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지음/민혜숙 옮김/176쪽/1만3000원/이른비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는 산업혁명으로 급속히 발전한 자본주의 영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그 아래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촘촘하게 묘사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다.
이 책은 그런 대작가가 지극히 사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 자녀들이 종교와 신앙에 대해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디킨스는 출판할 생각이 없었고, 자녀들에게도 출판을 금지했다. 이 책은 가족의 유물로 보관되다가 1934년 출판되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에 영감을 준 원작으로 알려져 있다.
디킨스는 예수의 가르침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자 가장 귀한 유산이라고 생각했고, 복음서의 정신을 간직하면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 처하든 올바르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성공회 성직자들의 선행과 친절에 감화를 받았던 그는 작품에 항상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녹여냈으며, 개인적으로도 자선 사업을 통해 많은 어려운 이를 도왔다. 또한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기부를 독려했다.
비평가 존 메이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저는 언제나 제 작품에서 주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존경을 표현하고자 애써 왔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신앙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배경에서 그는 열 명의 자녀에게도 그리스도교의 교훈을 심어주고자 했다.
디킨스는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삶을 아버지가 자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마치 편지를 쓰듯 자상하게 서술했다. 11장으로 구성된 책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서사로 예수의 삶을 쉽고 간결하게 요약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치유와 기적, 제자들과의 동행,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바오로의 회심과 전도 여행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책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성경 삽화를 더해 시각적인 이해를 돕는다. 디킨스는 이 책의 의미에 대해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라고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디킨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억하거라! 언제나 선을 행하는 것이 그리스도교란다. ··· 항상 매사에 옳은 일을 하려고 겸손하게 노력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교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