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말씀묵상] 연중 제19주일

이형준
입력일 2025-07-29 17:06:00 수정일 2025-07-29 17:06:00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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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지혜 18,6-9 / 제2독서 히브리 11,1-2.8-19 / 루카 12,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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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어디에서 만날 것인가? 나는 나의 주님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이 질문은 활동 수도회인 예수회 회원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성찰해야 할 주제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느라, 사람을 놓치는 일이 없길. 사람을 보느라, 하늘을 놓치는 일이 없길.” 우리는 하늘과 사람 안에서 하늘의 보물을 발견해야 하는 주님의 사람들입니다. 인스타그램 @baeyounggil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루카 12,3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말씀의 첫 문장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확히 무엇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인지 궁금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에 나오듯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일까요? 사실 성경을 보면 이 구절은 앞에 나오는 말씀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 말씀은 세상 걱정을 그만두고 하느님의 나라를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루카 12,22) “오히려 너희는 그분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것들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루카 12,31)

우리는 사실 일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걱정하기보다는 세상의 일들을 훨씬 더 많이 걱정합니다. 무엇을 먹고 입을까를 넘어서 어떤 가방을, 어떤 시계를, 어떤 차를 가지고 나갈지, 또 어떤 집에 살지를 걱정합니다. 이것들이 우리의 보물이 되면 그것이 우리 마음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그분의 나라를 주실 것임을 믿게 되면 그보다 못한 것에 매여있던 마음이 해방됩니다. 가진 것을 팔아서 자선을 베풀고, 하늘에 우리의 보물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우리를 해방하고 구원하는 것입니다.

믿는 이는 잡념이 없어집니다. 세상 걱정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 나라의 것을 희망하고 또 이미 누리고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고 그분께 봉사하려는 일념으로 깨어 있습니다.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립니다. 띠를 매는 것은 일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것을 본 주인은 오히려 자신이 띠를 매고 시중을 듭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을 흡족하게 채워줍니다. 그는 그가 믿는 하느님 나라의 보물을 이미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독서들은 이 믿음에 대해 말합니다. 제1독서는 첫 번째 파스카를 이야기합니다. 히브리인들은 용기를 내어 주님의 구원을 믿고 자신들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어린 양을 잡고 피를 발랐습니다. 띠를 매고 지팡이를 들고 그 고기를 먹었습니다. 믿음으로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떠나기 위해 깨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 안에서 예수님의 파스카에 미리 동참하였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완성된 구원의 부르심에 미리 응답하였습니다.

제2독서는 그보다도 앞선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일흔다섯의 나이로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주님께서 말씀하신 땅으로 가족을 데리고 떠납니다. 주님께서는 그 땅을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주시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큰 부자였으므로,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형편이 되는대로 그 땅을 사서 알박기라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땅을 그런 식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 사라가 죽고 나서야 그 무덤을 마련하기 위한 동굴과 밭을 샀을 뿐입니다. 그 자신도 그곳에 묻혔습니다.(창세 23; 25,7-10 참조) 히브리서의 말씀대로 그는 “약속받은 땅인데도 남의 땅인 것처럼 이방인으로 살았습니다.”(히브 11,9)

그는 땅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도, 후손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도 묻거나 보채지 않고 그저 주님께 순종하였습니다. 심지어 늘그막에 얻은 외동아들 이사악을 바치라는 말씀에도 말없이 순종하였습니다. 성조들의 믿음과 희망은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세상에 대한 집착이나 두려움으로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뜻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늘 세상 것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우리에게 아버지의 나라를 보여주십니다. 그분을 믿음으로써, 우리도 두려움과 욕망을 넘어 주님의 나라로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보물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주님의 말씀대로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고 깨어 있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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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의정부교구 안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