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제서품 미사’ 이모저모

12월 5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2025 사제서품 미사’를 통해 교구에 10명의 새 사제가 탄생했다. 수품자 가족과 교구 신자, 수도자, 신학생 등 2500여 명은 새 사제 탄생의 순간을 함께하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교구의 복음화 여정에 함께 할 새 사제들의 힘찬 출발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사제서품 미사 이모저모를 전한다. ◎…성당 맨 앞자리에 양복과 한복을 차려 입고 자리한 새 사제의 부모들은 교회를 위해 봉헌될 아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고원일(알폰소) 신부의 어머니 김지현(소화데레사·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첫영성체를 하면서 하느님의 아들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아들이 오늘 그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행복했다”며 “진리의 영과 지혜의 영, 사랑의 영으로 굳건해져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구원과 평화,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제가 되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봉헌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도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신 안젤라 수녀(인보 성체 수도회)는 “새 사제들께서 하느님 백성들 가운데 뽑힌 봉사자라는 것을 기억하고 신자들에게 치유와 평화를 주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며 “사목자의 여정 속에 언제나 주님이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며 힘든 순간 용기를 잃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도 축전을 보내 새 사제 탄생을 축하했다. 교구 사무처장 윤재익(바르톨로메오) 신부가 대독한 축사에서 가스파리 대주교는 “새 사제서품은 수원교구의 영적 활력과 복음의 부르심에 대한 한국 신자들의 충실함을 명확히 보여주는 표징”이라며 “수품자들은 하느님 사랑의 증거자가 돼 겸손과 헌신의 자세로 하느님의 백성을 충실히 섬기고 형제들, 특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제서품 미사 후 성당 마당에는 각 본당 신자가 준비한 축하 이벤트가 열렸다. 새 신부의 이름이 적힌 머리띠를 하거나 ‘사제서품 축하해요, 사랑해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신자들은 새 신부가 마당으로 나오자 환호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조선시대 무관 복장을 차려입은 제2대리구 범계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은 마당에 나온 김동건(라파엘) 신부에게 왕의 용포를 입혀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신자들은 가시가 박힌 나뭇가지와 꽃잎으로 꾸며진 길을 만들어 가시밭이면서도 꽃길을 걷게 될 본당 출신 고원일(알폰소) 신부의 앞날을 응원했다. 제1대리구 서정동본당 출신 김윤중(프란치스코) 신부를 위해 축하 현수막을 준비한 노하율(가브리엘라·9) 양은 “평소에 저희랑 잘 놀아주시고 어떻게 기도하고 하느님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신 부제님이셨다”며 “신부님이 너무나 되고 싶어 하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오늘 신부님이 되신 것을 더 많이 축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제서품 미사는 교구 봉사자들의 협조로 풍성한 전례를 완성했다. 수원가톨릭그레고리오합창단,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 신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노래와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와 수원가톨릭청소년교향악단의 연주로 새 사제를 위한 축하에 풍성함을 더했다. 교구 운전기사사도회, 헌화회 봉사자들도 미사 준비에 힘을 보태 새 사제의 출발을 응원했다. 교구 홍보국도 사제서품 미사를 촬영해 유튜브 ‘천주교 수원교구’ 채널에 실시간 송출했다. 서품식 영상에는 자막과 수화 통역이 들어가 청각장애인들도 시청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왔다. 사제서품 미사 영상은 조회수 2만여 회 이상을 기록하며 교구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발행일 2025-12-14 제3470호 4면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이렇게 준비해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신앙 축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서울 WYD)가 2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대회에 앞서 열리는 수원교구대회(2027년 7월 29일~8월 2일)도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수원교구는 2024년 9월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사무국장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 이하 조직위)를 출범하고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교구대회의 의미와 행사 일정, 교구민들의 동참에 힘입은 준비 과정을 살펴본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는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2027년 8월 3~8일)에 앞서, 수원교구대회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된다. 전 세계 청년들이 본대회에 앞서 각 교구에 흩어져 지역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 신자들과 교류하는 ‘사전대회’의 성격을 띤다. 조직위에 따르면, 수원교구대회는 7월 29일 본당별 환영미사 봉헌으로 시작해, 30일 지역 순례와 관광, 31일 지구/본당 친교 프로그램, 8월 1일 지구 단위 파견미사를 거쳐 2일 서울 본대회 장소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교구대회 운영의 핵심은 자발성과 주체성, 다양성이다. 도시와 농촌을 포함한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교구 특성상 특정 프로그램을 획일적으로 강제하기보다 모든 본당에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교구대회 일정 중 본당(지구)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직위는 지역(본당) 프로그램 구상에 참고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12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공동선·행동·도전·연결·문화가 구현되는 장 교구의 중요한 유산 중에는 신앙이 깊었던 두 청년이 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 1754~1785)이다. 조직위는 교구가 품은 두 젊은 신앙인의 삶에서 교구대회의 방향성을 찾았다. 천진암 성지 인근에서 활동한 이벽은 서학을 스스로 연구해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받은 뒤 친척과 동료 학자들에게 교리를 전하며 조선천주교회의 기틀을 닦았다. 조직위는 공동선을 꿈꾸며 행동하고 도전을 시도한 이벽의 삶을 교구대회 정신으로 가져왔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는 사제품을 받고 어린 시절 세례받은 은이공소로 돌아와 짧은 사목 생활을 한 뒤 25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김 신부는 박해의 위협에도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한국교회를 세계교회와 연결했다. 또한 젊은 나이에 순교한 그의 용기는 한국교회사 안에 순교 영성과 문화가 뿌리내리는 토대가 됐다. 조직위는 두 청년의 삶에서 교구대회가 지향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뽑았다. 바로 ▲공동선 - 젊음은 공동선을 열망한다 ▲행동 - 젊음은 선을 위해 주저 없이 행동한다 ▲도전 - 젊음은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다 ▲연결 - 젊음은 배타적이지 않고 개방적이고 친교적이다 ▲문화 - 젊음은 창의적이며 문화를 선도한다 등이다. 이를 토대로 교구는 공동선을 꿈꾸며 하느님 나라를 위해 행동하는 수많은 청년 김대건과 이벽을 만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교구대회를 통해 구현할 계획이다. 영성운동으로 내실 다지고 봉사자 양성, 홈스테이 모집 본격 돌입 서울 WYD로 가는 길에 영적 풍요로움을 채우고자 조직위는 5월 1일부터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영성운동을 시작했다. 각 본당 WYD 봉사자를 통해 그날의 기도 지향을 받아서 하루 동안 지향을 실천하고 온라인에 실천 사항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신자들을 위해 각자 묵주기도를 하고 묵주알을 봉헌하는 영성운동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5월 14일부터 매주 수요일에는 성라자로마을에서 ‘자발적 묵주기도 운동: 로프업(Rope-up)’도 진행하고 있다.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묵주기도 운동은 매주 1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여 성공적인 서울 WYD 개최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올해 영성운동과 함께 봉사자 선발과 교육을 시작한 조직위는 2026년에는 봉사자 양성과 홈스테이 준비에 본격 나선다. 교구대회 중 교구 관할 지역에 머무르는 순례자의 70%는 본당에서, 30%는 교구에서 관리한다. 본당의 경우 홈스테이나 교리실, 강당 등 본당 시설을 사용하도록 권한다. 교구는 올해 10월부터 전국 교구 중 처음으로 홈스테이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조직위는 “외국 청년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해주실 가정을 사전 접수를 통해 조사하고자 한다”며 “홈스테이 가정 참여를 통해 특별한 사랑의 실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독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홈스테이 일정은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4박 5일이며, 모집 대상은 ‘따뜻한 마음으로 청년들을 맞이할 가정’이다. 홈스테이 봉사는 조직위 인원생활부에서 신청을 받으나 각 본당에서 운영이나 인원과 관련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향후 조직위는 홈스테이 봉사에 참고할 수 있는 문화 소개, 기초 회화 등의 자료도 공유할 계획이다. 조직위 사무국장 현정수 신부는 “내년부터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기 때문에 조직위 내부적으로는 시스템 점검과 함께 지구 공동 프로그램 기획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교구 신자들도 교구를 찾는 세계 각국 젊은이들을 환대할 준비에 동참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1-30 제3468호 4면

“성경 필사로 하느님 숨결 느껴요”

누군가는 모두 잠든 새벽마다 책상 앞에 앉아 말씀을 마주하며 펜을 들었고, 본당 설립 20주년을 맞은 공동체는 한마음으로 필사 노트를 채워 나갔다. 외우듯 적어 내려간 말씀은 삶의 위로가 되었고, 가정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공동체의 기쁨으로 피어났다. ‘말씀에 빠진 사람들’은 성경 필사를 통해 하느님의 숨결을 느꼈고, “신나고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안산성안나본당(주임 남승용 십자가의 요한 신부)의 전 신자 성경 필사와, 성경을 무려 26번 완필한 제1대리구 고덕본당 윤정구(토마스·80) 씨의 이야기는 ‘말씀으로 살아가는 기쁨’이 무엇인지 전한다. 설립 20주년 맞아 ‘성경 이어쓰기’한 안산성안나본당 “3개월 만에 신구약 필사 완성…동행의 기쁨 누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제2대리구 안산성안나본당 전 신자 성경 필사는 본당 주임 남승용 신부의 창세기 1장 1절 필사로 시작됐다. 남 신부는 “설립 20주년을 맞은 공동체의 외적 복음화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적 복음화라고 생각했다"며 “신앙생활의 중심인 말씀을 생활화하고자 필사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성당 1층 만남의 방 한편에 커다란 성경 필사 노트가 놓였고, 남 신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자 한 자 성경을 써 내려갔다. 이 모습을 본 신자들도 자연스레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하루에 한 장을 쓰고 가고, 어떤 이는 새벽 미사 후 두 시간 넘게 머물며 필사에 몰입했다. 얼굴은 몰라도, 말씀의 은총은 다음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김윤영(율리타) 씨는 “앞선 사람이 쓴 말씀을 이어 쓰다 보니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일체감과 동행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경숙(안나) 씨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한 글자, 한 페이지씩 쓰면서 공동체가 하나로 묶이는 느낌을 받았고, 하느님의 말씀이 공동체 안에 살아 있음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성경을 필사하는 여정은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신앙에 변화를 불러왔다. 민현애(아셀라) 씨는 “집에서 성경을 보고 쓰다 보니 냉담 중이던 남편도 성경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며 “함께 말씀을 나누면서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고 남편도 다시 성당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된 삶 속에서 말씀은 빛이 되기도 했다. 편윤미(스콜라스티카)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가정에 어둠이 드리웠지만,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예레 1,19)라는 말씀을 통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본당은 78명의 신자가 동참한 가운데 3개월 만에 신구약 3868쪽 전체를 필사했다. 이들은 단순히 필사를 마쳤다는 것 이상의 기쁨을 얻었다. 신자들은 “성경 필사를 하며 내 삶에 하느님이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하고 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며 “기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1996년부터 신구약 26번 완필한 윤정구 씨 “새벽 4시 필사로 하루 시작…말씀 안에서 위로·희망 얻어” “26번이나 썼지만 언제나 새롭고 또 기쁜 마음입니다.” 윤정구 씨는 1996년 첫 성경 필사를 시작해 올해로 26번째 성경을 완필했다. 교구에서 성경 필사를 가장 많이 한 신자로 제29차 성경잔치에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에게 특별 선물을 받았다. 윤 씨의 하루는 새벽 4시, 성경을 쓰며 시작된다. 아침뿐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책상에 앉아 필사를 이어가기 때문에 그의 책상에는 늘 성경과 노트, 붓펜이 펼쳐져 있다. “하느님께 시간을 봉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경을 쓰는 시간은 제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이자 봉헌입니다. 가끔 집을 비울 때면 미리 그날 분량만큼 써놓고 갑니다. 매일 꾸준히 쓰면 신구약 완필에 10개월 정도 걸립니다” 성경 필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당 주임신부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신부님께서 성경을 쓰면 눈도 맑아지고 정신도 또렷해진다고 하셔서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평소엔 몸이 아플 때도 있지만 정작 성경을 쓸 때만큼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팔십이 넘은 지금도 돋보기 없이 글씨를 읽고 성경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성경 필사는 윤 씨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는 기쁨을 체험했다. “소 키우던 일이 잘 안되기도 했고, 농사지을 땅이 없어 고생도 했어요. 좌절할 때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하느님을 믿고 따르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믿고 나니 가정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방 벽을 가득 채운 성경 필사 노트는 하느님께 받은 훈장과 같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봉헌한 하루는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기쁨을 윤 씨에게 선물했다. “그날 쓸 분량을 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쓴다면 성경 필사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발행일 2025-11-23 제3467호 4면

성인으로 변신한 청년들…수원교구 ‘제1회 홀리스타 페스티벌’

“성인은 제게 항상 기쁨을 주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KFC 할아버지 분장을 해봤어요. 치킨도 제게 기쁨을 주거든요.” 수원교구가톨릭문화원과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제1회 홀리스타 페스티벌’이 11월 1일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열렸다. 특히 메인 행사인 코스프레 대회에서는 청년들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되살아난 성인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청년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한 성인의 모습을 무대 위에 표현하며, 세상 속으로 나와 아픔을 위로하고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응원을 전했다. 코스프레로 만난 성인, 청년들 마음속에 각인 병인박해 순교자들과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수원화성순교성지에 성인들이 나타났다. 성모님과 예수님은 물론이고 성 유대철 베드로, 성 김효주 아녜스, 안중근(토마스) 의사까지. 성인의 복장을 한 청년들은 성인이 되는 체험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하느님을 만났다. 코스프레 대회에는 온라인 예선을 거쳐 선발된 14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고통의 성모’, ‘성녀 세실리아’ 등은 물론 ‘복자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동정 부부’와 같은 한국 순교자들, ‘안중근 토마스 의사’,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의 SNS 소통 채널 ‘하늘다리’ 캐릭터인 ‘리젤’ 등 다양한 캐릭터 복장을 한 참가자가 무대에 섰다. 대상은 ‘고통의 성모’를 코스프레한 정민영(데레사) 씨에게 돌아갔다. 성인이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이유도 다양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코스프레한 권노아 씨는 “힘든 시기 우연히 들어간 성당에서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그 따뜻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초남이와 숲정이 팀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가정을 꾸려야 할지 생각하다 복자 동정부부의 신심이 떠올랐다”며 “순교 안에서 굳건히 신앙과 사랑을 지킨 이들을 본받고자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성 유대철 베드로로 분장한 최영(대철 베드로·제2대리구 중앙본당) 씨는 “처음 알게 된 성인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며 할로윈을 귀신이나 좀비 분장을 하고 즐기는 날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모든 성인의 날의 유래에 대해 알게 돼 앞으로 10월 31일은 성인을 기억하는 날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을 응원하는 교회 그리고 성인들 페스티벌에서는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이자 청년들의 인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장명숙(안젤라메리치) 씨의 토크 콘서트도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제로 한 콘서트는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장 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믿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후회없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 청년들은 각자 삶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장 씨는 “사회가 말하는 성공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양한 경험을 하며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라”고 응원했다. 페스티벌은 참가자 모두가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행궁까지 성인 복장으로 걸으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행진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정민영 씨는 “오늘 하루 성모님의 분장을 하고 미사도 하고 거리도 걸으면서 진짜 성모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뭉클했다”며 “앞으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고 말했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부국장 양두영(레오) 신부는 “순교자들은 자신의 인간적인 부족함보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크다는 것을 믿었고, 그 믿음이 죽음의 두려움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리도 내 부족함에 집중하기보다 부족함과 빈자리를 예수님께 열어드리고 신앙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의 옷을 입고 보낸 오늘 하루는 한 순간 놀이가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한 예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돌아가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코스프레 대회 대상 정민영 씨 - “힘들어하는 청년 위로하기 위해 ‘고통의 성모님’ 표현했어요” “힘들었던 시기 로마 성계단 성당을 순례할 때 만난 고통의 성모님이 제게 큰 위로가 됐어요. 그때 느낀 감명을 청년들과 나누고자 고통의 성모님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1회 홀리스타 페스티벌 코스프레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민영(데레사·35·의정부교구 다산본당) 씨는 삶의 무게로 힘들어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대회에 참가했다. “작년에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면서 힘든시기를 보냈는데, 본당 신자들의 기도로 건강이 회복돼 로마에서 열린 젊은이들의 희년에도 참가할 수 있었어요. 성계단 성당을 무릎으로 힘들게 올라가면서 고통의 성모님을 만났는데 ‘고통없는 영광은 없구나’라는 것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로마에서 돌아온 정 씨는 여러 이유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주변 청년들이 떠올랐다. “주님은 항상 청년들을 사랑하고 옆에서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수원교구에서 홀리스타 페스티벌을 한다는 공고를 봤고, 고통의 성모님으로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준비하는 시간 동안 제 코스프레를 보시는 분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꼈으면 하는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정 씨는 푸른색 베일을 쓰고 눈물을 흘리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특히 고통의 성모님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칼이 박힌 심장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성모님 분장을 하고 미사 참례를 하는데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성모님 삶을 닮은 신자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 씨는 “제 기도에 성모님이 대답을 해 주신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홀리스타 페스티벌에 참여한 청년들이 주님이 지켜주고 계시다는 것을 믿고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4면

수원교구 “시노드 여정, 새 복음화의 길을 열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하느님의 백성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전제는 교회를 구성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사이에 상하 계급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공통된 품위와 사명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반하며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 사명에 참여하며 살아가는 시노드 여정. 2021년 10월 시작된 전 세계 시노드 여정은 이제 ‘이행단계’를 맞이하고 있지만, 수원교구는 이미 24년 전 교구민 전체가 시노드라는 이름 아래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체험했고, 새 복음화의 기틀을 세웠다. 교구의 시노드 여정, 어제와 오늘을 돌아본다. “자! 일어나 함께 가자!” 1963년 교구 설정 이후 성직자와 신자 수가 크게 늘며 수원교구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했다. 물론 외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내적 성찰이 요구되는 다양한 사목적 과제들이 산재했다. 신자 수는 늘어났지만 영세율과 주일미사 참여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냉담자와 거주 미상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대한 기쁨을 다시 찾아야 했던 시기를 맞이하며, 당시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1999년 7월 17일 제1차 수원교구 시노드를 개막했다. 최덕기 주교는 2001년 ‘제1차 수원교구 시노두스의 성공적 마무리와 결과문의 실현을 위하여’ 제목의 사목교서를 통해 “이번 수원교구 시노두스의 목적은 '새로운 복음화의 길찾기' 에 있다”며 “교구가 새천년기를 맞으면서 당면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기울여오던 복음화 노력들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찾아 온 교구가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노드의 의제를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교구민이 모두 기도하면서 일치 단결하여 교회의 기초를 이루는 소공동체 문제와 교회의 미래가 걸린 청소년 문제만 확실히 타개하여 나간다면, 수원교구는 획기적인 발전을 볼 수 있는 기틀이 잡히게 된다”고 밝혔다. 새 복음화로 가는 여정에서 최 주교가 강조한 것은 성령과 함께 걷는 것이다. 기도하고 겸손을 다하여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식별하는 과정. 교구에서 처음 열렸던 시노드는 내적으로 흔들렸던 교구의 신앙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의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교구는 공동체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식별했고, 효과적인 방법을 도출했다. 교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두의 의견을 담았기에 교구 시노드 최종문헌은 단순히 신학적인 이론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은 ‘지침서’ 및 ‘참고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 차례 경험한 시노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준비 단계에 힘 실어 2021년 10월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는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지역교회들이 경청과 식별, 협의라는 단계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 먼저 교구 준비 단계에서는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구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첫 번째 의안집을 작성하고, 대륙별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후 전 세계 주교들은 2023년 10월 세계적 단계의 주교시노드를 개최한 뒤 각 교구와 대륙별 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모두 취합해 주교시노드 폐막 후 교황 문헌을 발표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동합의성을 체험하며 교회의 사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한 차례 시노드를 경험했던 교구는 교구 준비 단계에서 본당과 단체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개막미사 봉헌과 함께 시노드 실행위원회를 구성한 교구는 교구청 및 각 대리구청 직원 대상 시노드 모임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뉜 가운데 ‘그동안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회(공동체) 사안을 다뤄 왔는지’, ‘각 개인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친교와 함께 교회의 사명 실현을 위해 적극적이었는지’ 또 ‘우리 교회(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사안과 의견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제2대리구 배곧본당과 제1대리구 이현본당, 제1대리구 은계동본당 등에서는 본당 시노드를 개최했다. 교구 공동체에 시노드 주제 활동 활발 교구의 시노드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시노드를 내실화하기 위한 학술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2022년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는 ‘시노달리타스와 한국교회의 수용’을 주제로 국제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에는 이탈리아 토리노대교구장 로베르토 레폴레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도권: 교회의 구성적 차원인 시노달리타스 재발견에 대한 요청’을 제목으로 한 발제를 통해 교회론적 입장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폈다. 2023년에는 ‘교회와 평신도: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향하여’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개최, ‘평신도의 시노드적 참여’, ‘평신도와 성직자의 협력’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 5월에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 사목신학대학원장 살바토레 쿠로 신부가 참여한 가운데 교구 사제들을 대상으로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간담회’도 열렸다. 본당 차원의 시노드 모임도 활발히 열렸다. 제1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은 2022년 7월 시노드 전체모임을 열고 환경 문제, 청소년 사목 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도 2023년 9월 ‘오픈 스페이스’를 열고 본당 공동체에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체험했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4면

‘동행 사목’ 실천하는 수원교구 사제들…‘사제가 앞장서면 신자들도 움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은 2013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에서 사제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이는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신자들의 기쁨과 고통을 나누는 사제가 되라는 의미다. 교황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신자들과 도보 성지순례를 함께하고, 렉시오 디비나와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동행’의 사목을 실천하는 수원교구 본당들을 찾았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기도, 주님 대전에 “‘십자가의 길’은 감상하거나 꾸미기 위한 정원의 조형물이 아니잖아요. 기도하려고 만든 것이기에 함께 모여 기도합니다.” 제2대리구 명학본당 주임 노성호(요한 보스코) 신부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십자가의 길을 신자들과 함께하며 주님의 수난을 묵상한다. 목요일 저녁 미사 후에는 성체 현시와 성체 조배, 토요일 오후에는 수리산 등산과 구약성경 강의를 이어가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동행하고 있다. 파티마 현지에서 가져온 성광과, 성지순례 중 만난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의 ‘십자가의 길’ 작품은 노 신부가 직접 정성을 들여 마련한 것이다. 노 신부는 “십자가의 길을 하며 예수님의 수난을 마주하기는 버겁고 어렵지만, 영광스러운 부활은 고통에서 비롯됐기에 특히 금요일에 묵상하는 것을 신자들에게 권한다”며 “본당 사제로서 더 많은 신자와 만나고 친교를 나누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매회 50여 명이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에는 휠체어를 탄 정재분(엘리사벳) 할머니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성당에 자주 왔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동참하면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신부님과 함께 기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일영(바울라) 노인분과장도 “신부님은 주님의 대리인이신데, 예수님이 걸으신 길을 함께 걷는 것이 더욱 뜻깊다”며 “작은 고통에도 불평하다가 이런 시간을 통해 반성하며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느님 향한 걸음걸음 기도와 친교로 채우다 제1대리구 안산 선부동본당(주임 이상권 미카엘 신부)은 매달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서린 성지를 찾아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부터 진행된 성지순례에는 매회 25~30명의 신자가 함께한다. 이상권 신부는 순례지를 직접 정하고 사전 답사까지 다녀온다. 순례자들은 출발 전 본당에 모여 기도로 마음을 모은 뒤 길을 나선다. 이동 중 점심은 김밥 한 줄로 간단히 해결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휴식도 취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성지에서 경건히 미사를 봉헌하고, 이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고된 몸을 달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올해 3월에는 눈이 채 녹지 않은 길을 걸어 용인 손골성지에서 제2대리구 분당이매동성당까지 순례했고, 6월에는 광주 천진암성지에서 양평 강하공소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뜨거운 햇볕에 고생하기도 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성지순례 대신 그늘지고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친목을 다진다. 교구 디딤길 완주 축복장을 받은 뒤에는 전국 곳곳의 순례길도 걸을 계획이다. 이상권 신부는 “사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신자분들도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순례 때 신앙에 대한 나눔을 하며 걸으니 마치 피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노엘라) 본당총회장은 “순례가 힘들어도 함께 간식을 나누고 정을 쌓다 보니 본당 봉사를 하겠다는 신자들도 늘었다”며 “신부님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면서 평소에도 소통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거룩한 성경도, 재미있는 경험도 같이 나눠요 성경 구절구절마다 사제의 진솔한 나눔이 이어지는 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주임 최병조 요한 사도 신부) <신부님과 함께하는 렉시오 디비나>. 「거룩한 독서」(정태현 신부 지음, 바오로딸)를 교재로 매주 목요일 혹은 금요일 저녁 미사 후 열린다. 9월 19일에는 예수님의 ‘산상 설교’가 주제였다. 최병조 신부는 “마태오복음 5장 8절에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신학교 시절 나도 이를 위해 ‘당신 얼굴을 뵙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아 고해성사에서 신부님께 여쭈었더니, ‘죽어야 볼 수 있다’고 답하시더라”고 전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예수님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신다”며 “나 역시 고비를 맞을 때마다 사제의 길이 이렇게 힘든가 하느님께 토로하지만, 결국 제자의 길은 아픔 속에서 성숙하고 시련과 함께 영광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깨닫는다”고 전했다. 신자들도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일상까지 연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 신부가 렉시오 디비나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 종교가 성경을 왜곡해 신자들을 현혹하기 때문이다. 양 떼들이 이리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영적 무장을 돕는 것이다. 그는 <청장년을 위한 렉시오 디비나>와 더불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며 <영어로 하는 렉시오 디비나>도 마련하고 있다. 이근석(테렌시오) 8구역장은 “신부님이 함께하시니 빠지거나 게을러지고 싶어도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며 “혼자 통신 교리도 하고 있는데, 해설과 나눔이 있는 이 시간이 신앙생활을 성숙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공감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특히 현대 사회처럼 모든 흔적이 온라인과 통신망에 남는 시대에는 더욱 깨어있어야 하기에, 그 모범을 보이는 사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9-28 제3460호 4면

수원교구 생태위, “작은 손으로 하느님 뜻 실천해요”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창조시기를 맞아 9월 7일 제1대리구 상현동성당에서 ‘환경한마당’을 열었다. 주일학교 학생과 가족, 교구 신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 방법을 배우고 체험했다. 하느님 뜻을 배우다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탄소를 배출하는 걸까요, 탄소를 흡수하는 걸까요?” “샤워는 몇 분 정도 하는 게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탄소중립 체험 부스에서 어린이들은 책상 위에 놓인 카드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나무 심기와 텃밭 가꾸기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화력발전’, ‘유행 안 따르기’ 같은 카드를 어디에 둬야 할지 망설였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탄소배출’, ‘탄소흡수’, ‘에너지 전환’ 칸에 각각 맞는 카드를 넣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이어 ‘플러그 뽑기’, ‘메일 삭제’, ‘음식 적당량’, ‘텀블러 사용하기’ 등 탄소흡수와 에너지 전환 관련 카드를 읽으며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컬링 경기가 펼쳐졌다. 컬링 스톤이 다다르는 하우스 안에는 점수 대신 ‘변기에 벽돌 넣기’, ‘설거지통 사용하기’, ‘양치컵 사용하기’ 등 환경을 위한 실천 사항이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방법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또 종이 팩으로 만든 볼링핀에는 ‘백열등 사용하기’, ‘문 열고 냉·난방하기’, ‘여름철 실내온도 18도로 맞추기’ 등 피해야 할 행동이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은 공을 굴려 이를 쓰러뜨리며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재미있게 배웠다. 김리하(마리스텔라·11·상현동본당) 양은 “컬링이나 주사위 게임을 통해 구체적으로 환경을 보호할 방법을 알게 돼 유익했다”며 “저 한 명이 노력하더라도 생태계가 덜 오염되고, 물고기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음식 포장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꼭 챙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느님 뜻을 실천하다 참가자들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할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천에도 나섰다. 행사장에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솔, 대나무 칫솔, 다회용 빨대, 설거지바 등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부스와 분리배출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폐동화책으로 팝업북을 제작하는 코너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팅 용지로 제작된 그림책은 재활용이 어려워 매년 180만 권 이상 폐기된다. 행사에서는 낡은 그림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책에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 손에 가위를 든 참가자들은 버려진 그림책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오려 붙이는 데 집중했다. 각자가 원하는 그림들로 새롭게 꾸민 그림책은 환경을 살리는 가치를 담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박윤정(소화데레사·제2대리구 상록수본당) 씨는 “그림책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환경 보호에 대한 정보를 배우고 직접 실천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막연히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을 배워 유익했다”고 말했다. 양기석 신부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 분리배출 요령 등을 놀이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그림책 업사이클링과 같은 체험을 통해 생태 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배우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행사 후 봉헌된 피조물 보호 기원 미사에서 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찬미받으소서」 등 여러 문헌을 통해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을 강조하셨다”며 “레오 14세 교황님 또한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를 불러온다고 경고하시며 생태계 회복을 촉구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플라스틱 용기를 덜 쓰고, 분리배출을 잘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작은 실천이 지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09-14 제3458호 4면

‘캠퍼스 속 작은 교회’에서 신앙 키우는 ‘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대학 캠퍼스는 청년들의 열기와 설렘으로 가득하다. 희망을 꿈꾸어야 할 시기이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서 좌절하거나 기댈 곳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수원교구 관할 지역에 자리한 9개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학생회다. 학생회를 구심점으로 가톨릭 청년들은 함께 기도하며 신앙을 다지고, 세상 속에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총회장 조각희 프란치스코, 영성지도 한용민 그레고리오 신부, 이하 연합회)는 대학생들의 내적 복음화, 캠퍼스의 복음화, 사회의 복음화를 목적으로 친교하고 연대하고자 1963년 창설됐다. 교구에서 가장 오래된 청년단체로, 현재는 경기대, 경희대 국제캠퍼스, 동남보건대, 수원대, 아주대, 아주대 로스쿨, 용인대,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한양대 ERICA캠퍼스 등 9개 대학 90여 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합회는 삶과 신앙의 일치, 신자만이 아닌 모든 대학생을 위한 교회 공동체 만들기, 세상 안에서 복음 실천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친교 안에서 신앙의 가치를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활동의 골자다. 대학생들의 내적 복음화를 위해서는 사제나 수도자의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구 청소년국은 물심양면으로 연합회를 지원하고 있다. 넓은 지역을 한 명의 담당 사제가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을 개선해 현재는 학생회마다 담당 수녀가 파견돼 학생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봉헌되는 개강·종강 미사도 6명의 신부가 파견돼 각각 집전한다. 미사 뿐 아니라 피정과 성지순례를 통해 대학생들의 신앙적 갈증을 채우고 있다. 캠퍼스 안에 작은 천주교회를 세우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축제나 행사에서 가톨릭학생회를 알리며 비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선교 활동은 큰 열매를 맺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7명의 학생이 세례를 받았다. 연합회는 복음의 가치를 삶으로 실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청년 교회 안에서 활발했던 농촌 봉사활동의 전통을 이어 매년 8월 농촌을 방문한다. 일손을 돕는 가운데 농촌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함께 나누는 기쁨을 체험하고 있다. 경기대 가톨릭학생회 김유찬(대건 안드레아·22) 씨는 “가톨릭학생회는 단순한 친목 동아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찾고 신앙을 이어갈 수 있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거룩한 신앙 활동뿐 아니라 즐겁고 활기찬 활동도 병행하며, 대학 생활에서 가장 값진 기억을 선물해 준 곳”이라고 말했다. 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2국장으로 연합회를 지도하는 한용민 신부는 “대학생들은 같은 20대 초반의 고민과 공통점이 있어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그만큼 신앙생활에서도 힘을 얻는 것 같다”며 “젊은 에너지 속에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신앙을 성장시키는 학생들을 볼 때 사목자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교구 청소년국은 가톨릭학생회 활동 안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고 각자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게 꾸준히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수원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조각희 총회장 - “신앙 통해 얻은 행복 함께 나눠요” “저 또한 행복을 찾으려고 경기대 가톨릭학생회에 들어왔어요. 신앙을 통해 얻은 행복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조각희(프란치스코·제1대리구 동수원본당) 씨는 2024년 12월 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이하 연합회) 총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이전까지 경기대 가톨릭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캠퍼스 안에서 가톨릭을 알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활발한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코로나 시기에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신앙 안에서 더 큰 행복을 발견했다. 교구 내 9개 대학이 함께하는 연합회는 개강·종강 미사, 봉사활동, 여름 MT, 성지 순례, 문화 행사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 총회장은 “한 달에 두 번 수원나자렛집을 방문해 결손가정 학생들을 위한 학습 봉사와 돌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농촌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일상에서 벗어나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한 시간이 된다”며 “좋은 반응 덕분에 올해는 기존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일정을 늘렸다”고 소개했다. 특히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연합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세례식을 열었다. 조 총회장은 “올해 7명의 학생이 세례를 받았다”며 “한국외대 4명, 아주대 2명, 경기대 1명인데, 모두 각 대학 가톨릭학생회를 통해 신앙을 접하고 예비자 교리를 받았다”고 전했다. 취업 준비와 다양한 활동으로 바쁜 대학생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함께 활동하다 보면 ‘고맙다’,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며 “그럴 때 큰 힘이 되고, 이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고 했다. 가톨릭학생회는 아직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열려 있다. 조 총회장은 교내 축제에서 제육볶음을 판매하며 자연스럽게 가톨릭학생회를 알린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굳이 종교적 메시지를 억지로 담지 않고 ‘가톨릭학생회가 있다’는 사실만 알려도 동료 학생들은 관심을 보인다”며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톨릭에 관심을 갖고 학생회에 들어오는 건 그다음 문제고, 우선은 누구나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톨릭 신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초대 메시지도 전했다. “가톨릭이라고 해서 딱딱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아리방에서는 매주 수녀님과 성경을 읽으며 진지한 얘기부터 가벼운 일상까지 마음 편히 나눌 수 있습니다. 언제든 환영하니 용기 내어 꼭 찾아와 주면 좋겠습니다.”

발행일 2025-08-31 제3456호 4면

수원교구 청년 순례단 39명, 로마 ‘젊은이들의 희년’ 참가

수원교구 청소년국(국장 이헌우 마태오 신부)은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39명의 청년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젊은이들의 희년’에 참가했다.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2025년 희년에 전 세계 청년들을 로마로 초대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표로 시작된 행사는 지구촌 젊은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신앙 안에서 희망을 찾는 순례의 여정이다. 행사에 동행한 제1대리구 청소년2국장 한용민(그레고리오) 신부는 “청년들이 로마에서 삶의 중요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총 4차례 준비 모임과 워크숍을 마련했다”며 “희망, 가정, 결혼, 출산 등을 주제로 강의와 나눔을 마련해 청년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교구 청년들은 27일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과 우르바노 신학교를 방문했다. 28일에는 아시시로 이동해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프란치스코 생가 성당과 클라라 대성당을 순례했다. 젊은이들의 수호자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무덤에서도 함께 기도했다. 특히 희년을 맞아 개방된 로마 4대 성당 성문을 방문하면서 신앙에 대한 희망과 예수님을 따르는 이유를 되새겼다. 한 신부는 “청년 시절에 경험하는 희년 순례가 의미 깊은 시간이 되도록 준비 단계부터 현지 일정까지 세심히 신경 썼다”며 “사전 모임에서 배운 희년과 4대 성당의 의미를 실제 방문과 연결해, 청년들이 그 뜻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최우식(안토니오·33·제2대리구 군포본당) 씨는 “순례자 수가 너무 많아 걱정했지만 4대 성당 성문을 모두 통과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찬양하고 기도하며 걷는 청년들을 응원해 준 로마 시민과 외국인 여행객을 보며 신앙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7월 29일 열린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교구 청년들은 바티칸 박물관과 성 베드로 대성당을 순례하고 8월 1일에는 라테라노 대성당과 성 계단 성당을 순례했다. 8월 2일 열린 밤샘기도회에서는 각국 청년들의 질문에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껴안고 만나는 이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신앙을 삶으로 증거하는 젊은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젊은이들의 희년은 8월 3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 평원에서 봉헌된 폐막미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 신부는 “100만 명이 넘는 청년이 같은 신앙으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모인 이 중요한 현장에서, 교구 청년들이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인가’를 묵상하며 각자의 신앙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며 “순례 이후 재모임을 통해 느낀 점을 나누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봉사자로 함께하는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그동안 신앙을 가볍게 여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참가를 통해 신앙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는 평일미사도 참례하며 더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고, 2027 서울 WYD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8-17 제3454호 4면

매주 노숙인 밥 짓는 ‘섭리 나눔의 집’…“예수님 만날 생각에 설레죠”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는 사람들. 자기의 모든 것을 내준 사람들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천주의 섭리 수녀회 ‘섭리 나눔의 집’(책임자 김향순 소화 데레사 수녀)의 수원역 노숙인 급식 나눔 현장을 찾았다. 노숙인 위해 정성으로 만든 한 끼 7월 11일 오전 11시, 수원역 노숙인급식소인 ‘정나눔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노숙인들. 매일 다른 단체에서 무료 급식을 하지만 금요일 식사는 특히 인기가 많다. 천주교 수도자들이 준비한 음식이 정성스럽고 맛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11시 30분이 되자 트럭 한 대가 정나눔터 앞에 들어선다. 로만 칼라를 한 신부, 수도복을 입은 수녀, 7명의 봉사자가 분주하게 짐을 내린다. 이날 급식 메뉴는 콩국수다. 평소에 제철 음식을 먹기 어려운 노숙인들을 배려해 특별식으로 준비한 것이다. 전날 콩을 불리고 아침에 방앗간에서 갈아온 뽀얀 콩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달걀과 오이, 토마토는 색도 예쁘고 건강에도 좋다. 반찬으로 제공되는 마늘종 장아찌와 김치도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정오가 되자 노숙인들은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무더위에 맛보는 시원한 콩국수는 사라졌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금세 한 그릇을 비운 몇몇 노숙인들은 면과 국물을 더 받아 돌아간다. 이날 준비한 음식은 180인분. 163명의 노숙인이 시원한 한 끼를 선물로 받았다. 길 위에서 만난 예수님 ‘섭리 나눔의 집’은 2021년부터 정나눔터에서 급식 나눔을 하고 있다. 수원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정나눔터는 매일 다른 단체가 급식 봉사를 하는데, 섭리 나눔의 집은 금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급식 당일에는 7~8명의 봉사자가 오전에 음식을 준비하고 배식을 돕는다. 음식을 대량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전날도 7~8명의 준비팀이 재료 손질에 손을 보탠다. 수많은 봉사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한 끼. 점심을 먹고 나온 노숙인은 “수녀회에서 해주시는 음식은 항상 맛있어서 금요일에는 꼭 정나눔터에 온다”고 말했다. 콩국수를 처음 먹어봤다는 한 여성 노숙인은 소화가 되지 않아 음식을 다 먹지 못했다며 김 수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 수녀는 “콩국수를 못 먹는 분들이 있는 줄 알았으면 밥이나 라면도 따로 준비해 드릴 것 그랬다”며 배불리 먹지 못한 노숙인을 먼저 걱정했다. 이곳에서 먹는 소박한 한 끼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쏟는 정성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나눔터를 찾은 노숙인들은 봉사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침 9시부터 음식 준비를 하고 수원역까지 짐을 옮기고, 배식하고 돌아와 뒷정리하기까지. 급식 봉사는 오후 3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고된 일정에도 봉사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봉사자 서한숙(소화데레사·수원교구 제1대리구 서둔동본당) 씨는 “급식 봉사를 하기 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나눔의 집을 찾는다”며 “봉사를 끝내고 나면 몸은 고되지만 오늘 하루 길 위에 나그네로 오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후원 계좌: 신협 137-005-427067 (재)천주교천주의섭리수녀회 섭리나눔의집 [인터뷰] ‘섭리 나눔의 집’ 책임자 김향순 수녀 - “넉넉하지 않아도 하느님 섭리 믿고 나아요” ‘섭리 나눔의 집’ 책임자 김향순(소화 데레사) 수녀는 노숙인 급식 나눔을 하기 전에 “이분들을 축복해 달라”는 기도로 활동을 시작한다. 소임을 맡은 뒤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던 중에 김 수녀는 한 봉사자가 수원역에서 홀로 노숙인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나눔에 손을 보태고자 하나씩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자매님이 혼자서 몇십 인분의 김밥을 싸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었어요. 그때는 김밥과 라면 등 간단한 음식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봉사자들이 많아지면서 제대로 된 한 끼 음식을 대접하고자 마음을 모았죠.” 섭리 나눔의 집 급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겨울에 매주 오시던 노숙인들이 안 보여 여쭤보니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나 충격이 컸죠. 그 이후로는 매주 드리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다 보니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가 후원 물품으로 들어온다. 농사지은 파를 가져다주는 농부, 매달 닭 60마리를 후원해 주는 업체 등 섭리 나눔의 집은 많은 이의 정성이 모여 한 끼 밥을 지어낸다. 그래서 김 수녀는 ‘이 일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믿는다. “여름이라 시원한 냉커피를 드리고 싶어 고민하고 있는데 수녀원 옆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이 축제 때 남은 얼음을 보내줬어요. 고명으로 들어간 오이도 농장을 하는 자매님이 보내주셨죠. 매번 딱 필요한 만큼 재료가 채워진 덕분에 한 번도 급식을 대접하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섭리 나눔의 집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은 김 수녀는 아낌없이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사명을 되새겼다.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 노숙인 분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그들을 보살펴 주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것보다 큰 기쁨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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