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어린이 신앙인 위한 철학 이야기 「나의 작은 철학 사전」

이주연
입력일 2025-07-16 08:45:31 수정일 2025-07-16 08:45:31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나의 작은 철학 사전」
율리아 크놉 지음/마이케 퇴퍼비엔 그림/허찬욱 신부 옮김/112쪽/1만6000원/생활성서
Second alt text

「어린이를 위한 철학」(Philosophie für Kinder)이 원제인 책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의 눈높이에 맞춰, 인간, 생명, 죽음 등 우리 삶의 중요한 19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끄는 철학 입문서다. 

‘아이들이 발음만큼이나 딱딱한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철학을 하고 있다.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언제부터 인간일까?'와 같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하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해 보이는 질문 하나에서 출발해 자연스럽게 인문학, 뇌과학, 생명과학까지 넘나들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예를 들어 아주 어린 아이가 ‘나’라는 말을 못 하지만, 나이가 좀 들면 내가 나임을 알게 되는 것으로 ‘자의식’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계속해서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하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며,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얘기해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생각을 하는 ‘뇌’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우리의 뇌가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이어 ‘인간이란 뇌의 꼭두각시일 뿐인가?’라고 질문하며, ‘우리 몸의 세포는 죽고 생겨나길 수없이 반복하지만, 나의 자아는 언제나 그대로’라는 결론으로 이끈다. 

책에 담긴 폭 넓은 지식과 사유 과정은 곧 생명윤리, 성평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도 관심을 돌리게 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기아와 전쟁, 아동 노동, 임금 차별 문제 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어린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건강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삶과 죽음, 세상의 시작, 신의 존재 등 신앙과 종교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문제들도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철학과 종교가 만나는 데서 생겨나는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허찬욱 신부는 옮긴이의 말에서 “철학이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학문이라면, 아이들도 철학을 하려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