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과 분단의 80년,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교회가 되자

최용택
입력일 2025-07-29 17:06:21 수정일 2025-07-29 17:06:21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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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온 세월이 80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비극이 겹쳐 있는 이날, 한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책임과 소명을 되새겨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찍이 ‘화해와 일치’를 복음적 사명으로 삼아 왔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한국교회는 일찍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긴장과 냉랭함 속에 있다. 분단의 고착화는 단지 정치적 상황만이 아니라, 국민의 인식 속에도 상처와 무관심을 남기고 있다.

이제 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를 넘어 ‘행동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민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분단의 현실에 침묵하지 않으며, 평화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북향민과 이산가족 등 분단의 직접적 피해자들을 향한 연대와 돌봄은 화해의 첫걸음이다. 동시에 정치적 이념을 넘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북한의 형제를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가꿔야 한다.

진정한 화해는 대화와 용서에서 비롯된다.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듯이, 교회는 남과 북 모두를 ‘우리 민족’으로 끌어안는 포용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분단 80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고, 민족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한국 주교단이 오는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과 분단 8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전망이 담긴 이 성명서가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교회가 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