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낙태 무제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생명 경시 극에 달해”

박효주
입력일 2025-07-29 09:28:59 수정일 2025-07-29 09:28:59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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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명적 낙태 허용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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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한국 교회 주교단은 손쉬운 낙태를 무제한 허용하는 법안 발의에 반대 성명을 냈다. 사진은 2024년 7월 18일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앞에서 ‘36주 낙태 브이로그’를 개탄하며 열린 태아 생명 보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두 건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대체 입법이다. 당시 헌재 판결 이후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대체 법안이 제시됐다는 점 자체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전면 부정하고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함으로써,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인 ‘생명 존중’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 주교단은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 등 개별 기구가 아닌, 주교단 전체 명의로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었다. 주교단은 7월 23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7월 11일)과 이수진 의원(7월 23일)은 각각 낙태죄 대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 제2211653호)을 통해 낙태 허용의 기존 법적 한계를 전면 삭제했다. 나아가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낙태까지 허용하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은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교회는 태아의 주수(週數)나 독자적 생존 가능성과 무관하게,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322항은 “아기는 임신되는 순간부터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가르침에 따라, 교회는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사회적 인식과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헌재 판결 이후에는 여성의 건강과 모성, 자기 결정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를 이루는 입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 역시 이러한 교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되,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과의 균형을 명확히 강조했다. 즉, 판결문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 결정권이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양자 간의 균형 있는 입법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개정안은 교회의 생명 존중 원칙뿐 아니라, 헌재 판결의 취지와도 어긋난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약물에 의한 낙태 허용이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포함한 조항은, 생명 파괴 행위를 마치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취급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법안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표현을 ‘인공 임신 중지’로 바꿈으로써, 낙태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죄책감을 낮추려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약물에 의한 낙태는 대량 출혈, 극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수술적 낙태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차단하거나 자궁 외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 건강 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낙태에 대한 보험 적용은 그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제도화는 낙태의 공식 의료 시장 편입을 가속해, 낙태 행위의 지나친 상업화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먹는 낙태약 허용과 낙태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은 생명 파괴 행위에 국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삭제될 경우 임신중절에 대한 법적 기준이 사라져, 의료 현장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입법 시한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은 현재까지 6년째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산부인과 병원이나 브로커들이 고주수 태아에 대한 무분별한 낙태 시술을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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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