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을 더 쉽게 죽이는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

박영호
입력일 2025-07-29 17:06:22 수정일 2025-07-29 17:06:22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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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두 건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주교단이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이 법안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주교단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해당 법안들은 수술과 약물에 의한 모든 방식의 낙태를 허용하고, 생명 파괴 행위를 일상적 의료 행위로 규정하며, 낙태에 공적 재원까지 지원하려 한다. 이는 윤리적인 면에서 반생명적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무너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교회는 수정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부여된다는 가르침을 견지해 왔다. 교회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교회는 사회적 합의와 법적 판단을 존중하고, 임신과 출산의 부담과 고통을 여성들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고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대체 입법을 촉구해 왔다.

헌재 판결 후 입법 공백 기간에 발생한 참담한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러한 입법안이 법률로 제정된다면, 신생아와 다름없는 36주 차 태아를 출산시킨 후 살해한 범죄 행위가 정상적인 의료 행위로 자행될 것을 우려한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곧 태아의 생명권을 말살하는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자기 결정권은 생명을 죽일 자유가 아니라, 생명을 품고 기를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생명을 더 쉽게 죽일 수 있는 법안은 철회돼야 하며,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입법의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