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2)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2): 제2부(64~67항)

「최종문서」 제64항은 혼인을 단순한 생활 형태가 아닌 성사적 성소로 조명한다. 여기서 혼인성사의 은총은 가정 내부만이 아니라 교회 건설과 사회적 임무로까지 확장된다. 이것은 가정을 사목의 ‘대상’에서 ‘주체’로 재정의하는 시각의 전환이다. 가정은 자신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세상에 이를 전달하는 선교 공동체가 된다. 따라서 교회는 이런 가정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망을 더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65항은 축성생활이 시노달리타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다룬다. 축성생활은 오랫동안 공동 식별과 공동체적 삶을 실천해 왔기에 시노드 정신의 살아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오늘날 많은 수도회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맥락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출신지를 고려할 때 풍요로운 상호 문화의 실험실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교회의 목자들과 수도회 책임자들이 은사 교환을 통해 공동 사명을 강화하도록 초대받는다는 점에서, 축성생활이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지역교회와 긴밀히 연결돼야 함을 촉구한다. 제66항에서는 은사와 직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드러낸다. 선교 사명은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것이며, 평신도의 첫째 임무는 세상 안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키는 것임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평신도의 은사 가운데 일부를 직무로 제도화하는 문제를 다룬다. 직무 설정의 절차로는 공동체의 필요 확인, 목자와 공동체의 공동 식별, 관할 권위의 결정이라는 시노드적 과정이 제안된다. 공동체의 식별 과정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어 평신도 직무와 관련해서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자의교서 「일부 직무」(1972년)를 통해 평신도에게 독서직과 시종직의 전례 직분을 부여한 바 있는데, 최근 시노드 과정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2021년)을 통해 이를 여성에게도 확대했다. 또한 「최종문서」는 이동성이 높아진 오늘의 현실에서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에 한정된 기존의 직무에 대한 재성찰 역시 요청하고 있다. 제67항은 신학의 봉사적 기능을 다룬다. 신학자들은 하느님 백성이 계시를 깊이 이해하고 현실에 적절히 응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신학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공동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로 자리매김한다. 곧 신학도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학자끼리, 그리고 신학자와 목자들이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며 식별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성령께서 세례받은 모든 이에게 부어 주신 은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혼인·축성생활·평신도·신학의 다양한 성소 안에서 공동체의 식별을 거쳐 사명과 직무로 열매 맺는다. 교회는 여성·어린이·청소년·장애인은 물론 가정과 수도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세례받은 이를 수동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사명 주체로 인정하고 파견하며 동반함으로써 관계의 진정한 회심을 이룬다. 시노달리타스란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성령의 자유에 뿌리를 둔 은사의 다양성이 공동체의 식별과 목자의 권위와 신학의 봉사 안에서 온전히 존중받고 사명으로 수렴되는 복음적 관계의 근본적 재구성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시노드 이행 단계… “동력 되살려 현장 변화로 이어가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이행 단계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약화된 시노드 동력을 되살려, 시노드의 열매를 본당 현장과 교회 구조의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각 교구가 「최종문서」 교육과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경청과 식별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교구 시노드 팀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주교회의는 6월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선물들의 교환’(「최종문서」 120-123항)을 주제로 ‘제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교구 시노드 팀 연수’를 열고, 이행 단계에 있는 각 교구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연수에는 13개 교구에서 주교 1명, 신부 16명, 수녀 6명, 평신도 21명 등 44명이 참석했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겸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장 이철수(스테파노) 신부는 인사말에서 “시노드의 준비와 거행에 3년, 그 결실을 지역교회에 알리고 경험하게 하는 데 3년의 시간이 할애됐다”며 “세계주교시노드 역사상 이보다 더 오랜 시간 진행된 시노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8년 열리는 교회 회의까지의 이행 단계는 하나의 출발점”이라며 “더 멀리 바라보고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 교구별 이행 편차 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엄재중(요셉) 연구원은 전국 12개 교구가 제출한 답변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시노드 이행 단계의 분석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개 교구 가운데 시노드 이행 계획 또는 로드맵을 수립한 교구는 8개 교구, 아직 수립하지 않은 교구는 4개 교구였다. 교구별 자기 진단에서는 초기 시작 단계, 진행 단계, 구조적 변화 시작 단계, 안정적 정착 단계가 모두 나타났다. 일부 교구는 기존의 교구 시노드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모델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관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교구도 있었다. 엄 연구원은 이 같은 분류가 각 교구 시노드 팀 담당자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2021년부터 시작된 시노드 초기와 거행 단계에 비해서는 그 동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러 교구가 각종 연수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소개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상호 경청과 공동 식별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교구 시노드 팀 운영도 과제로 제시됐다. 교구 시노드 팀의 정기 모임이 있다고 답한 교구는 일부에 그쳤고, 시노드 팀 활동이 본당에 뚜렷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 교구도 많지 않았다. 엄 연구원은 교구 시노드 팀 내부, 교구청 사목 부서, 본당 현장 사이의 협력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행 단계의 첫 책임자는 교구장 주교라며, 교구장 리더십과 지원 없이는 시노드 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엄 연구원은 “시노드 팀이 단순한 연락·행정 조직이 아니라 지역 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동반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력과 자원의 부족, 관심과 동력 저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등 현안과의 우선순위 충돌, 기존 참여 기구와의 역할 혼선, 본당 현장과의 단절 등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최종문서」 수용은 시작… 본당 교육은 ‘공백’ 한국교회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문서」 수용은 시작됐지만, 본당 현장까지 충분히 확산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 연구원은 12개 교구 중 8개 교구가 교구장 사목 교서에 「최종문서」를 언급하며 이행 단계를 준비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7개 교구가 사제 연수를 통해 「최종문서」를 교육했고, 지구 단위 교육은 4개 교구, 구역·반장 연수는 9개 교구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본당 및 제 단체 차원의 교육을 직접 실시한 교구는 1개 교구에 그쳤다. 엄 연구원은 “시노달리타스와 「최종문서」에 대해 교구에서 여러 기회를 마련해 알리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본당과 신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게 현실”이라며 “하느님 백성의 대부분이 살아가고 있는 본당에서 「최종문서」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은 심각한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 보급 늘었지만 일상화는 미흡 시노드 방법론인 ‘성령 안에서 대화’도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교구가 소개와 보급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제들의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은 7개 교구에서, 사제·평신도·수도자가 함께한 ‘성령 안에서 대화’ 모임은 6개 교구에서 이뤄졌다. 본당용 ‘성령 안에서 대화’ 자료를 제작·제공한 교구는 8개 교구였다. 엄 연구원은 각 교구의 실천을 교육·체험형, 자료 제작·보급형, 의사 결정형, 사제 연수형, 본당 적용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일부 교구는 사제 연수나 사제·수도자·평신도 연수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체험했고, 일부 교구는 교구 차원의 자료를 제작해 본당에 공급했다. 또 몇몇 교구는 교구 사목 계획과 비전 설정, 교구장 사목 교서 작성, 사목 평의회 논의 과정에 이를 활용했다. 논의 주제도 디지털 문화와 신앙,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승, 본당 사목 방향, 성전 건립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엄 연구원은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 일회적 체험이나 자료 보급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실제 본당 운영과 의사 결정의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약하다고 짚었다. 특히 자료를 만들고 배포했지만 본당 안에서 얼마나 실제로 사용되는지는 대부분의 교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제와 평신도·수도자가 함께하는 모임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시노달리타스의 핵심은 하느님 백성 안에서 이뤄지는 공동 경청과 식별인데, 사제끼리 또는 평신도끼리만 진행되는 방식은 그 본질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엄 연구원은 앞으로의 과제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지속적인 전환, ‘성령 안에서 대화’와 같은 공동체적 식별 방식의 정착,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시노드 이행 단계의 연계, 시노드 결실의 본당 확산, 교구 시노드 팀에 대한 지원과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교구 시노드 팀은 단순히 회의를 준비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 조직이 아니라, 지역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동반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청 시노드 사무처가 최근 발표한 「2027-2028년 회의들을 향하여: 준비를 위한 단계와 기준과 도구」의 주요 내용도 설명했다. 그는 2027년 상반기 교구 평가 회의와 서술형 보고서 작성, 다른 지역교회들에게 보내는 서한 준비 등이 앞으로 각 교구가 준비해야 할 과제라며, 이 과정은 단순히 또 하나의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교구 공동체가 살아온 시노드 여정을 함께 되읽고 식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대교구, 페루 리마대교구, 호주 메이틀랜드-뉴캐슬교구, 미국 샌디에이고교구, 세네갈 다카르대교구 등 해외 교구의 이행 사례도 소개했다. 엄 연구원은 이들 사례를 통해 「최종문서」의 수용이 교육과 대화에 머물지 않고, 사목 계획 수립과 참여 기구 쇄신, 본당 시범 모델, 상설 양성 체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광주·대구·전주·춘천교구, 이행 단계 사례 발표 이어진 사례 발표에서는 각 교구가 시노드 정신을 교회 현장에 적용해 온 경험을 나눴다. 광주대교구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중심으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교회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교구 사목 방향을 식별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나눈 내용은 단순한 의견 수렴에 머물지 않고 교구장 사목 교서와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되고 있다. 교구는 앞으로 이 대화를 매년 정례화하고, 본당과 지구 단위로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대교구는 교구장 사목 교서 작성 과정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한 경험과 산격본당 시노드 시범 본당 사례를 발표했다. 대구대교구는 2025년과 2026년 교구 사제 연수에서 교구 장기 사목 계획에 따른 사목 교서 작성을 위해 의견을 식별했고, 본당 총회장 연수와 촉진자·서기 양성 교육을 통해 본당 차원의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산격본당 사례는 사목자나 일부 구성원의 의견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목소리를 모아 본당의 변화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주교구는 교구 꾸리아 회의, 사제 연수회, 사제 월례 묵상회, 사목평의회, 본당 사목회 연수 등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교구 설정 10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제단 전체의 나눔과 식별을 바탕으로 교구 사목 방향을 구체화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전주교구는 ‘성령 안에서 대화’ 매뉴얼과 자료집을 제작해 본당과 단체에 보급하고 있다. 춘천교구는 교구장 사목방문 과정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도입한 사례와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발표했다. 춘천교구는 2026년 ‘성령 안에서 대화’를 교구 안에 정착시키고,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소공동체와 본당 현실에 맞게 토착화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청년, 노인, 이주민, 장애인, 냉담 교우, 사회적 약자 등 교회 안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이들을 찾아가 경청하고, 2028년 이후에는 교구장 사목방문 안에서 심화된 대화를 실시해 교구 영적 비전과 사목 방향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사례발표 뒤에는 조별 모임 ‘선물들의 교환’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강의와 사례 발표를 들으며 마음에 남은 단어를 카드에 적고, 각 교구의 시노드 여정에서 얻은 열매와 앞으로 적용해 보고 싶은 실천을 나눴다. 이후 전체 모임에서는 각자가 적은 단어 카드를 다른 참석자에게 전하며, 교회들 사이의 ‘선물 교환’이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되새겼다. 주교회의 시노드 팀 대표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마무리 인사에서 “학술적인 심포지엄이었다면 끝날 때쯤 모두 지쳤을 수도 있지만, 성령 안에서의 대화로 마무리하면서 모두들 가슴에 안고 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령 안에서의 대화는 우리 교회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지 새롭게 느꼈다”고 밝혔다. 시노드 이행 단계는 현재 ‘지역교회들과 그 연합체들의 이행 과정’(~2026년 12월)에 있으며, 2027년 전반기 교구 내 평가 회의, 2027년 후반기 주교회의와 주교회의 연합회 내 평가 회의, 2028년 대륙별 평가 회의를 거쳐 2028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릴 교회 회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발행일 2026-06-13 제3496호 2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1)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1): 제2부(57~63항)

「최종문서」 57~67항은 ‘사명을 위한 은사, 성소, 직무’라는 제목 아래 교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사명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교회 안의 여러 신분과 직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항들은 제2부 ‘관계들의 회심’이 요청하는 교회의 새로운 관계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회심’은 개인의 내적 변화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성령 안에서 새롭게 변화돼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이 항들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회심이 실제 교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부분의 신학적 기초는 「최종문서」 57항에 제시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 놓여 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12,4-6)라는 말씀처럼, 교회 안에는 다양한 은사와 성소와 직무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모두 같은 성령 안에서 공동선을 위해 주어진다. 교회 안의 다양한 성소와 직무는 세례를 통해 받은 사명과 성덕의 부르심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조직 운영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은사가 조화를 이루며 공동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의 존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58~59항은 평신도 이해의 중요한 전환을 보여 준다. 오랫동안 평신도는 성직자의 활동을 보조하는 존재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종문서」는 평신도를 세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가는 고유한 선교적 주체로 강조한다. 평신도들은 가정과 직장, 사회와 정치, 문화와 디지털 환경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드러내도록 파견된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다. 교회 공동체는 단지, 내부 활동을 유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신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고 그들 삶의 자리에서 수행되는 사명을 지지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59항에서 이것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60항에서는 여성들의 은사와 성소가 교회 안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여기서 성경과 교회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뤄진 여성의 역할을 확인하고, 여성의 지도력 수행, 여성 부제직 문제 역시 계속 식별돼야 할 과제로 남겨 둔다. 나아가 설교와 교리교육, 공식 문서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이미지까지 성찰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는 관계들의 회심이 교회의 문화와 표현 방식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변화임을 의미한다. 61~63항은 각각 어린이, 젊은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이들이 주로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었다면, 「최종문서」는 그들을 교회의 능동적 주체로 바라본다. 이는 모든 이들, 특히 주변화된 이들의 목소리를 교회의 중심에 놓으려는 시노달리타스의 방향성을 잘 드러낸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10)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와 교회: 제2부(53~56항)

「최종문서」는 시노드 과정에서 교회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맥락(상황)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성찰한다.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는 자리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각 지역 교회는 고유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사명 수행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맥락 안에는 복음의 논리에 반대되는 폐쇄적 관계의 논리가 존재한다. 「최종문서」는 이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따라 ‘죄의 구조’(「사회적 관심」, 36항)라고 칭한다. 곧 구조적 죄는 관계를 폐쇄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장벽을 세우고 두려움을 조장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회개뿐만 아니라 구조적 쇄신과 관계들의 회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최종문서」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관계의 단절과 균열이라는 관점에서 구체화한다. 전쟁과 무력 충돌, 무력에 의한 평화 건설, 이익을 위한 피조물과 인간의 착취 역시 이와 같은 신념에 기인한다. 이러한 세상의 논리는 교회 안에서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 남녀 불평등,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이주민 배척 등의 장벽 역시 폐쇄성의 원리에서 말미암는다. 통합 생태론의 차원에서도 공동의 집인 지구와의 관계 균열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태아부터 노인까지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버리는 가장 비극적인 폐쇄성이 만연해 있다. 시노드 과정에서 세상과 교회의 맥락은 늘 관련돼 있다. 세상의 악은 교회 안에서도 나타난다. 「최종문서」는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자행된 다양한 학대와 권력 남용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영적 학대, 경제적 남용, 권력 남용, 양심의 학대 등 성직자와 교회 직분자들이 가한 끔찍한 잘못들을 하나하나 거명한다. 교회가 피해자와 생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치유와 정의, 화해를 향한 것이다. 교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히 용서를 구함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직시를 통해 교회는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정의한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상처받은 관계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이를 통해 교회는 비로소 하느님과 인류가 일치를 이루는 ‘성사’가 될 수 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성령께서 모든 문화와 장소에 뿌려 주신 복음의 씨앗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상호 신뢰와 용서의 함양, 환대의 공동체 형성, 사람들과 지구의 삶을 증진하는 경제 건설, 갈등을 화해로 전환하는 능력 등의 열매를 맺는다. 역사적으로 종교 간에 자행된 적대 행위, 특히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과 적개심이라는 추문을 극복하려는 시노드 여정의 새로운 경험이 관계적 회심의 중요한 표징으로 제시된다. 시노드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과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의 어둠을 직시하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성령께서 이끄시는 관계적 회심과 일치의 사명으로 나아간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9) 관계들의 회심, 삶으로 고백하는 신앙: 제2부(49~52항)

「최종문서」 제2부는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서의 ‘관계들의 회심’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향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처음 인용되는 성경의 무대는 시몬 베드로를 비롯한 많은 제자의 고향인 티베리아스 호수이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과 부활을 경험했지만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그렇지만 제자들은 베드로와 함께 고기를 잡으러 기꺼이 동행한다. 「최종문서」는 이 장면에서 시노드 여정에 베드로의 후계자와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를 본다. 시노드의 길에서 교회가 깨달은 것은 모든 관계의 소중함이다. 참으로 교회를 살아있게 하고 교회 구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관계’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의 하느님 백성은 하느님과의 관계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 심지어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어 주는 교회를 열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시노드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경청 되고 있다는 기쁨을 표현했고, 이것은 혼인 상태, 성적 정체성 등 특정 상황으로 인해 교회 내에서 배제되거나 판단 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함께하는 것에 이른다. 「최종문서」는 이러한 관계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조직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복음 선포이며,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 주는 신앙적 증언이라고 본다. 따라서 ‘관계의 회심’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관계들의 회심에서 기준이며 모범이 되는 분은 복음서의 예수님이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자 했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만났고, 그들의 필요와 믿음에 귀 기울였다. 그들에게 자비로운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 주셨고, 그들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고, 삶을 변화시켜 주셨다. 「최종문서」는 바로 오늘의 교회 역시 현대 사회의 파편화된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진심을 다해 형제자매의 소리를 경청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만나시고 치유하시는 그 구원의 방식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최종문서」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관계 회심’의 핵심 영역을 가리킨다고 본다.(52항) 성의 다름은 인간 관계성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성의 다름은 차별이나 불평등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세례성사 안에서 남녀는 완전히 동등한 품위를 지닌다.(갈라 3,28 참조) 교회는 이러한 남녀의 다름을 하느님의 선물로 환영하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살아감으로써 복음을 증언해야 한다. 그렇지만, 시노드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여성의 고통과 아픔은 교회가 자주 이 부분에서 실패해 왔음을 보여 주고 있다. 「최종문서」가 언급하고 있는 관계들의 회심은 바로 그 실패와 상처 위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강조한다. “시노드 교회는 관계들의 진정한 회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8) 사회적 예언으로서 시노달리타스: 제1부(47~48항)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를 공식적으로 제창하면서, 교회의 자기 이해를 교회 내부를 넘어 인류 전체를 향한 보편적 소명으로 확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연설’에서 “시노드 교회는 민족들 가운데 들어 올려질 깃발과 같다”고 표현하며, 교회가 역사 안에서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증언하는 예언적 주체임을 강조했다. 이 연설은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구성적 차원으로서만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양식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종문서」 제1부의 마지막 두 항(47~48항)은 시노달리타스가 지니는 이러한 사회적, 예언적 차원을 명시적으로 발전시킨다. 47항이 읽어 내는 오늘의 세계는 불평등의 구조적 심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약화, 권위주의적 통치의 확산, 시장 중심 논리가 인간과 창조 세계의 취약성을 압도하는 현상, 대화 대신 힘에 의존하는 갈등 해결 방식이 횡행한다. 이런 세상에서 시노달리타스는 그 지배적 논리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와 전혀 다른 관계 양식을 교회 안에서 구현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증언하는 삶의 방식이다. 「최종문서」는 이를 포용, 경청, 가난한 이들과 창조 세계에 대한 돌봄, 공동 책임성 등의 요소로 구체화한다.(48항) 이 관계 양식은 개인주의적 고립과 전체주의적 획일성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거부하며, 공동선을 위한 상호 의존성과 상호 돌봄을 지향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청’의 신학적, 사회적 의미이다. 시노드 교회에서 경청은 단순한 소통 기술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의 식별 행위이며, 무엇보다 가장 가난하고 주변화된 이들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포함한다. 이는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돼 약자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사회적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교회를 하나의 ‘대항 문화적 표징’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참여 확대가 아니라 관계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근본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언적 사명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시된 통합 생태론을 통해 인간과 사회, 창조 세계 사이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함으로써 시노달리타스의 관계적 비전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교회의 시노달리타스가 단지 인간 공동체 내부의 문제를 넘어 창조 질서 전체를 향한 책임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덧붙여, 「최종문서」 79~102항이 강조하는 교회적 식별, 의사결정, 투명성, 책임 있는 설명, 평가의 문화는 권력의 집중과 불투명성이 만연한 현대 사회의 거버넌스(governance, 통치) 구조에 대해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 ‘실천적 증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분열과 불평등, 배제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안에서 새로운 인간 공동체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사회적 예언이다. 또한 단순한 이상 제시가 아니라, 교회가 실제로 살아내야 할 삶의 형식이며, 그 실천을 통해서만 비로소 설득력이 있는 복음적 증언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0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7) 시노달리타스 영성: 제1부(43~46항)

시노달리타스 신학의 가장 중요한 측면 가운데 하나는 성령론적 차원이다. 「최종 문서」만 해도 ‘성령’이란 단어는 93회나 호명된다. 이것은 성부가 5회, 성자가 6회 호명되는 것과 비교된다. 이미 제16차 정기총회를 시작하면서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주 성령님, 저희가 주님 앞에 있나이다(Adsumus Sancte Spiritus)'를 총회의 공식 기도문으로 배포한 바 있다. 이 기도문은 수 세기 동안 공의회, 시노드 그리고 교회의 주요 의사 결정 모임을 시작할 때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는 전통적인 기도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부들은 이 기도문을 바치면서 성령의 도움을 청했다. 이 기도문은 성령께서 적극적으로 우리 삶에 개입하시어 우리를 이끌어 주시길 간청한다. 성령의 역할에 대한 이런 강조는 과거 서방교회가 성령의 역할을 간과하거나 그리스도와 달리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분으로 인식하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이미 「편람」은 시노드의 경청 과정이 단순히 사람들 상호 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성령의 목소리를 식별하는 체험이라고 말하였고(1.1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종 문서」에 관한 공지를 통해 제16차 정기총회의 전체 시노드 과정에서 “우리는 성령께서 이 시대의 교회에 말씀하시는 것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쇄신 ‘은총의 우선성’알 때만 가능 「최종 문서」는 영성적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란 무엇보다 세례자의 일상생활과 교회 사명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있는 영적 태도(자세)라고 말한 바 있다.(43항) 시노달리타스는 성령의 활동에서 비롯하며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묵상하고, 침묵하고, 마음의 회심을 필요로 한다. 모든 사람과 만물 안에서 들려오는 성령의 목소리를 식별하는 법을 배우고, 성령께서 나눠 주신 다양한 선물들을 감사와 겸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온 교회가 ‘함께’ 동반과 지원을 통해 걸어가야 한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쇄신은 은총의 우선성을 알 때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최종 문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영적 깊이가 부족하면 시노달리타스는 조직 운용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43-44항) 따라서 교회의 거룩한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참여에 열린 기도, 공동 식별, 나눔에서 봉사로 이어지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는 나름의 한계가 있지만 시노드 교회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성령 안에서’ 대화한다는 것은 성령의 분명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복음적 분위기 속에서, 믿음의 빛으로 나눔을 경험하고,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45항) 「최종 문서」는 ‘서문’에서 우리가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성령 안에서 대화’를 삶으로 실천함으로써, 우리 가운데 계시는 그분의 현존을 느꼈다고 했고(1항), 이 길을 걷는 것은 정의의 행위이자 이 세상에서 하느님 백성의 선교 임무이며, 이 길을 계속 걷고자 하는 열망이 시노달리타스 쇄신의 열매라고 했다.(46항) 매번 다시금 물어야 한다. 우리 교회는 과연 그렇게 하기를 열망하고 있는가?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4-05 제3485호 24면

[함께 읽는 시노드 최종문서] (6) 조화(harmony)로서 일치: 제1부(34~42항)

개인주의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서로의 차이를 차별로 연결시키는 데 익숙해진 오늘의 세계에서 시노달리타스는 상호적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환기시킨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차이들은 오히려 타인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게 하고 풍요로운 인격적 성숙으로 초대한다. 이에 시노드 교회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서로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꽃피우는 곳이다. 그리고 가정은 경청, 식별, 결정, 권위의 수용과 실천 등의 시노드 정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특권적 자리가 된다. 제16차 정기총회 과정은 교회 내 다양한 은사와 직무가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임을 새롭게 자각하게 했다. 이에 따라 세례받은 모든 이는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고, 그 책임을 공동으로 완수해야 한다. 「최종 문서」는 이 지점에서 오늘의 교회 안에서 성(性), 세대,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조건 등에 따른 제약들이 하느님 백성의 참여를 어렵게 했음을 고백하고, 가난한 이들과 배척받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36항) 교회 안에서 개인들의 상호 관계는 교회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다양한 지역 교회들은 각각의 민족과 언어, 고유한 예식과 영적 유산을 지니고 다양성 안에서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 지역 교회들은 만남과 상호 이해, 그리고 각자의 선물들을 나눔으로써 이를 자라나게 한다. 시노달리타스를 통한 교회 쇄신은 하느님의 보편적 부르심이 이뤄지는 장소들과 그 맥락들(상황)을 소중히 여긴다. 그 보편적 부르심의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구원의 메시지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역 교회들은 서로에게 주어진 이 선물들을 나눔으로써 교회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 맥락, 문화, 다양성과 상호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선물을 나누는 것은 그리스도인 일치와 종교 간 대화의 영역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다양성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려는 고집을 버리고 다른 관점 역시 수용하라는 초대이다. 여기서 교회 안의 사람들은 누구나 공동의 일을 완수하는 데 특별하고 필요불가결한 기여를 하는 존재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교회의 삶과 사명을 실천하는 데서 배제되는 사람은 없다. 「최종문서」는 시노드 교회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42항) 시노드 여정에서 각 지역 교회는 고유한 리듬과 소리를 내는 악기(특수성과 전통)이며, 이 악기들이 서로의 소리를 경청하고, 자신의 소리를 아낌없이 나누며(은사, 경험), 전체 교회가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친교와 사명)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노드적 실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문서」가 말하는 ‘조화’는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다양성과 차이를 통합하는 성령의 역동적 작용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과 차이는 그것이 놓인 구체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이를 더욱 꽃피울 때, 비로소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이 이루시는 일치의 풍요로움을 맛보고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발행일 2026-03-22 제3483호 20면

시노드는 말한다…“교회 내 여성 역할 확대돼야”

[로마 OSV] 교황청은 교회 안에서 여성의 참여를 연구해 온 시노드 연구 그룹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성품성사에 따른 직무를 포함하지 않는 범위에서, 교회 교도권과 지도력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3월 10일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발표된 75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는 교회 안에서 여성 지도력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성 부제직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된 세계주교시노드 연구 그룹들이 발표할 예정인 15개 최종 보고서 가운데 세 번째로 나온 것이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이 보고서들을 ‘작업 문서(working documents)’로 규정하며, “레오 14세 교황에게 제출할 제안들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노드 연구 그룹은 「최종 보고서」에서 “여성들이 복음 선포와 행정 영역에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역할은 성품성사를 받은 성직자들과 협력해 수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성사적 길과 나란히 존재하지만 그것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길, 곧 은사적 길이 있다”면서 “이 길을 통해 평신도들, 특히 여성들에게 새로운 참여의 공간을 열 수 있고, 교구 교도권에서도 여성들에게 이러한 기회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보고서」에는 또한 “오늘날 평신도 여성들은 교회의 사명에 참여할 권리를 지니는데 이는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존엄이 동등하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은사들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제 인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현존과 기여로써 교회가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연구 그룹은 “신학과 교회법이 권위를 행사하는 새로운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한편 “이러한 권위는 성품성사가 아니라 세례성사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고 그에 맞는 교회법적 형태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지도력을 수행하는 것을 막을 이유나 장애는 없다”며 “이러한 경계의 재정립이 교회 안에서 여성들에게 새로운 책임 영역을 인정하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최종 보고서」에는 논쟁적인 주제로 여겨진 여성 부제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는 여성들이 이미 교회 내 최고 수준의 기관에서도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특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에 의해 “교황청 부서의 통치 권한과 전문성에 따라 평신도 여성도 교황청 부서를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6-03-22 제3483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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