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무제한 낙태 허용 법안, 국가 책무 저버리는 행위”

박효주
입력일 2025-07-29 16:22:43 수정일 2025-07-29 16:22:43 발행일 2025-08-03 제 345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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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강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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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한국 교회 주교단은 손쉬운 낙태를 무제한 허용하는 법안 발의에 반대 성명을 냈다. 사진은 2024년 7월 18일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 앞에서 ‘36주 낙태 브이로그’를 개탄하며 열린 태아 생명 보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낙태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잇달아 발의되자, 한국교회 주교단은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 법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7월 23일 주교단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안은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대체 법안은 7월 11일 제22대 국회에서 첫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은 국회에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서 ▲약물에 의한 낙태를 명시하고(제2조)  ▲낙태 예방 사업 실시 삭제(제12조) ▲낙태 수술의 허용한계 삭제(제14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제14조의 2항에 낙태에 대한 보험급여 실시를 명시했다. 이어 이수진 의원 등 10인도 7월 23일 상담 시설 강화를 추가한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다.

반생명적인 조항을 담고 있는 법안에 대해 주교단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여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관해서도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주교단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한 것과 관련,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하여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주교단은 “헌법 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입법적 균형과 조화를 요구한 것이지, 생명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국가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 개선 활동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가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와 의료계도 개정 법률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7월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생명을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한 반생명적 법안”이라고 반발했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낙태의 무제한적 허용은 생명 존중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이번 법안은 40주 태아까지도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무제한 낙태 허용”이라며 “추후 임신 주차를 적당히 조정하며 원하는 시기를 넣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보이는 만큼 지금부터가 반생명 법안과 관련한 진짜 논쟁의 시작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형법상 의사 낙태죄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후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대체 입법 공백 상태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