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청년의 열정과 장년의 지혜로, 끼인 세대가 잇는 ‘사랑의 다리’

박주현
입력일 2025-07-29 16:25:14 수정일 2025-07-29 16:25:14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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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 40대 청년 봉사단체 ‘요한보스코회’
유아·어린이·청소년 시설 방문해 정서적 가족 되어 주며 사랑 실천

40대 신자들은 ‘끼인 세대’라는 별칭처럼 청년과 장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교회 내 활동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선배 신자들만큼 성숙한 신앙을 지니고 있으며, 후배 신자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교회가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면, 그들의 특별한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주임 신현우 안토니오 신부)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40대 신자 모임 ‘요한보스코회’(회장 김준일 알렉산데르)가 있다.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신앙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교회 공동체와 더욱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한보스코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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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 요한보스코회 회원이 복지 사각지대 가정 어린이 동반 시설 ‘리틀요셉집’ 아이들을 성당으로 초대해 영어 강습을 해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 요한보스코회 제공

끼인 세대를 위한 선택

요한보스코회는 40대인 주임 신현우 신부의 의지로 올해 1월 창립했다. 신 신부는 교회 전반에서 40대 신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사목 방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0대 신자들이 청년 단체에도, 장년 단체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까지 청년부에 속해 있던 40대 신자들은 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어린 친구들 활동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장년층 단체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직장과 자녀 양육 등으로 바쁜 40대에게는 장년 단체의 활동 역시 여러모로 부담이 따랐다.

이처럼 ‘어중간한 입지’에 있는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복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신 신부는 청년부에서 독립된 새로운 단체로 요한보스코회를 출법시켰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사목자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유아·어린이·청소년 시설을 찾아가 ‘이모·삼촌’이 되어주며, 오히려 더 젊은이다운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끼인 세대’로서,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청년부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고자 하는 요한보스코회의 취지는 40대 신자들의 공감을 폭넓게 얻고 있다. 본당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희망하면서도 청년부에 소속된 적이 없어 망설이던 이들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현재 11명의 회원 중 5명은 청년부 출신이다.

신 신부는 “교우들과 함께 복음을 살아내고 싶어도 정작 소속 공동체를 찾지 못하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이들이 벌써 반년 넘게 활동하며, 그간 스스로 미지근하다고 자각하던 신앙에 새로운 열정을 지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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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이 3월 복지 사각지대 가정 어린이 동반 시설 ‘리틀요셉집’을 찾아 봄맞이 대청소 봉사 일환으로 아이들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 요한보스코회 제공

다시 불붙는 믿음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매달 하루, 성당 인근에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운영 시설 ‘아해맘’과 ‘리틀요셉집’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두 곳은 북향민과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위한 유아·어린이 동반 시설이다. 회원들은 각종 시설 보수, 계절 대청소 같은 궂은일은 물론, 원아들과의 야외 활동과 정서적 동반 등 수녀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을 기꺼이 맡고 있다.

단체명 그대로,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어린이를 애정으로 품고 복음화에 헌신했던 살레시오회 창설자 요한 보스코 성인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꾸민 부활 달걀 등을 선물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필요한 물품을 전하거나 특별 기부도 한다. 영어 강사인 한 회원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 몇 명을 위해 매주 시간을 내어 무료 영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40대 신자는 청년부 활동을 그만둔 후 주일미사 외에는 신앙생활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요한보스코회에서의 실천은, 나이가 들어도 본당 안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의 경험이 깊어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40대는 청년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영적 체험은 일시적인 갈망에 그치지 않고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게 한다. 회원 강수연(세레나) 씨는 “삶에서 여러 기적 같은 일을 체험하면서 다시 신앙이 불타올랐는데 막상 레지오 마리애에 나가볼까 해도 구성원들과 나이가 맞지 않아 마음만 앞섰던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이 요한보스코회로 불러주신 덕에 소속감도 느끼고, 삶에 맞는 방식으로 신앙을 실천하며 기도생활도 안정감을 찾았다”고 전했다.

입단 전에는 자모회에만 소속됐던 우영숙(안젤라) 씨는 “전에는 청년부와는 교류가 없었는데, 요한보스코회를 통해 본당 내 다양한 활동에서 협력하고 소통해 서로의 믿음을 다독이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한보스코회 창설한 김준일 회장 -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 정체성’ 세대 잇는 다리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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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회장은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이 소외된 어린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본당 내 청년과 장년 사이를 소통시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은 ‘교감’의 가치 실천”이라고 말한다. 박주현 기자

“‘끼인 세대’라는 말에는 단순히 애매하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청년과 장년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이라는 뜻도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그저 끼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두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본당 청년부에서 활동하던 김준일(알렉산데르·41) 회장은 주임 신현우 신부와 의기투합해 1월 요한보스코회를 창설했다. 김 회장은 “요한보스코회는 봉사단체이자, 청년이면서 또 장년인 회원들이 두 세대 사이를 완충하는 마중물도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끼인 세대’라는 위치는 오히려 김 회장에게 강점이 되었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부터 청년과 장년 모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온 그는, 청년성서모임과 청년 전례부·성가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년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지금도 청년부원들이 전례나 행사 준비를 요청하면 기꺼이 달려가 돕는다. 동시에 그는 중장년 신자들과 함께 꾸르실료를 수료한 꾸르실리스따이며,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두 세대를 넘나들며 신앙의 다리가 되어온 김 회장은 “특히 본당에서 청년과 장년이 함께 행사를 준비할 때, ‘끼인 정체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어른들과 청년들 사이에는 표현 방식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면 의사소통이 훨씬 부드럽게 이뤄진다고들 하세요. 중장년 형님들은 자칫 부담을 줄까 봐 청년들에게 가벼운 부탁조차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 회장이 강조하는 요한보스코회의 봉사 핵심은 ‘교감’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교감의 가치는 교회 내 세대 간 소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 청년성서모임 연수 파견미사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청년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는데, 단순한 포옹 하나에 울음을 터뜨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확인받았기 때문이겠죠. 저는 청년들이 성당을 떠나는 이유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교감을 교회 안에서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요. 선배 청년으로서, 후배들에게 그런 따뜻한 교감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래야 친구들이 성당에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요.”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