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름 휴가철에는 이 책을!

학생들 방학과 직장인 휴가가 집중되는 시기 ‘7말8초’는 그런 이유로 대표적인 여름 피서 시기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여름 휴가철은 그간 눈인사만 나눴던 읽고 싶었던 책들을 긴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는 때다. 실제 한 온라인 서점 통계를 보면, 소설 경우 최근 몇 해 동안 7~8월 도서 판매 증가율이 5~6월에 비해 20%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휴가는 잠시라도 쉴 새 없이 출퇴근길을 오가는 동안 느꼈던 번아웃으로부터 회복되고 싶은 시간이다. 올해는 산과 바다에서 혹은 집에서, 마음에 쉼을 주고 하느님 결을 느낄 수 있는 책과 함께 휴가를 보내보자. 교계 출판사 관계자들이 꼽은 휴가철 추천 도서들을 소개한다. 현존하시는 하느님 만나는 방법 「내 안의 휴식처」(바오로딸)는 자기 몸과 영혼을 잘 돌보는 것 안에 진정한 쉼이 있고 그 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도록 일깨우는 묵상서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휴식처를 잃은 현시대에 “무너지지 않는 휴식처,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어도 곧바로 찾아갈 수 있는 휴식처는 없을까? 그런 휴식처를 지니고 살아간 사람들은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그 답을 예수님의 삶에서, 성인들의 삶에서 발견한다. 예수님, 아브라함, 모세, 성 베네딕토, 20세기의 마들렌 델브렐 등 소개되는 각 인물들은 고유의 삶의 방식과 태도 때문에 시련을 겪지만, 마침내 자기 안에서 휴식처를 발견하고 삶이 얼마나 자유롭고 온유하며, 겸손하고 사랑이 가득했는지 체험한다. 그 휴식처는 휴식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동의하고 수용하는 사람만이 찾을 용기를 갖게 되고 얻게 된다. 출발점은 바로 자기 몸을 관찰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한 삶으로 완성하는 행복 프리드리히 실러는 “단순함은 성숙함의 결과다”고 했다. 「고요한 행복」(분도출판사)은 의식이 단순한 존재로 우리를 인도할 때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성숙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여기서는 일상에서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52가지의 간단한 의식들이 소개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그 볕 아래 서세요. 이 햇빛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직접 당신 안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하세요’ 등 대부분이 몸으로, 호흡으로, 몸짓으로 하는 의식들이다. 한 주 동안 매일 계절과 날씨 변화에 맞춰 책에서 이끄는 의식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 순간에 그저 단순하게 존재하는 것이 행복의 기술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떠들썩한 행복이 아니라 단순한 삶의 고요한 행복, 나와, 하느님 또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하나 되는 순간에 단순하게 존재하는 행복이다. 피곤한 당신, 극복할 방법은 있다 지금까지 ‘다 나를 위한 일’이라고 믿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모든 것에 의문이 든다. 이때 느끼는 ‘피로’는 어떤 신호일까. 「지친 하루의 깨달음」(가톨릭출판사)은 다양한 관점에서 피로를 관찰하고 그 원인과 대처 방법, 또 여러 사례를 다루며 이를 창조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도록 한다. 책은 네 가지 방향에서 피로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모든 인간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서 피로감을 겪게 되는 다양한 이유를 찾아내 정리하고, 성경 및 영적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피로 대처법 등을 소개한다. 특히 3장 ‘성경에서 만난 피로한 사람들’에서 ‘허무함을 극복한 베드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엘리야’, ‘많은 일을 염려한 마르타’ 주제들은 흥미롭다. 각 인물이 어떻게 피로를 겪고, 이에 대처하는지 보여 주는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피로를 극복할 수 있을지 ‘팁’을 얻을 수 있다. 등산과 닮은 삶, 일상·신앙의 여정 인생은 자주 등산에 비유된다. 산을 오르고 정상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과정은 삶과 묘하게 닮았다.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생활성서사)는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등산을 통해 일상과 신앙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책은 등산을 준비하는 것처럼 ‘출발하기에 앞서’, ‘출발’, ‘정상에 오르다’, ‘산에서 내려오다’ 등으로 장을 나눠 인생의 순간들을 살핀다. 등산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웠다 해도 산에 가기로 한 당일 상태에 따라 주저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 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산을 향해, 삶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디딤발이 된다. 인생이라는 삶을 내려온 후에는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여정이 기다린다. 저자는 “우리는 걸음으로써 자신의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내가 걷는 것에 마음을 집중할 때 비로소 근심과 걱정, 목표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홀연히 떠난 사막에서 만난 하느님 「사막에서의 편지」(개정판·바오로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사막으로 떠나, 그곳에서 10년 동안 침묵과 고독 가운데 기도에 전념했던 카를로 카레토의 영적 체험을 싣고 있다. 그는 가톨릭 운동 단체를 이끌며 이름난 활동가로 살다가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고 홀연히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이 책은 친구와 대화하듯 사막에서 했던 다양한 체험과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가감 없이 나눈다. 누구나 한 번쯤 따져 물어보았을 ‘침묵하시는 하느님’이나 기도 생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 나간다. 우리가 머무는 자리가 실제 사막이든 복잡한 현실이든 관계없이 삶 안에 하느님을 만나는 사막의 공간을 마련할 필요성도 알려준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인간’이 ‘전부인 하느님’ 안에서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들려주는 책은 바빠서 기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또 피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2024-07-28

「모든 것이 은총인 것을」…최윤환 몬시뇰 사제수품 60주년 기념 논총

전례 신학자로서 한국교회 전례학 분야에 탄탄한 초석을 놓은 한편 평생을 교육자이자 사제 양성자의 삶을 살아온 최윤환 몬시뇰(암브로시오·수원교구 성사전담사제)은 수원교구와 수원가톨릭대학교 역사에서 절대 빠트릴 수 없다. 사제 성소자 수가 급격히 늘던 ‘사제 성소 황금기’에 수원교구에 또 하나의 대신학교를 세울 때 故 김남수(안젤로) 주교와 함께 최 몬시뇰은 학교 설립의 결정과 진행, 개교에 이르기까지 큰 몫을 했다. 앞서 가톨릭대학교에서도 15년간 신학대학 교수와 학장직을 역임하고, 수원가톨릭대학교에 부임해서도 20년 동안 교육자이자 양성자의 삶을 살았다. ‘살아있는 신학교’로 표현되는 이유다. 사제 수품 60주년 기념 논총으로 준비된 책은 최 몬시뇰의 후학들과 후배 양성자들이 ‘최윤환 몬시뇰 사제 수품 60주년 기념 논총 준비 위원회(위원장 한민택 바오로 신부)’를 통해 펴낸 것이다. 제1부 ‘최윤환 몬시뇰의 삶과 신학’ 제2부 ‘최윤환 몬시뇰 저작 관련 연구’ 제3부 ‘자유 주제’ 등 3부에 걸쳐 13편의 논문이 실렸다. 제1부 중 황치헌 신부(요셉·수원가톨릭대 교수)가 쓴 「최윤환의 삶과 역사」 는 한국교회의 현대사고도 볼 수 있다. 최 몬시뇰의 유년 시절과 신학생 시절 및 생애를 통해 6·25 전쟁과 1·4후퇴 및 신학생들의 피난 생활 등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 신앙을 지켜나간 교회 모습이 그려진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는 「최윤환 몬시뇰의 신학적 유산」 논문에서 “최 몬시뇰의 신학은 시대의 흐름, 교회 내 사목 현실 등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고 교회와 신앙의 전통에서 물을 길어 시대의 물음과 도전에 답하고자 한 신학”이라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 신앙 진리, 전례와 성사가 거행하는 계시의 핵심인 파스카 사건이 한국교회, 한국인의 삶과 문화와 역사 안에 육화하는 데 봉사하는 사목-실천 신학”이라고 했다. 또 “몬시뇰의 신학에서 유산으로 계승해야 할 핵심은 식별 작업”이라고 정리한 한 신부는 “몬시뇰의 주요 관심사가 과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현실에 비추어 쇄신 및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었고 교회 내 사목적 문제만 아니라 종교와 신앙과 관련된 일반적 사회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었던 면에서 지금도 현실성 있는 문제들이고 지속해야 할 연구 과제들”이라고 밝혔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축사를 통해 “많은 어려움과 힘든 시간 속에서도 오로지 사제 양성에 전력투구하시며 맡겨진 직무를 책임 있게 완수하신 최윤환 몬시뇰님의 삶에서 후배 사제들은 참 사제의 삶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2024-07-21

「마리아 막달레나」…죄인에서 구원 선포자로 거듭난 ‘신비’ 밝힌다

2016년 6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령 「사도들의 사도(Apostle of the Apostles)」를 통해 성녀를 열두 사도와 같은 반열에 올리는 한편 ‘사도들을 위한 사도’로 위치를 격상시켰다. 이때 교황은 “성녀는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주님의 부활 소식을 알림으로써 그들이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도록 했다”고 선포했다. 이 교령은 성모 마리아와 대비해서 마리아 막달레나를 ‘죽음의 장소인 묘지에서 생명을 선포했다’고 밝힌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약성경에 열두 번 등장하는데, 일생은 베일에 싸여 있고 평판이 좋지 않은 여성으로 알려지는 등 많은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인간 내면에서 작동하는 구원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죄인에서 구도자로, 호기심 많은 추종자에서 투신하는 제자로 변모하는 등 그리스도인 삶의 역동성을 온전히 구현한다. 2014년부터 최근 발굴된 이스라엘 막달라 현장에서 일하는 저자는 고대 유다인의 도시 막달라와 1세기 유다인 여인 마리아 막달레나를 둘러싼 풍부한 전승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성경에 드러나 성녀의 자취를 살핀다. 책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측면과 이론을 망라한다. 여기에는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성녀가 살았던 시대의 생활상에서부터 그녀의 삶과 활동에 관해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와 가설을 포함한다. 예술 작품에 나타난 강력하고 신비로운 묘사에 대한 사연도 더해진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는 어떤 무슨 상관이 있는지 시사점을 던진다. 고고학 발굴 현장을 담은 풍부한 사진들과 이를 토대로 그린 고대 막달라의 그림들이 흥미를 더한다. 1부는 기원전 3세기부터 현재까지 막달라의 변천된 모습을 보여주며, 역사적이고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마리아 막달라와 관련된 사연을 들려준다. 2부는 성경 안에서 드러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인생을 밝힌다. 예수님이 일곱 마귀를 쫓아내 주었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과 함께하며 시중을 들고, 십자가 아래에 있었으며 예수님 장례 및 빈 무덤의 증인이 된다. 그리고 예수님이 살아계시다고 알렸다. 3부는 외경복음서(영지주의자들의 문헌)나 교부들 등 역사 전승에 드러난 성녀의 면모를 드러내고, 4부에서는 21세기에 고대 막달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알아본다. 사실과 이론을 넘어 마리아 막달레나의 삶의 경험과 그녀가 갈고 선포한 구원 메시지를 조화롭게 연결한 것이 책의 특징이다. 이를 통해 오늘날 신앙인의 삶 속에서도 유효한 희망을 제시한다. 2006년 7월 23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삼종 기도 훈화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체험하면서 겸손하게 주님께 도움을 청하고, 치유를 받고, 주님을 가까이 따르며 죄와 죽음보다 더 강한 주님의 자비로운 사랑의 힘을 증거한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진실을 일깨운다”고 한 바 있다. 저자는 결론에서 “성녀의 인격과 삶의 특수성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비인 동시에 그녀의 ‘신비’는 역사를 통한 다양한 해석과 성찰을 통해 밝혀진다”고 말하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참된 제자의 여정은 자유와 사랑의 여정이며, 그 여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2024-07-21

「사랑은 늘 미안하다」…말씀 실천은 한 걸음 용기와 정성으로 충분

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 국장 김용태(마태오) 신부가 월간 ‘생활성서’에 여섯 해 동안 연재한 ‘지금 여기, 복음의 온도’ 칼럼 중, 우리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 이야기를 추려내 실은 책이다. 여기에는 저자가 다양한 사목 현장에서 느꼈던 심정이 드러난다. 본당 사목을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 정의와 평화의 메시지를 사회에 던질 때 경험했던 이야기에 더해 지금 이 자리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과 사고 상황에 예수님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하셨을지를 복음 말씀으로 해석했다. 성경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는 것을 알지만, 누군가는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없고, 그럴만한 힘이 없다는 말로 외면하곤 한다. 저자는 “하지만 적어도 천주교 신자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잘못된 정책을 펴는 정부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관습을 없애려 노력하는 등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 하나 열심히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그런다고 별 수 있겠어?’, ‘겨우 이걸로 뭘 할 수 있겠어?’, ‘어느 세월에?’, ‘그러다 말걸?’ 그런 말 앞에서 기죽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 주님께서는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의 용기와 우리가 봉헌하는 한 줌의 정성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시리라!”(201~202쪽) 예수님 말씀을 따르고, 복음의 가치를 지키고, 주변 어려운 이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지키기는 어렵기에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부드러운 어조와 다정다감한 설명으로 하느님 사랑을 알기 쉽게 전달해 준다. 때로는 동네 형처럼, 때로는 엄격한 아버지처럼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자상하면서도 단호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토닥인다.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했던 예수님처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자고 독려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느 순간 가난한 공장 노동자, 사회 편견에 지친 사람, 몸이 좋지 않은 사람,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 모습의 예수님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책은 예수님의 사랑 앞에서 늘 죄송하고 가난한 이웃 앞에서 늘 미안하지만, 그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서 비롯한 겨자씨 한 알만 한 다짐과 실천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의 글이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방계 4대손인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신앙의 맛’도 음미해 볼 수 있다.

2024-07-14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펴낸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

구약의 창세기 중 첫 번째 창조 이야기(창세 1,1~2,4)는 성경 처음에 나오지만, 사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쓰였다. 약속의 보증이라 할 수 있는 다윗 왕조가 바빌론 침공으로 멸망하고 성전도 파괴됐다. 그리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쫓겨난 상황이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질문을 던진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버리셨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버리고 강력한 바빌론 신을 믿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회의적인 물음에 당시 백성의 지도자이며 신앙의 스승이던 사제들은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로 답한다. “해와 달과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언젠가 당신의 전능하신 손을 펼쳐서 우리를 어둠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다시 빛 속에서 살게 하실 것이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이런 창조 이야기의 배경을 바탕으로 세상과 인간의 창조, 첫 인간과 낙원, 아담과 하와의 범죄, 카인과 아벨의 비극, 노아의 홍수, 바벨탑의 붕괴,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희망’이란 끈으로 엮었다. 4개의 장에 걸쳐서 진정한 행복이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한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240쪽/1만6000원/가톨릭출판사)는 손 주교가 제3대 의정부교구장 임명 이후 발간한 첫 책이다. 여기서 손 주교는 창세기를 ‘희망’의 관점으로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낸다. 제목은 손 주교가 직접 선정했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손 주교는 “인간의 눈으로 볼 때는 ‘우리가 끝난 것 같지만, 결코 끝난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해줬기에 창세기 1장이 주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고 했다. “사실 지금 사회와 세상이 참 희망이 없는 그런 시기예요. 우리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일수록 어떤 희망을 제시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목적 필요성을 생각했어요.” 창세기 주요 내용 바탕 ‘진정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 구·신약 넘나드는 설명 통해 하느님 약속의 실현 알려줘 책은 이전에 출간했던 「신앙인」(1999)과 「나에게 희망이 있다」(2001)를 합쳐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내용을 보태거나 빼고 수정했다. 두 책 모두 1995년부터 지도했던 청년성서모임 연수 강의록이 토대가 됐다. 손 주교는 주요 이야기를 설명하면서도 성경의 큰 그림을 그리며 하느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책과 성인들 이야기, 예화를 곁들이고, 구약과 신약을 넘나들며 하느님 약속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관련 부분을 성경에서 찾아보는 것도 내용에 더 잘 공감하며 읽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손 주교는 조언을 덧붙였다. 출판을 준비하는 기간에 손 주교는 의정부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서울대교구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미와 더불어 의정부교구민에게 바치는 선물이 됐다. 손 주교는 특별히 청년들이 성경 말씀을 맛들이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믿음을 갖게 되고 그 믿음이 성장하게 되면 기쁨을 가질 수 있는데, 그 길이 바로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 10장 17절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읽고 마음에 새겨서 신앙 안의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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