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한복 입은 동티모르 학생들, “한국 유학생으로 돌아올래요”

이형준
입력일 2025-07-29 17:06:15 수정일 2025-07-29 17:06:15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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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순교 복자 수도원, 청소년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젝트 실시…‘양질 교육 통한 현지 사회 기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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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동티모르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 앞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선교사 이형우 신부(맨 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동티모르 청소년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젝트’에 선발돼 한 달간 한국에 머무른다. 이형준 기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도 한복에 어울리게 단정히 땋은 동티모르 리퀴도이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7월 24일 서울 경복궁을 찾았다. 이들은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광화문과 경복궁의 전통 건축물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살펴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동티모르 학생들의 경복궁 나들이에는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이형우(루카) 신부가 동행했다. 동티모르 순교 복자 수도원에서 선교 활동 중인 이 신부는 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학생들이 한복만큼은 꼭 입고 싶어했다”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전했다.

학생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도 이 신부가 설명을 시작하면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근정전, 경회루, 강녕전, 향원정 등 경복궁의 주요 건물들을 차례로 둘러봤다.

한국을 방문한 학생은 고3 셀레스티나(Celestina), 주비타(Juvita), 베로니카(Veronika), 고2 로지타(Rosita) 등 4명이다. 이들은 지난 7월 20일부터 한 달간 어학연수를 겸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한국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견학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티모르 청소년들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동티모르 청소년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행사는 동티모르 순교 복자 수도원(원장 김민조 하상 바오로 신부)이 올해 처음 기획한 것으로, 교내 활동에 적극적이며 신앙생활에 성실한 학생들이 선발됐다.

학생들은 7월 중 수도회 한국지부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한강, 인사동 전통시장, 남산 서울타워 등을 둘러봤다. 8월부터는 수원·안동·부산교구를 차례로 방문해 한국교회의 활동을 직접 살펴보고,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 4일 일정으로 한국어 실용 회화, 기초 문법, 말하기 수업을 듣고, 국내 고등학생·대학생과도 교류한다.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민조 신부는 “2022년 5월부터 수도원이 운영하는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와 부산가톨릭대학교 간의 교육 및 교류 협력이 이어져 왔으며, 현재 동티모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졸업생 2명이 부산가톨릭대에 입학해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특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동티모르 현실을 고려해, 국제 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학생들이 한국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고 꿈을 키운 뒤,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자신의 미래도 함께 설계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선진 문화 체험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깊이 있게 배우고 교류하는 경험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셀레스티나 양은 “온돌과 아궁이, 궁궐의 문 구조 등을 직접 보고 한국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느낄 수 있어, 그동안의 일정 중 경복궁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된다면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해,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동티모르의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지에서의 복음 전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데 기여하는 사례로 눈길을 끈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는 문화 체험과 고등 교육의 기회를 연결고리로 삼아, 동티모르 청소년들이 고국에 돌아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선한 영향력’의 주체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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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서울 경복궁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형우 신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동티모르 리퀴도이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 학생들. 이형준 기자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