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

수원교구가 ‘받는 교구에서 나누는 교구’로 변화하는 중심에는 해외 선교사제의 파견이 있었다. 특히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본격적인 해외 선교가 이뤄질 수 있었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통한 교구의 해외 선교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나누는 교회로 변모하다 1988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교구 설정 25주년 기념미사에서 ‘받는 교구’에서 ‘주는 교구’로의 변모를 천명한 이래, 교구는 외국 교구와 선교지를 향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구의 관심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현지 교구와 연계하고 성직자를 파견하는 받는 교구와 주는 교구가 함께 복음화되는 ‘나누는 교회’를 지향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한국외방선교회 창설이었다. 김 주교는 한국 외방 선교회 창설에 참여하고 제2대 총재로 해외 선교사 양성과 지원에 기여했다. 이어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 역시 제3대 총재를 역임하며 해외선교 활동을 이끌었다. 200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재직을 서울대교구장이 당연직으로 맡기로 결정되기까지 교구는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해외선교에 기여했다. 비단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활동만이 아니었다. 2001년에는 교구 사제를 파리 외방 전교회를 통해 일본 선교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최 주교는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고 당시 룸벡교구 톤즈에서 사목하던 고(故) 이태석(요한 세례자) 신부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해외 선교지 사정을 살폈다. 그때 룸벡교구장에게 선교사제 파견을 제안받은 최 주교는 교구의 새로운 해외선교를 준비했다. 바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이다. 신앙의 선물 싹 틔우다 피데이 도눔은 한 교구에 소속된 사제를 일정 기간 선교 지역 교구에서 현지 교구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도를 뜻한다. 라틴어로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이라는 뜻을 지닌 이 제도는 비오 12세 교황이 1957년 발표한 회칙 「피데이 도눔」에서 유래했다. 교구는 2005년부터 해외선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선교사제 양성에서부터 해외 선교를 뒷받침한 여러 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바오로의 해’에는 교구 복음화국 내에 ‘해외선교사목부’를 신설해 교구 내 각 선교지역을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선교사목부 산하에 중국선교위원회와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를 신설했다. 마침내 2008년 4월 3일자로 파견된 첫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들은 룸벡교구 내 아강그리알과 쉐벳에서 사목을 펼쳤다. 선교지에서는 단순히 성사 집전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의료 봉사, 학교 건립 등은 단순히 물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남수단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고 현지인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활동이 됐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선교지를 중심으로 교구민들의 나눔도 더욱 확산됐다. 교구 내 여러 단체, 본당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작은 손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물적·영적 후원이 선교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뻗어나가는 교구의 해외선교 교구 해외선교는 남수단 룸벡교구와의 피데이 도눔을 계기로 크게 탄력을 받고 활성화됐다. 2009년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교구장에 착좌한 이후, 교구의 해외 선교는 크게 확장하며 보편교회와 함께 가는 교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곳은 잠비아다. 잠비아 피데이 도눔은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통해 이뤄졌다. 한 신부가 2009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잠비아 솔웨지교구의 승인을 얻어 마냐마 지역을 사목한 것이 선교의 발판이 된 것이다. 교구는 2013년 솔웨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2014년 4월에는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의 요청에 따라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를 통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에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2017년 산티아고대교구와 정식으로 피데이 도눔을 맺어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해외의 여러 교구들과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있다. 교구는 2020년에는 칠레 안토파가스타대교구와, 2022년에는 잠비아 은돌라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맺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또 2025년에도 일본 사이타마교구와 나고야교구에 선교사제를 보내 선교를 펼치고 있다. 교구는 현재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와 은돌라대교구,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 칠레 산티아고·안토파가스타대교구, 그리고 일본 나고야·사이타마교구 등에 10여 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6년 2월 해외 선교사제 파견미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해외 선교사제 파견은 교회가 안정적인 교구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제 교구는 도움을 받던 시기를 넘어 인적 자산과 실천적 사랑을 나누는 교구로 성장했다”고 해외 파견의 의미를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4면

[홍보 주일 특집] SNS에 ‘로그인’한 수원교구…신자들 일상에 ‘성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교회의 사명은 ‘우리의 희망’(1티모 1,1)이신 주 예수님을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5월 17일 홍보 주일을 맞아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신자들과 소통하는 수원교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소개한다. SNS로 더 가까워지는 신앙 교구 공식 유튜브 채널(@casuwonmedia)은 2012년 개설됐다. 초기에는 행사 보도와 교구장 메시지, 강의 영상이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회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주교와 사제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는 신자들이 신앙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군에서 제대한 신학생을 만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은 영상 <주교님께서 훔쳐간 배꼽 찾습니다>, 성소 주일을 맞아 이 주교의 성소 이야기를 소개한 <주교님의 첫사랑>은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교구장 주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장예원(스콜라스티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토크쇼 <썸톡: 나는 사제다>는 사제들의 신앙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전하며 사제직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돕고 있다. 신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이용훈 주교 편에서는 ‘주교님은 신부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보시나요?’, ‘주교님도 당근을 하시나요?’ 등 일상적인 질문을 통해 신자들이 주교를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11월 30일 공개된 <썸톡: 나는 사제다> 조남구 신부 편은 조회수 8만6000회를 넘어서며, 현재 채널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교구 홍보국장 이철구(요셉) 신부는 기획 의도에 대해 “이 영상이 궁극적으로 신자들에게는 사제직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시선과 도전적인 영감을 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짧은 영상 콘텐츠인 쇼츠도 화제다. 교구 총대리를 지낸 이성효 주교(리노·마산교구장)가 등장하는 20초 남짓한 쇼츠 영상은 조회수 35만 회를 넘어섰다. 강의 시간이 끝났음에도 “더 해 달라”는 신자들의 요청에 당황하는 이 주교의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신자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귀여운 주교님’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신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청년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2023년 공개된 <노답신앙>은 ‘답 없는(No 답)’ 신앙생활에 대해 청년들과 사제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청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Know 답)’ 기획된 콘텐츠다. ‘성체를 씹어 먹거나 접어도 되나요?’, ‘성당에 츄리닝을 입고 가도 되나요?’ 등 청년들이 신앙생활 안에서 품을 법한 질문을 유쾌하게 다루며, 신앙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교구는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공식 인스타그램(@suwon.catholic)을 통해서도 교구의 다양한 소식과 행사, 신앙 콘텐츠를 전하고 있다. 청년들과 소통하는 ‘하늘다리’와 ‘모여라 가톨릭’ 2027 WYD 수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는 ‘하늘다리’(https://heavenbridge.net)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라는 뜻의 하늘다리는 교구대회를 준비하며 청년들과 만나는 온라인 소통 창구다. 홈페이지에는 WYD에 대한 기본 설명을 비롯해 관련 행사 기록과 안내, ‘영성운동 참여하기’ 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후원&봉사’ 코너에서는 봉사자 신청과 함께 홈스테이 봉사 신청도 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는 웹진 「하늘다리 매거진」도 매월 발행하며 교구대회 준비 현황과 향후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하늘다리 유튜브 채널(@heaven_bridge)에는 WYD 상징물 순례 영상 등 교구대회를 준비하는 여정이 영상으로 공개되고 있다. 특히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 등 교구를 상징하는 인물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소개하는 콘텐츠는 청년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뮤직비디오 시리즈는 청년 이민식(빈첸시오)이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 나아간 여정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했다. 향후 청년 이벽을 주제로 한 영상도 제작될 예정이다. 각 대리구도 SNS를 통해 교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1대리구 유튜브 채널(@천주교수원교구제1대)은 초등부 견진성사, 성경잔치, 장애아주일학교 행사 등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한편, 강의와 교육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제1대리구는 유튜브에 흩어져 있는 가톨릭 영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 ‘모카’(https://mocatholic.or.kr)를 통해 영상 콘텐츠에 관심 있는 신자들과 만나고 있다. ‘모여라 가톨릭’을 줄인 모카는 교구와 교회 단체들이 운영하는 채널을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교리/성경 ▲성가 ▲교양 ▲기도 ▲미사/전례 ▲WYD 등 카테고리별로 원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더 많이 찾는 청년들에게 모카는 가톨릭 신앙과 교회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매월 ‘업로드왕’을 선정해 모바일 상품권도 증정하고 있다. 제2대리구도 유튜브 채널(@천주교수원교구제2대)을 통해 실시간 강의 중계와 복음 묵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신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4면

‘낡은 집을 천국으로’…수원교구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

5월 2일 오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비전동성당(주임 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 마당. 낡은 작업복 차림의 신자들이 사다리와 각종 공구를 챙겨 트럭에 올랐다. 노동절부터 이어진 황금연휴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에 있는 한 노후 주택이었다. 네 시간여 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수리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15년째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이웃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는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의 봉사 현장을 찾았다. ‘십시일반’ 손 모아…낡은 집을 새집으로 성당에 모인 신자들의 차림은 미사드릴 때와 사뭇 달랐다. 모자를 눌러쓰고, ‘소공동체 집수리 봉사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기도를 바친 뒤 주임 신부의 강복을 받고 성당을 나서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각종 공구와 생수를 챙겨 도착한 집은 마당과 텃밭이 잘 가꿔진 이웃집들과 달리 낡고 황량했다. 87세 이이화 할머니가 홀로 사는 이 집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 17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내 온 이 할머니는 집을 수리할 여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로는 청소조차 쉽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집에 들어선 신자들에게 “집이 너무 지저분해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정도면 너무 관리를 잘하셨는데요. 저희가 더 깔끔하게 수리해 드릴게요.” 집수리 경력 10년이 넘는 봉사자들은 이 할머니를 안심시키며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맡은 일은 도배와 장판 교체, 청소였다. 28평 남짓한 집에 23명의 봉사자가 모이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봉사하며 손발을 맞춰 온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자리로 흩어져 지체 없이 움직였다. 가구를 밖으로 옮기고, 서너 명이 거실 벽지 작업에 들어갔다. 벽지를 붙이는 동안 생기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담당도 있어 작업 뒤 뒷정리 시간을 줄였다. 주방 한쪽에서는 여성 봉사자들이 싱크대 청소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못했던 화장실도 세면대부터 바닥, 변기까지 말끔하게 닦았다. 밖으로 옮겨 둔 가구를 닦는 일도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봉사단은 집수리 전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확인했다. 이날도 가스경보기를 설치하고, 낡은 분전함 커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작업이 늘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보니 시멘트로 지은 오래된 집이라 벽면이 고르지 않아 도배가 쉽지 않았다. 박석균(야고보) 단장은 현장에서 집 상태를 살핀 뒤 벽면에 맞는 벽지를 새로 구해 왔다. 이날 처음 봉사에 참여한 한 신자는 청소를 마친 뒤 이 할머니의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탠 덕분에 낡은 집은 네 시간 만에 한결 깨끗하고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나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하루 15년 전, 본당 형제회 몇몇 신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돕기 위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아침 일찍 시작한 집수리가 늦은 저녁에야 끝나곤 했다. 박 단장은 “신자 가정을 방문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게 됐고, 그분들을 돕고 싶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형제회 일부 회원만 참여했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어려운 상황을 보시고 남성소공동체 차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지금의 봉사단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초창기 봉사는 본당 예산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후 대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본당은 2015년 평택시자원봉사센터에 재능 기부 활동 단체로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봉사도 더 체계화됐다. 평택시자원봉사센터가 매달 집수리 대상 가구를 선정하면 봉사단은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수리 내용을 확인하고 자재와 인력 규모를 정한다. 보통 15~25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며, 자원봉사센터가 도배사 등 전문가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상은 주로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집수리 봉사단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해마다 6~8차례 봉사에 나선다. 15년 동안 수리한 집만 100여 곳에 이른다. 박 단장은 “바퀴벌레와 쥐 배설물로 가득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을 수리해 드린 적도 있다”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오랫동안 집수리 봉사를 이어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 함께한 박은희(마리아) 씨는 “저희가 돌아간 뒤에도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려 했다”며 “집을 치워 드린 것뿐인데 연신 감사하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현실(마리아) 씨도 “좋은 일을 신자들과 함께하니 기쁨이 더 컸다”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던 오늘 봉사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10) 교구 시노두스

‘시노두스(Synodus)’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모여 수원교구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여정을 뜻한다. 1996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는 사목교서를 통해, 2000년 대희년을 잘 준비하고 21세기의 변화하는 세상에 부응하는 교구로 거듭나기 위해 ‘제1차 교구 시노두스’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7월 17일 개막해 2년간 이어진 교구의 시노두스 여정은 공동체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전 신자 시노두스 교육으로 ‘준비하다’ 김남수 주교의 뒤를 이어 교구장을 승계한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1997년 10월 9일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총회를 열고, 교구 시노두스 개최를 공식적으로 반포했다. 시노두스 준비에 본격 착수한 교구는 1998년 2월 24일 교구 시노두스위원회 위원을 임명했다. 위원장 겸 사무국장에는 윤민구(도미니코) 신부, 총무에는 김길민(크리스토폴) 신부가 각각 임명됐으며, 위원으로는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대표들이 선임됐다. 교구는 공동체 전체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모여 교구 전체의 방향을 잡아가는 모임이 교구 시노두스임을 전제하고 각 본당과 지구, 단체, 수도회, 신학교, 수녀연합회가 시노두스 의제를 선정해 제출토록 했다. 또 교구 공동체와 교구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사제평의회를 거친 뒤, 최덕기 주교의 결정에 따라 ‘교회의 기초공동체’와 ‘젊은이의 신앙생활’을 시노두스 의제로 확정했다. 1998년 7월에는 시노두스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전 신자를 대상으로 시노두스 교육을 진행하며, 시노두스의 의미와 두 의제의 취지를 설명해 나갔다. 시노두스 여정 ‘개막’…‘구역·반 공동체’,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일련의 교육과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교구는 1999년 7월 17일 교구 시노두스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이어 열린 1차 총회에서는 각 본당이 제시한 시노두스 초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고, 기초공동체와 청소년분과의 주요 쟁점에 대해 찬반 토론과 약정 토론을 진행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본당 시노두스’, ‘성직자 시노두스’, ‘수도자 시노두스’가 차례로 열렸다. 전 신자가 참여한 본당 시노두스에서는 주제별로 찬성과 반대 발표자를 선정해 토론을 벌였고, 종합 토론 뒤 찬반 의견을 조사해 시노두스 사무국에 결과를 보고했다. 2000년 8월 30일에는 1차 본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이후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될 준비초안집을 배포하고, 관련 회칙과 조직, 일정을 확정했다. 아울러 의제였던 ‘교회의 기초공동체’의 명칭을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로 변경했다. 이어 2차 본회의는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3차 본회의는 ‘청소년,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각각 열렸다. 특히 3차 본회의에서는 초·중·고등부와 청년의 전례, 교육, 조직과 운영, 고등부의 문화·인권, 청년 선교, 가톨릭 청년문화 등 청소년 공동의 과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회의는 2차 본회의와 달리 모든 조항에 대해 토의와 표결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일괄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교구는 2001년 10월 1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시노두스 폐막미사와 최종문헌 반포식을 거행했다. 최종문헌은 ‘구역·반 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행세칙도 함께 제정했다. 최종문헌 ‘실행’ 통해 소공동체 중심 본당 재편 교구는 시노두스 폐막 뒤 최종문헌의 방향을 교구 운영과 사목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2002년 교구 목표를 ‘구역·반 공동체 및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로, 표어를 ‘일어나 가자!’(요한 14,31)로 정했다. 또 본당의 조직적 행정 수행과 사무 능률 향상을 위해 2002년 1월 1일부로 교구청과 본당 직원 관련 각종 규정을 공포했고, 1월 29일에는 교구청 편제를 1처 3국에서 1처 5국으로 개편했다. 재편된 복음화국과 각 지구·본당은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전 본당의 구역·반 공동체 조직화와 의식화 교육을 추진했다. 2002년 10월 3일에는 시노두스 시행세칙에 따라 교구 소공동체 봉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교구 소공동체 봉사자 대회’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었다. 이어 2002년 12월부터는 소공동체 학교를 개설해 7개월 과정으로 전문 봉사자를 양성했다. 청소년국도 시노두스 시행세칙을 실현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지구 청소년 복음화 담당 신부 임명, 청소년분과 분리 운영, 전례 안에서 다양한 악기 사용, 청소년을 위한 문화 공간 마련, 장애 청소년에 대한 배려, 본당 주임의 청소년 사목 책임 강화, 청소년 사목을 위한 수도공동체의 협조, 지구 차원의 청소년·청년 분과장 조직 구성 등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이어갔다. 청소년 사도직 단체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청소년국 청년사목부는 2002년 10월 20일 수원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제1회 수원교구 예술제’를 열어 비신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젊은이 기도모임’은 청년 재복음화와 미사 활성화를 목표로 ‘토요기도모임’, ‘젊은이 성령 안에서 새 생활 피정’, ‘청소년 세미나’, ‘고3 피정’, ‘밤샘기도모임’을 주관했고, 2004년부터는 젊은이 떼제미사를 봉헌했다. 2002년 사목교서와 교구 목표는 2006년까지 교구 복음화 사업의 지침으로 이어졌다. 2006년 대리구제가 실시된 뒤에는 2007년부터 최덕기 주교가 퇴임한 2009년까지, 교구의 중점 목표였던 구역·반 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더해 실천 목표인 대리구 활성화와 가정의 성화가 함께 추진됐다. 이 같은 교구 차원의 노력 속에 본당은 단체 중심에서 소공동체 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됐고, 소공동체 봉사자 양성 교육도 교구 전반으로 확산됐다. 교구민 전체의 의견을 모아 미래 교구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개최된 시노두스의 실현목표는 최덕기 주교의 후임인 제4대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시기에도 중단 없이 추진됐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9) 최덕기 주교 착좌

수원교구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교구의 내적 성숙과 새로운 도약을 일군 교구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7년 정자동 교구청 시대 개막과 함께 탄생한 새 교구장의 첫걸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덕기 부교구장 주교 임명 1992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만 70세가 됨에 따라 교구는 사제평의회에서 부교구장 주교 임명 필요성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논의는 김 주교의 교구장 착좌 20주년이던 1994년 본격화됐고, 마침내 1995년 1월 25일 최덕기 신부가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됐다. 최 주교 임명으로 교구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주교가 함께 사목하는 교구로 거듭났다. 부교구장 주교는 교구 사목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임명된 교구장 후계권을 지닌 주교다. 최 주교 임명 당시에는 ‘부주교’라는 명칭으로도 불렸다. 보좌주교의 경우 교구장을 계승할 권한이 없지만, 부교구장 주교는 교구장 퇴임 시 교구장으로 임명된다.교구는 1996년 2월 4일 「수원주보」를 통해 최 주교의 부교구장 주교 임명 소식을 알리며, 최 주교에게 “급속히 성장해 가는 교구의 활성화와 2000년대 복음화를 기해 바람직한 소공동체로의 전환”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시사했다. 같은 해 2월 22일 주교로 서품된 최 주교는 교구 총대리를 맡으며 교구 사목에 뛰어들었다. 특히 주교 임명 당시 교구청 직제 개편과 정자동 신교구청사 마련이라는 교구의 큰 사업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최 주교는 교구장을 보필하며 교구 체계를 다져나갔다. 교구 체계를 다지면서 최 주교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교구청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작업이었다. 최 주교는 ‘좋은 생각 창안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분위기를 쇄신했고, 교구청의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기울였다. 1997년 1월 교구청의 정자동 이전과 함께 ‘소공동체 기도모임’도 시행했다. 최 주교는 교구청 직원들이 매주 국별로 소공동체 기도모임을 실시하며 서로 삶과 신앙을 나누고, 일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교구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구청에서 소공동체 기도모임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향후 전개될 소공동체 운동을 효과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했다. 제3대 교구장 착좌 최 주교가 부교구장 주교로 활동한 것은 1년 4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김 주교의 교구장 사임 청원이 1997년 6월 7일 교황청에서 수락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주교는 제3대 교구장으로 교구장직을 계승했다. 최 주교는 주교 서품 당시 사목표어를 ‘그리스도와 함께’로 정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세상을 위한 교회, 교회 구성원 모두 함께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의미를 담은 성구다. 주교 문장 역시 그리스도를 따라 사목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세상 구원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 같은 해 9월 25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교구장 이취임식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초대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 등 한국 주교단과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를 비롯해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주교는 교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적으로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교구 공동체, 외적으로는 사랑·정의·평화를 사회에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전례의 활성화 ▲간부 교육 ▲소공동체 활성화 ▲복음선포 ▲사회복음화 등의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자신이 설정한 사목 목표와 실천 방안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하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구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 총회’다.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 총회는 교구장의 결정을 교구민에게 공표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 교구민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자리였다. 교구민들이 능동적으로 복음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함으로써 목표를 더 강하게 추진할 힘을 얻고, 또한 교구 구성원들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97년 10월 9일 열린 합동총회에는 최 주교를 비롯해 교구 내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총회를 통해 교구는 1998년 교구 공동 실천 목표를 ▲성령의 힘으로 소공동체를 활성화하자 ▲성경 말씀을 읽고 쓰고 묵상하자 ▲성령의 힘으로 복음화에 앞장서자 등으로 정했다. 합동총회는 교구 역사상 최초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교구장의 사목 목표와 실천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수립한 자리였다. 교구 내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복음화를 위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식별하는 오늘날 ‘시노달리타스’라 부르는 정신을 이미 구현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 주교는 후에 이 합동총회에 관해 “하느님을 향한 하나의 사랑으로 일치한 우리들의 다짐은 더욱 뜨거운 내·외적 선교 열정이었다”며 “특히 전 교구민들이 능동적으로 복음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한 것은, 교구의 공동복음화 목표 설정을 더욱 쉽게 해줬을 뿐 아니라 강력하게 추진하는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발행일 2026-04-26 제3488호 4면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오선지에 불가능 대신 희망의 음표 그려요”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 단원 박소영(26) 씨에게 에반젤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서로 눈을 맞추고,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만들어내는 목소리.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에반젤리 단원들은 현실로 이뤄냈다. 세상의 편견을 견디며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난 발달장애인들의 화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랫동안 함께 만들어낸 값진 노래 4월 8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에반젤리 연습실. 오후 6시가 되자 단원들이 하나둘 연습실로 들어섰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일을 마친 뒤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 모인다. 학업과 업무로 지칠 법도 했지만,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지휘자가 손을 들자 24명의 단원은 흐트러짐 없이 한곳에 시선을 모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되는 발달장애는 눈 맞춤이나 호명에 대한 반응이 약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휘자의 눈을 바라보며 신호에 맞춰 집중을 이어가고,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춰 노래하는 합창은 발달장애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줄였다가 점점 키우는 거예요. 옆 사람 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가 튀지 않게 불러봐요.” 새로운 노래를 처음 배우는 날. 지휘자의 지시에 단원들은 정신을 집중해 한 구절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졌다 커지기도 하고 발음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한 구절을 부르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한창 연습 중에 남자 파트에서 다소 도드라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휘자가 “다른 사람과 소리가 잘 어울리도록 소리를 줄여서 불러 보세요”라고 조언하자, 곧바로 음량을 낮춰 다시 불렀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신이 난 한 단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칫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다른 단원들은 끝까지 지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의 연습 끝에 한 곡이 완성됐다. 일반 합창단처럼 화려한 화성을 쌓는 일은 아직 쉽지 않지만, 에반젤리의 한 곡은 여느 합창단 못지않은 땀과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단원들은 노래할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지원(다니엘·2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에반젤리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가장 즐겁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 교사들, 봉사자들까지 수많은 이가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에반젤리의 노래는 어떤 유명 가수의 무대보다도 값지다. 발달장애인의 합창, 희망을 전하다 “발달장애인 합창단이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003년 발달장애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에반젤리 창단을 준비했을 때, 주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장애로 드러나는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창진 신부(요한 보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 주임)는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믿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만든 희망의 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2003년 에반젤리를 창단했다. 합창단 이름은 ‘좋은 소식’, ‘복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창단 멤버인 신혜정(소피아) 국장은 “일반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발달장애인 아이들도 취미를 갖고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10~15세 발달장애인 어린이 합창단으로 출발했다”며 “그 아이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노래하고 싶어 했고, 에반젤리를 너무 좋아해 2013년 장애인청소년합창단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래 한 곡을 합창으로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몇 달간 연습하면 한 곡을 익힐 만큼 성장했다. 박수련 지휘자는 “발달장애인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에반젤리를 지휘하며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며 “연습실 불을 끄고 돌아다니느라 집중하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합창이 어려울 것 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세 시간 동안 제 지시에 맞춰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한 노래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성취감은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한층 더 자라게 했다. 신 국장은 “한 친구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을 치면서 다 울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라며 “본인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공연을 통해 경험하면서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에반젤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장애 유형도 폭넓다. 그만큼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단원의 어머니 박우정(헬레나) 씨는 “복지관에서는 주로 두세 명씩 비슷한 장애 유형의 아이들이 만나지만, 이곳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부모가 가르쳐줄 수 없는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청년이 된 뒤에도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에반젤리는 선후배 관계를 배우고 여러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후원 계좌 국민 231401-04-046850 사단법인 마음은행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8) 수도회 진출과 사회복지 사목 전개

수원교구 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는 “수도자야말로 교회의 뼈대인 성직자를 보완하고 둘러싼 살(근육)이므로, 교회가 건강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뼈대인 성직자와 살인 수도자가 많아야 한다”며 “교회 발전의 가능성은 건전한 수도회가 얼마만큼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김남수 주교 사제서품 50주년 기념 회고록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중) 이에 따라 교구는 전교와 사회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수도회 영입과 교구 수도회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수도자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교구 진출 수도회 증가는 사회복음화가 확산되는 자양분이 됐다. 지역의 사회복지 토대를 일군 교구의 역사를 살펴본다. 1970년대 이후 수도회 진출 확대, 사회복음화 토대 다져 1970~1980년대 경제 성장과 인구 집중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도시화가 크게 진전됐지만 이와 동시에 빈부 격차로 도시빈민과 소외계층도 증가했다. 이 시기 농촌 교구에서 도농 복합 교구로 변화하고 있던 교구는 선교사업과 함께 복지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교구 차원에서 사회복지 사업에 힘을 기울이지 못했고 대신 복지관이나 수도회를 교구에 유치하거나 정착시키는 노력에 관심을 기울였다. 교구에 수도회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1972년 노틀담 수녀회를 시작으로 미야사끼 까리따스 수녀회(현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미리내 천주 성삼 성직 수도회, 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현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수녀원), 성 원선시오의 애덕 자매회(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등이 교구에 진출해 교육사업, 의료사업,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했다. 1980년대 후반에도 많은 수녀회가 교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 중 1985년에 교구에 진출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1990년 수녀원과 양로원 ‘평화의 모후원’을 준공했다. 천사의 모후 수녀회는 교구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해 1991년 한국 분원을 수원 율전동에 설립하고 소외된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1989년 교구에 진출한 예수 마리아 성심 전교 수녀회도 1996년 경기도 화성 향남읍에 본원을 세우고 성심어린이집을 개원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성 안드레아 수녀회는 교구에서 설립된 수도회다. 1988년 정음전(마리안나), 김화숙(율리안나), 김정희(젤마나) 씨는 낙태를 예방하고 미혼모를 돕고자 새싹의 집을 열었다. 생명수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김남수 주교는 이들의 뜻에 공감하고 1991년 11월 수도 공동체 설립을 인가했다. 경기도 안성에 본원을 둔 성 안드레아 수녀회는 현재 경기도 군포에 한부모 가정 양육시설 새싹들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남자 수도회의 진출이 활발했다. 1992년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는 성남에 자리를 잡고 도시빈민 사목을 전개했다. 1998년에는 노숙인급식소 ‘안나의집’을 열고 현재까지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과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994년 교구에 진출한 예수의 작은 형제회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자리를 잡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사목을 펼치고 있다. 교구의 수도회는 1974년 7개 수녀회, 2개 수도회에서 1997년 33개 수녀회, 14개 수도회로 크게 확대됐다. 1997년 당시 수도자 수는 수사 58명, 수녀 766명이었다. 1994년 사회복지회 설립…지역의 소외된 이와 동행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구는 사회사목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인 수원교구 사회복지회를 설립하고 1994년 5월 10일 경기도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이 교구 관할 지역에서 전개됐다. 특히 교구 관할 지역사회에는 의탁할 데 없는 노인들을 보호하는 양로시설이 필요했는데 수도회나 개인, 본당, 단체들이 노인복지 사업을 맡아 운영했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글라라의 집’,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성녀 루이제의 집’, 천사의 모후 수녀회 ‘아녜스의 집’ 등이 설립돼 현재까지 노인복지 활동에 힘쓰고 있다. 개인이나 본당에서 시작한 시설 중에는 복지법인으로 발전하거나 교구·수도회에 이관된 경우도 있었다. 복지사업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1989년 서종선(토마스) 신부가 무의탁 노인 보호를 위해 설립한 ‘애덕가정’은 1992년 천주의 섭리 수녀회가 인수해 노인 주거 복지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1991년 제1대리구 사강본당에서 시작한 양로시설 ‘사강 보금자리’는 교구 사회복지회로 이관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당시 도척본당 주임 방구들장(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들과 함께 무의탁 노인 보호사업을 시작했다. 1994년 4월에는 사회복지재단 오로지종합복지관을 만들었고 그해 11월 양로원 ‘작은 안나의 집’을 건립했다. 장애인 복지시설도 확충됐다. 인보 성체 수도회는 1990년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인보회를 설립하고 노인과 장애인 복지사업을 추진했다. 1991년부터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에 시설을 마련했고, 1994년 중증장애인을 위한 요양시설인 ‘요한의 집’을 개원했다. 또한 교구 사회복지회는 중증장애인의 직업 자활을 위해 1994년 3월 수원 원천동에 ‘복지 개미사업’을 설립했다. 이후 ‘해피해누리작업장’으로 이름을 바꿔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1997년 3월 ‘해동일터’를 열고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4면

수원교구 도착한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4월 22일까지 순례한다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한국교회를 순례하는 동안 많은 이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상징물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하느님의 사랑과 형제애가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희망을 증언할 용기를 가지십시오.” 2024년 11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로부터 WYD 상징물을 전해 받은 한국교회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올해 1월부터 전국 각 교구 순례에 나선 WYD 상징물이 3월 25일 수원교구에 도착했다. 군종교구에 인계되는 4월 22일까지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교구 본당과 공동체 84곳을 순례할 예정이다. 더 낮은 곳, 더 가난한 곳, 그리스도인 백성의 삶 가까이로 향하는 WYD 십자가 3월 25일 오전 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성당을 출발한 WYD 십자가와 성모성화는 오후 3시 제1대리구청에 도착했다. 각 지구장 신부가 십자가를 지고 입장하는 동안 신자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맞아들이는 예식’은 복음 낭독과 강론, 십자가 경배, 청원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예식을 주례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WYD 상징물은 각 교구를 순례하며 한국교회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주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마음을 더욱 굳게 다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 십자가와 성모 성화의 순례 여정을 통해 우리 교구 젊은이들이 영적 큰 울림과 체험 속에서 이 시대의 청년 김대건과 청년 이벽으로 그리고 세상 안에서 아무 두려움 없이 청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교구민이 지지하고 협력하면서 순례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주희(막달레나·32·제1대리구 화서동본당) 씨는 “40여 년 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전 세계 순례를 시작했던 WYD 십자가를 직접 보니 세계청년대회가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주일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의 신앙과 교구 청년들의 신앙이 더욱 단단해지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맞아들이는 예식’이 끝난 후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제2대리구 광주성당으로 옮겨져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미사에 참례한 350여 명의 신자가 한마음으로 상징물을 환영했다. 미사 전 신자들은 WYD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묵주기도를 바친 뒤 2027 서울 WYD 공식 기도문을 낭독했다. 광주본당 주임 현재봉(베드로) 신부가 주례한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미사 중에는 보편 지향 기도 후 미사 참례자들이 WYD 십자가에 손을 얹는 친수 예절을 통해 주님과 더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현재봉 신부는 “온 세상을 거쳐 수많은 사람의 기도와 염원이 담긴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우리 공동체가 맞이하게 된 그 의미를 되새기자”며 “이제 우리도 성모님을 모시고 인류 구원의 연원이 된 십자가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할 것을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본당 보좌 권민재(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세계청년대회는 교황님의 초대에 따라 전 세계 청년과 신자들이 함께 모여 예수님을 새롭게 만나고 신앙을 확인하는 축제”라며 “이같이 다 함께 모여 신앙을 나누는 축제를 위해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와 ‘기도’ 그리고 ‘홈스테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7 WYD 수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현정수(요한 사도) 신부는 “198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내어주신 역사의 십자가가 우리 곁에 왔다”면서 “오늘 광주본당이 WYD 상징물을 기쁘고 소중하게 맞이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종곤(토마스) 총회장은 “본당은 WYD 성공 개최를 위해 지금까지 묵주기도 37만2905단을 봉헌하고 2000여 만원의 WYD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본당 관할 경기도 광주시에 대회 관련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WYD 상징물은 제1대리구청에서 시작해 4월 22일까지 교구 내 성당과 성지, 수도회, 학교 등 84곳을 순례한다. 교구대회 조직위는 교구 순례 주제를 ‘더 낮은 곳으로, 더 가난한 곳으로, 그리고 그리스도인 백성의 삶 가까이로’라고 정하고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머무는 이주민 공동체, 교도소, 장애인과 노숙인 시설 등을 순례한다. 그리스도 사랑 곳곳에 전하고자 15개 교구 순례하는 WYD 상징물 WYD 십자가는 ‘구원의 특별 희년(1983~1984)’ 상징물로 제작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희년 폐막 때 젊은이들에게 이 십자가를 맡기면서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 사랑의 상징인 십자가를 온 세상 방방곡곡으로 나르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그 뜻에 따라 십자가는 40여 년 동안 희망이 필요한 곳곳을 순례하며 젊은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왔다. WYD 성모 성화는 2000년 대희년 열린 로마 WYD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2003년부터 십자가와 더불어 WYD의 상징물이 됐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의 모습이 담긴 이 성화는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시고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 함께하며 구원의 협력자가 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가 세계청년대회의 보호자로서 함께함을 떠올리게 한다. 두 상징물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복음의 희망을 선포하는 사명을 지니고 전 세계 젊은이들과 순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교회도 이 전통을 따라 성당뿐 아니라 소외된 이들이 있는 곳, 청소년과 청년이 있는 다양한 현장에 상징물이 머무르게 하며 WYD의 의미와 정신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2027년 5월까지 15개 교구, 수도회 순례를 마친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2027년 6월 서울로 돌아와 본대회를 향한 마지막 준비를 이어 간다. 민경화 기자, 성기화 명예기자

발행일 2026-04-05 제3485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7) 정자동 교구청 시대 개막

수원교구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 재임 약 23년 동안 교구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교세 성장을 이뤘다. 교구는 1990년대 초부터 교구의 발전을 예상하고 교구청의 확대, 이전을 준비했다. 1967년부터 사용하던 화서동 교구청사를 떠나 정자동 교구청 시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교구청 조직의 확대 김남수 주교가 착좌하던 1974년 교구 신자 수 6만8000명이었고, 1990년대에 이르면서 신자 수가 6배 이상 늘어 42만 명에 달했다. 사제는 62명에서 248명으로, 본당은 31개에서 100개로 증가했다. 비단 인구 증가만의 결과는 아니었다. 1983년 처음으로 5%를 넘었던 신자 수 비율은 1988년에는 6%를 넘어 당시 14개 교구 중 신자 수 4위, 신자 비율 3위를 차지할 만큼 교구의 교세 확장이 두드러졌다. 한강 이남 경기 지역이 급속히 도시화되고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교구의 적극적인 전교 활동이 더해졌던 것이다. 교구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따라 교구청 편제를 새로 정비하고 개편해 왔다. 김남수 주교는 1977년 교구청 편제를 ▲사무처 ▲관리국 ▲사목국 ▲교육원 ▲비서실로 나눴다. 1처 2국 1원 1실 체제였지만, 관리국장이 사무처장을 겸하고 사목국장이 교육원장을 겸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교세가 확장됨에 따라 신자들의 신심 함양과 전교 활동 지원을 위해 1983년 교육국이 신설됐다. 이어 수원가톨릭대학의 설립에 따라 성소 계발과 신학생 양성 지원을 위해 1987년 성소국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나아가 교구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적극 나섰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사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교구는 1990년 7월 장애자 사목실을 사목국으로 이관하면서 사목국 산하에 사회복지과를 신설했고, 같은 해 12월 사회복지과를 국으로 승격시켰다. 이렇게 교구청 조직은 1처 5국 체제로 확대됐다. 복음화와 청소년사목에 힘을 싣다 김남수 주교 재임 시기 중 폭발적으로 신자가 증가한 시기는 1980년대다. 김 주교는 당시 주교좌인 조원동성당이 교구 행사를 치르는 공간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새 주교좌성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교세에 비례해 교구 내 다양한 사목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점차 규모가 확장되고 있는 교구청 역시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교구는 1991년 10월 수원 정자동에 새 성당 부지와 교구청 신청사 부지를 매입했고 1994년 10월 기공식을 거행했다. 신축 교구청은 대지 1만684㎡, 연면적 1만3203㎡의 지하 2층·지상 6층 건물이었다. 교구청 건물의 형상은 수원의 상징이자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가 피를 흘린 순교지인 수원 화성을 본떠 교구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교구는 새 교구청 이전에 앞서 1997년 1월 1일 교구청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1처 5국을 사무처·복음화국·청소년국·관리국으로 구성된 1처 3국으로 변경한 것이다. ‘사목’의 관점을 ‘복음화’와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강화시킨 것이다. 교구는 1997년 1월 발행된 「교구동정」에서 교구청 조직 개편의 취지를 전했다. 교구는 “3000년기를 여는 이 시점에서 주로 기존 신자들을 돌보는 차원의 ‘사목’이라는 협의의 개념과 관점에서 탈피하여 세상에 복음 정신을 불어넣는다는 ‘복음화’라는 개념으로 시야를 넓혀 적극적인 자세로 교회의 본질이요 사명인 세상의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복음화국의 설립 의미를 밝혔다. 복음화국은 기존 사목국·사회복지국·교육국을 통합한 부서다. 3개국이 1개로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각 분야의 활동은 오히려 더욱 확대됐다. 또한 성소국과 사목국의 주일학교 교육 등의 활동을 확장해 청소년국을 신설했다. 미래 세대이자 교회의 현재이기도 한 청소년사목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조치였다. 교구청 조직과 함께 본당 조직 구조도 개편했다. 교구는 1991년 사제총회와 사제평의회를 통해 본당 사목회와 본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로 이뤄진 본당 조직을 일원화하기로 하고,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연구 모임과 토론회를 거쳐 종합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구 본당 사목협의회 회칙’을 마련해 모든 본당이 본당 최고 기관인 사목협의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주임신부의 사목활동에 평신도들이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새 주교좌, 정자동주교좌성당 교구의 중심이 될 정자동주교좌성당도 새 교구청과 함께 들어섰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건축면적 6611㎡에 달하는 성당은 동시에 2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교구의 첫 주교좌 고등동성당의 규모 400㎡의 16배가 넘는 거대한 성당이다. 덕분에 교구의 다양한 행사에 더 많은 교구민이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건축 당시 성당의 제대는 조광호(시몬) 신부가 그린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됐다. 부활을 주제로 한 이 제대 벽화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다. 2009년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현재는 12사도의 모습이 담긴 대형 목각부조가 제대 벽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3층 대성당은 기둥 하나 없이 폭이 30m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이루고 있다. 5층 성가대석까지 이어지는 높이가 공간의 웅장함을 더한다. 건축 당시 최신 기술을 활용해 기둥 없는 대형 공간을 건축했다. 성당에 오는 누구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를 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97년 8월 20일 봉헌된 성당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구의 크고 작은 행사를 도맡아오며 교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발행일 2026-03-29 제3484호 4면

“두 번째 청춘으로의 초대”…수원교구 노인대학은 성장 중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3월 9일 제2대리구청에서 개강미사를 봉헌하고 2026년 새 학기의 시작을 알렸다. ‘건강한 몸과 열린 마음으로 지성, 인성, 영성을 갖추자’는 교훈을 따라 신앙생활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노인대학연합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교구 66개 노인대학 “노년의 행복과 희망 찾는 배움터” 제1대리구 용인본당은 올해 ‘성베드로 대학’을 개설하고 3월 12일 입학식을 열었다. 본당은 어르신들이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따라 건강하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을 돕고자 노인대학을 개설했다. 학생 41명은 한 해 동안 스마트폰 활용반, 미술치료반, 파크골프반, 하모니카반 등 4개 수업에 참여한다. 취미로 배울 수 있는 하모니카 수업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한 스마트폰 활용 수업은 어르신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성베드로 대학 정보윤(글라라) 학장은 “주임 신부님께서 오래전부터 어르신들이 미사가 끝난 뒤 성당에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기쁨을 찾아가셨으면 하는 생각을 하셨고 논의를 거쳐 올해 대학을 개설하게 됐다”며 “입학식과 함께 첫 수업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성당에 오는 게 전보다 더 즐겁고 행복해졌다는 말을 전하셨다”고 했다. 1999년 노인대학연합회 창립 당시 10개였던 노인대학은 현재 그 수가 크게 늘어 66개 본당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교구는 노인대학 활성화를 위해 설립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매뉴얼은 개설 환경 분석과 수요 조사, 준비 일정 수립, 개교 준비위원회 조직 구성, 개교를 위한 점검 사항, 활동(예산) 계획서 등 노인대학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수업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체조, 요가 등 건강 관련 수업뿐 아니라 노래교실, 댄스, 캘리그라피, 서예 등 취미활동을 위한 수업도 인기가 높다. 훌라 댄스 수업을 하는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 직암 선교 대학은 다른 기관 어르신들과 협업해 용인시가 주관한 ‘좋아용 페스티벌’에서 훌라댄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제1대리구 오전동본당 성임치백 어르신 대학이 참여한 구술 자서전 발간은 노인대학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다. 본당 노인대학은 ‘경기도 종교계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80대 어르신 10명의 구술 자서전을 엮은 「살아내니 빛난 내 인생」을 발간했다. 어르신들이 삶의 궤적 안에서 신앙의 가치를 발견한 과정은 본당 공동체 전체에 감동을 전했다. 교구 노인대학연합회 이정숙 회장(스텔라·제1대리구 상현동본당)은 “노인대학 학생들은 오전 미사 봉헌 후 은빛여정에 참여해 성경공부를 하고 취미반 활동을 마친 후 오후 2시쯤 귀가하신다”며 “어르신들이 노인대학을 통해 친구를 사귈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성가와 찬양 율동으로 신앙생활에 활력 더해 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어르신들의 신앙생활 활력을 위해 노인대학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는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노인대학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2023년 시작한 행사다. 노인대학연합회는 많은 참가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2025년부터 봄과 가을, 두 차례 합창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열린 봄 합창제에는 제2대리구 평촌본당 ‘클라비스’와 벌말본당 ‘바오로성가대’, 과천본당 ‘새벽성가대’, 금정본당 ‘실버 마더 성가대’, 분당이매동본당 ‘바오로대학’ 등 12개 시니어 성가대가 참여해 희망의 노래를 들려줬다. 올해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는 6월 8일 ‘저는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시편 89,2)를 주제로 성라자로마을 아론의 집에서 열린다. 시니어 찬양율동제도 노인대학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다. 교구 내 노인대학에서 운영 중인 찬양율동 및 댄스반에서 활동하는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선보인다. 2025년 11월 24일 열린 제2회 시니어 찬양율동제에는 제2대리구 분당성루카본당 ‘루카대학 찬양율동반’, 벌말본당 ‘정하상대학’, 분당성요한본당 ‘요한대학 실버댄스’ 등 8개 본당 노인대학 신자들이 찬양 율동을 선보였다. 노인대학연합회는 어르신들이 지닌 재능을 교회 안에서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시니어로 구성된 합창단 ‘베아띠’와 찬양율동팀 ‘스텔라’의 활동은 어르신들이 노래와 율동을 통해 교회 안에서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라틴어로 ‘복된 사람들’을 뜻하는 이름을 지닌 합창단 베아띠는, 어르신들도 교회에 도움이 되는 역량 있는 봉사자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고자 2022년 11월 창단됐다. 베아띠는 교회 곳곳에서 성가로 봉사하며 시니어의 역량을 보여주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베아띠 단원들은 2024년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로마를 비롯해 시에나, 아시시, 산조반니 등 여러 도시를 순례했다. 순례 기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위해 성음악 공연을 선보이며 신앙 안에서 봉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원들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이 세워진 지 1주년을 맞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도 성음악을 봉헌하며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이어갔다. 찬양율동팀 스텔라의 활동 역시 어르신 사목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텔라는 전례 시기에 맞는 어르신 찬양율동을 제작해 보급하며, 각 본당 어르신들이 찬양과 율동으로 전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발행일 2026-03-22 제348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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