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체

푸스펜의 집, “상처받은 어린 영혼에 위로를”

박주현
입력일 2025-07-29 17:02:35 수정일 2025-07-29 17:05:58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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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꼬 수녀회, 2008년부터 여성 아동 공동생활가정 ‘푸스펜의 집’ 운영
‘그룹홈’으로 집중 돌봄 실시…지속적인 관심·후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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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푸스펜의 집 아이들이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푸스펜의 집 제공

경기도 부천 주택가에는 부모의 이혼, 방임, 학대, 빈곤과 유기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는 여자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보호시설이 있다.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꼬 수녀회에서 2008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성 아동 공동생활가정 ‘푸스펜의 집’(시설장 기명옥 미카엘라, 담당 수만 수녀)이다.

푸스펜의 집은 수녀회 창설자 마리 푸스펜 수녀(Marie Poussepin, 1653~1744)의 정신을 따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도직을 하자”는 마음으로 아동이자 여성이라는 가장 연약한 존재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 6명이 기명옥 시설장, 인도에서 온 수만 수녀와 함께 24시간 함께 지내며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맺고 있다.

아이들은 기 시설장과 수만 수녀를 ‘우리 이모’, ‘우리 수녀님’이라 부르며 등교 전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고 또 화해하며,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가족처럼 기댈 수 있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특히 필요하다. 그래서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형태로 아이들을 보살핀다. 그룹홈은 5명 이상 7명 이하의 소수 보호대상 아동이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복지사·동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라, 수십 명 이상이 입소하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과 달리 집중 돌봄이 가능하다.

기 시설장은 “보호대상 아동은 도움이 필요해도 보호자의 눈치를 보거나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룹홈에서는 아이의 아픔을 제때 알아채고 함께 병원에 가는 등 돌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나들이와 캠프 등 동반 프로그램 외에도 한 가족다운 추억을 일상처럼 쌓으며 안정감을 얻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음껏 뛰어놀고, 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같은 푸스펜의 집 출신 교리교사 ‘큰언니’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지역에 장미 축제가 열리는 늦봄에는 거의 매일 온 가족이 공원을 산책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기 시설장은 “다른 가족들의 친밀한 모습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각자 이불을 가져와 함께 모여 잠을 자며 마음을 나눈다.

“좋은 꿈 꾸렴. 꿈속에서도 이모랑 수녀님은 네 곁에 있을게. 언니랑 동생들, 예수님도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우리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수만 수녀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도 자립하기 어려운 이 사회, 우리 아이들이 ‘함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무사히 자라날 수 있도록 끝까지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특성상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늘 필요하다.

※후원 계좌: 국민 625101-01-362954 도미니꼬수녀원
※문의: 032-674-0545 푸스펜의 집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