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삶이란 진정 원하는 바 찾고 식별하는 것”…「여성영성수업」

지난 2016년, 저자 박정은 수녀(소피아·미국 홀리네임즈 수도회)는 여성 피정 ‘지혜의 원’을 오랫동안 이끌며 정리한 「사려깊은 대화」를 펴냈다. 여성 영성을 쉽게 문학적인 감수성으로 풀어낸 책은 많은 여성에게 자기 삶을 해석할 언어와 영성적 성찰의 공간을 제시했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더 깊이 있는 영성 지도를 요청하는 바람이 이어졌다. 「여성영성수업」은 그 응답이자 결실이다. 이번 책은 「사려깊은 대화」를 뿌리로 삼으며 ‘신비주의’, ‘식별’, ‘노년과 죽음’ 등 삶의 후반부를 아우르는 더욱 넓은 주제들을 더했다. 저자는 먼저 여성 영성의 특징을 세 가지를 정리한다. 고유한 관점을 중시하는 ‘인격주의’(personalism), 억눌린 목소리를 말하게 하는 ‘전복성’ 그리고 느슨하지만 깊은 ‘연대성’이다. 인격주의는 이론이나 교리를 앞세우기보다, 각 개인이 처한 고유한 삶의 자리를 중시하며, 작은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에 귀 기울이는 태도다. 또 전복성은 여성의 고통을 개인의 약함이나 수치심으로 돌리는 사회 구조를 돌아보게 하고, 말할 수 없던 경험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연대성은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나눔과 경청, 돌아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욕구를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개념을 빌려, 외부의 시선과 주입된 언어로부터 자신의 욕망을 식별하고 해방하는 과정이야말로 영성의 핵심이라고 밝힌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자신의 삶을 이끌 만한 중요한 여정인지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은 자기 삶을 새롭게 돌아보려는 여성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책은 ‘상실’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여성의 삶 후반부에서 피할 수 없는 실재로 다룬다. 노년은 단지 생물학적 퇴화의 시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여전히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야 하는 시기다. “상실의 미학을 배우지 못하면 가장 외롭고 슬픈 시기”라고 전하는 저자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무처럼 허허로운 아름다움을 배워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곧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살아내는 일이며,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성찰의 순간임을 일깨운다. 여성 신화를 통해 ‘여신’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정의했다. 여성 영성에서 말하는 여신은 신비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과 고통, 상실과 희망을 끝까지 살아낸 인간의 한 형상이다. 제주 신화 속 자청비나 가믄장아기처럼 사랑을 선택하고, 하늘에 올라 신이 되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는 존재는, 여성의 자율성과 연대, 초월성을 동시에 상징한다. 박 수녀는 영성을 ‘삶을 텍스트처럼 읽는 태도’라고 말한다. 각자의 경험은 저마다 색과 질감을 지닌 텍스트이며, 그것을 성찰하는 것이 곧 하느님의 손길을 읽는 일이다. 중요한 사건을 과거의 해석에 고정하는 순간, 성장은 멈추고 독선이 시작된다. 반대로 해석을 열어 두고 삶을 다시 읽어 나갈 때, 우리는 현재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머리말에서 그는 “내면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고유한 진실을 엮어 나가는 것, 그것을 우리는 영성적인 삶이라고 부른다”며 “이 책이 여성 영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기본 틀을 제공하는 안내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15면

[이달의 잡지] 2025년 8월

■ 경향잡지 ‘경향 돋보기’는 ‘평화를 희망하다’를 주제로, 광복과 한반도 분단 80년을 돌아보며 남북한 청년을 잇는 ‘띠앗머리’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를 만난 정수윤(마리아)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에서는 베드로 직무를 시작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 지향을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함께 살펴보았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대구대교구 도동본당 자모회장으로 활동하는 ‘독도 문방구’ 김민정(헬레나) 대표를 인터뷰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이번 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을 위해 힘써온 공로로 올해의 이민자상을 수상한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마리안나 수녀를 인터뷰했다. ‘김구노 신부의 사회복지 현장’은 ‘직장 안에서의 신앙적 잣대’라는 제목으로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갈등과 분쟁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대구대교구/2500원> ■ 생활성서 ‘읽는 기쁨’을 주제로 삼은 이번 특집은 책 한 권 읽기 힘든 요즘, 읽는 즐거움을 다시 마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금희(마리아) 작가는 자신을 작가로 이끈 그 ‘시원’(始原)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올여름 편집부가 Pick 한 책’으로는 「이태석 신부 서간집」, 「시와 물질」, 「여름」, 「생각에 생각을」이 소개됐다. ‘정오의 신앙 일기’에서 홍눈솔(잔다르크) 작가는 우도에서 경험한 특별한 고해성사의 감동을 풀어놓는다. ‘아름다운 성당과 작은 책’은 김연수(프란치스코) 작가가 어린 시절 집 앞에 자리한 김천 평화성당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눈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이번 호에서는 대(大) 바실리우스의 1700년 전 설교가 광주대교구 노성기(루포) 신부 번역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다. 수원교구 이용삼(요셉) 신부는 ‘명강론 명강의’에서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 내용으로 복음 말씀을 강론했다. ‘영성 그리고 삶’에서는 심리학 박사 박현민 신부(베드로·수원교구 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가 ‘왜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일까?’를 주제로 우리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각자의 빛깔을 완성해 나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재능의 그러데이션’이라는 주제 안에 담았다. 황소정(비아), 노경희(스텔라), 유태근(요한 세례자) 씨의 이야기를 실었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입양 전문 통역사 유연실(젬마) 씨를 만나 처음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된 계기부터 현재 입양 전문 통역사로 활동하기까지, 자신의 재능으로 진실한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15면

대문호가 자녀에게 남긴 「찰스 디킨스의 예수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는 산업혁명으로 급속히 발전한 자본주의 영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그 아래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촘촘하게 묘사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다. 이 책은 그런 대작가가 지극히 사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 자녀들이 종교와 신앙에 대해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디킨스는 출판할 생각이 없었고, 자녀들에게도 출판을 금지했다. 이 책은 가족의 유물로 보관되다가 1934년 출판되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에 영감을 준 원작으로 알려져 있다. 디킨스는 예수의 가르침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자 가장 귀한 유산이라고 생각했고, 복음서의 정신을 간직하면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 처하든 올바르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성공회 성직자들의 선행과 친절에 감화를 받았던 그는 작품에 항상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녹여냈으며, 개인적으로도 자선 사업을 통해 많은 어려운 이를 도왔다. 또한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기부를 독려했다. 비평가 존 메이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저는 언제나 제 작품에서 주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존경을 표현하고자 애써 왔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신앙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배경에서 그는 열 명의 자녀에게도 그리스도교의 교훈을 심어주고자 했다. 디킨스는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삶을 아버지가 자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마치 편지를 쓰듯 자상하게 서술했다. 11장으로 구성된 책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서사로 예수의 삶을 쉽고 간결하게 요약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치유와 기적, 제자들과의 동행,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바오로의 회심과 전도 여행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책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성경 삽화를 더해 시각적인 이해를 돕는다. 디킨스는 이 책의 의미에 대해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라고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디킨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억하거라! 언제나 선을 행하는 것이 그리스도교란다. ··· 항상 매사에 옳은 일을 하려고 겸손하게 노력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교란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15면

기업 경영에서 벗어난 ‘인생 2막’ 이야기…「지금이 쌓여서 피어나는 인생」

박용만(실바노) 전 두산그룹 회장이 거대한 기업 조직을 이끌던 손에서 벗어나, 일상을 통해 삶의 소소한 결을 어루만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작 산문집 「지금이 쌓여서 피어나는 인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에서, 기업인의 소임을 벗어나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 이웃 박용만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책이다. 전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가 경영 일선에서의 굴곡과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낸 회고록이었다면, 이번 책은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층 더 부드럽고 깊은 사색으로 채워져 있다. 기업을 떠난 후의 삶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과 소박한 통찰을 전하는 인생 에세이다. 커리어와 관계, 용서와 거절, 일상과 신념 등 인생 2막에서 마주한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어떻게 월요병을 이겨냈는지’, ‘뒷담화를 어떻게 견뎠는지’ 같은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의 ‘삶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특히 인맥 쌓기, 경력 관리에 대한 조언은 기업 경영의 영역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귀중한 인생의 지혜로 다가온다. 유머와 체험이 어우러진 이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여유와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청년 세대를 향한 깊은 애정과 현실적 조언이다. 젊은이들을 다정하게 응원하면서도 때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만 하지 말고, 그 기회를 만들려는 책임감은 누구의 몫인가?”라고 묻는다. 기성세대를 향해서는 “진짜 도전을 하지 않는 건 우리”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를 믿고, 그들에게 기회를 맡기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해야 할 마지막 도전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따뜻한 장면들은 오히려 소박한 일과 속에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던 유학 시절 아내와의 연애 이야기, 손자와 함께 요리하며 웃던 기억,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준 밥상의 향기 등… 그 속에는 ‘삶은 결국 사람’이라는 저자의 신념이 스며들어 있다. 무엇보다 새벽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좋은 재료로 손수 반찬을 만들고, 숨이 차는 골목을 올라 독거노인을 찾아가는 그의 일상은 나눔 실천의 힘을 보여준다. 국제 구호 봉사단체 ‘몰타기사단’ 한국지부 설립, 신자로서의 삶에 대한 고백은 그저 신앙적 메시지를 넘어서, ‘이웃에게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인이 되기보다는, 말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책의 제목이자 메시지이기도 한 ‘지금이 쌓여서 피어나는 인생’은 저자가 오랜 시간 살며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그는 미래를 향한 무조건적인 낙관보다, 성실한 오늘을 꾸준히 쌓는 것이야말로 삶의 기회를 여는 길임을 강조한다. “성실한 오늘을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이 커리어의 첫 번째라고 늘 이야기한다. 그래야 기회가 찾아오고 보이는 것도 많아진다. 다짜고짜 큰 비전이나 목표를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미래가 무엇인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오늘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바꾸는 것은 오늘만 가능한 것이다.”(본문에서)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15면

어린이 신앙인 위한 철학 이야기 「나의 작은 철학 사전」

「어린이를 위한 철학」(Philosophie für Kinder)이 원제인 책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의 눈높이에 맞춰, 인간, 생명, 죽음 등 우리 삶의 중요한 19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끄는 철학 입문서다. ‘아이들이 발음만큼이나 딱딱한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철학을 하고 있다.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언제부터 인간일까?'와 같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하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해 보이는 질문 하나에서 출발해 자연스럽게 인문학, 뇌과학, 생명과학까지 넘나들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예를 들어 아주 어린 아이가 ‘나’라는 말을 못 하지만, 나이가 좀 들면 내가 나임을 알게 되는 것으로 ‘자의식’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계속해서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하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얘기해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생각을 하는 ‘뇌’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우리의 뇌가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이어 ‘인간이란 뇌의 꼭두각시일 뿐인가?’라고 질문하며, ‘우리 몸의 세포는 죽고 생겨나길 수없이 반복하지만, 나의 자아는 언제나 그대로’라는 결론으로 이끈다. 책에 담긴 폭 넓은 지식과 사유 과정은 곧 생명윤리, 성평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도 관심을 돌리게 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기아와 전쟁, 아동 노동, 임금 차별 문제 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어린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건강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삶과 죽음, 세상의 시작, 신의 존재 등 신앙과 종교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문제들도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철학과 종교가 만나는 데서 생겨나는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허찬욱 신부는 옮긴이의 말에서 “철학이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학문이라면, 아이들도 철학을 하려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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