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수호하는 정부가 되어야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 이해와 관용을 통한 사회 통합일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극단적 대립의 양상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권을 위해서 사람들을 갈라 세우려 했던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에게 드리는 축하와 당부’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된 평화의 길을 걸어갈 믿음직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새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는 지도자’로서 공동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희망했다. 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잃어버리지 않고 정의와 공동선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요청이다. 세대와 성별, 지역에 따라 국민들을 가르며 혐오와 배제를 정치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던 구태를 이제는 단호하게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국가 권력이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살피고 보호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 의무로 여기기를 바란다. 모든 나라와 사회에서 정치와 문화의 성숙도를 드러내는 것은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수준이다.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제의 발전에 따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생계조차 유지가 어려운 절대적 빈곤의 정도는 완화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존재하며, 이른바 가진 이와 못 가진 이의 격차는 갈수록 극심하게 벌어져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아직도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빈부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가난한 이들과 동행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이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는 남북 간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모습을 봐야 했다. 남북 관계는 남한과 북한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정세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그간 정부는 남북 관계의 회복보다는 대립과 강경 대응만을 추구해 왔다. 증오와 적개심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환경의 보호 정책이다. 무분별한 국토개발과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 등은 기후위기 시대에 공동의 집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의무에 반대되는 국가 정책 방향이다. 개발과 성장은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지구 환경의 파괴에 대한 우려마저 외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은 어느 때보다도 더 크고 절실하다. 공동선에 대한 무관심과 그릇된 권력욕과 집단적 이기주의 등이 결합될 때 민주적 헌정 질서와 법치, 사회 정의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 대통령과 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우려와 기대를 잊지 않고 오로지 공동선과 국민의 권리와 행복을 지켜주는 데 헌신해 주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23면

고(故) 유수일 주교의 안식을 기도하며

제3대 군종교구장 유수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가 5월 28일 선종했다. 이틀 동안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마련된 빈소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달래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돌아보는 조문객들이 줄을 이어 그가 얼마나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유수일 주교는 1945년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작은형제회에 입회했다. 사제품을 받은 후에는 수원교구와 마산교구 등에서 사목활동을 했고 미국 유학 뒤 작은형제회 한국 관구장과 로마 본부 총평의원을 지냈다. 유 주교는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2010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군종교구 식구 모두를 똑같은 형제자매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다짐대로 유 주교는 항상 성경 말씀에 바탕을 둔 신앙을 강조하고, 모든 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알고 고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는 특히 군 복음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군사목을 지원하는 군종후원회를 활성화하고 직접 장병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청년들이 군 생활을 할 때 예수님을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능한 많은 청년이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 주교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정이 넘치는 다정다감한 모습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을 이제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가 남긴 뜻을 우리 모두가 간직할 것을 다짐하며 주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23면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새기며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10년간 이어온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100차를 맞이했다. 사회사목국 산하 위원회와 기관단체 주관으로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봉헌되는 미사는 한국교회가 시대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어떻게 동행해 왔는지를 상기시키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난한 이들과 난민, 이주민을 향한 애틋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과 사랑을 한국교회가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응답이었다. 2015년 3월 ‘노후원전 지역민들과 미래세대를 위한 탈핵기원’을 지향으로 봉헌된 첫 미사 이후,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난민과 이주노동자, 환경재난 피해자 등 우리 사회가 때로 외면했던 고통의 현장을 끊임없이 기도로 끌어안으며, 교회가 “세상의 상처를 만지는 치유의 손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전례로 드러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은 이가 배제되고 소외받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주거권을 위협받는 빈곤층, 해고의 아픔 속에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정치적 갈등 속에 존엄성을 상실한 이들 모두가 교회의 기도와 실천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공동의 사명이다. 100번의 미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와 더 깊이 연대하며,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넘쳐흐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선교하는 교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 사회의 변두리로 나아가는 교회’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를 이어받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응답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자.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23면

‘찬미받으소서’ 정신 실천해야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아,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다짐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회칙 반포 10주년을 맞아, 이 회칙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환경 보호를 위한 수많은 실천을 이끌어냈고, 우리 모두가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이중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교회는 매년 찬미받으소서 주간(5월 24~31일)을 지내며 기후 위기의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 인류, 그리고 공동의 집 지구의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2020년 주교회의 특별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고, 이듬해 5월 24일부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 환경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생태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성장을 최우선시하면서 무분별한 신공항 건설과 핵발전소 건립 등 기후 정의에 반하는 개발 정책에 치중해 왔다. 우리는 이미 기후 위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라도 삶의 태도와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면, 인류와 모든 피조물을 위협하는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존을 신앙적 소명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노력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발행일 2025-06-01 제3444호 23면

희망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소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작성한 올해 홍보 주일 담화에서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위기를 진단하며, 그리스도인이 ‘희망의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위 정보와 감정적 선동,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현실 인식의 왜곡은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대를 해치고 있다. 교황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공격적 소통이 아닌 온유한 소통임을 분명히 한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공포와 분노, 증오를 유발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인간의 취향을 세분화하고 고립시키며, 관심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정신을 훼손한다. 그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무장 해제시키자”는 교황의 요청은, 말과 정보가 다시금 치유와 희망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호소다. 교황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지닌 희망을 온유하게 나누십시오’(1베드 3,15-16 참조)라는 담화 주제 성구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원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인격적 만남에서 희망을 찾고, 이 희망에 대해 대답할 준비를 갖춰야 하며, 그 대답은 언제나 온유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많은 뉴스 가운데 숨은 미담(美談)을 찾아내고 알리는 데에 힘쓰도록 격려했다. 교회는 대중 매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교회의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오늘은 우리는 SNS 등을 통해 모두가 미디어 사도로 활동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이웃을 기억하고,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이 복음 안에서 희망을 전하는 길이다.

발행일 2025-06-01 제3444호 23면

복음의 가르침 따르는 새 지도자 뽑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가 담화를 발표했다. 김 주교의 담화는 단지 정치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라, 우리 신앙인의 양심을 일깨우는 호소였다. 이번 선거는 우리가 믿는 복음의 가치를 이 사회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언제나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하신 예수님의 길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대통령이 어떤 경제 정책을 펼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국민을 섬기고, 갈라진 공동체를 치유하며, 평화를 일구고, 창조세계를 보전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담화에서 김 주교가 제시한 대통령의 네 가지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김 주교는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는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약자와 창조세계를 위한 정책을 펼 의지가 있는지를 분별해야 한다. 가톨릭신자로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더 가까이 오게 하는 정직한 일꾼을 뽑기 위해 복음의 정신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는 지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는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자.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23면

시노달리타스는 지상과제다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에 즈음해 신학자들에게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를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한 신학자의 절반이 새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시노달리타스 구현과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건설’을 꼽았다. 시노드 교회의 건설은 제삼천년기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거쳐 함께 걸어간다는,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은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참모습이다. 신학자들은 시노드 교회의 건설이 교회의 쇄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경직되고 완고한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인 사목, 게으르고 나태한 개인주의적 신앙생활, 그리고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변방으로 나아가 주체할 수 없는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로 변화돼야 한다. 훼손되고 오염된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절제된 삶을 살아가며, 폭력과 차별에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한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이러한 모든 사목적 과제는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개혁 과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레오 14세 교황만의 것이 아니다. 또한 이 과제들의 긴급성과 중요성은 신학자들만이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사명이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께 받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23면

새 교황 탄생을 경축하며

새 교황 레오 14세의 탄생을 하느님 백성 모두와 함께 기뻐하며, 착한 목자를 교황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5월 8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느님께서 콘클라베에 참석한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의 마음에 성령을 불어넣어 지혜로운 선택으로 이끄셨음을 믿는다. 너무나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던 2013년, 가톨릭교회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서구 교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성직자 아동 성추행 문제와 교황청 재정을 둘러싼 여러 비리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완고하고 경직된 교회 사목과 행정 등은 교회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는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로서의 교회, 변방으로 나아가고 가난한 이들을 품에 안는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 복음의 기쁨이 흘러넘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교회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기 시작했고, 저항과 반발 속에서도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경청, 식별을 통해 이뤄지는 시노드 교회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교회는 중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 미래 교회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시노달리타스로 불리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 출신의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수사이자, 페루에서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함으로써 교회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추기경들과 성령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이어가고 세상에 평화를 실현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투명한 교회의 지도자로서 레오 14세 교황을 선택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신의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이는 최초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산업혁명 시기의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 정의 문제에 응답하고자 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세계 속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의 사회교리를 오늘날의 시대와 사회에 적용해 사회 발전과 정의 문제에 응답하려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복음적 원칙’으로 여기며, “이 귀중한 유산을 받아들여 믿음에서 태어나는 희망으로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내내 교회 개혁 시도에 대한 저항과 반발은 끊임없이 있었고, 때로는 매우 노골적이고 공식적으로까지 이 개혁이 교회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하느님 백성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난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모든 비판을 거슬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첫 축복 메시지에서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남녀 신자들이 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하는 하나의 교회로 함께 걷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여는 교회’, ‘늘 환영하며 품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동안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우리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선교하는 교회의 전망을 모색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이 위대한 개혁, 시노드 교회의 건설을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27면

시대 변화 발맞춘 성소 계발 더욱 힘써야

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지낸다. 성소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특별히 성소 주일에는 사제와 수도자 성소의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갈수록 사제·수도 성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소 계발은 교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매년 성소 주일이면 각 교구와 신학교마다 행사를 마련해 성소를 위한 여러 노력들을 펼친다.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대규모 행사만으로는 청년들이 성소를 식별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행사들이 성소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 씨앗을 싹틔우게 하는 개별적 관심과 동반이 뒤따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하기 전인 지난 3월 19일 로마 제멜리병원에서 발표한 성소 주일 담화를 통해 “성소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씨를 뿌려 주신 귀중한 선물이며 자기 밖으로 나가 사랑과 봉사의 여정에 나서라는 부르심”이라면서 “인간의 삶과 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를 증진하고 저마다 주님 목소리에 영적으로 열려 있도록 돕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다행히 최근 여러 수도회와 신학교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소자 발굴과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들이 친근함을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성소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함께함으로써 청년들이 그 여정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많은 청년들이 성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님께 추수할 새 일꾼들을 청하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3면

교세 통계가 제시하는 사목적 과제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는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목적 과제들을 드러낸다. 이번 통계 조사 결과는 교회 운영과 신자 생활, 사목 환경 등에 있어서 다소의 긍정적인 면이 발견되긴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사목적 과제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통계는 우선 사회 전반의 저출생 고령화 현상을 넘어서는 연령별 신자 구성을 보여준다. 19세 이하가 6.3%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 신자 비율이 27.5%에 달하는데 이 차이는 해마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젊은이와 노인들에 대한 각별한 사목적 대책 마련이 여전히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구 구조는 1인 가구의 증가를 불러오는바 이에 대한 대책도 긴급하게 요청된다. 전례와 성사생활에 있어서는 다소간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즉 전년도인 2023년 통계에 비해서는 영세자 수와 주일 미사 참례자 수 등이 미미하게 증가세를 보임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으로 사목 환경과 신자 생활 지표가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해 신자 공동체 구성 현황과 교회 운영, 신자 생활 등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목적 과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전히 본당 사목의 쇄신과 강화다. 빈번한 거주지 이동과 도시화 등으로 인해 본당 사목구의 의미가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본당은 관계와 환영, 식별과 선교를 위한 특권적 장소로서, 신자들을 지속적으로 동반, 양성함으로써 그들이 부여받은 소명을 실천하도록 도와야 한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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