씨,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박지연(29) 씨가 초대돼 이야기를 나눴다. “생존자 감수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에는 그게 없다고 느낀 순간이 진짜 많았어요. 참사 초기에 하루 이틀 심리상담으로 내 상태를 판단하고는 전문가랍시고 임의로 보상금을 지정하는 것도 기괴했어요. 이 보상금이라는 게 뭘까? 국가가 사과한다는 의미인가? … 무엇 하나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채 자기들이 임의로 지정한 돈을 주고 나면 우리는 그저 괜찮아져야 하는 건가? 그걸로 사건이 끝났다고 보는 것도, 책임을 다한 게 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죠. 왜 우리가 아파도 되는 정도와 기간을, 애도하는 기간을 사회에서 정하고 그 기한을 넘어서면 유난을 떠는 것처럼 대하는 건지도.”(「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중 김도연 씨의 구술) 김도연 씨는 “우리(생존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사 트라우마에 노출됐다는 사회적 인지와 감수성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참사를 겪은 모든 이가 스스로 생존자임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들은 유가족들이 만든 거야.”(정세랑 「피프티피플」 중) 박지연 씨는 수많은 참사 피해자의 고군분투가 만들어온 변화들을 더 많이 조명하고 이야기 나누며, 동료 시민인 우리가 어떻게 서로 책임을 나눠질 수 있을지 숙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북토크 시작 전 국장 오병수 신부 등 사제단이 집전한 추모미사는 참례자 모두가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11년째 아파하는 유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다시는 같은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마음 모아 염원하는 시간이 됐다. 강론은 성소를 받기 전 원양선 기관사로 일했던 김상민 신부(요한 세례자·교구 사회사목국 병원사목 전담)가 맡았다. 김 신부는 “명확한 사고 원인도 밝히지 못했기에 희생자·유가족들의 억울함과, 생존자들의 또 다른 큰 고통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며 “같은 뱃사람 출신 사제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평생 기억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6면

천주교 등 3대 종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 해결 촉구 기도회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4월 9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거제통영고성(이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해결을 사측에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3대 종교 지도자들은 입장문에서 “노동자의 고통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과 다름없다”며 “인간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구조, 비용절감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의 태도가 더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 또한 조정자의 책임을 다해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도회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됐다. 천주교 대표로 참가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는 기도 후 발언에서 “거제, 통영 등 일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저 높은 고공에 올라가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라며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3대 종교의 요구를 담은 요청서를 사측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를 비롯한 한화오션 사내 협력업체 노조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성과급 회복, 상용직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월 300시간이 넘는 고위험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원청인 한화오션 측이 2016년 이후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정작 노조와의 협상은 협력업체에 미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이어온 노·사 간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부장은 지난 3월부터 본사 앞 높이 30m에 달하는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도회가 열린 날도 철탑에 올라 있던 김형수 지부장은 3대 종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 지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사측은 번번이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기도회에는 천주교 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6면

7대 종단, 5~6월 19일간 ‘2025 DMZ 생명평화순례’ 개최

천주교 등 7대 종단이 모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 최종수 성균관장)가 오는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 18박19일간의 ‘2025 DMZ 생명평화순례’를 개최한다. 지난해 참가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4개 종교에 더해 올해는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까지 7개 종교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함께 걷는다. 순례 코스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부터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DMZ 일대 385km로, 순례단은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춘천교구 양구 해안성당, 평화의 댐, 북한군묘지, 국경선 평화학교 등을 방문한다. 순례의 주제는 크게 ▲치유의 길 ▲화해의 길 ▲상생의 길이다. 순례참여는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부분 참여는 참가를 원하는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번 순례에서는 ‘종교별 집중 운영구간’을 지정해 각 구간에 해당하는 종교의 방식으로 위령제를 열 수 있게 했다. 천주교는 6월 1일부터 6일까지 마지막 구간인 철원국경선평화학교부터 파주 임진각으로 가는 순례 중에 ‘전쟁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는 “최근 한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황도 결국 민족 분단과 좌우 대결에서 비롯됐다”며 “종교인들이 남북 분단 이후 진영과 상관없이 그간 6·25 전쟁 등 첨예한 갈등 속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모은다는 점에서 순례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순례 신청 기간은 3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이다. ※ 문의 031-850-1503 2025 DMZ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

발행일 2025-04-13 제3437호 6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초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몽골인 아기 재원이

“두 명의 아기를 유산으로 떠나보낸 후 귀하게 얻은 재원이를, 제 건강 때문에 칠삭둥이로 태어나 아프게 해 미안할 뿐이에요.” 엄마 하즈드마(28·몽골) 씨는 보통 신생아 몸무게의 1/4인 790g으로 태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초극소저체중아 재원이(김재원·남·몽골명 에르헤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재원이는 미숙한 폐로 인해 호흡곤란증후군이 와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황달이 나타나는 과빌리루빈혈증도 있어 심한 경우 뇌 손상까지 걱정돼 집중 치료 중이다. 초극소저체중이기에 저체온이나 고체온증에 쉽게 빠지며, 무호흡도 발생할 위험이 커 재원이는 계속 인큐베이터에 있다. 장이 덜 발달 돼 입으로 무엇을 삼킬 수가 없어 위까지 연결된 튜브로 힘겹게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몸무게가 최소 2.0kg은 돼야 퇴원이 가능해 3개월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원이가 생후 50여 일 된 현재 병원비는 벌써 약 1억5000만 원이다. 임신 중 고혈압과 단백뇨로 인한 합병증인 심각한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엄마 하즈드마 씨는 2월 5일 임신 25주 4일 만에 응급 제왕절개로 재원이를 낳았다. 모유가 나오지 않아, 입으로 먹지 못하는 아기더라도 젖 물려보는 시늉 한 번 하지 못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엄마는 어떻게든 일해서 병원비를 보태고 싶지만, 당장 약 먹으며 검사도 받아야 하는 산모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가 응급 제왕절개를 할 때 엄마와 아기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줄 알고 정말 아찔했어요. 재원이가 이렇게 살아 있어 주는 것만도 감사해요.” 한국어가 유창한 아빠 촐몸(33·몽골) 씨는 2017년 몽골에서 만난 아내를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부르고 훗날 태어난 재원이의 한글 이름도 짓는 등 한국에 정들이고 희망을 뒀다. 지금은 이삿짐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지만, 한국을 오가며 일했던 부친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는 한국에서 2년간 유학도 했었다. 다시 몽골에서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왔다가 그만 비자 연장을 하지 못했다. 월수입 180만 원은 월세 53만 원에 여러 고정비와 재원이 병원비, 몽골에 있는 양가 가족들 부양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부부는 재원이를 가진 후 결혼식 없이 2024년 12월 25일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성스러운 날 혹은 로맨틱한 날이지만, 바쁜 부부에게는 ‘일이 없어 혼인 신고하러 갈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이었다. 두 번의 유산과 아픈 재원이 때문에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세 식구가 다 함께 모여 웃으며 살고 싶다. 다행히 아빠 촐몸 씨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사장의 도움으로 월세방 보증금과 병원비 일부인 360여만 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광주이주민지원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년에 더욱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사랑을 실천할 것을 권고하셨다”며 “그 희망이 재원이 가족 안에서도 피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4월 9일(수) ~ 2025년 4월 29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4-13 제3437호 4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국회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몰래 통과시킨 이 법안은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으며, 교묘한 수단으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애인 고려장법’입니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가 국회에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자립지원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하고 교회 안팎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부모회는 “자립지원법안은 ‘탈시설’을 ‘자립지원’으로 용어만 바꿨을 뿐 그 내용은 부모회가 결사반대해 온 거주시설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법”이라고 역설했다. 부모회는 지난 4년간 정부와 국회의 탈시설 정책·법안에 반대하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국회는 올해 2월 27일 공청회도 없이 자립지원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의 부모, 배우자, 그밖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5조)는 원칙을 어기는 행위다. 부모회 관계자들은 “장애인 자립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정도와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탈시설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현실을 외면한 채 거주시설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을 부추기고, 강제로 지원주택에 입주시키려는 시도는 ‘발달장애인법’이 보장하는 ‘발달장애인의 주거지 결정권을 비롯한 자기결정권’(제8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지원법안은 시설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탈시설시켜 이들의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각종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해 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심리·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대표는 “자립지원법안에서 말하는 ▲‘장애인주택의 제공’은 임의규정이므로 탈시설 장애인들은 주택에 들어갈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주거생활 서비스 비용 지원’도 임의규정이라 탈시설 장애인이 활동보조인 비용도 자부담해야 하고 ▲무연고 장애인 경우 재산 관리를 누가 담당할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많은 기구 인력 절차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키는 백해무익한 법”이라며 “그 비용을 신규 시설 설치와 시설 기능 보강에 사용하게 되면 수많은 입소 대기자의 염원도 이뤄지고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환경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동의 기간은 4월 9일까지며, 현재(3월 30일 오후 10시 기준)까지 동의 수 5만3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청원의 최소 요건은 달성했으나 소관위원회 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이라는 큰 산을 넘으려면 동의 종료일까지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하다”며 많은 동참을 부탁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링크: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2BDC08A40E3D0EBAE064B49691C6967B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6면

서울 노동사목위,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가 3월 24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세종호텔이 지난 2021년 정리해고한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미사에는 해고 노동자들을 비롯해 인천·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7개 교회 기관과 평신도·수도자들이 참례해 힘을 보탰다. 서울 노동사목위 부위원장 김비오(비오) 신부는 강론에서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구원이 유다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천대하고 혐오한 이방인, 과부, 아람장군 나아만에게 베풀어졌다고 말한다”(루카 4,24ㄴ-30 참조)며 “이는 현대의 기득권층에게 엄중한 경고이자, 박해받고 있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에 경영자의 무능력함과 윤리적 도덕성의 문제가 왜 힘들어도 기쁘게 일해 온 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져야 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미사 중에도 호텔 앞 도로에 높이 10m에 이르는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은 “250명이 넘는 직원 대부분이 정규직이던 호텔에 10년 만에 정규직은 21명으로 줄었고, 비정규직을 합쳐도 직원이 60여명에 불과하다”며 “객실 영업만으로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호텔이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에 대해서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호텔은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과 직원 전환 배치를 시행했다. 당시 32명의 희망퇴직자 외에도 민주노총 노조원 12명이 정리해고됐다.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 노동자들은 호텔이 정리해고를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6면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바쁜 직장인 위한 회개와 기도 시간’ 마련

인천교구 노동사목부(전담 김지훈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는 사순 시기 동안 인천 십정동 교구 노동자센터에서 매주 화요일 정오마다 전담 김지훈 신부 주례로 ‘직장인을 위한 사순 시기 정오 미사와 고해성사’를 봉헌하고 있다. 모든 신자가 주님 수난을 기억하며 기도·보속으로 스스로 정화하는 사순 시기, 그동안 정해진 본당 미사와 성사에 참례할 틈이 없는 모든 노동자를 위해 열리는 미사와 성사의 시간이다. “세례는 받았는데 지금은 신앙생활을 쉬고 있어요. 마음 같지 않게 성당을 못 나가니까 마음 한 곳이 늘 무겁기만 해요.” 특별히 ‘직장인을 위한’ 미사이자 성사가 열리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에 힘을 보태며 신앙에 다시 불꽃을 붙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교구 노동사목부 관계자들은 센터 1층 이동노동자 쉼터를 찾는 다양한 이동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다. 그들은 이렇듯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 맡길 수밖에 없어 미사를 바치고 성사를 보려고 해도 여의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김지훈 신부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우리 삶과 노동은 점점 더 고단해지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 교우들부터 희망을 잃지 않고 복음을 묵상하며 주위의 이웃들을 희망으로 이끌며 순례의 여정을 함께 걷자”고 당부했다. 이어 “그렇게 우리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교황님의 희년 메시지 의미를 기도 안에 곰곰이 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월 25일 미사 주례를 맡은 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 김준희 신부(대건 안드레아·인천교구 부개동본당 보좌)는 강론을 통해 “우리와 똑같은 노동자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보속과 속죄의 제물을 잘 준비해 부활의 기쁨을 더 충만하게 맞이하자”고 말했다. 또 “‘경제적 가난’을 넘어 ‘노동환경의 가난’에 놓인 이동노동자나 교대근무 노동자들 등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더 뜨겁게 기도하자”고 부탁했다. ‘직장인을 위한 사순 시기 정오 미사와 고해성사’는 재의 수요일(3월 5일)부터 시작해 4월 15일까지 화요일마다 계속 열리고 있다. 첫 미사부터 매주 참례해 온 임시영(루치아·74·인천교구 간석2동본당) 씨는 “우리 사회도 일상도 결국 노동자들의 공로로 돌아가고 있으니, 노동자는 아니더라도 ‘공감’의 뜻에서 더 많은 교우가 함께 미사를 바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구 노동사목부는 올해도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권마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자에게 희망을 전하는 노동자 기도서 발간 ▲5월 4일 인천교구 박촌동성당에서 제24회 노동자 주일 기념 미사 봉헌 ▲이동노동자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관심을 환기하는 ‘이동 노동자 신앙생활’ 실태를 알아보는 관련 설문조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6면

바보의나눔, 가족돌봄청년 지원하는 ‘러브온탑’ 시즌2 론칭

스타들의 게임 챌린지 콘텐츠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을 지원했던 유튜브 채널 ‘러브온탑’(Love on Top, www.youtube.com/@러브온탑)이 시즌2로 돌아왔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은 3월 28일 오후 6시 첫 방송을 공개한다. 러브온탑은 스타들이 게임 챌린지에 참여해 미션을 수행하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독창적 포맷의 콘텐츠다. 스타가 미션에 성공하면 그 점수만큼 스타의 이름으로 바보의나눔에 기부가 이뤄진다. 기부금 전액은 장애, 질병 등을 앓는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들을 위해 사용된다. 많은 스타의 출연으로 성공한 시즌1처럼 시즌2도 많은 관심과 기부금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즌2 첫 방송은 인기 보이그룹 비투비(BTOB)의 리더 서은광, 멤버 임현식(아르도)·이민혁·프니엘이 출연한다. 이후 정동원, 이경규, 보이그룹 TNX(티앤엑스)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2024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된 러브온탑 시즌1에서는 홍진경(비비안나), 박재범, 10CM(십센치) 권정열, EXO(엑소) 찬열 등 톱스타들이 출연했으며,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66만 회, 기부금은 1억2460여만 원이 모였다. 모금액은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로 전달돼 가족돌봄청년들의 생계비, 의료비, 돌봄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시즌2는 ‘컵 쌓기’ 게임에 집중했던 시즌1과 달리 스타가 팬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인터뷰 콘텐츠를 더해 소통하는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출연 스타에게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길 수 있다. 또 러브온탑은 누구나 쉽게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재단인 ‘희망스튜디오’와 협력해 기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널과 연동된 캠페인 링크를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기부 참여자 전원에게는 러브온탑 시즌2를 기념한 2222원의 ‘기부티콘’(희망스튜디오의 기부 캠페인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등 희망스튜디오가 마련한 다양한 선물도 제공된다. 러브온탑 시즌2는 매주 금요일 업로드되며, 희망스튜디오 기부 캠페인은 첫 방송 공개와 함께 오픈된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5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한 미사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훈 알렉산델 신부), 남녀 수도자들과 3월 20일 한국니토옵티칼(이하 니토옵티칼) 평택공장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부당해고 철회와 고공농성 승리, 그리고 고용승계를 바라는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한국옵티칼로부터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권리를 회복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훈 신부는 강론에서 “지금 이곳, 이 시대에서, 간절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기도하는 신자들과 연대하며, 복음 가르침대로 ‘현세에서 의롭게 살아가기’의 의미를 삶에서 실천하는 우리가 되자”고 당부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지영 사무국장은 “현재 7명 조합원은 고용승계를 위해 일본 원정 투쟁도 불사한다”며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외투기업방지법’ 제정을 위해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로 438일째 구미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 씨는 전화 연결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고, 반드시 이겨서 내려가겠다”며 미사에 참례하고 연대 의사를 표현한 시민·신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LCD 패널용 편광 필름을 생산·납품해 온 한국옵티칼은 일본계 ‘니토덴코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이다. 사측은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화재 이후 법인과 공장 청산을 통보하고 노동자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정리해고된 17명의 노동자는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물량이 니토덴코의 다른 자회사인 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이전된 것에 따라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거절했다. 서로 다른 법인으로 법적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들은 니토덴코와 한국옵티칼의 일방적 청산과 집단해고에 대해 OECD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지난해 10월 한국 국내연락사무소(NCP)에 진정했다. OECD 가이드라인은 ‘고용 및 노사관계의 장’에서 정리해고나 일반해고를 동반하는 사업장 폐쇄 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향을 받게 될 노동자와 노동조합과 정부 당국과 협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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