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과 분단의 80년,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교회가 되자

오는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온 세월이 80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비극이 겹쳐 있는 이날, 한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책임과 소명을 되새겨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찍이 ‘화해와 일치’를 복음적 사명으로 삼아 왔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한국교회는 일찍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긴장과 냉랭함 속에 있다. 분단의 고착화는 단지 정치적 상황만이 아니라, 국민의 인식 속에도 상처와 무관심을 남기고 있다. 이제 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를 넘어 ‘행동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민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분단의 현실에 침묵하지 않으며, 평화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북향민과 이산가족 등 분단의 직접적 피해자들을 향한 연대와 돌봄은 화해의 첫걸음이다. 동시에 정치적 이념을 넘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북한의 형제를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가꿔야 한다. 진정한 화해는 대화와 용서에서 비롯된다.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듯이, 교회는 남과 북 모두를 ‘우리 민족’으로 끌어안는 포용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분단 80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고, 민족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한국 주교단이 오는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전망이 담긴 이 성명서가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교회가 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23면

생명을 더 쉽게 죽이는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두 건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주교단이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이 법안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주교단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해당 법안들은 수술과 약물에 의한 모든 방식의 낙태를 허용하고, 생명 파괴 행위를 일상적 의료 행위로 규정하며, 낙태에 공적 재원까지 지원하려 한다. 이는 윤리적인 면에서 반생명적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교회는 수정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부여된다는 가르침을 견지해 왔다. 교회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교회는 사회적 합의와 법적 판단을 존중하고, 임신과 출산의 부담과 고통을 여성들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고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대체 입법을 촉구해 왔다. 헌재 판결 후 입법 공백 기간에 발생한 참담한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러한 입법안이 법률로 제정된다면, 신생아와 다름없는 36주 차 태아를 출산시킨 후 살해한 범죄 행위가 정상적인 의료 행위로 자행될 것을 우려한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곧 태아의 생명권을 말살하는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자기 결정권은 생명을 죽일 자유가 아니라, 생명을 품고 기를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생명을 더 쉽게 죽일 수 있는 법안은 철회돼야 하며,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입법의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23면

기후 재난, 연대와 실천으로 극복하자

기후위기의 심화로 여름철 극한 호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집중 호우는 광주·춘천·대전·마산교구 등에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 재난에 대한 구조적 대응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기후 재난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예방과 공동 대응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선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기상 예측 능력을 더 높이고, 실시간 경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하천 관리와 배수 시스템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은 물론,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대피 계획도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종교시설과 같은 지역 공동체 거점은 단순한 신앙의 공간을 넘어 재난 시 대피소, 구호물자 거점 등 위기 대응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행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피해를 본 이들에게는 신속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회 공동체는 생태적 회심과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신앙인들은 창조질서 보전과 기후위기 극복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바로 생태적 회심이다. 그리고 정부와 시민사회, 종교계가 힘을 모아야만 기후 재난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기후 재난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재난 앞에 무력해지기보다, 함께 준비하고 이겨내는 지혜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교회는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울고, 함께 일어서는 공동체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연대와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맞이한 위기를 극복할 희망의 길이 될 것이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23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중심에 두어야

오늘날 인공지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인류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을 인간 문명과 기술의 집약체로 보고,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앞장서 인공지능 개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톨릭교회 역시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교회는 인간의 모든 문명과 기술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며, 최근의 혁신적인 인간 지성의 산물인 인공지능에 경탄한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선하게 활용될 때, 하느님의 창조 세계에 봉사하고 그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본다. 그러나 교회는 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기회뿐 아니라, 그에 따른 도전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인공지능은 바르게 사용될 경우 ‘선을 증진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악용되거나 오용될 경우 ‘인간 발전과 공동선을 저해하거나 좌절’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미 허위 정보, 딥페이크, 사생활 침해, 자유 억압, 전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용되는 인공지능의 부정적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 그리고 문화의 정립이 절실하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단지 집단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나 산업 발전을 위한 도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인류 공동의 선익을 위해 선용 돼야 할 ‘선물’이기 때문이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23면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 탄생을 축하하며

서울대교구에 새 보좌주교가 탄생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7월 8일 최광희 신부를 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함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총 네 명의 보좌주교를 두게 되었다. 특히 최 주교는 47세로 한국 주교단 가운데 최연소 주교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 주교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한결같이 깊은 배려심, 경청의 자세, 그리고 사려 깊은 성품을 높이 평가한다. 주교 임명 후에도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달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 주교는 성서신학을 전공해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중심에 두고, 오랫동안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을 통해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신앙을 이끌어왔다. 또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과 대변인으로도 활동하며 교회 안팎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는 데 앞장서 왔다.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이 세계적인 행사가 단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과 소명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신앙을 확인하고 삶으로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청년사목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새 보좌주교에 임명된 그의 청년 사목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 그리고 문화와 복음의 접점을 찾는 감각은 특히 소중하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주교가 탄생한 것은 한국교회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최광희 보좌주교의 임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사목 여정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한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3면

우리농 나눔터 적극 활용해 생명의 지킴이가 되자

농촌은 단순한 농산물 생산의 공간을 넘어 생명을 보듬고 지키는 삶의 터전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올해 농민 주일 담화에서 우리가 이 땅에서 누리는 먹거리의 뿌리를 다시금 돌아볼 것을 요청했다. 교회는 1994년부터 ‘우리농 나눔터’를 중심으로 농민들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펼쳐 왔다. 이는 단순한 유기농산물 구매를 넘어선 생태적 신앙의 실천이었다. 오늘날 도시의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은 수많은 농부가 흘린 땀과 헌신의 결과이다. 그러나 농업의 위기는 여전히 깊고, 농촌 인구는 줄어들며, 생명의 터전은 점차 황폐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농 나눔터’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리가 되어, 유기 순환 농업을 지지하고 생태적 삶의 가치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 나눔터를 통해 우리는 소비자이자 신앙인으로서 창조 질서에 응답하는 구체적 실천을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적 회심과 절제의 삶을 요청했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우리 모두가 ‘생명 지킴이’로서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농 나눔터’를 찾는 일은 단순한 장보기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선택이고, 지구를 위한 기도이며, 고통받는 농민과의 연대이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농 나눔터’를 통해 생명의 지킴이로 살아가자. 소비의 방향이 곧 신앙의 방향이 되도록, 감사의 마음으로 땅의 선물을 나누며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여정에 함께하자.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3면

인간 생명의 존엄 지키는 데 앞장서자

최근 세계 각국에서 안락사 합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입법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인간 생명의 본질과 존엄성을 깊이 위협하는 일이다.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를 단호히 반대한다. 안락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유발하는 행위로, 그 본질은 ‘살인’이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선물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하느님만이 그 주인이시다. 따라서 생명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교회는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찬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증거다. 삶의 가치에 조건을 두고, 고통 중에 있는 생명은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고통이나 건강 상태로 측정될 수 없다. 모든 생명은 병들고 약해졌더라도 여전히 존귀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 어떤 생명도 예외 없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 생명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심으로써 주신 선물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소명이다.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 위에, 모든 생명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우리가 세워야 할 참된 인간 문명이다. 안락사 허용은 문명의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을 죽이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연대하고 돌보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생명을 위한 법, 생명을 위한 문화, 생명을 위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자. 생명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하느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3면

인공지능을 배우자

인공지능(AI)이 미래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회 안에서도 AI를 신앙생활과 사목활동에 활용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수원교구가 사제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 방법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교회의 AI에 대한 첫 번째 관심은 신앙과 윤리적 측면에서의 고민이다. 교회는 인간 문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해 늘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 왔다. 영화와 TV 등 영상 매체의 발달, 통신 수단과 디지털 기기의 통합으로 형성된 사이버 세계에 대해서도 교회는 사목적 우려와 더불어 복음 선포에 기여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왔다. AI의 발달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과학기술보다도 더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사회와 세계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교회는 어떤 과학기술이나 문명의 이기(利器)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가르친다. AI가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그것이 항상 인간 중심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교회는 AI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AI의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를 배우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안에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문명의 이기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교회의 기본 가르침은 AI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교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선용하는 것은 신앙적 소명이기도 하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3면

신앙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도’

가톨릭 신앙의 중심에는 ‘기도하는 삶’이 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신앙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바로 기도다. 특히 식사 전후 기도와 아침·저녁기도, 삼종기도는 일상에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가톨릭신문과 가톨릭굿뉴스가 실시한 ‘가톨릭 POLL’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식사 전 기도를 “대체로 바친다”고 응답했다. 이는 많은 신자가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식탁 앞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뜻이다. 식사 후 기도(57%)와 아침·저녁기도(62%)도 절반 이상의 실천율을 보였다. 하지만 삼종기도(부활삼종기도)의 경우에는 36%만이 실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신앙의 고백이자 선교의 실천이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습관은 하느님 안에서 질서 있는 신앙생활을 유지하게 해준다. 특히 삼종기도는 교회 전통 안에서 아침과 정오, 저녁 등 하루의 중심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중요한 전례다. 많은 이가 이를 ‘신앙인의 의무’이자 ‘공동체와 함께하는 전례’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은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한다. 식사 전후의 짧은 기도라도 성실히 바친다면, 그것은 곧 신앙인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행위이며 세상을 향한 작은 선교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하느님을 기억하고 공동체와 하나 되는 기도는 우리 신앙의 뿌리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다. 기도는 신앙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3면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자

오늘날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에 가까운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누누이 경고했던 이 끔찍한 현실은 지난 3월 20일, 그의 마지막 부활절 미사 강론에서도 되풀이됐다. 그는 “전쟁 당사국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인질을 석방하며, 굶주린 채 평화를 갈망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취임 직후부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교회는 우크라이나, 이란,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서 울려 나오는 절규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전쟁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며,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분쟁 지역에서 어린아이와 여성, 노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집과 학교, 병원이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됐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기 거래는 폭력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책무는 분명하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 안에서 그들을 위해 간구해야 한다. 주님의 평화가 세상에 깃들도록, 우리 모두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지금도 전쟁터에서는 수많은 이가 살아가던 터전을 잃고 굶주림과 폭력에 울고 있다. 그 절규를 외면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는 참 신앙인이라 할 수 없다. 교회는 언제나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하며,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사명을 짊어져야 한다.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자.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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