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를 바치자

가난한 이들을 그렇게 사랑했던, 그래서 우리가 모두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의 소박한 모습 그대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평생 오직 주님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그를 슬픔으로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생전에 보여준 삶의 모범과 고귀한 뜻을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이제 곧 추기경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 새 교황을 선출한다. 새 교황의 선출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다수결로 지도자를 뽑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손으로 뽑지만 성령의 이끄심과 하느님의 섭리가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다. 그래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나보낸 슬픔을 갈무리하면서 이제 보편교회와 인류 전체를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 선종하신 교황을 기리고 그가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동시에 가톨릭교회를 이끌어갈 착한 목자를 주님께서 보내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수많은 주님의 사업을 후임 교황이 다시금 훌륭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의 연대로 지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도를 통해, 교회를 넘어 모든 인류와 세상을 위한 희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이에게 그 무게대로 책임을 묻는 일과 새 지도자를 뽑는 일은 모두 중요하다. 기도의 힘을 믿고 교회와 세상, 나라와 국민을 위한 열렬한 기도를 바치자.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23면

제28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을 기리며

올해로 28회를 맞는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됐다. ‘산문’ 부문에는 소설가 윤흥길의 소설 「문신」이, ‘운문’ 부문에는 시인 김윤희(이레네)의 시집 「핵에는 책으로」가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과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소설 「문신」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한국 소설사는 어쩌면 윤흥길의 「문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 더 이상 「문신」 같은 소설이 나오기는 어려울 터이기 때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시집 「핵에는 책으로」는 ‘원로시인 김윤희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힘찬 결기와 열정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하고 우리은행이 후원하는 한국교회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작가를 대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진리를 담아낸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과 구원, 사랑과 평화 등의 복음적 가치를 담은 작품 모두가 수상 후보들이다.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불변의 가치들은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의 가치는 단순히 우수한 문학 작품을 뽑아 상을 준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 삶의 소중한 가치들과 하느님의 구원 섭리가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앞으로도 이러한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통해 복음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그 이상과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23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 이어가야

하느님의 종들의 종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했다. 2013년 이후 12년 동안 전 세계 가톨릭교회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온 교황은 안팎의 도전들에 직면해 있던 가톨릭교회가 새롭게 변화하도록 이끌어왔다. 그는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가 참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이 될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스스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다. 허름한 구두에 소박한 시계를 차고 소형차를 탄 교황, 해외순방 때마다 수단 자락을 한 손으로 챙긴 채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교황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감동이었다. 잘 사는 강대국보다는 작고 가난한 땅을 찾아 빈곤과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찾아다닌 그는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다. 그는 분쟁으로 얼룩진 고통의 땅들을 찾아가 더 이상 폭력이 의미가 없음을 설파하고 폭력과 억압의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비록 모든 이들이 교황의 평화를 위한 호소에 응답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분열과 갈등의 세계에서 그는 참된 평화의 사도요 중재자였다.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정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혹자는 ‘돈의 우상 숭배’와 ‘도덕 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을 빌미로 그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했지만, 교황은 자신은 단지 그리스도인일 뿐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경제의 중심에 돈이 아니라 인간을 둘 것을 촉구함으로써 불평등과 배제의 경제체제를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경직된 권위주의와 자기 경계 안에 안일하게 갇혀 있던 교회로 하여금 변방으로 나아가 야전병원이 되라는, 선교적 이상과 꿈을 일깨웠다. 성직주의에 빠져 있던 성직자들에게는 양의 냄새가 나는 참된 사목자가 되기를 요구했고 모든 믿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절로 흘러넘치는 복음의 기쁨을 발견하고 전하기를 요청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공동의 집 지구가 처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위협으로 이어졌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자연생태와 인간생태가 모두 가난한 이들의 삶과 직결됨을 일깨우고 그리스도인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히 우리는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잊지 못한다. 당시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한이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뤄 나가기를 촉구했다. 교황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논란 앞에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당시부터 지금까지 추진해온 교회 개혁과 쇄신의 노력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 쇄신 노력의 정점이 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막을 내려 이행단계에 들어갔다.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그야말로 제삼천년기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면모를 실현해 나가는 거대한 청사진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의 큰 열매 중 하나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의 품에 안겼다. 그는 참으로 많은 과업을 이뤘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아 우리에게 남겨둔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만큼 우리는 그가 꿈꾸던 새로운 교회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23면

두봉 주교를 기리며

20대의 젊은 사제로 한국에 와 무려 71년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신앙의 참 기쁨을 전해준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사제의 모범이자 신앙인의 기쁨을 온전히 살아내신 두봉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그분이 남겨주신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기를 다짐하자. 1953년 6월 사제품을 받은 두봉 주교는 그 이듬해 전쟁으로 황폐했던 한국으로 파견돼 평생을 가난한 이들 곁에서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했다. 대전교구 주교좌대흥동본당에서 한국 땅에서의 사목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9년 신설된 안동교구의 첫 교구장으로 임명됐고, 향년 96세로 지난 4월 10일 세상을 떠나기까지 농민들과 사랑을 나누며 소박한 삶을 살았다. 71년 동안 그의 한국 땅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농민들과 한센병 환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삶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들을 억압하는 사회적 불의에 맞섰고,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든 세력과 싸우기를 서슴지 않았다. 두봉 주교는 주님을 모시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기쁘고 떳떳한 존재’라는 신념과 확신 속에서 그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한국교회와 신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땅과 한국 국민들을 참으로 사랑했다. 그가 2023년 가톨릭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주님을 모시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신앙과 복음이 주는 기쁨과 감사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을 그의 삶에서 배운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27면

부활,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에 영원한 희망을

한국 사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평안하냐”(마태 28,9) 물었을 때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기 힘겨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사회 혼란은 현직 대통령의 파면 선고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깊어진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고,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상실을 안겨주고 있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겪은 박해와 조롱, 제자들의 배신으로 가득했던 수난 여정처럼, 한국 사회 또한 사순 시기 동안 깊은 고난을 겪었다. 그럼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수난과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는 믿는 이 모두를 부활이라는 새 삶과 희망으로 초대하고 있다. 전국 각 교구 교구장은 올해 부활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후위기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이 증거하는 참된 희망’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우리는 선명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연대를 통해 희망을 일구는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둠을 넘어서는 희망과 확신임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부활로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빛을 주셨다. 주님 부활이 주는 새로운 희망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하자. 부활이라는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복음으로 세상에 선포함으로써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에 영원한 희망을 전해야 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27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상생의 정치를 위해

우리는 또 한 번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 파면하는 불행한 역사의 한 면을 겪었다. 그 이유와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우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부터 시작돼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 선고로 끝난 이 사건을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국가긴급권의 무도한 발동으로 판단된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수많은 희생으로 독재정치에 저항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를 획득한 우리 국민들에게 공포와 충격을 자아냈다. 국회의 즉각적인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탄핵 정국을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 걸쳐 혼란을 겪었고, 국민들은 분열돼 서로 적대시하는 비극적 상황에 놓였다. 우리는 겪지 않아도 됐던, 아니 겪어선 안 됐던 이 참담했던 상황이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마무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나아가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난 야만스러운 행위가 되풀이된 것에 대해서 결코 자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정당하고 지혜로운 저항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민주적 회복력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복했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합당한 절차를 통해 탄핵 심판의 지루한 여정을 바르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주교회의는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명의로 발표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입장에서, ‘법의 시간’은 일단락되고 이어지는 ‘정치의 시간’에 새 대통령을 잘 선출하도록 지혜를 모을 것을 희망했다. 모든 국민들과 함께, 너무나 당연한 그 희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법의 시간’이 지났다 함은 헌정질서의 파괴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완료됐기에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뜻일 뿐이다. 따라서 ‘법의 시간’이 온전히 일단락되기 위해서는 헌재의 심판대로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이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각각 그 잘못의 무게대로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은 그 첫 번째 조치다. 특별히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일부 종교단체와 종교인들이 내란을 선동하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모습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개탄한다. 이번 탄핵정국 속에서, 이른바 극우 종교세력이 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고 심지어 폭력 행사까지도 방조하고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들은 모든 종교에 공통되는 원칙으로서의 정교분리, 관용과 사랑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탈 행위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 종교단체의 존재 의미까지도 의문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일단락된 ‘법의 시간’에 이어지는 ‘정치의 시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당부를 가장 엄중하게 여긴다. 대통령은 그 권력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것이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절대적으로 봉사해야 한다. 결코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해와 당파적 이익에 종사하지 않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입각한 헌정질서의 수호를 간절히 원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분열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국민 통합 메시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며, 한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정의가 앞장서야 하지만 그 정의는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사랑을 향해 가는 것이어야 한다.

발행일 2025-04-13 제3437호 23면

산불 이재민에 희망 전하는 그리스도인

지난 3월 21일부터 경남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 주불이 모두 진화됐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였던 3년 전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산불보다 더 큰 피해를 준 역대 최대 규모다. 더군다나 상당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강풍 탓에 대형산불로 확산했고,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과도한 산지 개발과 벌목, 침엽수 위주의 숲 조성 등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은 인간의 욕심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지구환경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파괴하기까지 이르렀지만, 커다란 자연재해를 마주할 때면 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만든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피해 지역 주민들을 돕는 일에도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이재민들이 망연자실한 상태로 막막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에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전국 각 교구를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들은 이미 피해 지역을 위해 긴급구호 기금을 지원하고, 성금을 모으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별히 사순 시기를 지내고 있는 지금, 실의에 빠진 이들을 위한 교회의 나눔 실천에 적극 참여하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증거하고 보여줄 때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3면

시노드 교회 실현 노력 일상화 돼야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노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는 최근 열린 202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을 모색, 구체화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를 통해 이뤄진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방안들이 각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일상의 문화로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주교회의는 총회에서 우선 주교회의와 교구별로 시노드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시노드팀은 한국교회 전체 안에서 시노드 교회를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지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이를 사목 현장 안에서 구현할 방안들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등 교회의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시노드 모임을 교구 차원에서 우선 진행해 활성화한 뒤 전국 단위의 시노드 모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노드 교회 건설은 어느 한 분야나 과업의 추진으로 이뤄질 수 없다. 교회와 신앙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시노달리타스 문화가 정착되고 그것이 신자 생활 전반을 이끄는, 교회의 운영 원리로 정착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과업이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노드 교회 실현을 위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단계적인 조치들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및 각 교구 차원의 기구와 조직들을 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교회법과 규범, 제도의 수정과 보완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이제 본격화된 시노드 교회 건설의 이행 단계가 그 원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돼 시노드 교회 실현 노력이 일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발행일 2025-04-06 제3436호 23면

단식과 금육은 적극적 사랑 실천

어느덧 주님의 수난과 희생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가 4주째를 맞았다. 그리스도인들은 매년 사순 시기마다 주님 수난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기 삶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회는 이 뜻깊은 시기를 신앙인답게 지내도록 하기 위해서 기도, 금식과 금육, 자선의 실천을 권고한다. 교회의 규정에 의하면, 신앙인들은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단식을 지켜야 하고, 재의 수요일과 사순 시기의 모든 금요일마다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고 단식하던 것을 본받아 자발적인 희생을 통해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지가 최근 단식과 금육재 준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65%의 응답자가 매주 금육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의 수요일에 단식재를 준수한 응답자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7%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단식과 금육의 실천이 신앙에 도움이 되고, 기도와 같은 것이며,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의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늘날 단식과 금육의 실천은 과거처럼 엄격하게 의무로 강조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는 남을 위한 자기희생과 자선이라는, 단식과 금육의 참된 의미와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일러준다.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수준의 단식과 금육이 아닌,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이라는 적극적 사랑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단식과 금육은 소중한 신앙 실천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 나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23면

청년은 교회의 희망이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청년들은 언제나 변화와 쇄신의 주역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젊은 제자들은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교회 또한 박해와 격동의 혼란 속에서 청년 신앙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성장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신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용기와 열정 덕분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 문제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신앙이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이는 교회가 청년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단순한 수동적 신자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에 함께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청년들이 신앙을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하는 다양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청년들 스스로도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때, 교회는 더욱 활력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교회는 청년들을 성숙한 동반자로 환대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이끌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교회는 더욱 열린 마음으로 청년들을 맞이하고, 청년들은 신앙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발행일 2025-03-30 제343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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