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람들은 개를 가축과 애완용으로 길들여 옆에 데리고 살았다, 그 역사가 약 2만 년에서 4만 년 전부터라니 유구하다. 얼마 전 동영상에서 큰 곰이 우리를 넘어 강아지를 공격하자 어미 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10배나 큰 곰을 맹렬하게 공격해 곰이 허둥지둥 도망가는 것을 보고 그 용맹성에 놀랐다. 개는 훈련을 받으면 구조견이나 마약탐지견, 시각장애인인도견이 되는 아주 이로운 동물이다. 그런데 비슷한 줄 알았던 들개와 이리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이리는 개와 달리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사납고 잔인한 동물이다. 성경에서 이리는 안 좋은 것에 비유할 때 자주 등장한다. 스바니야 예언자가 대표적으로 이방인들의 죄를 지적할 때 이리의 습성을 비유했다. “그 안에 있는 대신들은 으르렁거리는 사자들 그 판관들은 저녁 이리 떼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스바 3,3) 성경 저자들은 이리에 비유되는 악인들이나 악한 제도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끔찍함과 잔인함을 비유하고 있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이기적인 종교 지도자들, 부정직한 대신들과(스바 3,3) 거짓 예언자들과 거짓 교사들도 싸잡아 이리의 습성을 닮았다고 매섭게 공격했다. 스바니야라는 이름은 ‘하느님께서 숨기셨다’ 또는 ‘하느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다’를 의미하는데 활동 현장은 예루살렘 성이었다. 기원전 7세기 중엽 이집트를 점령한 아시리아에게 근동의 패권이 넘어왔다. 아시리아는 주변 민족들을 파멸시키고 잔학 행위를 저지르며 세력을 키웠다. 이스라엘은 왕국의 주권과 하느님 신앙을 포기하고 아시리아의 위세에 눌려 납작 엎드렸다. 예루살렘 성전 제단에는 아시리아의 우상을 세워졌고, 매음이 성전에서 행해졌다. 요시야 왕이 즉위할 때 나이가 고작 8살이라 직접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없어 상당 기간 섭정이 이뤄졌고, 이 시기에 스바니야가 열심히 활동했다. 요시야 왕 때 섭정을 한 권세가들은 우상 숭배를 자행하고 사회를 도탄에 빠뜨렸다. 이러한 시대 배경 아래 스바니야 예언자는 우상 숭배자들과 불의한 지도층을 향한 ‘하느님의 심판’을 선포하고(1,2-13), ‘아시리아의 몰락’(2,13-15)을 예언한다. 스바니야는 ‘교만’이 모든 죄악의 뿌리라고 가르친다. 교만은 하느님께 대한 불신과 반항, 우상 숭배, 율법을 거스르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며 마침내 사회 부정과 불의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스바니야는 ‘하느님의 심판’ 곧 ‘주님의 날이 도래’할 것이라고 선포한다. 다른 예언자와 달리 무섭게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의 예언은 50년 후 예루살렘 멸망으로 현실이 된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주님만을 찾으며 주님께만 기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 겸손한 사람들이 희망이 된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선포한다. 왕국이 멸망한 후에라도 미래를 희망할 근거는 존재한다는 스바니야의 메시지는 하느님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기대하는 한 줄기 빛이 된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