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삶이 완전히 변화되는 ‘고백’의 과정 성찰

20세기 가톨릭 신학의 거장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가 그리스도교 영성 문학의 고전,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을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아우구스티노의 회심 여정’이라는 부제처럼, 성인이 고백을 통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신학적·철학적으로 살펴본다. 많은 사람이 「고백록」을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는 이야기로만 이해하지만, 과르디니 신부는 그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고백(Confessio)의 본질은 이렇다. “고백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우구스티노가 자신의 욕망과 교만, 방황과 실패를 솔직히 드러낸 이유는 과거를 폭로하려는 게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과르디니 신부는 심리 치유와 신앙적 회심을 분명히 구분한다. 심리 치유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지만, 회심은 나를 하느님께 맡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고백은 숨고 싶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의 벽을 깨고, 하느님 앞에서 내 깊은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용기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특별한 점은 과르디니 신부가 평생 연구한 ‘마음’과 ‘인격’ 개념이 아우구스티노의 실제 삶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2부로 나뉘는 책은 1부 ‘해석의 토대’에서 ‘고백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2부 ‘여정과 결단’에서는 아우구스티노의 실제 삶에서 회심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따라간다. 아우구스티노의 고백은 내면의 갈등, 자아의 저항, 진리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은총의 순간들이 모두 담긴 생생한 기록이다. 과르디니 신부는 이것이 혼자만의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 앞에서 하느님을 증언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또한 아우구스티노의 회심은 머리로만 생각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 같은 실제 삶의 관계 속에서 일어났다. 과르디니 신부는 이런 구체적인 삶의 순간들이 하느님의 은총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통로였다고 말한다. 회심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처럼 내려오는 게 아니라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결단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2024년 선종한 고(故) 김형수 신부(베드로·부산교구)가 생전 번역한 작품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리를 찾으며 쉬지 않고 회심의 길을 걸었던 김 신부의 삶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깊이 닿아 있다. 「로마노 과르디니 시리즈」의 첫 권으로 출간된 이유이기도 하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15면

「마태오, ‘두려워하지 마라’의 복음」 당당히 복음 선포하는 자세 일깨우는 말씀

불확실한 미래, 관계의 어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현대인의 삶은 크고 작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시대에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마태오복음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 출간돼 시선을 모으고 있다. 마태오복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표현이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파스카 사건으로 완성되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함께하는 이 표현은 사실상 마태오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 이민영 신부(예레미야·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두려워하지 마라’를 핵심어로 삼아 마태오복음을 읽으며, 예수님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살핀다. 복음에 총 여덟 번 등장하는 이 말은, 주님의 천사를 통해 두 번(1,20; 28,5), 예수님을 통해 여섯 번(10,26.28.31; 14,27; 17,7; 28,10) 선포됐다. 이 신부는 “주님의 천사는 하느님의 대리자이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보여 주시는 아드님”이라며, “따라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다”라고 전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대상은 예수의 양아버지인 요셉과 제자들 그리고 여인들이다. 이들은 ‘하느님의 협력자’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하느님의 제자’이므로, 결국 이 말씀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러 장면에서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저 안심하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향한 부르심이다. 부활 아침, 마태오복음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두려웠지만, ‘크게 기뻐하며’(28,8) 급히 부활 소식을 전하러 간다. 여기서, ‘두려움’에도 여인들을 서둘러 움직이게 한 큰 기쁨의 원천은 ‘큰 기쁨’이었다. “부활 이야기에서 되풀이되는 ‘두려워하지 마라’(5,10)라는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은 모든 이의 두려움을 없애 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인간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죽음을 물리치고 두려움을 이겼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202쪽) 저자는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메시지가 곧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제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 이 말씀은 복음을 당당하게 선포해야 하는 합당한 자세를 일깨운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르는 제자 됨의 길에서 망설이고 주저하는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월간 「빛」에 1년간 연재한 글과 교황청립 성서대학 박사학위 논문 「마태오 복음서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표현의 기능에 관한 연구」의 일부를 엮은 것이다. 마태오복음의 구조에서부터 차근차근 내용을 풀어가는 저자는 편안하고 친근한 문체로 ‘두려워하지 마라’의 복음을 설명한다. 덕분에 네 복음 중 분량이 가장 길면서 수많은 가르침과 설교, 비유와 이야기로 구성돼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마태오복음이 가깝게 느껴진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15면

‘천상 행복’ 누리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은?…「하느님의 현존 연습」

“프라이팬에서 달걀을 뒤집을 때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서 한다.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 그저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파리 맨발의 가르멜회 수도원에는 ‘부활의 로랑’이라는 수도명의 수사가 있었다.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겉보기에 특별한 것 없는 매우 평범한 수도자였고, 부엌일과 신발 수선, 포도주 배달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 연습’을 실천한 인물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하느님의 현존 연습」은 부활의 로랑 수사가 직접 남긴 금언과 편지 그리고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요셉 드 보포르 신부가 정리한 것이다. 2007년 초판 이후 14년 만에 개정된 이번 판은 가죽 양장본으로 새로이 편집되어, ‘평범함 속의 신앙’을 차분히 음미하도록 초대한다. 그의 영성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며, 가장 쉽고도 강력한 영성 수련법으로 전해진다. 기도할 때뿐만 아니라 가장 사소한 일을 할 때도, 매 순간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머물고 그분만을 생각하는 것. 그것만으로 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생애 내내, 죽는 순간까지 몸소 증명했다.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활의 로랑 수사는 요리사이자 신발 수선공으로서 스트레스와 고된 일, 단조로운 일과와 끝없는 일거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제안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 잠깐씩 중단하고, 때로는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몰래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 경배드리라’고 조언한다. ‘식사할 때, 대화할 때, 일할 때 자주 마음으로 그분을 우러러보는 것’,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온갖 연습을 통해 그 목표에 이르고자 한다. 수많은 방법을 써가며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려고 무척 고생을 한다. 그보다는 모든 일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한다는 것이 더 빠르고 곧은 길이 아니겠는가.”(226쪽) 성당에 가야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세속을 살아가며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느끼는 신앙인들에게, 부활의 로랑 수사는 ‘오늘, 여기서 시작하는 영성’을 말한다. 책 제목에서처럼, 하느님을 추구하는 일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마치 살기 위해 숨 쉬는 것과 같다. 그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가 하느님과 대화하라고 당부한다. 또한 하루에 여러 번,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모든 순간마다 그분께 마음을 드리는 버릇을 들일 것을 강조한다. 낮 동안 ‘무심코 흘려보내는 순간’을 이용하라는 권고는 우리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도 하느님의 현존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덧붙여 이런 ‘연습’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돌아가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짧은 내적 흠숭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5면

홍성남 신부 “나를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하세요”

홍성남 신부(마태오·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의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 북토크가 10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약 300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열렸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와 김영사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가톨릭신문의 문화사목 활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70분 넘게 이어진 강연에서 홍 신부는 자신의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자살 충동을 느끼며 좌절했던 기억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44세 때 계곡 다리 위에서 삶을 끝내려 했던 순간,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날 거냐”라는 허공의 목소리에 “죽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섰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그때까지 저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오히려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더 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넌 루저야’, ‘넌 못났어’ 등의 말을 항상 되뇌다 보니 당연히 우울과 불안감을 지니게 됐고, 사제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런 감정이 지속됐어요.” 홍 신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을 짓누른 것이 양심인 척하는 ‘내사(Introjection)’라는 내면의 폭군임을 깨달았다. “심리학 책에서 그 부분을 보며 밤새도록 울었는데 속이 시원했어요.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나를 몰아세운 것은 바로 나였구나’라는 것을 마주했죠.” 이날 홍 신부가 강조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자기를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라’ 둘째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버티는 자가 승자다’, 마지막은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 신부는 "나는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절대적인 아군이 되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스스로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지역 성당에서 깡패들의 협박을 받으며 5년을 버틴 이야기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새벽 4시에 베토벤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놨죠. '듣다가 죽어라' 하면서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 제 속이 시원한 거예요. 클래식 음악 감상은 영혼의 샤워더라고요." 당시 명화 복제품으로 사제관을 장식하고, 좋은 향을 맡고, 일식 삼찬으로 식사를 차려 먹으며, 머리에 젤을 발라 단정하게 다녔던 구체적인 생존 비법을 제시한 홍 신부는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깔끔하게, 또 저렴하면서도 우아하게 살라"고 조언했다. 강연 말미에 홍 신부는 “사람 마음 안에는 다 꽃이 있다"며 "제 역할은 여러분 마음 안에 있는 돌덩이를 치워드리고, 그 꽃이 만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 참석자는 “자기혐오와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5면

[이달의 잡지] 2025년 11월

■ 경향잡지 ‘경향 돋보기’는 한국 천주교 상장 예식의 대표적 요소인, 연도의 내용과 음악적 구성에 대해 알아보고, 슬픔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사랑을 전하는 노래 기도의 역할을 조명했다. ‘교구의 재발견’에서는 성경 말씀의 아름다움과 성사의 풍부한 은총을 전하는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를 만났다. ‘근현대 교회의 증거자들’은 막달레나공동체 설립자 고(故) 문애현(요안나) 수녀를 소개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위령 성월을 맞아 안심원 성가양로원장 김구노(구노) 신부가 ‘인간다운 죽음의 모습’에 대해 들려준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병원 원목 봉사자 신혜란(안칠라)·이진(모니카)·이숙향(모니카) 씨를 인터뷰하며, 아픈 이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교구로 파견돼 사목하는 김해인(바드리시오) 신부는 황사평 성지에서 ‘신축교안’에 관해 설명했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11월호 특집은 ‘장례, 마지막 인사’를 주제로 했다. 장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묵상하며 삶의 선한 끝맺음과 그리스도교적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대원(즈카르야) 신부는 '가톨릭 장례 바로 알기'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비 안에서 장례의 참된 의미와 정신을 깊이 있게 통찰했다. 김성수(마르코) 신부는 유경촌(티모테오) 주교의 선종을 애도하며, 주교님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강석진(요셉) 신부는 1907년 대구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로베르 신부의 기록을 통해 ‘한 교우 집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수의 기적’을 소개했다. 대구대교구 마진우(요셉) 신부가 ‘영적 이끌림’에 대한 묵상을 나눴다. ‘건강한 영성 생활’ 코너에서는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가 ‘심리치료’의 잘못된 인식과 올바른 의미에 대해 밝혔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헤어질 용기’를 특집으로 했다. 서연주(데레사), 오승연(율리안나), 제치원(암브로시오), 이정숙(안나) 씨 등의 사연 속에서 두려움, 습관, 관계, 과거의 나 등 삶의 일부와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용기를 나눴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할매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 홍순연(데레사) 어르신을 만나 인생의 황혼 녘, 용기로 삶을 다시 펼쳐 나가는 심정을 들었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를 주제로, 기쁨나눔재단 상임이사 석요섭(요셉) 신부를 만나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을 인터뷰했다. 특집에서는 황재원(제노) 신부, 한 마티아 수녀, 신혜영(아녜스) 씨의 글을 통해 우리 교회가 전 세계에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교회 활성화 단체’에서는 노인 공동생활 가정 ‘모니카의 집’을 찾아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행복 넘치는 현장을 소개했다. <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15면

신앙으로 읽는 삶과 죽음…‘위령 성월에는 이 책 어때요’

11월, 교회는 죽은 이를 기억하고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을 지낸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는 그리움과 허전함 속에서, 신앙인들은 ‘죽음’이라는 문턱 너머를 묻는다. 위령 성월을 맞아 신앙, 체험, 신학의 세 결로 죽음의 주제를 풀어낸 책들을 만나 본다.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 “죽으면 정말 끝인가요?" 세계적인 성서학자 로핑크 신부는 이 물음에 추상적 위로가 아닌 초대 교회의 구체적 증언으로 답한다. 그는 루카복음의 예수 승천 기사를 새롭게 해석하며, 제자들이 본 것은 단순한 ‘하늘로의 상승’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최종 목적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즉 우리의 삶이 무(無)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완성되는 증거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부활 체험이 21세기에도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죽음 이후의 삶을 막연한 믿음이 아닌 구체적 희망으로 내놓는다. 우리의 자아, 의식, 관계, 사랑했던 모든 것이 어떻게 하느님 안에서 완성되는지 다루며, 짧지만 깊이 있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신앙의 완성이라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곳에 빛이 있었다」 프랑스 루르드 의료 검증국 상주 의사로 10년간 일한 파트릭 텔리에 박사는 죽음 직전의 체험, 즉 임사(臨死) 체험을 과학과 신앙의 시선에서 탐구했다. 그는 수많은 임사 체험자들의 증언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두 세계의 문턱’임을 보여준다. 책은 일곱 개의 증언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그 안에서 터널 끝의 빛, 생애의 파노라마, 절대적 사랑의 현존 등 공통으로 나타나는 체험을 성경 구절과 비교하며,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의 핵심이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과 신앙이 만나는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빛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호스피스 사목자나 임종 준비를 돕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 20세기 가톨릭 신학의 거장 발타사르 추기경은 죽음을 인간 실존의 가장 근원적인 신비로 다룬다. 그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면서도 영원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죽음이야말로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라고 말한다. 추기경은 예술과 철학, 성경을 넘나들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안에서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예수의 십자가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된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과 결합하는 사건”이라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성인들의 통공’을 묵상하는 가운데, 지상교회와 천상교회의 일치를 통해, 죽음이 단절이 아니라 사랑의 연속성임을 보여준다. 죽음은 “주님과 결정적으로 하나 되는 희망의 사건”이며, 신앙인의 삶은 그 사건을 준비하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죽음을 묵상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신학적 묵상서라고 할 수 있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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