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시설지원법 반대하는 (사)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회장

2020년 결성된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그해 12월 국회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최초 발의되자 이에 맞선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2021년 7월부터 탈시설 반대 집회를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2023년부터는 탈시설에 대한 올바른 이해 확산과 장애인 주거복지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올해 10월 재발의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탈시설 정책 강행 주체들은 ‘모든 시설은 인권침해 공간’이라는 획일적 전제 아래 수백 개 자립생활센터를 세우고, 수만 명의 활동 지원 인력을 배치하며 탈시설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렵고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회의 입장에 대한 사회의 이해와 연대가 절실하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34세 아들을 둔 김현아 회장은 “무엇보다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과 거주시설 혁신의 필요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법안에는 중증 발달장애인·보호자의 자립 결정권과 시설 거주 희망자에 대한 대책은 없으며, 법안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와 보호자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며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들이 탈시설 후 이전하게 될 자립지원주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24시간 상주 인력과 의료·행동 지원 전문 인력이 없어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또 “무연고 장애인의 경우 대리 보호자조차 없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탈시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의 탈시설 시범 사업에서 나타난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지역사회로 나간 ‘시설 밖 장애인’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요.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1200명이 시설을 떠났는데, 2024년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수는 7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500명은 어디로 갔나요? 그들이 정신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거나 무보수 노동 현장에 넘겨져도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장애인요양법’이 없어 중증 장애인이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뿐이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을 전제로 해, 24시간 돌봄·의료·행동중재가 필수인 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집중지원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가칭)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은 ▲장애 유형·중증도별 전문시설 지정과 전문 서비스 제공 ▲맞춤형 생활환경 조성 ▲복지, 의료, 교육이 연계된 통합 지원체계 구축 ▲운영위원회 활성화와 부모·이용자 참여 기반 확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021년부터 탈시설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부모회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부모회가 전개한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 서명운동과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자립지원법) 폐지 청원 운동에도 많은 신자가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은 “탈시설 불이행 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탈시설지원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반대 여론을 확산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더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21면

[인터뷰] 멜키체덱 사본 주제로 박사 논문 발표한 임장혁 신부

1947년부터 1956년까지 이스라엘 사해 서안 유다 광야에서 발견된 고대 문서들은 성경과 초기 그리스도교 연구의 핵심 자료다. 특히 쿰란 지역 11개 동굴에서 출토된 850여 편의 문서는 예수 시대 유다 지역의 신앙과 사상을 이해하는 필수 사료로 평가받는다. ‘멜키체덱 사본(11Q13)’은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문헌이다. 이 문서는 마지막 때에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하시고 의로운 이들을 구원하시며 악의 세력을 심판하신다는 종말 신앙을 담고 있다. 학계는 이 문서를 통해 유다교 내에 존재했던 다양한 메시아 이해와 종말 사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신약성경의 구원과 심판 메시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임장혁 신부(실바노·대전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이 멜키체덱 사본을 주제로 예루살렘 ‘에콜 비블릭(École Biblique et Archéologique Française de Jérusalem)’에서 박사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에콜 비블릭은 1890년 도미니코회가 설립한 성서학 기관으로, 쿰란 사본 연구와 성서고고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멜키체덱 사본에 등장하는 멜키체덱의 정체성」 제목의 논문은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는 ‘페쉐르’라 불리는 쿰란 공동체 특유의 성서 해석 방식을 분석해, 멜키체덱을 하느님이나 인간 메시아가 아닌 천사,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천사 미카엘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키체덱은 종말에 쿰란 공동체를 구원하고 악의 세력인 벨리알을 심판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성경과 쿰란 문헌 전반에서 벨리알과 대적해 승리를 거두는 존재는 미카엘 천사입니다. 따라서 멜키체덱을 미카엘 대천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논문은 멜키체덱 사본이 인물의 정체를 직접 규정하기보다, ‘진리의 사람들’, ‘빛의 자녀들’, ‘벨리알’ 같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임 신부는 “마치 소설에서 주변 인물이 주인공의 성격과 사명을 드러내듯, 쿰란 문헌에서도 멜키체덱의 정체성과 역할이 공동체 및 적대 세력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훼손된 사본들의 판독 작업과 긴 시간의 인내였다. 원문이 잘 보이지 않아 특수 촬영된 사진 자료를 확보하고 복원과 비교 작업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필사자들의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감동했고, 이런 감정이 쿰란 문헌 공부를 계속하도록 이끄는 동기가 됐다”고 임 신부는 밝혔다. 임 신부는 쿰란 문헌 연구가 초기 교회와 예수 시대의 신앙 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쿰란 공동체 구성원들은 이런 문헌들을 읽으며 종말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다”며, “쿰란 문헌은 신약 시대의 사고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임 신부는 쿰란 사본 연구와 고문서학을 계속 공부하며, 신학적으로는 메시아즘과 연결된 역사적 예수를 주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쿰란을 공부하면 할수록 ‘예수님은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이 더욱 깊이를 더 해 갑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인 쿰란 문헌을 좀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1면

[인터뷰] 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

10월 29일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에 임명된 신형식(스테파노) 대사는 11월 6일 출국에 앞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 대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경기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래정경연구소 사무총장,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사무총장,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겸임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국민주권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신 대사는 “7년 전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던 짧은 만남이 오늘 주교황청 대사로 부임하게 된 은총으로 이어진 것으로 믿는다”며 “수교 60주년을 넘은 한국과 교황청의 성숙한 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7 서울 WYD 준비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주무 부서인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를 비롯한 각 부서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2027 서울 WYD는 가톨릭교회의 행사가 아닌 전 세계에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행사”라며, “교회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해 준비하고, 행사장 안전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서 정부 역할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교황 방한과 관련 신 대사는 “교황님 방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다시 살리는 결정적인 외교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교황님이 이때 북한도 방문하신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결정적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교황청 대사로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교황청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며, 교황청과 한국교회 그리고 북한 당국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아울러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기에, 교황청 외교 무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청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공식 외교 채널로 연결하고, ‘평화의 중재자’로서 한국교회의 염원을 보편교회와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것처럼, 교황청의 외교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연대에 기반한다"며 "한국교회의 성숙한 위상에 걸맞게 보편교회의 사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두시고, 특히 북한 청년과의 만남을 염원하고 계십니다. 평화의 염원이 실현되고, 2027 서울 WYD가 한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굳건히 하며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축제가 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길 청합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1면

[인터뷰] 한국 찾은 볼리비아 레네 대주교

볼리비아 산타크루즈대교구장 레네 레이게 세사리(René Leigue Césari) 대주교가 10월 16일부터 29일까지 13박1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어로 “찬미예수님”이라고 인사를 건넨 레네 대주교는 “한국 방문 일정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느꼈다”며 “다른 언어와 문화 안에서도 신앙 안에 우리 모두 하나임을 굳게 믿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레네 대주교 방문은 대구대교구의 볼리비아 선교 3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앞서 5월에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산타크루즈대교구를 방문해 교구 사제들의 선교 현장을 둘러보고, 레네 대주교와 선교 30주년 기념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레네 대주교는 10월 18일 대구대교구 성모당에서 조환길 대주교,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등과 함께 선교 공동체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19일에는 성정하상성당을 찾아 전교 주일 미사를 봉헌한 후 주교좌계산대성당과 주교좌범어대성당, 한티순교성지, 가톨릭신문사와 대구가톨릭평화방송 등을 둘러보고, 볼리비아에 선교 수녀를 파견하고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본원도 방문했다. “대구대교구의 볼리비아 선교는 30년 동안 양 교구의 돈독한 우정 안에 좋은 관계로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구 선교 사제들의 헌신은 우리 교구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제단과 본당 신자들도 한국 신부님들과 친근하게 지내며 그분들의 사목 활동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레네 대주교는 대구에서 온 선교 사제들이 처음에는 다른 언어나 문화로 많이 힘들어하지만, 막상 선교를 마칠 때는 작별 인사에 깊은 아쉬움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아마도 신부님들께서 이미 볼리비아 사람들의 삶에 들어와 함께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일 것입니다. 저는 파견된 신부님들이 선교 사목에 완전히 헌신하시고 기쁘게 그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늘 봐왔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레네 대주교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교회 담장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믿음을 전하는 노력”을 당부했다. “한국 신자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이 매우 깊은 믿음을 가진 헌신적인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믿음과 헌신, 봉사가 성당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가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그 기쁨을 다른 이들과도 나눈다는 의미를 이미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신자들께서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믿음을 키우고, 그 믿음을 세상 모두와 나누는 복음의 기쁨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21면

[인터뷰] ‘개교 170주년’ 가톨릭대학교 총장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미카엘 신부)가 올해 170주년을 맞았다. 1855년 충청북도 제천 배론에 메스트르 신부가 ‘성요셉신학교’를 설립해 사제양성 교육을 시작한 것이 가톨릭대의 전신이다. 1887년 예수성심신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1947년에는 성신대학으로 승격, 1959년에는 교명을 가톨릭대학으로 변경했다. 이후 성심여자대학교를 통합하면서 1995년 종합사립대학인 ‘가톨릭대학교’로 출범했다. ‘인간 존중의 교육’이라는 변함없는 모토로 두 세기 가까이 달려왔다. 170주년을 맞아 9월 25일에는 학생들과 교원이 함께 참여하는 토크콘서트 ‘170주년을 넘어 미래로’를 개최해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도록 이끌었고, 오는 10월 29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톨릭대는 국내외 각종 대학 지표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2025 대학평가연구원(INUE)·한국경제신문 대학법인평가’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법인과 대학의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한 지표였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 총장으로 취임한 최준규 신부는 이러한 성과 지표보다도 ‘하느님 안에서의 인간 존엄성’을 한국 고등교육에 뿌리내리도록 지금껏 일관되게 실천해 온 대학의 여정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고등교육을 새롭게 선도하고자 하는 가톨릭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최준규 신부에게서 직접 들어봤다. Q. 가톨릭대학교가 한국교회와 한국 교육의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가톨릭대학교의 170년은 한 학교의 역사를 넘어서, 한국 가톨릭과 한국 교육이 함께 걸어온 발자취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신앙과 학문을 함께 세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고등교육기관으로, 순교 정신과 인간 존중이라는 건학이념을 지켜오며 교회의 정체성과 교육의 가치를 동시에 일깨워 왔습니다. 근대 고등교육의 초창기부터 의료·인문·사회·교육 분야 인재를 길러내며 한국 사회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해 왔고, 특히 의학과 간호, 생명과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자산은 ‘사람’입니다. 사목자, 교육자, 연구자, 의료인, 사회 지도자로 헌신해 온 동문들의 삶이야말로 우리 대학이 한국 사회에 심어온 씨앗이자 소중한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170년간 학교의 여정을 평가한다면? 가장 큰 강점은 ‘인간화 교육’을 일관되게 실천해 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중’이라는 건학이념 안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안에서 존엄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교육을 이어왔습니다. 교양 인문학을 강화하고, 봉사·나눔 활동을 의무화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사회참여 교육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것도 그 일환입니다. 대학의 미래를 준비하며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윤리적 책임, 지속적인 혁신, 그리고 모든 학문과 연구가 인간과 생명을 위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세 가지입니다. Q. 취임 후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것이 있다면? 취임 초기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것은 ‘진정한 가톨릭 교육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가톨릭 가치를 실천하며, 모든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 대학은 종교적 울타리를 넘어 ‘생명과 인간 존중’, ‘사회적 정의 실현’, ‘환경 보호’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부천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가능사회혁신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발전 전략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기조 아래, 소통을 통해 구성원을 연결하고 그 아이디어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총학생회, 축제기획단, 동아리연합회 등 다양한 학생 조직과 정례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캠퍼스 스마트 리디자인, 주요 학생 공간 리모델링, 수업용 책걸상 교체, 학위복 리뉴얼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했습니다. 이처럼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를 견고한 ‘연결’로 확장하며, 나아가 지속 가능한 ‘제도’적 성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대학 조직의 체질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역점을 두고자 하는 혁신 분야는?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혁신 분야는 ‘잘 가르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입니다. 연구의 탁월성과 교육의 경쟁력이 결합될 때 대학이 진정으로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한 전략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바이오 계열과 AI·데이터사이언스 등 첨단 분야를 융합한 ‘AI+의료융합’을 특화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메디컬 및 AI 첨단학과 클러스터를 확대하고, 2025학년도에는 바이오로직스공학부와 AI의공학과를 신설했습니다. 나아가 부천상공회의소와의 협약,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청년 정주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구 성과를 지역사회와 산업으로 확산시키며, 산학·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실용적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의 혁신은 연구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 성과를 학생 교육과 사회 발전으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탁월성과 교육적 책임을 함께 실천하려는 우리의 노력입니다. Q. 학교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170년의 역사는 우리 대학이 신앙과 학문, 봉사와 헌신을 통해 하나의 교육 공동체로 성장해 온 발자취입니다.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공동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은 교수, 학생, 직원, 동문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신뢰와 연대가 있을 때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이 가능하고, 우리 대학의 정체성인 ‘생명과 진리’의 가치도 사회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정기적인 타운홀 미팅과 다양한 간담회를 통해 소통과 경청을 실천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 발전은 구성원 모두의 참여에서 비롯된다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170주년을 맞아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토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것이 곧 가톨릭대학교의 가치와 비전을 미래로 이어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더불어 올해는 우리 대학이 170년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1885년부터 지금까지 신앙과 학문, 봉사와 헌신의 정신으로 이 길을 걸어오신 교수님과 직원, 그리고 대학의 주인공인 학생들과 동문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가올 시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이럴 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을 이어갈 때, 우리 대학은 사회와 교회에 더 큰 울림을 주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21면

[인터뷰] 성바오로딸수도회 제12대 총원장 선출된 김영미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총원장직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성장한 한국 성바오로딸 공동체가 받은 사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김영미(마리루치아) 수녀가 10월 1일 이탈리아 아리차(Ariccia)에서 열린 성바오로딸수도회 제12차 총회에서 제12대 총원장에 선출됐다. 수도회 역사상 첫 한국인 총원장이다. 김 수녀는 2025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총원장으로 활동한다. 전 세계 52개국에 진출해 있는 수도회는 서적, 음원, 영상,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김 수녀는 폴란드 선교와 한국관구 서원 사도직, 미디어 교육부, 성소 사목, 인터넷 서점팀과 콘텐츠 제작팀 책임 그리고 한국관구장 등 다양한 소임을 맡아왔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총원장직 수행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꼽는 것은 바로 ‘공동체의 삶’이다. “성령과 시대의 표징 그리고 공동체 자매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노드 여정을 걷고 있는 교회와 일치해 함께 식별하고 함께 결정하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분의 계획이 이뤄지도록 그분의 뜻에 온순하게 응답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원장으로 선출된 다음 날, 김 수녀는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은 “성령께 이끌리도록 위를 바라보라”는 것과 “고통의 시대를 회피하지 말고 현실에 깊이 잠기라”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이에 김 수녀는 앞으로도 수도회 콘텐츠 안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각 시대와 대상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시대를 살아가며,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에도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도회는 미디어 사도직을 수행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도생활을 하는 축성생활자들이다. 때문에 급변하는 전문 미디어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김 수녀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이 지성인으로서 깨어 있도록 돕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기술이 오용·변질되거나, AI의 불균형한 학습으로 인해 편향된 답변이 생성되는 현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 중심적인 AI 활용법을 알리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수녀는 또한 “가짜 뉴스와 질 낮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진리와 복음을 전하는 매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가톨릭신문처럼 올바른 콘텐츠를 생산하고, 또 이러한 콘텐츠를 꾸준히 구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수녀의 성소는 ‘좋은 책 한 권’에서 비롯됐다. 바로 바오로딸에서 펴낸 「천국의 열쇠」(A.J. 크로닌 지음)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그때의 감동이 성소의 씨앗이 됐고, 이후 광주대교구를 방문한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도자들을 우연히 만나 입회로 이어졌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글의 힘을 믿습니다. 한 분이 자살을 결심한 순간, 주머니 속 책갈피에 적힌 저희의 글귀를 보고 삶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하느님을 체험했습니다.” 총회 후 잠시 귀국한 김 수녀는 11월 25일경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 수녀는 “지금까지 우리 수도회의 봉사와 활동에 많은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한국교회 전체에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21면

[인터뷰] 환갑에 첫 개인전 여는 이동천 서예가

“이번 전시가 위로이자 기도가 됐으면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모두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시대니까요. 힘들고 지친 분들께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연필보다 붓을 먼저 쥔 그는 4살 무렵부터 붓을 배웠다. 학창 시절부터 서예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대회를 석권하며, 15세에 전남 영광 묘장서원의 묘정비를 쓸 정도로 일찍부터 서예가로 활약했다. 그렇게 평생을 붓과 함께해온 이동천(미카엘) 서예가가 환갑의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정(二井) 이동천 서예전 ‘천상운집(千祥雲集)’이 10월 26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1·2전시관에서 열린다. “서예를 한다고 하면 보통은 먼저 전시회를 하겠지만, 저는 글씨들을 분석해 책을 냈습니다. 사실 책은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더 어려운 작업이지요.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피곤한 삶이지만, 저는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개인전이지만, 이 서예가가 붓을 놓고 지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서예에 매진하며 고전 서법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몰두해 왔고, 「이동천 위체서 천자문」(1996년) 등도 집필했다. 일회적인 전시보다는 서법의 본질을 책으로 엮어 남기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미술품 감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예술품 감정학과’를 개설, 초대 주임교수로 한국 감정학 발전의 기틀을 닦은 이 분야 대가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감정하는 감정학의 방식으로 왕희지에서 추사 김정희에 이르는 명필을 분석한 「신(神) 서예」를 2023년 출판하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글씨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 작품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쓰거든요. 그래서 52개 작품이 모두 다 다르죠.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정말 모든 걸 바치는 글씨인 거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힘이 느껴지는 글씨. 그의 탁월한 서예 비결은 그가 창안한 전번필법(轉飜筆法) 덕분이다. 붓을 굴리고 뒤집으며 글을 써가는 전번필법은 서예의 거장들이 직관적으로 사용한 서예 비법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현대적으로 계승한 방식이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갤러리1898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의정부교구 사제들을 비롯해 서울대교구 함세웅(아우구스티노) 신부 등 여러 사제도 그에게 전번필법을 배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서예가에게 서예란 “‘하느님의 자기소통’이 이뤄지도록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 52점의 작품도 그에겐 글씨이기 전에 기도다. 매일 아침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책으로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저는 도구일 뿐이고, 작품은 성령께서 쓰신 것”이라며 “저는 사라지고, 오직 성령만이 작품 안에 남기를 바란다”고 고백했다. “서예도, 감정도 사실은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건 제 뜻이지만 실행이 되고 열매를 맺는 건 다 하느님의 은총이죠. 제가 그저 제 소명을 다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발행일 2025-10-19 제3462호 21면

[인터뷰] 2027 서울 WYD 공식 주제가 공모 여는 최호영 신부

“올림픽이나 국제행사에 주제가가 있듯, 세계청년대회(WYD)에도 반드시 주제가가 필요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부르며 WYD의 메시지를 체화할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지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울려 퍼지며 참가자들을 하나로 잇고, 대회 후에도 순례의 기억을 이어줄 노래, 2027 서울 WYD 공식 주제가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WYD 지역조직위원회 전례분과 음악위원회 위원장 최호영(요한 사도) 신부는 “WYD 주제가는 서울 WYD의 주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노래가 될 것”이라며 공모의 의미를 전했다. 최 신부는 “한두 명의 작곡가에게 의뢰할 수도 있지만, 공모로 진행하는 것은 많은 이가 참여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공모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이 WYD의 주제를 접하고, 또 음악적으로 참여하면서 WYD 정신을 더 널리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함께 부를 때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야구장 응원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응원가는 가사가 명확하면서도 단순해서 모든 사람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2000 로마 WYD 주제가 <예수 그리스도, 당신은 나의 생명(Jesus Christ, You Are My Life)>의 경우,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며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지만, 모든 주제가가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 WYD 주제가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노래가 될 수 있도록 공모에서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맞을 것 ▲전례적 정통성을 지닐 것 ▲국제성을 갖출 것 ▲한국의 전통성을 담을 것 등을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 최 신부는 “이번 WYD는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적 전통성과 국제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이 균형을 잘 잡아낼 수 있는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 신부는 WYD 주제가를 비롯한 WYD 전례 준비 과정이 한국교회가 보편교회의 전례음악과 일치를 이루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WYD는 보편교회의 행사인데, 정작 개최국인 한국 신자들은 보편교회가 함께 사용하는 전례음악을 잘 모르는 실정”이라고 전한 최 신부는 “이번 기회에 한국 신자들이 전례음악에 관심을 갖고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며 일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모는 종교·국적·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최대 3곡까지 제출할 수 있으며, 마감은 2025년 11월 30일이다. 응모곡은 예비 심사, 종합 심사, 최종 심사를 거쳐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승인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공모전 세부 안내와 응모 방법은 서울 WYD 공식 홈페이지(wydseou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행일 2025-10-05 제3461호 16면

[인터뷰]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한국본부 김경아 본부장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때, 300~500g밖에 안 되는 21~22주 아기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모릅니다. 의료 발전 덕분에 태아의 생존 주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무제한 낙태를 허용한다니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베테랑 의료인으로 최근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한국본부 신임 본부장에 임명된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김경아(마리아) 교수는 무제한 낙태 허용을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개정안은 ▲건강보험 지원 ▲약물 낙태 허용 ▲‘임신중지’ 용어 사용 등 여러 부분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임부가 환자일까요? 아닙니다. 건강한 상태이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지원해 주겠다며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어요.” 아울러 정부는 9월 16일 국정과제로 ‘임신중지 약물 허용’을 확정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정부가 근거로 드는 해외의 낙태 약물 도입 실태의 진짜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낙태 약물 연구를 지원한 것은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에서 잘못된 시술로 모성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의료 수준이 높아 모성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고위험 산모’, 즉 고연령이나 임신 중독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 약물을 허용한다면 그저 손쉬운 낙태, 자가 낙태 도구로 쓰일 확률이 높다. 국정과제에 명시된 ‘임신 중지’, ‘성 재생산’이라는 용어에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본부장은 “‘중지’라는 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작’을 전제로 하는 용어인데, 낙태는 생명을 파괴하고 끝내는 행위”라며 “여성의 몸이 물건 ‘생산’을 이어가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데, 사람에게 쓸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해 모멸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흔히 통용되는 낙태 ‘시술’이라는 용어 또한 마찬가지다. 김 본부장은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고 표현해 생명을 해치는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도록 한다”고 밝혔다. 본부는 2025년 들어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가 교회만이 아닌 범시민 운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 특히 우리 시대 청년들도 중심이 돼 참여할 수 있는 생명 운동의 장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캠페인은 9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추석 연휴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입구에서 이어진다. 올해는 생명 문화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기에 더욱 많은 이의 참여가 필요하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생명 수호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더 많은 분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발행일 2025-10-05 제3461호 21면

[인터뷰] ‘희망의 순례자…’ 연재 마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정진호 신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에 나서는 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더 광범위한 이웃 섬김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지원사업은 본당이 가톨릭교회다운 사랑 실천의 소명을 다하도록 돕고, 자체 복지사업을 체계적·전문적으로 기획·실행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본지가 10회에 걸쳐 소개한 ‘희망의 순례자 -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연재를 마치며 만난 정진호 신부는 “해마다 지원사업 선정 본당들이 지역 상황에 맞는 참신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 고무적인 모습을 널리 알리는 데 이번 연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활동 중 앞으로도 기대되는 사례로 항동본당의 ‘어린이 식당’과 신사동본당의 ‘어르신 장수 사진 촬영 및 미니 콘서트’를 언급했다. 항동본당 사회복지분과(분과장 최재희 베드로)는 초등학생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아이들에게 무료 식사와 돌봄을 제공하는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 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신사동본당 카리타스회(회장 이용미 이베타)는 지역 단체, 이웃 본당 봉사자들과 협력해 ‘어르신 장수 사진 촬영 및 미니 콘서트’를 마련, 교회와 사회가 지속적으로 협력할 마을공동체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지원사업에 참여한 본당들은 ▲신자·비신자 구분 없는 대상자 발굴·지원 ▲지역사회 맞춤 활동 기획 ▲공공기관·이웃 종교기관과의 연대 ▲차별 없는 안전망을 형성하는 ‘보편복지’까지 구현할 만큼 전문성을 갖춰 나가고 있다. 정 신부는 “본당 대다수가 실천해 온 소외 이웃 반찬 나눔 활동도 단순한 음식 지원을 넘어 대상자들의 경제·심리·사회적 욕구까지 통합적으로 보살피는 지속적이고도 전문화된 실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 신부는 “활동가들은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지역 공공기관과 다른 종교 공동체와 협력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숨은 필요까지 찾아내며 고립과 단절감도 해소하고 있다”며 “이들이 사회복지의 주체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점에서 지원사업의 가치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사업은 본당을 ‘풀뿌리 이웃사랑 실천 공동체’로 성장시키는 복지회의 핵심 사업”이라며, “‘본당은 지역 안에서 교회의 현존이자 사랑이 실천되는 장소’(「복음의 기쁨」 28항 참조)임을 기억하고, 복지회의 지원을 통해 각 본당이 모범적 선교에 더 용기 있게 나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인 ‘사랑’을 구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앙은 실천으로 완성됩니다. 공공복지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이웃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어디에든 있지만 가려져 있을 뿐이죠. 그들을 기꺼이 찾아 나서는 작은 단위(본당)가 모여 더 큰 단위(교회)를 이루는 순간, 교회도 이 세상에 불가결한 존재 가치를 지켜 나가게 됩니다.” 복지회에 전해지는 신자들의 후원금은 지원사업 외에도 ▲사각지대 취약계층 지원사업 ▲산하 복지시설들의 생산품 홍보·판매가 이뤄지는 ‘나눔마켓’ 개최 ▲교회의 애덕 정신을 묵상하고 내면화를 돕는 ‘나눔의 묵상회’ 피정 등의 사업에 재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 있다. 정 신부는 “교구 내 사회복지 실천에 앞장서는 부서로서, 산하 복지시설 운영·관리 외에도 신자 누구나 사랑 실천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꾸준히 연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9-28 제3460호 21면

[인터뷰] 수원교구 생태환경위 ‘교리 교안 공모전’ 최우수상 김성남 씨

“환경 보호 실천을 위해서는 먼저 그리스도인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하느님의 가르침 안에 그 답이 있으며, 이를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안을 만들었습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교리 교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생태환경분과 김성남(아숨타) 분과장의 말이다. 그는 환경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시각을 말씀 안에서 배우도록 돕는 교리 교안을 제작했다. 설립된 지 6개월 남짓 된 본당 생태환경분과가 가장 먼저 집중한 활동은 교육이었다. “피조물에 관한 복음부터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생태 환경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방법까지…. 「찬미받으소서」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본당 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회칙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5.6%에 불과했습니다. 실천 이전에 교육과 홍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한 달여 동안 「찬미받으소서」를 공부하고 해외 교육 자료들을 참고해 홍보물을 제작했다. 이를 미사에 오는 신자들에게 배포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별도 자료도 만들었다. 김 분과장이 제작한 교안은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알리고,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설명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 방법과 실천 활동을 담고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교안은 두 차례 수업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어려운 ‘통합생태론’은 공동선의 원리에 대한 설명과 공정무역 영상 시청으로 이해를 돕고, ‘인간이 초래한 위기의 근원들’은 영화 <모던타임즈> 감상이나 관련 기사 토론으로 풀어냈다. 또 ‘기후 위기에 대한 접근과 행동 방식’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기업가·환경단체 활동가·정치가 역할을 맡아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교리 교안에 관해, “생태영성을 토대로 아이들이 교회의 시각으로 환경 문제를 흥미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해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김 분과장은 “10월부터 초등부 주일학교에서 이 교안을 활용해 수업할 예정”이라며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 「찬미받으소서」를 알게 되고, 스스로 회칙을 찾아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9-21 제345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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