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시작 ‘콘클라베(Conclave)' 어떻게 진행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함에 따라 사도좌 공석(Sede vacante)이 된 교회는 추기경단의 주도 아래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황 선거 ‘콘클라베’는 어떻게 진행될까? ■ 추기경 선거인단 오늘날 콘클라베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6년 반포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라 이뤄진다. 교황령에 따르면 사도좌 공석이 된 시점에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전통적으로 교황 선출권 보유 추기경 수는 120명 이하로 제한돼 임명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80세 미만 추기경을 이 제한보다 더 임명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4월 21일 기준으로 135명의 추기경이 교황 선출권을 지니게 됐다. 135명의 추기경을 서임한 교황별로 살펴보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5명, 베네딕토 16세가 22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108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53명, 아시아가 23명, 북아메리카가 20명, 남아메리카가 18명, 아프리카가 18명, 오세아니아가 3명이다. 현재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전원이 참석하게 되면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한 콘클라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과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된 2005년 콘클라베에서는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이 115명이었고,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1978년 콘클라베에는 111명이 참석했다. 교황 선출권 지닌 추기경 현재 135명 교황청 공식 발표, 5월 7일 콘클라베 시작 5월 중순 새 교황 맞이할 듯 ■ 콘클라베 진행 과정 콘클라베가 개최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교황궁의 바오로 경당에 모여, ‘오소서, 성령님’(Veni Creator) 성가를 부르며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행렬을 지어 시스티나 경당으로 간다. 시스티나 경당에 도착하면 추기경들은 한 명씩 복음서에 손을 얹고 서약문에 따라 맹세한다. 마지막 추기경의 맹세가 끝나고 외부인이 모두 퇴장하고 나면 새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 시스티나 경당은 봉쇄된다. 투표는 ‘나는 교황으로 뽑는다’라는 문구가 쓰인 투표용지 하단에 피선자의 이름을 작성해 반으로 접어 집표함에 넣는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진다. 콘클라베의 비밀누설에는 파문 제재가 따를 정도로 엄격하게 비밀이 지켜진다. 추기경들은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선거합니다”라고 말하며 집표함 뚜껑 위에 투표용지를 올리고 뚜껑을 뒤집어 투표용지를 집표함에 넣는다. 선거인 추기경단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사람이 교황으로 선출된다. 만약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사람이 없으면 다시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투표를 마친 후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그 연기를 통해 외부에 결과를 알린다.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으면 검은 연기를, 교황이 선출됐으면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그래서 신자들은 시스티나 경당 굴뚝이 보이는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여 선한 목자의 탄생을 기도하며 흰 연기가 피워 오르길 고대한다. 콘클라베는 첫 날 한 차례 투표를 진행하고 다음 날부터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하루에 총 네 번까지 투표를 실시한다. 만약 이렇게 사흘 동안 투표가 이뤄졌는데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추기경들은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일곱 번의 투표 후에도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다시 하루 중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투표 끝에 교황이 뽑히면 선임 추기경이 피선자에게 교황직 수락 동의를 구하고, 피선자가 동의하면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콘클라베가 종료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새 교황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새 교황과 교황명을 발표하고 새 교황이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 ■ 언제 새 교황을 만날 수 있을까? 교황령 「주님의 양 떼」는 사도좌 공석이 된 순간부터 만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황청은 4월 28일 열린 추기경단 총회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5월 7일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콘클라베 기간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길어도 5일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시에는 각각 5차, 4차에 걸친 투표로 이틀 만에 교황이 선출됐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경우 8차 투표로 콘클라베 기간이 사흘이었다. 20세기 이후 가장 길었던 콘클라베는 비오 11세 교황을 선출했을 때다. 1922년 열린 이 콘클라베는 5일에 걸쳐 14번의 투표 끝에 교황을 선출했다. 5월 7일 콘클라베가 시작되고 5일 이내에 투표가 마무리 되는 경향을 생각하면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새 교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콘클라베는 콘클라베(Conclave)는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 ‘쿰 클라비스’(Cum Clavis)에서 온 말이다. 초창기 로마의 주교, 즉 교황은 지역 성직자와 신자들의 선거로 뽑혔다. 그러나 교황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보편 교회의 수장으로서 영향력이 커지자 교황 선출에 황제나 왕, 귀족들의 간섭이 커졌다. 이에 1059년 니콜라오 2세 교황은 선거권을 추기경들에게 국한시켰고, 1179년 제3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 3분의 2 다수결 선출 방식이 결정됐다. 그러나 다수결 선출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1268년 비테르보에서 열린 교황선거는 1271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긴 선거에 지친 비테르보 시당국과 시민들은 성당 문을 잠그고 빵과 물만 제공하며 빠른 결정을 촉구했고, 결국 2년 9개월 2일만에 교황이 선출됐다. 바로 첫 콘클라베다. 첫 콘클라베로 선출된 복자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은 1274년 콘클라베를 제도화했다. 이후 세부적인 규칙은 수정·보완돼왔지만, 추기경단이 문이 잠긴 성당에서 3분의 2 다수결로 교황을 선출하는 형태의 콘클라베는 계속 이어오고 있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9면

제267대 교황 선출 콘클라베, 누가 참가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5월 7일 시작된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71개 나라 출신의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참가하게 된다. 135명 중 3/4가 넘는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22명,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은 5명이다. 유럽 중심성 탈피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의 재임 기간 추기경단을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세계적으로 재편했다. 이는 교황 본인의 ‘주변부’ 중심의 사목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자, 미래의 가톨릭교회가 점점 더 비유럽적 얼굴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흐름을 보여준다. 최초로 추기경 선거권자를 배출한 12개국 이번 콘클라베에는 처음으로 자국 출신 추기경 선거권자를 배출한 12개국이 포함된다. 이들은 아이티의 치블리 랑글루아 추기경, 카보베르데의 아를린두 푸르타두 고메스 추기경,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듀도네 자빨라잉가 추기경, 파푸아뉴기니의 존 리바트 추기경, 말레이시아의 세바스찬 프란시스 추기경, 스웨덴의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 룩셈부르크의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 동티모르의 비르질리오 실바 추기경, 싱가포르의 윌리엄 고 추기경, 파라과이의 아달베르토 마르티네스 플로레스 추기경, 남수단의 스테판 아메유 마르틴 물라 추기경, 세르비아의 라디슬라브 네메트 추기경 등이다. 유럽 출신 추기경 53명 그럼에도 유럽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출신 추기경 선거권자는 53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유럽 이외 지역 교구를 담당하거나 교황청 또는 교황청 대사로 봉직 중이다. 국별로는 이탈리아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프랑스(6명)와 스페인(5명)이 잇고 있다. 미주 37명, 아시아 23명, 아프리카 18명, 오세아니아 4명 미주 지역은 총 37명으로 북미 16명, 중앙아메리카 4명, 남미 17명으로 나뉜다. 아시아는 23명, 아프리카는 18명, 오세아니아는 4명이다. 따라서 유럽이 여전히 단일 대륙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이외 지역의 전체 숫자가 유럽을 능가하게 되었고, 미주 지역의 비중은 특히 더 커졌다. 교황 선출에 있어 지역 구성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교황이라는 직책의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지역 대표성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추기경 선거권자의 연령 추기경단 중 최연소는 우크라이나 태생인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미콜라 비초크 추기경으로 45세이다. 최고령은 스페인의 카를로스 오소로 시에라 추기경으로 79세이다. 1970년대 출생 추기경은 6명으로, 이탈리아의 발다사레 레이나 추기경, 캐나다의 프랭크 레오 추기경,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마크리카스 추기경, 인도의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포르투갈의 아메리쿠 마누엘 아기아르 추기경, 그리고 몽골 울란바토르 교구장으로서 처음으로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이다. 그 외에도 1940년대 출생 추기경이 50명, 1950년대 출생이 47명, 1960년대 출생이 31명이다. 1947년생 추기경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수도회 출신 추기경 33명 선거권자 중 33명은 수도회 출신이다. 살레시오회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으며,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출신이 4명, 예수회 출신 4명,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출신이 3명이다. 그 외에 도미니코회 2명, 구속주회 2명, 거룩한 말씀의 선교회 2명, 그리고 아우구스티노회, 카푸친회, 맨발가르멜회, 시토회, 끌라레띠노회, 비오 10세 재속회, 라자로회, 꼰솔라따 선교회, 성심선교회, 스칼라브리니회, 성령선교회가 각각 1명씩이다. 불참자 2명 135명의 추기경 선거권자 중 건강상의 이유로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확정된 인원이 2명이다. 따라서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은 총 133명이 될 예정이다.

입력일 2025-04-30

[글로벌칼럼] 아시아의 관점이 빠진 영화 <콘클라베>

영화 <콘클라베>는 주연 랄프 파인즈의 훌륭한 연기와 교황청 정치라는 신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흥행을 달리고 있다. 영화는 서스펜스와 경외감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며,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과 이 일의 중대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가 2025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영국 작품상을 포함해 주요 상을 휩쓸고,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것은 놀랍지도 않다. <콘클라베>의 진정한 매력은 교황청의 가장 비밀스러운 의식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이 없는 동안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궁금해했다. 이제 이 영화 덕분에 더 이상 상상할 필요 없이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영화는 가톨릭교회를 묘사한 영화 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교황 선출의 절차와 형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교황 선출이라는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과정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국 소설가 로버스 해리스의 201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랄프 파인즈는 추기경단 단장인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 역을 맡아 정치적 음모와 개인적 야망이 얽힌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인물로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화려한 시스티나 경당과 선거 과정의 엄숙함, 차가운 대리석 내부, 그리고 각 투표가 미치는 심오한 신학적 및 정치적 의미는 영화의 몰입도를 더하게 한다. 랄프 파인즈는 로렌스 추기경을 연기하며 비록 파벌을 지지하지만, 너무 냉담하거나 지나치게 편향되지 않게 선거를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진보적인’ 벨리니 추기경을 교황 후보로 지지하지만, 벨리니 추기경의 무절제한 야망과 도덕적 용기의 결여를 깨닫고 결국 지지를 철회한다. 조연들은 각기 다른 이념적 관점을 잘 표현하여, 콘클라베 내의 내부 갈등에 깊이를 더한다. 각 추기경들은 교회의 미래에 대한 전통주의와 진보적 개혁 사이에서 다양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 역동성은 신앙과 권력, 도덕성의 매혹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며, 관객은 각 투표에서 동맹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 <콘클라베>에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특정 후보들의 묘사는 특히 이탈리아의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의 경우처럼 캐리커처에 가까운 면이 있다.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연기한 테데스코 추기경은 가톨릭교회를 뿌리째 보수로 되돌리려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전통주의자로 묘사된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종종 과도하게 연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그의 연기는 캐릭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전통주의를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으로 그려낸 영화의 대본은 교회의 이념적 분열을 더 균형 있게 탐구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 기회를 놓친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미국 후보인 트렘블레이 추기경은 너무 교활하게 묘사되어 심각한 후보로 보이지 않는다. 한때 유력 후보였던 이 흑인 추기경은 과거의 잘못으로 빠르게 신뢰를 잃는다. 스캔들과 정치적 음모는 이런 이야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특정 이념적 관점을 점차 배제하며 결국 ‘진보적인’ 결과로 이끌려가는 패턴을 따른다. 너무 잘 짜여 있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큰 결점 중 하나는 아시아의 시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아프리카 후보가 잠시 후보로 오르기도 하지만, 선거 과정은 전적으로 서구 후보들 사이에서만 진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시작하며 아시아가 교회의 미래라고 선언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에서 아시아의 중요한 역할을 제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는 교회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콘클라베 과정에서 아시아 추기경의 역할을 제외한 것은 교회 안에서 커져 가는 아시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크게 아쉽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맥을 잇는 겸손하고 개혁적인 교황을 뽑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향후 교회의 방향에 아시아교회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교회의 미래를 다룬 이야기에서 아시아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특히 필리핀, 인도, 한국 등 가톨릭 인구가 많은 나라들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교회의 글로벌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것이며, 서구 중심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전쟁을 겪고 있는 가난한 지역에서 온 고빈 베니테즈 추기경의 등장이다. 이 예기치 않은 후보의 등장으로 콘클라베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의 계시적 순간으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오랫동안 고수해 온 가정들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만약 <콘클라베>가 20년 전 개봉되었다면, 이 전환점과 폭로는 혁신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영화적 및 문화적 환경에서는, 진보적인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가 영향을 미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그다지 강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대신 흔히 접할 수 있는 틀에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다. 글 _ 크리스티안 마르티니 그리말디 UCAN 기자로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교회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 기고하고 있다.

발행일 2025-03-16 제3433호 8면

[글로벌칼럼] 다음 교황을 추측하는 게 불경한 일일까?

교황이 나이가 들거나 병약해지면, 두 가지 현상이 해가 뜨고 지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첫째, 어떤 사람들은 다음 교황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할 것이고, 둘째, 다른 사람들은 이에 대해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다. 이러한 불쾌감은 현 교황이 생존해 있는 동안 다음 교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부적합하다는 경건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러한 추측은 보통 현 교황의 이념적 반대자들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에는 좌파 가톨릭신자 사이에서 더 활발했으며, 오늘날에는 주로 우파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12월 12일 공개된 새로운 프로젝트인 ‘추기경단 보고서’(Cardinalium Collegii Recensio, collegeofcardinalsreport.com)와 관련해 다시금 떠오르는 주제이다. 이 웹사이트는 현재 253명의 추기경에 대한 전기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유력한 교황 후보(papabile)로 거론되는 22명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여성 부제, 동성 커플 축복, 사제 독신제, 라틴 전례 미사, 교황청-중국 관계, 그리고 ‘시노달리타스’ 같은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두었다. 예상대로, 이 사이트에 대해 이미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이트가 불경스럽거나 이념적으로 우파로 치우쳐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반대에 대한 최선의 답변은 아마도 ‘그냥 넘어가자!’ 일 것이다. 차기 교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결코 불경스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필수적이다. 교황직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 파워’로, 가톨릭신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 이 소프트 파워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책임하고 심지어 태만한 태도일 것이다. 2002년, 필자는 「콘클라베」(Conclave)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에서는 당시의 유력한 교황 후보 20명을 프로필로 다뤘다. 일부 불만을 가진 가톨릭신자들, 주로 보수주의자들이, 이러한 추측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무력한 존재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불평했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더 중요한 점은, 내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유권자들과 대중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정보를 가장 열심히 소비하는 사람들이 바로 추기경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과 동료들이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해 단순히 호기심이 많아서뿐만 아니라,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가 아마도 그들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더 넓게 보아,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은 차기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교황직에 대한 최고의 존경을 나타내는 행위다. 결론적으로, 다음 교황을 예상하는 것이 심각한 죄악이라는 오래된 비난은 이제 버려야 한다. 그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교황직은 중요하며, 그 미래에 대해 우리는 모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제 두 번째 비판, 즉 이번 프로젝트가 보수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반응은 아마도 ‘그래서 뭐?’ 일 것이다. 맞다, ‘추기경단 보고서’는 상당히 우파 성향이다. 라틴어 사용부터가 이를 암시한다. 그들이 선정한 주요 이슈들은 전통주의자들의 고정 관념을 반영하며, 교황 후보 목록도 때로는 우파 가톨릭 환상에 더 가까워 보인다. 예를 들어,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후보라니?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솔직히 말해서 중요하지 않다. 이 사이트는 치우친 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용한 정보가 많으며, 이를 참고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언론인 에드워드 펜틴과 다이앤 몬타냐는 로마 현장에서 잘 알려진 인물로, 보수적이지만 똑똑하고 성실하며 정보력이 뛰어난 이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펜틴과 몬타냐가 차기 교황 논평에 독점권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 더 나은 자료를 제작하는 것을 막는 것은 ‘이러한 논의가 무례하다’는 터무니없는 생각뿐이다. 이제 이 문제를 진정시키기 위한 제안을 하나 하자. 다음 교황 논의에 흥분하는 사람들과 이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새 영화 <콘클라베>를 보러 가는 것이다.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음에도 영화의 터무니없는 비현실성, 만화 같은 캐릭터들,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말은 양측이 모두 비웃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공유된 비판도 하나의 연대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발행일 2025-01-12 제3425호 8면

[글로벌칼럼] 새 추기경들과 나이든 교황, 다가올 콘클라베

12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 생일을 맞았다. 기록 방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다섯 번째 혹은 여섯 번째 고령의 교황이다. 전설에 따르면, 가장 나이가 많은 교황은 성 아가토 교황이다. 시칠리아 출신의 베네딕도회 은수자였던 그는 7세기 말 로마 주교로 선종할 당시 104세(혹은 어떤 기록에 따르면 107세)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성 아가토 교황의 재임 기간은 매우 짧았다. 그는 99세에 추기경이 되었고,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나이가 이미 101세였다. 14세기가 지난 지금, 또 다른 99세의 성직자가 추기경이 됐다. 전 교황대사였던 안젤로 아체르비 추기경으로, 12월 7일 21명의 새로운 추기경과 함께 서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도적으로 교회를 뒤흔들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여러 수준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는 유럽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교회의 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는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피로한 교회를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또한 교회의 자기 보존이나 자기 몰입에 빠지기 쉬운 태도를 뒤흔들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번 추기경 서임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기간 열 번째다. 새로 임명된 80세 미만 추기경 20명에 포함된 인물들은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17명은 70세 미만이며, 그중 13명은 65세 이하, 7명은 60세 미만이다. 프란시스 레오 추기경(53, 캐나다 토론토대교구장), 발다사레 레이나 추기경(54, 로마대리구장), 로베르토 레폴레 추기경(57, 이탈리아 토리노대교구장)과 같은 젊은 추기경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교회 활동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교황은 이들이 교회의 삶에 시노달리타스를 필수 요소로 정착시키기 위한 주요 인물로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 명의 말씀의 선교 수도회 출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일본 도쿄대교구장이자 국제 카리타스 의장인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66)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네메트 라디슬라브 추기경(68)이다. 하지만 이 ‘젊은’ 그룹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79세의 티모시 래드클리프 추기경이다. 그는 영국 출신의 신학자, 저술가, 연설가로 도미니코 수도회 총장이기도 했다. 최근 두 차례 열린 시노드 본회의의 주요 영적 지도자이자 설교자로 활동했다. 이 시노드 본회의에서는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삶, 증언, 의사 결정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래드클리프 추기경 임명으로 교황은 차기 로마 주교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전 이 도미니코회 신학자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보장한 셈이다. 그렇다면 콘클라베는 언제 열릴까?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첫 번째 신대륙 출신 교황은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체력이 약해지는 징후를 보인다. 호흡이 가빠지고 목소리가 약해지는 경우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교황은 88번째 생일 전에 추기경을 서임했을 뿐만 아니라 코르시카섬 사목방문도 했다. 교황은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의 새로운 희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그리고 3월 13일에는 로마의 주교로 선출된 지 12주년을 맞게 된다. 해외 사목방문 일정 중 하나는 거의 확정적이다. 교황은 5월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와 함께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이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시금 ‘교황이 사임할 가능성은?’이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한다면, 교황직 사임은 6세기나 8세기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닌 일상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교황직의 신화를 더욱 해체하며, 추기경들로 하여금 차기 교황으로 젊은 인물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교황직을 죽을 때까지 고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선종한다면,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여전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마지막 교황은 1294년의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이 아니라 1415년의 그레고리오 12세 교황이었다. 그레고레오 12세 교황은 서방교회의 분열을 종식시키기 위해 사임했다. 내년 7월 4일은 그레고리오 12세 교황의 사임 6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재미있게도 그는 88세였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발행일 2025-01-01 제3423호 7면

[글로벌칼럼] (14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식이 다음 콘클라베에 끼칠 영향/ 로버트 미켄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첫 주말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말렸다. 의사들은 기관지염으로 숨쉬기가 힘든 노인에게 빡빡한 일정의 사목방문은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황청 소식통은 12월 17일이면 87세가 되는 교황이 이 충고를 듣고 매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결국 교황은 의사들의 충고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교황청 공보실은 11월 28일 교황의 사목방문 취소를 발표했다. 공보실은 교황에게는 여전히 감기 증상이 있으며 폐렴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이튿날 예정된 일반알현을 진행하고 스코틀랜드 축구팀과도 만났다. 11월 30일 오전에는 8건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교황은 ‘나는 여전히 원기왕성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교황의 건강에는 아무 위험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교황전례원은 크리스마스이브부터 1월 7일 주님 세례 축일까지 교황이 6번의 전례를 주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은 지금 교황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실 고령으로 생기는 통증을 견디고 있는 교황의 건강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말년에도 주지했던 바다. “교황은 죽기 전까지는 건강하다”는 오랜 속담은 모든 교황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교황이 이번엔 의사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은 특이하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의 교황과 교황청 일부가 된 구조적인 관습과 의전에 기대기보다는 직감과 임기응변으로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교황은 관습과 의전을 무시하거나 없앴다.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이런 그의 행동은 추종자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많은 제약과 견제로부터 벗어난 교황은 애초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규약마저 없앴다. 이윽고 교황은 극도의 전통주의자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의 교황청 숙소와 연금을 박탈했다. 올해 75세의 미국인인 버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관과 교회법 개정, 사목 우선순위, 즉 그의 교황직을 맹렬히 비난하는 고위 성직자 중 하나다. 분명히 할 것은 있다.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은 사실상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의 행위를 정당화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교황의 판결이나 교령에 불복하는 상소나 소원은 용인되지 아니한다.(교회법 333조 3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봐도 법치주의자는 아니다. 교황은 자기 임무에 의하여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지만, 어떻게 그 권한을 사용할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교황이 무분별하고 들쑥날쑥하며 불공정하게 권한을 사용한다면 그의 권위는 약화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를 위한 그의 복음적 신학사목 비전에 열광하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현 교황은 점점 고립과 개인주의로 빠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지역교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황청의 외교에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종 교황청 국무원이나 다른 고위 관료의 자문 없이 외교 문제를 회피하거나 자신만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정통적인 통치방식이 그의 후임을 뽑을 추기경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교황이 현재의 콘클라베 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관습과 의전을 좀 더 존중하는 이를 찾을 것이다.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 중 70% 이상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지만, 그중 ‘프란치스코의 주교’라고 불릴만한 이는 거의 없다. 추기경들 중에는 성직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전통주의자도 있다. 하지만 현 교황의 후임을 뽑을 이들 추기경들은 고전적인 ‘성직자’들이며 거의 예외가 없다. 이 말은 이들이 교회 관습과 의전에 빠져있는 어느 정도 나이의 남성이라는 말이다. 현 교황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추기경들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다음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프로젝트와 교회관을 수행하길 바라는 대다수 추기경들도 좀 더 조직의 방식으로 일을 할 사람을 찾을 것 같다. 이 말은 현 교황과 비슷한 통치방식을 가진 후보는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 콘클라베는 아주 예측하기 어렵겠다. 이 또한 역동적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현 교황의 유산이 될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발행일 2023-12-17 제3372호 8면

[글로벌칼럼] (126) 콘클라베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로버트 미켄스

가끔씩 교황청 담당 기자들은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주교를 뽑는 방법을 극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이들 중 한 명이 결국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에는 전반적으로 너무 젊은 추기경을 교황으로 뽑지 않는 분위기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8년 58세라는 나이에 교황에 선출됐고, 그가 너무 오래 교황직을 수행한 탓에 추기경들은 지난 두 번의 콘클라베에서 주교 은퇴 연령인 75세를 훌쩍 넘긴 교황들을 뽑았다. 잠시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제부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전 세계 교회에 성장 동력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몇몇 주요 인물들이 교황청을 통제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쇠해가던 교황이 선종하기 훨씬 전에 그 동력을 잃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킨슨병을 앓고 그의 통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교황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4반세기를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교황으로 남아있었고 84세에 선종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후 추기경들은 이미 나이든 교황을 선출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시작 이틀 전 78세 생일을 맞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을 뽑았고,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됐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3년 은퇴한 후 추기경들은 76세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을 후계자로 세웠다. 분명 추기경들은 교회가 또 다른 장기 통치 교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이 두 교황들의 능력과 자질을 넘어서 이들의 나이를 고려해 선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의도대로 돼 가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하지 않았다면, 그는 96세가 됐던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교황직을 수행했을 것이고 기간은 거의 19년에 가깝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사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의 사임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교황이 사임할 수 있다는 문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콘클라베에서 다음 교황 후보를 70세 이상으로 한정한다면, 교회를 이끌 가장 좋은 자질을 갖춘 몇몇 젊은 추기경들이 제외될 수 있다. 현재 122명의 80세 미만 추기경 중 90명이 70세 이상이며, 이들 중 52명은 75세가 넘었다. 60대 추기경은 현재 24명이고 그중 13명은 60대 중후반이며, 11명은 60대 초반이다. 50대 추기경은 7명이고, 한 명은 곧 49세가 된다. 만일 오늘 콘클라베가 열린다면 70세 이하 추기경 32명 중 교황이 될 만한 이가 있을까? 이 나이대에 어마어마한 추기경들이 있다. 60대 중후반 그룹에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68), 이탈리아 볼로냐대교구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67),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66) 그리고 곧 66세가 되는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있다. 만일 교황의 은퇴가 통상적인 일이 된다면 이런 딜레마는 없을 것이고, 주교 은퇴 연령을 넘은 이를 교황으로 선출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주교의 은퇴 연령을 75세로,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 연령을 80세 미만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교황 선출에는 적용이 안 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로마의 주교’는 교황에게 가장 중요한 호칭이고, 교회 안에서 혼자만 누리는 특권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수퍼 주교’(super bishop)가 아니라 여전히 한 명의 주교로, 주교단의 일원이다. 하지만 그는 군주나 황제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왕들은 대개 은퇴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통치한다. 때문에 많은 가톨릭신자들, 특히 성직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교황이 군주라고 여겨져서는 안 되지만, 가톨릭교회의 교황은 서구에서 마지막 남은 절대군주다. 만일 교황의 은퇴가 통상적인 일이 되면, 로마의 주교의 이미지와 주교단에서의 역할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 촉발시키고 있는 시노달리타스의 관점에서도 맞는 일이다. 이는 교황 선출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과연 시노달리타스를 향해 가는 교회에서 추기경들만이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 문제는 1년 전쯤에도 이 칼럼을 통해 제기한 적이 있다.([글로벌칼럼] (105)시노달리타스와 교황 선출, 2022년 7월 3일자 6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을 비롯해 교회의 모든 영역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를 포함해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의 삶에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주교의 선정과 임명에 관련해서는 거의 시노달리타스를 도입하지 않고 있고, 교황 선출에 대해서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교황 선출 과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대지 않았던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교황이 이 부분에 손을 댄다면, 그저 약간 수정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봐 와서 알 듯이,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이 아니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발행일 2023-05-21 제3344호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