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공동체 운영 통해 생물다양성 가득한 농장 조성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쉐손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지구의 울부짖음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현실,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함께 모여 농사짓는 공동체 ‘팀화요’는 매달 밭장의 업무를 나눠 한다. 그달의 밭장이 되면 해야 할 일을 알리고 사람을 챙기는 일을 한다. 그중 보이지 않게 중요한 일이 일지를 적는 것이다. 매주 밭에서 진행된 일을 정리하고 방문했던 친구들 이름, 날씨, 함께 먹은 밥상에 대해 적는다. 처음 팀화요에 나갔던 일은 매우 기억에 또렷하다. 2024년 3월 5일 봉금의 뜰에서 함께 먹은 밥 때문이다.
시농제를 시작으로 우리는 퇴비를 뿌리고 땅을 고르며 밭을 만들고 완두를 심었다. 씨앗을 심으면서 농부님의 현장 강의가 이어진다. 씨앗을 심는 간격, 콩은 몇 알을 넣어야 할지 등을 알려 주셨다. 밭을 만들면서 돌을 정리하고 있는 내게 농부님은 할머니의 지혜를 전해 주셨다. 돌은 가뭄에 물을 머금다 땅에 다시 물을 돌려주니 돌을 다 없애지 말라는 것이다.
‘호미가 최고의 비료다’, ‘돌이 오줌을 눈다’면서 돌을 다 치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콩을 세 알씩 넣어 나누는 마음을 알려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어르신의 지혜가 농부님에게로, 다시 우리 팀화요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데레사 농부님은 2000평이 넘는 땅을 호미 한 자루와 엉덩이 방석으로 농사지으며 생물다양성이 넘치는 농장을 만들었다. 극한 가뭄이 오지 않는 한 씨앗으로 심은 작물들은 물주기를 하지 않는다. 모종을 키우고 밭에 심을 때는 물을 주며 신경을 써야 하지만 대체로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말하며 2019년부터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정책을 만들었다. 핵심 내용은 현대의 농식품 시스템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감축을 해내겠다는 것이다. 농생태학을 기반으로 한 유기농업의 확대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만큼 농사로 인한 환경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농정에서 이런 정책을 반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나기는 한다.
다시 첫 시농제를 떠올리면 우리가 함께 차린 밥상이 기억난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들깨로 만든 현미 들깨 가래떡, 김장김치, 찐 감자와 고구마, 아침에 만든 빵, 된장 유자 소스에 버무린 샐러드, 강정, 귤, 한라봉까지 엄청난 식탁이 차려졌다.
팀화요는 매주 이런 밥상을 차린다. 때론 밭에서, 때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어떤 날은 막걸리 할머니 집에서 밥상이 차려진다.
매주 한 번씩 먹는 밥상의 힘은 참으로 크다. 서로를 돌보는 일이 그곳에서 일어난다. 어제도 밭에서 그 밥을 먹고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진다 해도 땅을 지키는 농부가 있고 함께 밥 먹는 친구들이 있다면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지 않을까? 마음이 지친 자, 할머니의 농생태학 지혜를 이어가는 팀화요가 함께 차린 밥 먹으러 봉금의 뜰로 오시겠어요?
글 _ 성미선 엘리사벳(우리농업 기반 채식문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