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칼럼]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수요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을 때, 우리는 모두 놀랐다. 교황은 전날만 해도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축복을 내리고, 포프모빌을 타고 성당 광장에 모인 인파 속을 지나다녔다.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중에 교황청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문자를 받았다. “교황님이 선종하셨어.” 나는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여러 언론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날과 다음 날 내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인터뷰를 이어가야 했다. 4월 23일 수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이틀 전 일어난 일을 비로소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나는 지난 12년간 로마 주교로 재임했던 교황이 내 신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되돌아보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문득 떠오른 것은, 2013년 7월 22일 교황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에 도착했을 때의 인사말이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것, 예수 그리스도를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그분의 이름으로, 모든 이의 마음에 타오르는 형제애의 불꽃을 다시 지피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인사가 모든 이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예수회 출신의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교황의 선종 이틀 후, 나는 이 말씀을 다시 읽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가 교황 재임 동안 해 온 수많은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평화. 형제애. 예수 그리스도의 소중한 선물. 모두에게 전해진 인사와 열린 마음. “Todos, Todos, Todos.”(모두, 모두, 모두) 프란치스코는 재임 중 여러 차례 이 스페인어 단어를 되풀이했다. 이 말은 최근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도 몇 차례 반복했다. 그가 보인 행보와 발언을 통해 판단컨대, 예수회 출신 전임 교황보다 조용하고 덜 급진적인 모습일지라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의 새 교황 역시 교회를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영적 보금자리이자 우정을 제공하는 장소로 만들려는 뜻을 이어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수십 년 전부터 수요일에는 교황이 신자들과 만나는 일반알현이 열렸다. 그리고 요즘 교황청에는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5월 28일 수요일 정오 무렵, 그 일반알현을 피해 테베레강 건너편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성모대성당을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곳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보다는 한산할 거란 예상은 정확했다. 성당의 성문(Holy Door) 앞 대기 줄은 매우 짧았지만, 내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 찼다. 그 앞에서 잠시 기도하고 싶었지만, 경비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성당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직 무덤에 다다르기도 전인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흐느낌으로 이어졌다. 잠시 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묘비 앞을 떠나, 교회 중앙 네이브를 건너 성 비오 5세 교황과 식스토 5세 교황이 안장된 경당으로 향했다. 성 비오 5세 교황은 도미니코회 출신으로, 트리엔트공의회 이후 400년 넘게 이어진 전통 미사를 공인한 성인이다. 그 맞은 편에는 식스토 5세 교황의 무덤이 있다. 프란치스코회 출신이던 식스토 5세 교황은 ‘er papa tosto’, 로마 사투리로 ‘강단 있는 교황’ 혹은 ‘무서운 교황’이라 불렸다. 그는 단 5년 만에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로마와 교황청에 질서를 세웠으며, 지금까지도 거의 바뀌지 않은 교황청 행정 체계를 정비했다. 지난 12년간 나는 이 웅장한 무덤을 자주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심판하겠는가?”라며 관용을 베풀고, 교회를 비신자들과 소외된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곳으로 만든 이 다정하고 자비로운 교황은, 사실 또 하나의 ‘강단 있는 교황’이었다. 교황은 자칭 ‘가톨릭 바리사이’라 불리는 사제와 주교들을 주로 비판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넓은 마음속에는 가라지보다는 밀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는 복음의 도전적인 말씀을 삶의 렌즈로 삼았고,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소박하고 충실하게 그 말씀을 실천하려 했다. 교황직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한 이가 있었기에 레오 14세 교황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 이름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죽는 순간까지 곁을 지킨 제자이자 친구였던 수도자 레오에서 따온 것이다. 앞으로도 수요일마다 성모대성당을 방문할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식스토 5세의 화려한 무덤이 아니라, ‘Franciscus’라는 이름이 새겨진 소박한 묘비 앞에서 기도할 것이다. 그 기도는 바로 레오 14세 교황을 위한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로마서 가톨릭·정교회 공동 콘퍼런스 열려

[바티칸 CNS]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을 맞아 가톨릭과 정교회 주교들과 신학자들이 6월 4일부터 7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콘퍼런스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톨릭과 정교회가 갈라지게 된 원인을 되돌아보고 교회 일치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325년 열린 니케아공의회는 그리스도교 종파와 교단의 분열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이 하나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를 지켜낸 뜻깊은 공의회로 평가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콘퍼런스 마지막 날인 6월 7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참석자들을 만나 “가톨릭과 정교회가 공유하는 신앙의 원칙을 인식함으로써 지금도 두 교회를 계속 갈라놓고 있는 현안들을 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도움을 얻어 신학적인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를 일치시키는 신비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니케아공의회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여전히 모든 교회가 인정하는 공의회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그 정신이 오늘날 교회 일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교황은 특히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 기념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이 신경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고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니케아공의회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인의 가시적 일치를 향해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니케아공의회가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갖는 의미와 관련해, “니케아공의회로 표현되는 신앙을 지키고 함께 선포하면서 우리 안에서 완전한 일치를 찾아가는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며 “니케아공의회 정신으로 돌아가면 우리를 여전히 갈라놓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교황은 니케아공의회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날짜에 지내도록 정했지만, 전례력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그리스도교 교회들이 더 이상 같은 날에 지내고 있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교황은 가톨릭 국제신학위원회가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에 대해 다룬 문헌을 인용한 뒤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더없이 값진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함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진실로 인간이면서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를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믿는다”며 “이것은 교회 안에서 읽는 성경에 기록돼 있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을 비롯한 여러 교황들이 원했던 것처럼 자신도 가톨릭교회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들과 같은 날에 지내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교황은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참석한 주교들과 학자들에게 일어나 달라고 요청한 뒤 정교회가 전통적으로 성령께 일치의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바쳤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7면

인도 교회, ‘첫 성체 기적’ 교황청 공식 인정

지난 5월 31일 인도 남부의 한 성당에는 교황청 공식 인정을 받은 인도 교회의 첫 성체 기적을 보기 위해 1만 여명이 모였다. 성체 기적은 지난 2013년 11월 15일, 인도 탈라세리대교구 빌락카누르본당 관할 그리스도왕성당에서 일어났다. 본당 신자가 약 700명에 불과한 이 공동체에서 미사 성찬 전례 도중 성체에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형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12년 만인 올해 3월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빌락카누르본당의 성체는 이례적인 사례로 선언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발표했다. 성체 기적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인정은 장기간에 걸친 신학적·과학적 조사에 따른 것이다. 2013년 12월 지역 시로-말라바르 교회 신학위원회의 초기 조사 보고서가 제출됐으며, 이후 여러 차례 추가 조사가 이어졌다. 2018년에는 교황청이 보다 정밀한 조사를 위해 축성된 성체를 교황대사를 통해 로마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2023년 9월에는 성체에 예수의 형상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과학적 검증이 진행됐다. 이후 교황청의 지시에 따라, 해당 성체는 2024년 1월 인도 방갈로르 그리스도대학교로 옮겨졌고, 신학자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분석을 완료했다. 교황청은 기적의 공식 인정과 함께 기적이 일어난 성체를 성당 내에 보존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 성체는 특별 제작된 보존함에 담겨 성당을 찾은 신자들이 경배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이날 기적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인정을 기념하는 행사에는 인도와 네팔 주재 교황대사인 레오폴도 기렐리 대주교가 참석했다. 탈라세리대교구 총대리 비주 무타투쿠넬 신부는 성체 기적을 인정하는 교황청의 공식 문서를 낭독했다. 본당 신자들은 성체 기적을 큰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이번 기적이 신앙을 더욱 깊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체 기적이 일어난 그리스도왕성당은 공식 순례지로 지정됐다. 무타투쿠넬 신부는 “인도와 교황청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 성체에 나타난 예수님의 형상은 성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한 것으로 형성돼 있었으며, 외부 물질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6면

지진·홍수 겹친 미얀마…주민들 고통 ‘극심’

[UCAN] 미얀마 사가잉과 카친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홍수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은 이미 쿠데타 군부와 시민군 간의 무력 충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며, 지난 3월 말 강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참사를 겪은 바 있다.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Fides)는 6월 2일 자 보도에서 “쿠데타와 지진으로 삶의 기반이 무너진 주민들이 최근의 홍수로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들에 따르면, 사가잉-만달레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3800명이 숨졌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어진 폭우로 인해 카친주 북부지역은 강 범람으로 침수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산악지대의 마을들과 난민캠프까지 물에 잠긴 상황이다. 카친주 지역 소식통은 피데스에 “말리카강 등 여러 강이 범람했고, 계속되는 비로 농경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며 “올해는 우기가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돼 농작물 수확기와 겹친 데다, 대부분이 생계를 농업에 의존하는 주민들이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미 전쟁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홍수에 대처할 여력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유엔은 7월 초 열리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에서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군부의 폭력과 경제 붕괴로 미얀마가 점차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6면

교황청-쿠바 수교 90주년…갤러거 대주교 쿠바 방문

[외신종합]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가 교황청-쿠바 수교 90주년을 맞아 6월 5일 쿠바 정부청사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우의 증진을 협의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4일에는 브루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도 만났다. 교황청 국무원은 6일 X(구 트위터)를 통해 “갤러거 대주교의 쿠바 방문은 교회가 지닌 보편성의 표현으로써 평화와 인간 존엄성 증진이라는 복음적 가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황청의 외교활동”이라고 밝혔다. 갤러거 대주교는 4일에는 쿠바 주교단과 함께 수도 아바나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강론에서 “쿠바 가톨릭교회는 쿠바 사회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진실은 평화로운 관계와 건설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와 정의, 진실은 교황청의 사목적 활동과 외교 정책을 이끌어가는 기본 원칙이며, 이 원칙들은 국가 기구들과의 협력에서도 기초가 된다”고 밝혔다. 교황청과 쿠바는 1935년 6월 7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959년 쿠바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화됐지만 교황청과 쿠바 사이의 외교관계는 단절되지 않았다. 갤러거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이 쿠바인들에게 보내는 인사를 전하면서 “교황님께서는 당신 가슴 한편에 쿠바 주교단, 사제단, 신학생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모든 쿠바인들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7면

레오 14세 교황,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주례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6월 8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하느님의 사랑은 벽을 허물고 경계를 열며, 증오를 몰아낸다”고 강조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는 사도직 단체를 위한 희년 행사 폐막미사를 겸해 봉헌됐다. 교황은 이날 미사 중 전쟁으로 상처받고, 무관심으로 사람들이 서로 갈라지고 감각이 마비된 세상에서 성령께서 경계를 열고, 벽을 허물고, 증오를 녹여 모든 이가 같은 가족의 어린이처럼 살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이어진 강론에서 “사랑이 있는 곳에는 편견이 있을 공간도, 우리의 이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하는 지대도, 배타적인 사고방식도 있을 수 없지만, 비극적으로 우리는 지금도 정치적인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건전하지 못한 지배 욕구, 사람들과의 관계성에서 벌어지는 폭력, 최근 이탈리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 살해(femicide)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의하면 6월 7일까지 이틀 사이에 남편이나 연인에게 3명의 여성이 살해당했고, 올해 들어 최소 22명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성령께서는 선하고 건강한 관계성을 발전시킬 열매를 우리 안에 가져다주신다”면서 “성령께서는 먼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경계를 열어 주시고, 이어 우리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 안에서의 경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인들 사이에 있는 경계도 열어 주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 후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평화의 은총이 사람들 마음에 깃들기를 바라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 전쟁이 있는 곳마다 화해의 길을 열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성령 강림 대축일 하루 전 교황은 사도직 단체를 위한 희년 행사에 참석한 신자 7만여 명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철야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사도직 단체 회원들에게 “성령의 도움으로 복음을 선포하기 전에 먼저 복음을 살아가고, 갈라지고 고통스런 세상과 교회에서 평신도들이 일치를 위한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7면

미국 LA대교구 “이주민 폭력적 단속 멈추라” 호소

[외신종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6월 6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무장 요원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불법 이주민 단속 작전에 나서자, 이에 항의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주방위군 2000명 이상을 LA에 투입하고 해병대 700명을 대기시키는 등 강경한 단속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정부의 이번 단속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LA대교구를 비롯해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정부의 배타적인 이주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연합 기도회를 여는 등 이주민 단속을 멈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 가톨릭교회 주교단도 단지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주민들을 단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문을 내고 미국 가톨릭교회와의 연대에 나섰다. 멕시코 출신의 호세 고메즈 LA대교구장은 6월 10일 LA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연합 기도회에 참석해, “정부의 단속이 고통스럽지만, 절제와 평정심을 유지하며 함께 기도하자”며 “정부가 보다 포용적인 자세로 이주민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또 “우리도 미등록 이주민들이 공동체 안에서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폭력적인 범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 정부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열심히 일하는 이주민들과 그 가족들에게 강제적인 물리력을 투입해 공포와 근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요청했다. 이어 “미국 의회는 수많은 이주민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이주민 정책이 왜 망가진 채로 그대로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일관된 이주민 정책을 수립해 이주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본질적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자인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에게 “과달루페 성모님, 당신의 자녀들과 미국을 위해 빌어 주소서”라고 호소했다. LA대교구는 11일에도 각 본당에서 평화와 일치를 지향으로 기도회를 열고 미사를 봉헌했다. 미국 이주민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멕시코 주교단도 6월 10일 성명을 내고 이민자들의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민 단속에 대한 항의시위 현장에서는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시민들도 볼 수 있다. 멕시코 주교단은 “미국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항의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들을 대규모로 단속하면서 촉발시킨 복잡한 상황을 고통과 근심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메즈 대주교의 말을 인용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공포를 야기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6월 9일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주민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고 고국의 가족을 위해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은 무엇보다도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주민들을 강제적으로 단속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평화적인 항의를 지지하며 폭력적인 시위를 조장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06-13 제3447호 7면

[글로벌칼럼] 다국어를 구사하는 교황과 세계 평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탁월한 소통가였다. 그는 감성 지능이 매우 높아 청중을 몇 초 만에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론과 홍보를 직접 관리하고자 했고, 그 결과 교황청의 전문적이고 값비싼 언론 기구를 소외시키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 이제 레오 14세 교황은 이 엄청난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이자 책임을 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오랜 세월 전임 교황들이 가지지 못한 탁월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외에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다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그리고 포르투갈어에 능통하다. 로마에서 공부한 대부분의 ‘미국인’ 사제나 주교들과 달리, 이탈리아어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언어적 자산은 영어가 모국어라는 점이다. 그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오늘날 영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의 레오 14세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임 교황처럼 타고난 카리스마나 소통 능력은 부족하다. 따라서 그에게는 영어라는 모국어가 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나 중동의 평화를 위한 호소와 같은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전달되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어는 효과적이지 않다.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60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며, 이들 중 절반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교황의 메시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교황이 평화를 호소할 때 영어로 직접 말하면, 그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직접 전달된다. 통역이나 더빙을 통해 전달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간의 재임 동안 교회는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교황은 자신의 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다국어 사용자 레오 14세 교황은 주저하지 말고 영어를 적극 활용하며, 세계 평화와 양심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랫동안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을 러시아가 위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행동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통화한 세계 지도자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교황이 되기 전부터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로 종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5월 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교황 선출이 발표됐을 때, 한순간이지만 새로운 교황이 세례명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거의 1500년간 대부분의 교황은 이름을 바꾸었다. ‘로베르토 교황’ 또는 ‘로베르토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이름은, 세례가 가장 중요한 성사임을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대담하게 이어가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초기 5~6세기 동안 로마 주교 여러 명은 자신의 세례명을 유지했다. 이 전통을 되살리는 것은 과도한 교황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교회 일치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교황의 공식 취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의 관례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먼저 취임식을 하고, 일주일 후에야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에 가서 직무를 시작한다. 이는 교회론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교황의 가장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직함은 바로 ‘로마의 주교’이다. 많은 신자가 교황의 주교좌성당이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라테라노 대성당이다. 라테라노 대성당은 ‘전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자 으뜸’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교회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안장된 교황은 바로 현재 교황이 이름을 따온 레오 13세 교황이었다. 희망컨대, 레오 14세 교황이 재임 중 이 중요한 교회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교황의 사목 활동은 이 어려운 시대에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비록 세속 언론은 레오 14세 교황이 조용히 이뤄낼 선한 업적들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는 로마 주교이자 보편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의미 있는 사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8면

말레이시아 교회, “생태적 회개는 선택 아닌 필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대교구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 신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2023년부터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교 9명이 2023년 발표한 ‘생태적 교구 서약’(Ecological Diocese Pledge)은 교회 행사에서 플라스틱 용기와 물병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적 교구 서약은 각 교구와 본당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활동에 동참하고 자발적으로 환경운동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대교구장 줄리안 레오 벵 킴 대주교는 “지금까지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활동이 지역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교구의 모든 본당에 생태적 회개에 적극 나서자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대교구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모든 교구들은 생태적 교구 선언에 근거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활성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대교구 성 안토니오본당은 생태적 교구 서약 실천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한 본당 중 하나다. 본당 주임 클라렌스 데바다스 신부는 “작지만 의미가 큰 변화로부터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생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본당 모든 연령대 신자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문화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생태계 보전에 대한 요청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 단지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이면서 모든 이가 책임감을 공유해야 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성탄과 부활 초를 재활용해 미화 약 2000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를 지역사회 가난한 이들과 영유아, 의약품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에 보조를 맞춰 1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대교구 창조정의사목(Creation Justice Ministry) 담당 앤드류 마니캄 신부는 “1억 그루 나무 심기는 생태 정의를 향한 집약된 헌신을 보여 준다”며 “교구에서도 정부의 1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약 300명을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쿠알라룸푸르대교구는 이 외에도 헌옷을 모아 가난한 이들에게 보내기,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 만들기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한 요리용 기름을 모아 바이오 연료로 전환시켜 수질 오염을 막는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발행일 2025-06-08 제344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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