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젊은이들의 희년’ 순례단이 로마 성 크리소고노 성당에 모여 전체 미사를 봉헌했다. 참례한 청년들은 이번 미사를 통해 ‘희망의 순례’ 여정 속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다시 새기며, 교황 레오 14세가 개막미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세계 평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아울러 다가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한 각오도 함께 다졌다. 미사는 성 크리소고노 본당 명의 주교인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주례하고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서울대교구 최광희(마태오) 보좌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또 세계청년대회를 담당하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글레이손 데 파울라 소자 차관 등 대표단도 참석했다. 소자 차관은 미사에 앞서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의 환영 인사를 전하고, “여러분은 우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형제로 맞아주셨고, 오늘은 우리가 여러분을 한 형제로서 환영한다”며 “이 자리에 있는 청년 여러분은 한국에 돌아갔을 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기쁨을 다른 한국 청년들에게도 전해야 할 위대한 사명을 지닌 희망의 선교사이자 증인”이라고 전했다. 염수정 추기경도 청년들에게 인사하며 “교황님은 청년들을 생명과 에너지, 감성과 아이디어가 충만한 ‘화산’과 같다고 말씀하신다”면서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청년은 담대하고 용감한 이들”이라며 순례자들을 격려했다. 이경상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탈출기 말씀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순례하는 모습처럼, 순례는 마치 우리의 삶과 같이 전진과 멈춤의 반복”(탈출 40,16-21.34-38 참조)이라며 “이번 순례 안에서 하느님이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는 진리를 깨닫고, 하느님을 진정한 기쁨의 기준점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1000명이 넘는 서울대교구 순례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순례자들은 무더위 속 좌석이 부족해 바닥에 앉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인원이 워낙 많아 영성체 예식 때는 수백 명이 성당 옆 광장에서 성체를 모셨다. 덥고 불편할 법한데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불평 하나 없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순례자로서 각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우준(베드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씨는 “육체적으로는 비록 덥고 힘들 수 있지만 청년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안에서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니 오히려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2027년 열릴 서울 WYD에서도 전 세계 청년들과 오늘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아일랜드에서 생활하며 희년 봉사자로 미사에 함께한 김슬빈(프란체스카) 씨는 “한국에 있을 때 본당에 청년 수가 다소 부족하고 운영이 어려웠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청년들이 다함께 하나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며 “또 수많은 청년에게서 희망이 물씬 느껴져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고, 이런 점에서 ‘희망의 순례자’라는 말에 걸맞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 성인은 누구일까? 바로 스페인의 농부 출신 성 이시도르(1070~1130경)일 것이다. 한림읍 금악리에는 그의 이름을 딴 성이시돌목장을 시작으로 성지와 피정 센터 등이 조성돼 많은 사람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교구 순례길인 이시돌길 또한 이 일대 총 33.2km에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성이시돌성지를 한바퀴 돌며, 2코스는 성이시돌센터 전시관에서 조수공소까지이고, 이어 3코스는 고산성당에서 마친다. 이중 성당과 오름 등 자연과 문화가 조화된 이시돌길2 11.8km를 나섰다. ‘푸른 눈의 돼지 신부’를 기리며 파랗게 펼쳐진 성이시돌목장 너머로 한라산이 구름에 겹겹이 싸여 어렴풋이 보인다. 이시돌길2 시작 지점인 성이시돌센터로 가기 위해 맥그린치로를 걷는다. 명예도로명인 맥그린치로 양옆으로 시원하게 가로수가 뻗어있다. 수의학을 전공한 아일랜드 출신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임피제 신부(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1928~2018)의 이름을 딴 맥그린치로는 금악북로 3.8km 구간이다. 임 신부는 1954년 한림공소에 부임했다. 가난하고 피폐했던 제주에 정착한 임 신부는 양돈과 목축업, 신용 협동조합, 병원과 요양원 등을 통해 제주 경제와 복지 발전에 평생을 헌신했다. 그 공로로 5·16 민족상, 막사 이사이상, 대한민국 석탑산업훈장, 아일랜드 대통령 특별 공로상 등을 수상했고 선종 후 명예국민증을 헌정 받았다. 성이시돌센터 앞에는 손을 내민 예수상과, 동물들과 함께 있는 임피제 신부의 상이 차례로 순례자들을 반긴다. 센터에 들어서면 밭을 일구는 성 이시도르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마주하게 된다. 이어 내부에는 임 신부의 공로를 기리는 공간과 기념품 가게, 카페가 자리한다. 닫혀있지만 열린 곳 성 클라라 수도원은 봉쇄 구역이지만 수도원의 관할인 금악성당은 공개돼 있다. 금악성당은 2025년 정기 희년 전대사 지정 순례지이다. 전대사를 받기 위해 아침 7시 미사를 드린다. 바로 옆 성이시돌피정의집에서 온 순례자들도 눈에 띈다. 의자에 앉아서 제대 위의 성 다미아노 십자가를 바라본다. 성 다미아노 십자가는 아시시 성 클라라 대성당에 원본이 있다. 성 프란치스코(1181/1182?~1226)가 이 십자가가 있던 성 다미아노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중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성당 안 좌우 벽에는 물결치는 나무 살 사이로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터치의 ‘십자가의 길’ 유화가 걸려있다. 그 위로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맑은 천창이 있고, 흔치 않게 하단 부분에 연녹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자리한다. 오늘 미사는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이사장 이어돈 신부(리어던 마이클 조셉·성골롬반외방선교회) 주례다. 이 신부는 강론에서 “요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죠? 순례자들은 ‘비가 오지 마라’, 농민들은 ‘비가 와라’하면 하느님은 어떡하시라고”하더니 “비가 밤에만 오면 되나?”라는 현답을 내린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밖으로 나선다. 성당의 곡선과 직선 그리고 푸릇한 자연과 회색빛 벽돌이 오묘하게 조화롭다. 오른쪽에 일자로 솟은 종탑 상단에도 성 다미아노 십자가가 보인다. 노란 서양금혼초가 가득한 풀밭 위 최종태(요셉) 작가의 예수성심상이 특유의 따뜻한 모습으로 성당을 마주 보고 있다. 잠시 묵상한 뒤 이어지는 순례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또 다른 시작 앞에서 신창본당 소속 조수공소로 가는 길에 금오름이 있다. 울창한 숲 안으로 슬쩍 들어가 본다. 출발 지점에 ‘희망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희망’이 주제인 이번 정기 희년과 잘 어울려 발걸음이 가볍다. 정상에 오르니 너른 분화구가 펼쳐진다.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하다가 세찬 바람에 돌아선다. 이것이 성령의 바람이라면. 걷다 보니 야자수와 돌담 안으로 아담한 붉은 벽돌 건물이 드러난다. 이시돌길2의 종점인 조수공소이다. 공소 건물 옆에는 현무암으로 작게 만들어놓은 동굴 안에 야외 제대와 루르드 성모상이 각각 모셔져 있다. 안내 리플릿에 보니 ‘야외 성모상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성모상이 있다’고 돼있는데 찾지 못해 아쉽다. 공소에 딸린 사택은 사전 신청 시 개인 피정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곳은 끝이 아닌 이시돌길3의 시작이다. 우리 인생 순례의 마지막 순간 또한 하느님 나라에서의 시작이듯이. 주님을 따라 걸으며 잠시 숨을 골랐던 쉼표를 뒤로 하고, 다시 인생 순례로 발길을 내디딘다. ◆ 순례 길잡이 - 제주교구 이시돌길2(santoviaggio.com) - 성이시돌센터 :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북로 353 - 금악성당 :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북로 320 - 미사 : 월, 금~토(오전 7시), 화~목(오후 12시), 주일(오전 11시) - 조수공소 :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조수2길 10 - 미사 : 주일(오전 8시 30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두 건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대체 입법이다. 당시 헌재 판결 이후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대체 법안이 제시됐다는 점 자체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전면 부정하고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함으로써,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인 ‘생명 존중’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 주교단은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 등 개별 기구가 아닌, 주교단 전체 명의로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었다. 주교단은 7월 23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7월 11일)과 이수진 의원(7월 23일)은 각각 낙태죄 대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 제2211653호)을 통해 낙태 허용의 기존 법적 한계를 전면 삭제했다. 나아가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낙태까지 허용하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은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교회는 태아의 주수(週數)나 독자적 생존 가능성과 무관하게,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322항은 “아기는 임신되는 순간부터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가르침에 따라, 교회는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사회적 인식과 법적 판단을 존중하며, 헌재 판결 이후에는 여성의 건강과 모성, 자기 결정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를 이루는 입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 역시 이러한 교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되,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과의 균형을 명확히 강조했다. 즉, 판결문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 결정권이 생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양자 간의 균형 있는 입법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개정안은 교회의 생명 존중 원칙뿐 아니라, 헌재 판결의 취지와도 어긋난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약물에 의한 낙태 허용이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포함한 조항은, 생명 파괴 행위를 마치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취급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법안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는 표현을 ‘인공 임신 중지’로 바꿈으로써, 낙태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죄책감을 낮추려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약물에 의한 낙태는 대량 출혈, 극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수술적 낙태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차단하거나 자궁 외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민 건강 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낙태에 대한 보험 적용은 그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제도화는 낙태의 공식 의료 시장 편입을 가속해, 낙태 행위의 지나친 상업화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먹는 낙태약 허용과 낙태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은 생명 파괴 행위에 국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삭제될 경우 임신중절에 대한 법적 기준이 사라져, 의료 현장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입법 시한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은 현재까지 6년째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산부인과 병원이나 브로커들이 고주수 태아에 대한 무분별한 낙태 시술을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교회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 제출’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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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희년] 로마 4대 성당 등 순례한 한국 젊은이들

‘젊은이들의 희년’ 셋째 날인 7월 30일 한국교회 청년 순례자들이 로마 시내 주요 성당을 순례했다. 순례자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 라테라노 대성당,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 로마 성모 대성당 등을 순례하며 로마의 구석구석을 방문했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로마 순례 중 라테라노 세례당에서 교구 사제들의 주례로 세례 갱신식과 미사를 봉헌했다. 갱신식을 한 세례대는 가운데가 움푹 팬 팔각형 구조의 세례당이다. 이후 만들어진 다른 세례대들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세례 갱신식은 순례자들이 생활성가를 다 함께 부르며 한 명씩 세례대로 내려가 사제 앞을 지나가면, 사제가 세례대 단상에서 성수 예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갱신식과 미사에는 근처를 순례하던 서울대교구 순례자 일부도 함께 참례하는가 하면, 경당을 찾은 이탈리아 현지인들도 미사에 참례하는 등 더욱 풍성한 전례가 됐다. 미사를 주례한 의정부교구 김정호(미카엘) 신부는 “로마에서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등의 모든 체험은 우리가 평소 한국의 본당에서 서로 만나고 미사를 드리던 것들이 정말 소중한 것들임을 깨닫게 해 준다”며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것들이 이번 대회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의 신앙생활도 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젊은이들의 희년 공식 일정 중 하나인 ‘도시와의 대화’가 7월 29일 시작돼 31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도시와의 대화’에서는 로마 내 70개의 광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각종 문화, 예술, 영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극단 공연, 전시회, 사제나 수도자, 부부의 성소를 증언하는 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준비됐다. 또 이 일정 중 순례자들은 자유롭게 로마 시내를 돌며 판테온, 콜로세움 등 주요 건축물을 관람했다. ‘도시와의 대화’ 일정 중 7월 31일에는 1100여 명에 달하는 서울대교구 순례자들이 성 크리소고노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참회의 날’로 지정된 8월 1일에는 로마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에서 800여 명의 사제가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베풀 예정이다.

“무제한 낙태 허용 법안, 국가 책무 저버리는 행위”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잇달아 발의되자, 한국교회 주교단은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 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7월 23일 주교단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안은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대체 법안은 7월 11일 제22대 국회에서 첫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은 국회에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서 ▲약물에 의한 낙태를 명시하고(제2조) ▲낙태 예방 사업 실시 삭제(제12조) ▲낙태 수술의 허용한계 삭제(제14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제14조의 2항에 낙태에 대한 보험급여 실시를 명시했다. 이어 이수진 의원 등 10인도 7월 23일 상담 시설 강화를 추가한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다. 반생명적인 조항을 담고 있는 법안에 대해 주교단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여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관해서도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주교단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한 것과 관련,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하여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주교단은 “헌법 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입법적 균형과 조화를 요구한 것이지, 생명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국가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 개선 활동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가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개정 법률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생명을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한 반생명적 법안”이라고 반발했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낙태의 무제한적 허용은 생명 존중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이번 법안은 40주 태아까지도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무제한 낙태 허용”이라며 “추후 임신 주차를 적당히 조정하며 원하는 시기를 넣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보이는 만큼 지금부터가 반생명 법안과 관련한 진짜 논쟁의 시작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후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대체 입법 공백 상태다.

청년의 열정과 장년의 지혜로, 끼인 세대가 잇는 ‘사랑의 다리’

40대 신자들은 ‘끼인 세대’라는 별칭처럼 청년과 장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교회 내 활동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선배 신자들만큼 성숙한 신앙을 지니고 있으며, 후배 신자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교회가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면, 그들의 특별한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주임 신현우 안토니오 신부)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40대 신자 모임 ‘요한보스코회’(회장 김준일 알렉산데르)가 있다.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신앙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교회 공동체와 더욱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한보스코회를 소개한다. 끼인 세대를 위한 선택 요한보스코회는 40대인 주임 신현우 신부의 의지로 올해 1월 창립했다. 신 신부는 교회 전반에서 40대 신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사목 방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0대 신자들이 청년 단체에도, 장년 단체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까지 청년부에 속해 있던 40대 신자들은 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어린 친구들 활동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장년층 단체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직장과 자녀 양육 등으로 바쁜 40대에게는 장년 단체의 활동 역시 여러모로 부담이 따랐다. 이처럼 ‘어중간한 입지’에 있는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복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신 신부는 청년부에서 독립된 새로운 단체로 요한보스코회를 출범시켰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사목자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유아·어린이·청소년 시설을 찾아가 ‘이모·삼촌’이 되어주며, 오히려 더 젊은이다운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끼인 세대’로서,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청년부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고자 하는 요한보스코회의 취지는 40대 신자들의 공감을 폭넓게 얻고 있다. 본당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희망하면서도 청년부에 소속된 적이 없어 망설이던 이들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현재 11명의 회원 중 5명은 청년부 출신이다. 신 신부는 “교우들과 함께 복음을 살아내고 싶어도 정작 소속 공동체를 찾지 못하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이들이 벌써 반년 넘게 활동하며, 그간 스스로 미지근하다고 자각하던 신앙에 새로운 열정을 지피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불붙는 믿음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매달 하루, 성당 인근에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운영 시설 ‘아해맘’과 ‘리틀요셉집’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두 곳은 북향민과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위한 유아·어린이 동반 시설이다. 회원들은 각종 시설 보수, 계절 대청소 같은 궂은일은 물론, 원아들과의 야외 활동과 정서적 동반 등 수녀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을 기꺼이 맡고 있다. 단체명 그대로,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어린이를 애정으로 품고 복음화에 헌신했던 살레시오회 창설자 요한 보스코 성인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꾸민 부활 달걀 등을 선물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필요한 물품을 전하거나 특별 기부도 한다. 영어 강사인 한 회원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 몇 명을 위해 매주 시간을 내어 무료 영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40대 신자는 청년부 활동을 그만둔 후 주일미사 외에는 신앙생활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요한보스코회에서의 실천은, 나이가 들어도 본당 안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의 경험이 깊어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40대는 청년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영적 체험은 일시적인 갈망에 그치지 않고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게 한다. 회원 강수연(세레나) 씨는 “삶에서 여러 기적 같은 일을 체험하면서 다시 신앙이 불타올랐는데 막상 레지오 마리애에 나가볼까 해도 구성원들과 나이가 맞지 않아 마음만 앞섰던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이 요한보스코회로 불러주신 덕에 소속감도 느끼고, 삶에 맞는 방식으로 신앙을 실천하며 기도생활도 안정감을 찾았다”고 전했다. 입단 전에는 자모회에만 소속됐던 우영숙(안젤라) 씨는 “전에는 청년부와는 교류가 없었는데, 요한보스코회를 통해 본당 내 다양한 활동에서 협력하고 소통해 서로의 믿음을 다독이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한보스코회 창설한 김준일 회장 -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 정체성’ 세대 잇는 다리 될 수 있죠” “‘끼인 세대’라는 말에는 단순히 애매하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청년과 장년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이라는 뜻도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그저 끼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두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본당 청년부에서 활동하던 김준일(알렉산데르·41) 회장은 주임 신현우 신부와 의기투합해 1월 요한보스코회를 창설했다. 김 회장은 “요한보스코회는 봉사단체이자, 청년이면서 또 장년인 회원들이 두 세대 사이를 완충하는 마중물도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끼인 세대’라는 위치는 오히려 김 회장에게 강점이 되었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부터 청년과 장년 모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온 그는, 청년 전례부·성가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년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지금도 청년부원들이 전례나 행사 준비를 요청하면 기꺼이 달려가 돕는다. 동시에 그는 중장년 신자들과 함께 꾸르실료를 수료한 꾸르실리스따이며,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두 세대를 넘나들며 신앙의 다리가 되어온 김 회장은 “특히 본당에서 청년과 장년이 함께 행사를 준비할 때, ‘끼인 정체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어른들과 청년들 사이에는 표현 방식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면 의사소통이 훨씬 부드럽게 이뤄진다고들 하세요. 중장년 형님들은 자칫 부담을 줄까 봐 청년들에게 가벼운 부탁조차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 회장이 강조하는 요한보스코회의 봉사 핵심은 ‘교감’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교감의 가치는 교회 내 세대 간 소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 어느 피정 연수 파견미사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청년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는데, 단순한 포옹 하나에 울음을 터뜨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확인받았기 때문이겠죠. 저는 청년들이 성당을 떠나는 이유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교감을 교회 안에서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요. 선배 청년으로서, 후배들에게 그런 따뜻한 교감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래야 친구들이 성당에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요.”

[가톨릭 POLL] “딱 붙거나 비치는 옷, 미사 참례 부적절”

대다수 신자는 몸에 지나치게 밀착되는 옷이나 속이 비치는 옷이 미사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신문과 서울대교구 가톨릭굿뉴스는 7월 9일부터 23일까지 ‘미사 참례 복장, 어떻게 생각하세요?’를 주제로 ‘가톨릭 POLL’을 진행했다. 총 279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미사 참례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복장’을 모두 고르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가장 많은 수가 ‘몸에 달라붙는 옷’(2338명)을 꼽았다. 이어 속이 비치는 얇은 옷(2233명), 슬리퍼(2155명), 선글라스(1962명), 무릎 위 길이의 짧은 반바지나 치마(1870명), 운동복(트레이닝복·등산복 등)(1717명), 민소매옷(1708명), 모자(1653명), 맨발로 신은 샌들(1136명) 등 순이었다. 양말을 신은 샌들(331명)이나 무릎 길이의 반바지나 치마(296명)를 선택한 사람은 적었다. 제시된 모든 복장이 미사 참례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112명이나 있었다. 미사 참례 복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적절하지 않은 복장 때문에 미사에 참례하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1641명)고 답했고, ‘공공장소에서 입는 옷 정도면 미사 때도 괜찮다’(1352명)고 생각했다. ‘불편하더라도 최대한 격식을 갖춘 옷을 입어야 한다’(1248명), ‘평소에는 격식을 갖추되 여름에 가볍게 입는 건 용인돼야 한다’(1125명)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복장 제약이 많은 것 같다’(493명), ‘편한 옷을 입어야 미사를 드리는 마음도 편하다’(440명),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중요하고, 옷은 뭘 입든 상관없다’(276명), ‘다른 사람의 복장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문제다’(231명)고 응답한 이는 비교적 적었다. 가장 많은 이가 미사 참례를 위해 챙기는 물건은 ‘매일미사·가톨릭성가 등을 보기 위한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태블릿 등)’(1512명)였다. 다음으로 「매일미사」 책(1476명)과 묵주(1337명), 「가톨릭성가」(혹은 다른 성가책)(1109명)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보의 경우 1334명이 챙긴다고 응답했는데, 여성 응답자 2051명 중 65%에 해당한다. 반면 미사 참례 시 물건을 챙기지 않는 이도 187명 있었다. 「가톨릭기도서」(184명), 「성경」(116명), 레지오 교본, 신심서적 등의 교회서적(74명)을 챙긴다는 응답도 있었다. 미사 전 항상 독서와 복음을 읽는 이는 전체 응답자의 33%(916명)였다. 49%(1376명)가 항상은 아니지만 때때로 독서와 복음을 읽고 미사에 참례했다. 미사 전 독서와 복음을 읽지 않는 사람은 18%(499명)였다.

종합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6)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 사업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주임 이기성 에우세비오 신부)은 올해 1월부터 ‘어려운 신자와 함께,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본당과 지역 내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건강하게 먹고, 1년 중 하루라도 즐겁게 보내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서호성 라자로)와 ‘나눔의 묵상회’(회장 김미경 리디아)는 2021년부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인간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사회복지 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본당은 서울 홍은동 지역 취약계층 가운데, 건강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1년에 한 번 외출조차 어려우며, 학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조차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이웃을 지역사회와 신자들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총 27명의 지원 대상자에게 두 달마다 쌀, 밑반찬, 과일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가정 방문을 통해 말벗이 되어주고 간단한 집수리도 함께 하며 물질적 지원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정서적 돌봄을 함께 전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연말에는 지원 대상자들과 함께하는 야유회 ‘힐링 나들이’가 예정돼 있다. 매년 성지순례를 겸해 떠나는 이 나들이에는 본당 노인 신자들도 함께 참여해, 대다수가 독거노인인 대상자들과 자연스럽게 유대를 맺으며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바람 쐴 기회도, 동행할 사람도 없었던 대상자들은 모처럼의 여행에서 웃음을 되찾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신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존엄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5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원하며,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아이들의 자존감이 꺾이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나눔의 묵상회 회원들은 해당 청소년들과 일대일 결연을 하고, 소정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김미경 회장은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며, 인간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행’의 가치를 실천해 온 본당은, 사회적 기여가 크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에도 매달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인 서호성 분과장은 “희망의 순례자는 순례단이 될 때 더 빛난다”며 “후원금이 크지 않아도,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교회·사회 기초 공동체들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을 통해 해마다 장학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대상 청소년의 학창 시절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기성 신부는 “진정한 구원은 우리가 이웃의 결핍에 안타까워하며 그것을 채우기 위해 선을 실천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라며 “봉사자들의 우군이 되어주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도 깊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푸스펜의 집, “상처받은 어린 영혼에 위로를”

경기도 부천 주택가에는 부모의 이혼, 방임, 학대, 빈곤과 유기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는 여자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보호시설이 있다.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꼬 수녀회에서 2008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성 아동 공동생활가정 ‘푸스펜의 집’(시설장 기명옥 미카엘라, 담당 수만 수녀)이다. 푸스펜의 집은 수녀회 창설자 마리 푸스펜 수녀(Marie Poussepin, 1653~1744)의 정신을 따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도직을 하자”는 마음으로 아동이자 여성이라는 가장 연약한 존재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 6명이 기명옥 시설장, 인도에서 온 수만 수녀와 함께 24시간 함께 지내며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맺고 있다. 아이들은 기 시설장과 수만 수녀를 ‘우리 이모’, ‘우리 수녀님’이라 부르며 등교 전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고 또 화해하며,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가족처럼 기댈 수 있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특히 필요하다. 그래서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형태로 아이들을 보살핀다. 그룹홈은 5명 이상 7명 이하의 소수 보호대상 아동이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복지사·동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라, 수십 명 이상이 입소하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과 달리 집중 돌봄이 가능하다. 기 시설장은 “보호대상 아동은 도움이 필요해도 보호자의 눈치를 보거나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룹홈에서는 아이의 아픔을 제때 알아채고 함께 병원에 가는 등 돌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나들이와 캠프 등 동반 프로그램 외에도 한 가족다운 추억을 일상처럼 쌓으며 안정감을 얻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음껏 뛰어놀고, 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같은 푸스펜의 집 출신 교리교사 ‘큰언니’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지역에 장미 축제가 열리는 늦봄에는 거의 매일 온 가족이 공원을 산책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기 시설장은 “다른 가족들의 친밀한 모습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각자 이불을 가져와 함께 모여 잠을 자며 마음을 나눈다. “좋은 꿈 꾸렴. 꿈속에서도 이모랑 수녀님은 네 곁에 있을게. 언니랑 동생들, 예수님도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우리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수만 수녀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도 자립하기 어려운 이 사회, 우리 아이들이 ‘함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무사히 자라날 수 있도록 끝까지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특성상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늘 필요하다. ※후원 계좌: 국민 625101-01-362954 도미니꼬수녀원 ※문의: 032-674-0545 푸스펜의 집

대구카리타스, ‘수해 지역’ 경남 산청서 봉사활동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국장 김기진 대건안드레아 신부, 이하 대구카리타스)가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산청군 일대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긴급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대구카리타스 31개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150여 명은 7월 25일 경남 산청군 석대마을, 외송마을, 생비량공소 인근 마을, 산청읍 일대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가정과 농작지, 축사를 정리하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번 봉사 활동은 마산교구 산청본당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봉사자들은 오전 8시, 산청군국민체육센터에 집결해 조별로 현장에 투입됐다. 각종 작업 도구를 직접 준비하고, 고압세척기까지 동원해 복구에 만전을 기했다. 봉사자들은 침수로 손상된 가정 내부를 정리하고,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제거했으며, 농작지와 가축 사육지도 말끔히 정비했다. 대구카리타스 봉사단은 현장에서 새참을 제공하면서 봉사자들과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김기진 신부의 시작기도와 마침기도로 이어진 이번 활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이웃의 고통에 응답하는 신앙 공동체의 연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대구카리타스 측은 “이번 활동은 수해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실질적인 회복과 위로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가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사랑을 실천하는 카리타스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세종로본당, 유치원·수녀원·교육관 축복식

서울대교구 세종로본당(주임 박동균 도나도 신부)은 7월 19일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세종베드로 유치원과 수녀원, 교육관 건물 축복식을 봉헌했다. 축복식에는 정 대주교와 박동균 신부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4지구장 최원석(프란치스코) 신부 등과 본당 신자들이 참석했다. 본당은 2021년 ‘세종로성당 공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2022년 12월 서울대교구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고, 종로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2024년 3월 착공해 올해 7월 1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증축 건물은 전체 연면적 1137㎡(344평)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층은 강당과 교리실, 1층은 사제 집무실로 쓰인다. 2층부터 3층은 유치원, 4층은 회의실, 5층은 수녀원이다. 본당 사목협의회 김성재(그레고리오) 총무는 “시설이 무사히 완공되기까지 주님의 은혜와 보살핌 그리고 신부님을 비롯한 본당 공동체의 기도와 희생 덕분에 축복식까지 할 수 있었다”며 철거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축복식에 앞서 내빈 소개와 증축 경과 보고, 그리고 증축공사에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정 대주교는 세종베드로 유치원과 수녀원 건축에 기여한 시조그룹 주진오(알렉산델) 회장과 윤성애(데레사) 여사 부부, 감리 업무를 맡은 가톨릭건축사사무소 황원옥(마리아 에스텔) 수녀 등 총 7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