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 교구장 우에드라오고 추기경

박주현
입력일 2025-07-23 08:50:53 수정일 2025-07-23 08:50:53 발행일 2025-07-27 제 345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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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N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심포지엄 위해 방한 “고통받는 부르키나피소 교회 기억해 주길”
지하디스트 무차별 테러로 학살·파괴 만연…‘우리는 세계 공동체’ 국제사회 관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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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박해 속에 몸부림치는 부르키나파소에 침묵의 공범을 저지르는 국제사회와 달리, 공감으로 동행해 주는 국제 ACN 네트워크에 감사하다”며 똑같은 박해의 상처를 지닌 한국교회의 기도와 도움을 부탁했다. 박주현 기자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édraogo) 추기경이 7월 10일 열린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의 설립 10주년 행사와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지하디스트’의 박해로 피 흘리는 부르키나파소 교회의 현실을 전하며 “강자들의 침묵이 가난한 이들의 절규를 덮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추기경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교구장으로 재임하며, 서아프리카 사헬 지대에서 10여 년 전부터 확산된 지하디스트 세력의 무차별적 테러들을 몸소 겪어왔다. 

부르키나파소는 이웃 나라 말리·니제르 등과 함께 지하디스트들에게 맞섰지만,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지원 없이 초국가적 무장단체를 극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재 국토의 40% 이상이 지하디스트의 영향 아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8000명 이상의 부르키나파소 국민이 학살당했으며, 22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이 식수조차 부족한 임시 캠프에서 기습 공격을 당하며 목숨을 잃고 있다. 수백 곳의 보건소, 행정기관, 경찰서 등 필수 기반 시설이 파괴되며 사회·경제 시스템도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종교적 갈등의 이면에는 자원과 무역 통로를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추기경은 “공격 대상의 대부분이 금광이나 자원 운송의 요충지”라며 “치안 부재를 틈타 금, 무기, 마약, 인신매매 등 불법 거래망이 활개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디스트들은 국민을 연결해 온 전통적 연대를 증오로 분열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고 있다. 그들은 무슬림 사원에서 예배 중인 신자들을 습격하고, 평화를 설파하던 이맘들을 대거 처형하기도 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종교를 초월한 전통적 연대를 기반으로 타종교 신자들과의 결혼도 활발했던 지역이다. 추기경은 “교회는 그 연대의 중심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와가두구대교구 가톨릭 재단 ‘둑 인 알툼’(Duc In Altum)과 ‘평화를 위한 종교 간 협의체’가 사회 통합을 위해 협력 중이며, 가톨릭액션(Action Catholique), 가톨릭청년학생회(AJEC) 등 교회 공동체들도 생필품 나눔 활동을 펼치며 무슬림과 비신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교회는 ACN 국제 네트워크의 오랜 지원 덕분에 ▲피난한 성직자들의 쉼터 제공 ▲미사 예물과 생계비 등 긴급 재정 지원 ▲폭력 피해자를 위한 영적·심리적 치유 활동 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추기경은 “공감으로 동행해 준 ACN과는 달리, 이해관계에 따라 빈국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은밀한 이익을 위해 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국가는 항상 세계적 위기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겁니까? ‘죽음과도 같은 고통’(l'agonie)에 몸부림치는 이들 앞에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공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 25항을 인용한 추기경은 “한 민족의 고통은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세계 공동체라는 의식을 되새겨야 한다"며 "죽음 앞에서도 믿음으로 싸워내는 사헬 지역의 아프리카인들을 기억해 달라”고 청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