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 수행에 있어 시노드 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교황청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7월 9일 공개했다. 2021년 10월 개막, 2024년 2차 회기로 마무리되는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의안집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시노드를 위한 첫걸음이다. 제2회기 의안집의 의미와 내용을 5회에 걸쳐 알아본다. 시노달리타스를 바라보는 전망: 하느님이 이루실 온 인류의 충만한 구원을 향한 여정에서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이사 25,9) 흥미롭게도 제2회기 의안집은 이 성경구절로 끝나고, 이사야서 25장 6~8절을 직접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 구절의 말씀은 만군의 주님께서 이루실 모든 민족의 구원을 다룬다. 마지막날에 주님께서는 잔치를 베푸시고 모든 겨레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실 것이며, 죽음을 영원히 없애시고 모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 내시며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주실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의 종말론적 완성에 대한 희망을 문헌 앞뒤에 배치한 것은, 의안집이 시노달리타스를 어떤 전망 안에서 보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의안집은 하느님 백성인 우리가 하나 되어 하느님의 이 구원에 대해 찬미를 드리고, 또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여정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이다.(의안집 마지막 문장 참조). 따라서 의안집은 단순히 ‘지금 여기서 우리가 제기하는, 혹은 관심을 두는 이러저러한 주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춰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모든 사람과 민족 안에 실현되는데 봉사하도록 부름받았음을 확인하면서, 이 백성 자신이 ‘어떻게’ 이 충만한 구원을 향하여 걸어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떻게’에 대한 답이 바로 시노달리타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 구원의 종말론적 완성이라는 이 관점은 제2회기 의안집의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전망은 시노달리타스를 세상 안에서 ‘하느님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로 부름받은 교회의 사명과 연결시키는 의안집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모든 민족에게 실현될 수 있도록 부름받은 하느님 백성들에게 어떻게 사명 수행할지 질문 지금까지의 순환적 방식을 따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교회 여정의 ‘일부’인 제2회기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의 완성을 향한 교회 여정의 ‘스타일’로 본다. 그러므로 이 문헌은 지금까지의 시노드 과정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노드 제2회기도 ‘결론’이라기 보다는 ‘끝나지 않는’ 이 교회 여정의 일부라고 이해한다. 이 작업문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 문헌 자체가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단체, 본당, 교구, 나라별 주교회의, 대륙별 주교회의, 전체 총회 1회기 등을 거치면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었는데, 이 과정들은 직선이 아닌 순환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즉 ‘아래로부터’ 울린 하느님 백성의 소리가 경청되었고,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들은 것’을 각 지역교회에 다시 들려준 후 지역교회의 성찰과 생각을 다시 듣는 과정을 거쳤다. 전 세계 지역교회의 의견에 기반한 ‘대륙별단계 작업문서’나 ‘제1회기 종합 보고서’가 이런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이것은 시노달리타스가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음에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아래로부터’의 방향성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고 단순히 시노드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위로부터의' 방향성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특징은 하느님 백성 구성원들 사이에, 그리고 그룹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순환성’이다. 이 순환적 과정 덕분에 제2회기 의안집은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삶의 자리와 각 지역교회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깊은 인식과 존중을 표명할 수 있었다. 지역교회의 중요성은 의안집 3부에서 시노달리타스가 ‘구체적 형태’로 실현되어야 할 장을 다룰 때 특히 강조된다. 교회 구성원 관계 문제 다루고 관계 구체화 과정 살피면서 뿌리내리는 맥락들 알아볼 것 교회에 필요한 변화 제안 예상 작업문서의 구성: 관계, 과정, 장 제2회기 의안집은 지금까지 ‘친교, 사명, 참여’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발행됐던 시노드 공식 문서들과 비교할 때, 그 구성에 있어 뚜렷한 변화가 있다. 서론과 결론 외에 본문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서론에서 지금까지의 여정 동안 발전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요약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것은 시노달리타스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회기 종합의견서’에서 말한 것처럼, 하느님 백성은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면서 그것을 더 잘 이해했고 그 가치를 알게” 됐던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의안집은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떻게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2회기 질문에 답하는데 필요한 5가지 기초를 설명한다. 1) 일치의 성사인 하느님 백성, 2) 시노달리타스 의미에 대해 공유된 이해들, 3) 다름 가운데 조화인 일치, 4)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요 자매, 곧 상호성의 쇄신, 5) 회심과 개혁으로 부름받음이 그것이다. 이 기초들 위에서 3부로 나누어진 본론에서는 각각 3가지 주제를 다룬다. 1) 관계들, 2) 관계들의 역동성을 지지하고 고무할 과정들, 3) 관계들이 구체화될 장들 등이다. 이전 문서들에서 제시된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개념들이 신학적이고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면, 제2회기 의안집의 핵심 주제인 ‘관계, 과정, 장’이라는 단어들은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2회기의 의도에 맞게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관계들’을 다루는 1부는 주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교회들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다룬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자체가 고립된 개인으로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출발해, 의안집은 구원받은 이들의 공동체, 주님의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 구성원들이 어떤 관계 속에 있어야 하는가를 다룬다. 특히 은사와 직무의 관계, 직무자들의 역할, 교회들 가운데에서 그리고 세상 안에서 어떻게 친교를 이룰 것인가가 구체적으로 다루어진다. 2부에서는 이러한 관계들이 구체적으로 또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한 과정들을 다루는데, 특히 양성,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식별, 결정 과정의 구체화가 소주제로 다루어진다. 특히 이 과정의 특성을 투명성, 책임성(accountability), 평가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3부는 관계들이 그 다양성, 복수성, 상호 연관성과 함께 구체화되고 신앙고백에 뿌리내리는 맥락들을 살펴보는데, 여기에서 지역교회들, 교회의 일치, 그리고 교황의 역할 등이 다루어진다. 제2회기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가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교회법적 변화가 요청된 것들은 무엇인지도 논의 주제로 제안한다. 글 _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회 내 평신도 위상 증진과 참여·동반 강화에 주목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7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 논의를 위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발표했다. 112개 항 30쪽 분량의 제2회기 의안집은 지난해 열린 제1회기 의안집과는 달리 시노드 과정 중에 제기된 ‘핫이슈’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필요한 구조적, 신학적, 사목적, 영성적 방안들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부제직 등 첨예한 논란을 불러온 10가지 주제들에 대해서 10개 연구위원회를 설치, 시노드 제2회기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들은 제2회기 중 중간보고 성격의 연구 결과를 제출한다. 교황청은 7월 9일 10개 위원회 외 추가로 5개 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위원회 연구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의안집이 전 세계 각 지역교회와 교회 기관, 공동체 등의 응답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이는 이미 우리가 ‘듣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징표라고 강조했다.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번 시노드가 “오는 10월 제2회기 총회와 상관없이 이미 교회의 존재 방식과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2~27일 열리는 제2회기 ‘시노드 교회’ 건설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모색에 초점 의안집은 서문에 이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담은 ‘주요 원칙’, 3부로 구성된 본문과 결론 등 총 6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의안집은 20명의 신학자들이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제2회기 의안집은 크게 두 가지 개혁과 쇄신의 키워드에 주목한다. 하나는 평신도, 특별히 교회 안의 여성의 역할과 위상의 증진, 다른 하나는 ‘참여’와 ‘동반’의 강화다. 이번 회기에서는 여성 부제직이 직접적인 논의 주제로 선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교회 안의 여성에 대한 성찰은 평신도의 직무 강화에 대한 열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의안집에서 가장 먼저 성직자 성추문, 교황청과 여러 지역교회의 재정 비리 등으로 추락한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시노드 교회가 환영받기 위해서는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책임감과 투명성이 모든 활동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교대의원회 사무처는 의안집에서 사목 및 재정 계획 수립과 집행에 평신도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외부 감사를 통한 연례재정 보고서의 발표, 여성 평신도들의 위상 증진도 중요한 권고 사항으로 제시됐다. 사제 양성 과정 쇄신과 평신도 양성 강화도 언급됐다. 특히 의안집에서는 각국 주교회의가 여성의 교회 생활 참여의 탁월한 잠재력에 주목했음을 상기시키며, “각국 주교회의는 우리 시대의 사목적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여성들에게 주어진 은사와 성령의 은총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직무적, 사목적 지침들을 더 깊이 탐구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의안집에서 양성의 강화는 시노드 전 과정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열렬하게 주장된 주제였고, 종교간 대화 또한 시노드 여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전례와 관련해 “적절하게 훈련된 평신도 남녀가 하느님 말씀 선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적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는 오는 10월 2~27일 열린다. 대의원들은 회기를 마치면서 교황에게 제출할 최종 건의안을 작성, 투표를 통해 확정한다. 교황은 이 건의안을 바탕으로 시노드 교회 건설을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교황 문헌을 발표한다.

2024-07-21

‘시노드의 길(Synodal Path)’ 통해 본 독일교회 쇄신 여정

보편교회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긴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의 여정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의 선교적 쇄신을 교황직의 소명으로 여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인도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의혹과 불신, 무관심이 사라지지 않았고, 비난과 저항도 적지 않다. 시노드 여정은 성령 안의 대화와 식별을 통한, 함께 가는 여정임을 되새기면서, 독일교회의 ‘시노드의 길’(Synodal Path)을 통해 ‘급진적’인 독일교회의 쇄신 여정을 살펴본다. 아울러 파문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통해 교회의 시노드 여정에 대한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저항의 사례를 돌아본다. ■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 복음적이지 못한 교회 모습에 깊이 실망한 많은 이들은 의혹과 불신, 무관심으로 시노드 여정을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에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신속하고 단호하지 못한 쇄신 여정에 실망을 표시하면서 보다 선명한 자기 쇄신의 길을 모색한다. 세계주교시노드와는 별도로, 독일교회는 독자적 쇄신의 길을 시작했다. 이른바 ‘시노드의 길’(Synodal Path)을 통해 광범위한 교회 쇄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왔다. 그 배경에는 썰물처럼 신자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2022년 독일에서는 52만2821명이 교회를 떠났는데 이는 2021년 35만9338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고, 2023년에도 40만2694명이 신앙을 등졌다. 독일교회는 그 이유를 성직자 성추문을 비롯한 교회의 비복음적인 면모에서 찾고, 즉각적이고 단호한 교회 쇄신만이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독일 주교회의와 평신도 기구인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Central Committee of German Catholic, ZDK)가 공동 주관하는 5차례의 총회를 통해 사제 독신제 폐지, 여성 사제품 허용, 동성애에 대한 교회 입장 변화 필요성, 평신도의 주교 선출 참여 등 파격적인 제안들을 교회 쇄신 방안들로 결정했다. 특히 2023년 11월 주교와 평신도가 동수로 참여하는 시노드 위원회를 교회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창립했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독일 주교회의에 보낸 2023년 10월 23일자 공문에서 여성 사제 서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황 역시 11월 10일자 서한에서 독일교회의 시노드적 교회가 보편교회로부터 멀어질 우려를 전했다. 또 교황청은 “독일교회는 ‘시노드의 길’이나 그것에 의해 설립된 기구, 주교회의도 모두 주교들의 권위를 제한할 어떤 기구도 설립할 권한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교황청과 독일 주교단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논란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교황청과 독일 주교회의 대표단은 지난 6월 28일 교황청에서 만나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재차 논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과 올해 3월 22일 만남의 후속 모임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만남에서 양측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 교회법,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세계주교시노드의 열매를 바탕으로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교회 쇄신 방안을 마련해 교황청의 승인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주교 직무와 평신도 공동 책임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방안의 모색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구현하기 위한 기구의 교회법적 규정에 대해 성찰하고 이러한 기구는 결코 주교회의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권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 아울러 교황청과 독일 주교회의는 세계주교시노드가 폐막하더라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 공의회 거부한 비가노 대주교, 파문 징계 교황청은 7월 5일자 공지를 통해 전 미국 주재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파문의 징계에 처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당성을 거부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권위를 부정함으로써 교회 분열의 죄를 저질렀고 이에 따라 파문의 징계에 처해졌다. 교황청은 공지에서 “그가 공적 발언을 통해 교황을 인정하고 순명하기를 거부했으며, 교황에 순명하는 교회 구성원들과의 친교를 거부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당성과 교도권적 권위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가노 대주교는 자신에 대한 혐의 자체를 ‘영예’로 여기며 교황과 그의 교회 통치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18년 8월 교황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시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미국의 일부 주교들을 포함한 극보수 고위 성직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성향을 비난해 왔다. 비가노 대주교에 대한 파문 징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에 대한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저항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저항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자체에 대한 거부로 간주된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가 주도하는 세계주교시노드의 진행이 교회의 정통한 유산을 훼손하고 신자들을 신앙과 윤리 모든 측면에서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비난한다. 교황과 시노드에 대한 저항과 비난은 교회 분열을 논할 정도로 빈번하다. 교황은 2023년 11월 11일, 교황이 신앙의 기초를 허물고 있다고 비난해 온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교구장 조세프 스트릭랜드 주교를 해임했다. 일부 보수 성향 주교들은 집단적으로 교황에게 반기를 들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 직전인 2023년 10월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비롯한 5명의 추기경이 그해 7월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질의는 동성애와 여성 사제 서품 등에 대한 교황의 입장을 요구했다. 조지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재앙’으로 부르며, 교황이 이단을 조장하고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2~2017년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을 지냈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교황청의 오랜 관습과 전례를 깬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당혹감을 책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2024-07-14

시노드 향한 열의 불 지필 ‘국내 본당 사제 모임’ 연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 열린다. 이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의 후속 심화 모임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서울 잠실7동본당 주임 김종수 신부(요한 사도)를 비롯해 6명의 사제가 국제 모임에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본당 사제 국제 모임’ 후 본당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참석자 여러분이 여러분 사이에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동료 본당 사제들과 함께 시노달리타스의 선교사가 되도록 초대한다”고 당부했다. 주교회의 사무처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와 참가 사제들의 제안에 따라 6월 21일 오후 2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5층 대회의실에서 후속 모임 첫 회의를 열고 국내에서도 본당 사제들이 참석하는 시노드 사제 모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제 모임 참석 사제 6명과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 주교회의 사무처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모임은 각 교구별로 2~3명의 사제가 참석, 약 50여 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7월 중 회의에서 결정되는데,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국내 사제 모임의 성과를 오는 10월 초 개막하는 정기총회 제2회기의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 대표로 국제 모임에 참석한 김종수 신부는 이날 회의에서 “로마 국제 모임에서 전 세계 사제들의 시노드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체험했다”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모임을 마련해 전국의 본당 사제들도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제1회기가 끝난 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급격히 사라졌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국제 모임에서 전 세계 사제들에게서 발견한 힘과 희망을 한국교회 안에서도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시노드 사제 모임 실무 준비를 위해서 부산 서동본당 주임 노우재(미카엘) 신부와 서울 행운동본당 주임 김영식(루카) 신부를 각각 대표와 총무로 선출했다.

2024-06-30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 의안집 작성 돌입, “시노드교회는 이미 싹을 틔웠다”

오는 10월 제2회기를 앞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작성 단계에 들어섰다. 전 세계에서 선발된 신학자 20명은 지난 6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동안 전 세계 지역교회와 교회 공동체로부터 제출된 ‘종합 의견서’를 분석, 검토해 제2회기 의안집 작성을 위한 기초 자료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종합 의견서는 전 세계 주교회의와 동방 가톨릭교회, 남녀 수도장상연합회 등이 제출한 것으로 총 107건이다. 여기에 지난 4월 29~5월 2일 열린 국제 본당 사제모임 보고서와 가톨릭 사도직 단체들, 대학과 기타 교회 단체 및 개인 의견 등 175건의 의견서도 추가됐다. 이 의견서들은 각 지역교회가 제1회기의 결실인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에 바탕을 두고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가?”를 성찰한 것들이다. 열정적 참여와 동시에 혼란과 우려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6월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종합 의견서들에ㅍㅍㅍ서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는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 참여 기구의 기능 정상화, 여성의 역할, 젊은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토착화, 투명성, 그리고 교회 직무자들의 책임감 있는 문화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리교육과 그리스도교 입문, 교회들 사이의 협력, 주교의 역할 등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고 밝혔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작업을 마무리하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교회 의견서들은 시노드 여정에 대한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참여 의지를 드러내지만 ‘혼란과 우려, 걱정’의 시선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견서의 제안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혹은 시노드 여정을 자기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도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이 보낸 “의견서들에는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응답과 함께 저항과 우려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의견서는, 지역교회에 새 생명을 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촉구하는 시노드 여정의 기쁨을 드러낸다”며 “시노드 교회의 씨앗은 이미 싹을 틔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의 가장 중요한 주제 10가지를 선정, 각 주제별로 스터디그룹을 구성해 시노드 회기가 모두 끝난 뒤까지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 의안집 작성 단계 돌입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의견 수렴 및 성찰과 식별 단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시노드는 의안집 작성을 위한 실무 단계에 들어갔다. 신학자들은 열흘 동안 지역교회의 의견서들을 성찰하고 제2회기 의안집의 구성과 내용 초안을 작성했다. 이어 ordinary council이 이를 검토하고 다각도로 검증함으로써 의안집은 본격적인 작성 단계에 들어갔고, 완성된 의안집은 승인을 받기 위해 교황에게 제출된다.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시노드가 몇 가지 주제들에 대한 논의와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는 이런저런 주제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노달리타스, 즉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모든 신학적 주제와 사목적 제안들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제2회기 의안집은 제1회기 의안집과는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차 정기총회 특별사무관(Special Secretary) 리카르도 바토키오 몬시뇰은 “제1회기에서는 광범위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번 제2회기 의안집은 “어떻게 사명 안에서 시노드 교회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서, 엉킨 매듭들을 풀어나가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안집에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을 검토하고, 총회 대의원들의 식별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 주제들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들을 담는다. 의안집 작성은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마무리된다.

2024-06-30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요 국가 종합 의견서 내용은

한국교회는 지난 5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교황청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기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에 비춰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주요 국가의 종합 의견서를 살펴본다. 미국 - 믿는 이들의 ‘피난처’ 되면서 열정적 소통하는 교회 제안 미국교회는 2~4월 1000회 이상의 경청 모임을 통해 총 3만5000여 명의 의견을 취합했다. 미국 주교회의 종합 의견서는 시노드의 희망적 표징을 ‘피난처’(safe harbor)와 ‘열렬한 소통’(fiery communion)으로 요약했다. 즉, 교회는 믿는 이들이 서로 ‘포용하고 지지하며 사랑하는’ 안전한 장소가 돼야 한다는 확신이다. 동시에 교회는 시노드 과정을 통해 드러나듯, 수많은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렬하고 열정적인 소통, 친교와 나눔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장소다. 분명 교회 안에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으로 인한 긴장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올바른 전통을 훼손하고 있다며 더욱 확고하게 교회 가르침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이들은 소외된 이들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변화를 요청한다. 따라서 교회는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필요로 한다고 미국교회는 의견서를 통해 전했다. 그 외에도 ‘복음화를 위한 양성’의 노력을 강화할 것, 성령의 활동을 저해하고 하느님 백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성직주의에 대한 경고, 성소 부족에 대한 깊은 우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교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성 추문과 인종 차별 등 교회 안의 악을 소홀히 여기게 만드는 무사안일한 태도를 시노드 교회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독일 - 여성 사제·부제 논의 필요성과 지역교회의 더 큰 자율성 요청 독일 주교회의 의견서에는 오늘날 교회가 외면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독일 주교회의는 의견서에서 “독일 가톨릭신자 96%는 교회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단언했다. 독일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시노드의 길’(Synodal Way)을 통해 급진적인 개혁 조치를 추진, 교황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노드의 길’을 통해 독일교회는 평신도와 주교가 똑같은 권리와 투표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기구로서 ‘시노드 위원회’를 설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영적 모임이라기보다는 의회주의에 가까운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독일교회는 그러나 이번 의견서에 대립적인 논조를 누그러뜨리고 성평등과 평신도의 교회 운영 참여 문제를 중심으로 폭넓은 제안을 담고 있다. 의견서에서 독일교회는 “부제직을 여성에게도 개방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고 나아가 여성사제직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성평등은 이미 오래전에 실현됐어야 하며 여성이 더 이상 배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견서에서는 또한 지역교회의 더 큰 자율성을 요청했다. 즉 모든 의사결정이 보편교회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으며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역교회가 더 활성화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 시노달리타스의 경험과 이해, 여성의 교구 운영 참여 강조 홍콩교구는 교구민들의 경청 모임 제안들을 취합, 식별 과정을 거친 종합 의견서를 5월 5일 교황청에 제출했다. 모임들을 통해서 시노달리타스의 경험과 이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의 여성,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 등 3가지의 우선적 과제 및 주제들이 선정됐다. 교구는 의견서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위한 시노달리타스의 체험과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구 운영에 있어서 여성의 참여가 절실하며 교회는 여성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두 가지 우선적 과제들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추기경은 5월 14일 홍콩교구가 발행하는 ‘선데이 이그제미너’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오는 10월 시노드 제2회기 후 ‘극적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아마도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속 문헌이 발표되면 구체적인 쇄신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우 추기경은 시노드 여정은 이미 지난 2021년 시작됐기에 훗날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보편교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역교회는 자기 자신의 맥락과 필요에 따라 과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며 “시노드 교회는 획일화된 교회가 아니므로 우리는 차이와 다원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시노드의 핫이슈들 - 교회 개혁 초점 맞추며 여성부제 가능성 숙고 대상으로 세계주교시노드의 핵심은 몇 가지 뜨거운 주제들에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시노드 여정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슈들이 있다. 여성부제와 기혼사제, 탈중앙집권화, 평신도의 위상, 성소수자와 생명윤리 등의 문제는 종종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된다.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여성의 참여 문제는 교회법과 교회 제도와 구조의 변화와 연관되고, 지역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여성에게 사제품을 주는 문제는 서유럽 각국 교회에서도 의견서의 주요 주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여성부제의 경우에는 핵심적인 숙고의 대상으로 다뤄졌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교구 및 본당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성직자와 평신도의 ‘차별화된 공동책임성’에 주목했다.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주교회의는 의견서에서 여성 사제직을 전제로 하지는 않되 교회의 모든 직분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요청했다. 벨기에교회는 의견서에서 여성 부제직이나 기혼 사제직을 “보편적으로 의무로 정하거나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제안했다. 4개 언어를 공적 언어로 사용하는 스위스는 일치의 중요성 만큼이나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스위스교회는 의견서에서 “시노드적이기 위해서, 교리나 훈육의 획일적 일치보다는 사목적 다양성이 교회의 사명 수행에서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여성 사제직에 대한 언급은 적은 대신 여성 부제직은 대다수가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주님의 포도밭에서 일하는 이들은 성사적 직무의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평등성, 사제직에 관한 규율에 있어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호주 주교회의는 의견서에서 많은 이들이 여성 부제직 가능성을 희망의 징표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견서의 대부분은 각 교구의 시노달리타스 체험과 교회의 구조적 개혁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06-16

‘가난한 이들과 동반하는 교회’ 실현 요청…다수는 성직주의 지적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발표했다. 총 39개 항의 이 의견서는 시노드 제1회기의 결실을 바탕으로 제2회기를 준비하기 위한 각 교구의 의견을 종합하고 성찰한 것이다. 주교회의는 16개 교구 중 13개 교구가 제출한 의견서들을 숙고하고, 제안 내용을 간추려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로 종합했다. 주요 내용을 키워드별로 살펴본다. ■ 가난한 이들은 교회 여정의 주역들 각 교구 의견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에 대한 성찰이다. 종합 의견서는 먼저 “오늘날 교회가 점점 더 가난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과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를 반성했다. 이는 교회의 중산층화에 대한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중산층화된 교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은 특수 계층으로 여겨지기 쉽다. 의견서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사목의 특수한 수혜자로 대상화해 온 것은 아닌지”를 묻고 “교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이 소외되는 현실을 인식하며, 그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고백했다. 의견서에서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가난한 이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삼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과의 인격적 만남, 이에 기반을 둔 지원과 동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 주일 미사에 참례하거나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들과의 사목에만 안주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의 삶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밖으로 나가 가난한 이와 함께하고 복음 선포하는 교회 본질 강조 여성에 제한된 참여 구조 지적 ■ 선교로서의 교회 ‘선교적 교회’로의 쇄신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망대로, 의견서는 한국교회가 ‘세상에 개방적이고 세상 사람들을 환대하며 그들 안에 현존하는 교회’로 쇄신돼야 한다고 전했다. 즉 교회가 자신 안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 자비를 바라는 사람들 한 가운데서 그들을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돼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여기서 ‘선교’는 교세 확장의 수단이 아니다. 선교를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본질’이자 ‘그리스도 신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내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교회 전체가 전적으로 선교를 위한 교회가 되도록 제도적, 구조적 변화”가 요청된다. 특별히 교회가 선교 사명에 전적으로 투신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가정의 성화와 쇄신, 가정을 위한 다양한 사목적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선교와 관련된 또 한 가지 중요한 성찰 주제는 디지털 선교의 노력이다. 이는 물리적 만남을 본질로 하는 아날로그형 선교와 유기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 ■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여성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여성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은 시노드 여정에서 수없이 강조되고 있다. 의견서에서는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 수행에 비해 리더십과 전례 분야 등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매우 제한됨 등이 지적됐다. 특히 남성에 집중된 비정규 성체 분배 직무, 본당 사목 평의회 회장이나 단체장 등 남성 중심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 이러한 고착된 문화와 고정 관념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의식적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본당 사목 평의회에서의 여성 역할 증대를 비롯해 교회 기관에서의 리더십 영역에 여성들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의 참여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직자 중심주의 개선하고 평신도 의견 수렴 장치 마련 등 시노달리타스 실현 구조 개편 촉구 ■ 성직주의와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한 양성 여러 교구가 성직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교회 내 의사 결정 과정이 “성직자 중심적이고, 교회 운영 방식이 관료적이며, 성직자에 대한 책임 면제가 관행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직주의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관행은 사제들뿐만 아니라, 수도자와 평신도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사제들의 직무 수행 검증 절차 도입 의견이 제시됐다. 사제단의 공동 책임성 강조와 지구 사제 모임 활성화에 대한 의견도 제안됐다. 주교 스스로 시노달리타스 영성을 살고 모든 영역에서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려는 열정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회 내 모든 양성 활동에서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한 양성의 중요성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성직주의 극복을 위해서 초기 사제 양성 과정은 물론 서품 뒤 지속적인 사제 양성 과정도 시노달리타스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신도는 양성의 대상만이 아니라 공동 책임을 지닌 주체로서 양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 가장 효과적인 표지는 수도자나 평신도가 신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평신도 양성과 활용을 위한 교구 차원의 양성위원회 설립도 제안됐다. ■ 교구 및 본당 사목 평의회 많은 교구들이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본당 사목 평의회와 재무 평의회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고, 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교구 사목 평의회가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구조와 운영으로 쇄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본당 및 교구 사목 평의회는 위원 구성에서 하느님 백성의 다양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논의를 위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신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본당 사목 평의회는 자문 기능보다는 사목자의 결정을 집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노드 과정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일부 교구에서 사목 평의회를 새로 설치하거나 회칙을 개정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구장 주교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청된다. ■ 주교회의의 시노달리타스 실현 노력 주교회의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서 ‘총회’의 경청 구조 또는 의견 수렴 구조를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해 쇄신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현재 주교회의 총회 의안은 각 교구 국장회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수렴되는데, 이를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총회의 논의 내용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주교회의 총회는 시대적 현안들을 깊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적인 안건들은 실무자 회의에서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장애가 되는 환경과 문화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는 10월 제2회기 이후 각 지역교회에서의 이행 단계에서 시노드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확산하기 위한 교구 내 상설기구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노드가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후속 교황 권고를 비롯한 관련 문서들의 연구와 심화, 확산을 담당할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4-06-09

시노드 최종 회기 앞둔 지역교회, 다시 대화와 경청

2021~2024년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마지막 회기가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다. 제2회기에서는 제1회기의 결실을 바탕으로 시노드의 주제인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전 세계 각국 교구와 주교회의는 시노드 여정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되살리며, 10월 최종 회기에서 논의할 주제들을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고 의견서를 취합, 정리해 교황청에 제출했다. 이 의견들은 제2회기 논의 안건을 담은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 반영될 예정이다. 제2회기를 앞두고 일부 교구가 작성한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의견서들을 입수,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시노드 진행 성과와 함께 심화된 의견들을 살펴본다.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성찰의 심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제1회기 종료 후 12월 11일, 제2회기 준비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를 발표했다. 지침은 제2회기의 논의에 참고하기 위해 제1회기 ‘종합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지역 교회의 의견들을 물었다. 전 세계 각 지역 교회는 시노드 관련 체험들에 대한 증언, 그리고 ‘종합보고서’의 성찰 중 일부를 선택해 심화한 성찰을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한국교회도 교구별로 첫째, 시노드 관련 사례와 체험들에 대한 증언, 둘째, 제2회기 주제에 대한 의견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주교회의는 제출된 교구별 문건들을 종합해 교황청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에 전달했다. 한국교회 차원의 이 의견서는 오는 7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검토 후 공개된다. 한편 교황청은 제2회기를 앞두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제2회기의 논의와 성찰을 심화하고 있다. 우선 총 10개 주제별로 연구 그룹을 구성해 제2회기 개막에 앞서 관련 주제를 6월말까지 사전 검토하고 이를 의안집에 반영하도록 했다. 10가지 주제는 동방 가톨릭교회와의 관계, 가난한 이들의 외침,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 선교적 시노드 관점의 사제 양성, 주교, 축성생활, 의논 사안들의 공동 식별을 위한 기준과 시노드적 방법, 교회 일치 등 교회 안의 주요한 사목적 관심사를 망라한다. 교황청은 또 시노드 여정 전체에서 본당 사제들의 참여 비중이 소홀히 다뤄진 점에 대해 인식하고 200여 명의 전 세계 본당 사제들이 참석한 사제 시노드 모임을 열기도 했다. 교구별로 제1회기 ‘종합보고서’ 성찰 심화 모임 제2회기를 앞둔 현재, 교구 단계 시노드 당시보다는 관심과 참여의 열기가 식은 듯하다. 모든 교구가 제2회기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지만, 문건 작성 과정에서 열의와 관심이 떨어졌고, 참여의 폭도 제한됐다. 꾸준하게 시노드 여정을 진행하는 의정부교구는 2월 한 달간 본당 사목평의회를 중심으로 본당 모임을 진행했다. 제1회기 ‘종합보고서’의 20개 주제 중 가난한 이들, 선교, 양성 등 3개 주제를 선정, 본당 모임을 진행했고, 총 45개 본당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정부교구는 이 보고서들을 종합해, 봉사하는 교회, 환대와 동반의 선교 자세, 신앙 전수를 위한 가정과 본당의 역할 등에 주목했다. 서울대교구는 제2회기가 열리는 2024년 10월까지 제1회기 ‘종합보고서’의 주제를 7가지로 정리해 지속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특히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첫째, 교구장과 주교단, 지구장과 지구 사제단, 본당 사제와 사목회 등 교구 전체와 본당 안에서 시노드적 대화 방식의 모임을 진행하고, 둘째, 사목국 주관으로 교구 총회장 모임, 총구역장 모임, 본당 구역반에서의 모임 등을 진행하도록 했다. 인천교구 역시 제1회기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교구민들의 시노드 관련 체험을 나누고 제2회기에서 심화 논의가 필요한 주제들을 성찰했다. 종합보고서를 인쇄해 본당 사목자들에게 배포하고 주보에 관련 해설을 연재해 이에 대한 교구민들의 인식을 높였다. 모든 본당이 의견서 작성을 위한 모임에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일부 본당에서 공동체 나눔을 진행했고 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가 참석하는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 모임’을 격월로 개최했다. 의견서 주요 내용 의정부교구 의견서는 지역 교회 차원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성찰과 관련해, 교구 사제단의 공동 책임성과 이를 구현하는 지구 사제 모임, 통합 사목의 전망을 모색했다. 아울러 수도회 총회에서의 식별과 공동 책임, 평신도의 사목평의회 참여 증진, 전문적인 평신도 양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도 시노드 모임에 대한 본당 참여가 비교적 폭넓게 이뤄졌다. 의견서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심화된 인식, 선교적 차원에서 본당을 넘어서 지역 차원의 봉사 확대, 복음적인 디지털 문화의 구축,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남녀의 상호존중을 통한 교회 직무 수행 영역의 확장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담겼다. 시노드 이전부터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진행해 온 광주대교구는 가난한 이들이 교회 여정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땅의 부르짖음이 같은 맥락임을 지적해 공동의 집 살리기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에 필수적인 경청, 동반 및 공동 책임성을 지적하고 이를 위한 사목평의회의 효과적 운용을 강조했다. 인천교구는 의견서에서 현재 시노달리타스와 관련된 교회 현실을 고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을 했다. 배타적 결집성으로 운영되는 활동 단체들, 인간적 결정과 관계에 좌우되는 본당 공동체의 운영, 교회 안에 자리 잡은 수직적 관계의 폐해,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사목자들로만 운영되는 평의회 등은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다만 의견서는 이러한 교회 현실에 대한 자각과 개선의 요청이 시노드 과정 안에서 이뤄지고 있음도 함께 지적했다. 대구대교구 의견서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성직주의의 문제라고 지적됐다. 여기에서 성직주의는 일부 성직자들의 권위의 남용이나 일탈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교회 전반에 만연한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지칭한다. 제주교구는 특별히 디지털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교구는 디지털 문화 안에서 대화와 경청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 복음을 전하고 선포하는 방법은 기존의 복음 선포에서 발전된 모습”이다. 하지만 “복음 선포의 마지막은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선교 방식과 아날로그 선교 방식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교구에서 제1회기의 열매가 삶으로 구현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구 내 많은 공동체가 아직도 시노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교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은 교회의 생활 방식이고 활동 방식임을 인식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데 공감했다.

2024-06-02

시노드교회, ‘승리주의 이단’에서 벗어나야

세속화된 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시노드적 교회가 되고 복음화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승리주의 이단’(heresy of triumphal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말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우리는 오만하게도 스스로를 ‘완전한 사회’(societes perfecta)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이끌었다. 성직주의와 승리주의 할리크 몬시뇰은 사제들이 자신을 평신도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간주하는 성직주의를 뿌리 뽑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가톨리시즘의 자만심에 가득 찬 ‘교회 승리주의’를 지적했다. 이번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한 성직자들을 향한 강연에서 그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변함없는 확실성의 섬으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본당 사제는 자신을 자기 본당의 교황으로 여긴다”고 꼬집고 “교회는 무류성의 은총을 오직 한 사람(교황)에게만, 그것도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 아래에서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조차도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돕는 자문기구에 귀 기울이는데, 하물며 본당 사제는 자신이 봉사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얼마나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쇄신 여정은 단계적이고 다중적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이어진 사제 국제모임에서의 솔직하고 열린 대화에 크게 고무됐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지역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는 급격한 개혁에 잘 준비돼 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문화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 기혼 사제, 여성 부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입장은 “대륙별로,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교회 내 권위의 더 광범위한 분권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영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뢰의 위기, 보편성의 확대 할리크 몬시뇰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것은 교회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미래를 향한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게 해주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는 제도종교에 속하진 않지만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보편성(catholicity)을 더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 사회를 멀리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반-가톨릭적 사고방식’이고 ‘분파주의’라며 “가톨리시즘은 개방성과 보편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적 가톨리시즘은 항상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와 유사하다”며 이는 교회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교회 내 지도력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진행된 사제 국제모임에서, 사제들 간에 현격한 의견 차이가 여전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선의와 개방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여성의 권리 확대에 대한 시노드의 긴급한 요청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사제와 여성 부제에 대한 반대에 대해서는 “신학적 이유보다는 심리적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이 남성만을 선택하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예수가 유다인만을 선택했다고 이탈리아인, 미국인, 일본인을 서품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복음 선포 카리스마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할리크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시노드의 여정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는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매우 현명한 사목자”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공감과 유머, 열린 마음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예수회의 전략과 결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의 발걸음을 바꾸기를 원하며 새로운 교황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변화’(changes that are unchangeable)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2024-05-19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 참석한 김영식 신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해 마지막 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했을 때, 교황님께서 사제들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손을 잡아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영식 신부(루카·서울 행운동본당 주임)는 4월 29일~5월 2일 로마 외곽 사크로파노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김종수 신부(요한 사도·서울 잠실7동본당 주임), 박찬홍 신부(가브리엘·수원교구 은행동본당 주임), 최문석 신부(안드레아·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박용욱 신부(미카엘·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노우재 신부(미카엘·부산 서동본당 주임)와 함께 참석해 5월 2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교황을 알현했다. 이 자리에서 시노드에 대한 교황의 의지를 확인했다. 김영식 신부는 “휠체어를 타고 교황청 시노드홀에 들어오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며 “교황님께서 ‘전 세계의 본당 신부들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에 서명하신 뒤 사제들에게 이야기하실 때 처음에는 목소리가 약했지만 점점 생기가 돌았고, 사제들을 위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특히 ‘투티’(Tutti, 모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시면서 시노달리타스가 교회 안에 실현되려면 모든 이의 참여가 필요하고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면서 “우리가 ‘모두’라고 말은 하면서도 소외시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난민이나 성소수자, 연로한 노인 등 모두의 의견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교황님께서 ‘투티’를 강조하시는 모습에서 하느님 뜻과는 멀어진 교회의 모습도 느꼈다”며 “시노드란 우리끼리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 교회 쇄신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교황님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황님이 즉위 직후부터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 안에서는 물론 가정과 세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격려하는 경청은 타인의 논리와 의견을 배제하고 무익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도와 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는 교황님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하는 교회의 과제라는 점을 이번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하느님 백성에게는 하느님 뜻을 식별해 내기 위한 시노달리타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마지막 날에 한국 사제단과 만나 성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 정원 등을 안내하고 한식으로 오찬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2024-05-19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