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진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푸스펜의 집, “상처받은 어린 영혼에 위로를”

경기도 부천 주택가에는 부모의 이혼, 방임, 학대, 빈곤과 유기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는 여자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보호시설이 있다.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꼬 수녀회에서 2008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성 아동 공동생활가정 ‘푸스펜의 집’(시설장 기명옥 미카엘라, 담당 수만 수녀)이다. 푸스펜의 집은 수녀회 창설자 마리 푸스펜 수녀(Marie Poussepin, 1653~1744)의 정신을 따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도직을 하자”는 마음으로 아동이자 여성이라는 가장 연약한 존재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 6명이 기명옥 시설장, 인도에서 온 수만 수녀와 함께 24시간 함께 지내며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맺고 있다. 아이들은 기 시설장과 수만 수녀를 ‘우리 이모’, ‘우리 수녀님’이라 부르며 등교 전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고 또 화해하며,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가족처럼 기댈 수 있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특히 필요하다. 그래서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형태로 아이들을 보살핀다. 그룹홈은 5명 이상 7명 이하의 소수 보호대상 아동이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복지사·동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라, 수십 명 이상이 입소하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과 달리 집중 돌봄이 가능하다. 기 시설장은 “보호대상 아동은 도움이 필요해도 보호자의 눈치를 보거나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룹홈에서는 아이의 아픔을 제때 알아채고 함께 병원에 가는 등 돌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나들이와 캠프 등 동반 프로그램 외에도 한 가족다운 추억을 일상처럼 쌓으며 안정감을 얻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음껏 뛰어놀고, 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같은 푸스펜의 집 출신 교리교사 ‘큰언니’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지역에 장미 축제가 열리는 늦봄에는 거의 매일 온 가족이 공원을 산책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기 시설장은 “다른 가족들의 친밀한 모습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각자 이불을 가져와 함께 모여 잠을 자며 마음을 나눈다. “좋은 꿈 꾸렴. 꿈속에서도 이모랑 수녀님은 네 곁에 있을게. 언니랑 동생들, 예수님도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우리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수만 수녀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도 자립하기 어려운 이 사회, 우리 아이들이 ‘함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무사히 자라날 수 있도록 끝까지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스펜의 집은 그룹홈 특성상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늘 필요하다. ※후원 계좌: 국민 625101-01-362954 도미니꼬수녀원 ※문의: 032-674-0545 푸스펜의 집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6면

청년의 열정과 장년의 지혜로, 끼인 세대가 잇는 ‘사랑의 다리’

40대 신자들은 ‘끼인 세대’라는 별칭처럼 청년과 장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교회 내 활동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선배 신자들만큼 성숙한 신앙을 지니고 있으며, 후배 신자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교회가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면, 그들의 특별한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서울대교구 아차산본당(주임 신현우 안토니오 신부)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40대 신자 모임 ‘요한보스코회’(회장 김준일 알렉산데르)가 있다.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신앙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교회 공동체와 더욱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한보스코회를 소개한다. 끼인 세대를 위한 선택 요한보스코회는 40대인 주임 신현우 신부의 의지로 올해 1월 창립했다. 신 신부는 교회 전반에서 40대 신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사목 방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40대 신자들이 청년 단체에도, 장년 단체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까지 청년부에 속해 있던 40대 신자들은 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어린 친구들 활동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장년층 단체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직장과 자녀 양육 등으로 바쁜 40대에게는 장년 단체의 활동 역시 여러모로 부담이 따랐다. 이처럼 ‘어중간한 입지’에 있는 40대 신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복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신 신부는 청년부에서 독립된 새로운 단체로 요한보스코회를 출범시켰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사목자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유아·어린이·청소년 시설을 찾아가 ‘이모·삼촌’이 되어주며, 오히려 더 젊은이다운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끼인 세대’로서,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청년부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고자 하는 요한보스코회의 취지는 40대 신자들의 공감을 폭넓게 얻고 있다. 본당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희망하면서도 청년부에 소속된 적이 없어 망설이던 이들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현재 11명의 회원 중 5명은 청년부 출신이다. 신 신부는 “교우들과 함께 복음을 살아내고 싶어도 정작 소속 공동체를 찾지 못하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이들이 벌써 반년 넘게 활동하며, 그간 스스로 미지근하다고 자각하던 신앙에 새로운 열정을 지피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불붙는 믿음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매달 하루, 성당 인근에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운영 시설 ‘아해맘’과 ‘리틀요셉집’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두 곳은 북향민과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위한 유아·어린이 동반 시설이다. 회원들은 각종 시설 보수, 계절 대청소 같은 궂은일은 물론, 원아들과의 야외 활동과 정서적 동반 등 수녀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을 기꺼이 맡고 있다. 단체명 그대로, 요한보스코회 회원들은 어린이를 애정으로 품고 복음화에 헌신했던 살레시오회 창설자 요한 보스코 성인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꾸민 부활 달걀 등을 선물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필요한 물품을 전하거나 특별 기부도 한다. 영어 강사인 한 회원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 몇 명을 위해 매주 시간을 내어 무료 영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40대 신자는 청년부 활동을 그만둔 후 주일미사 외에는 신앙생활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요한보스코회에서의 실천은, 나이가 들어도 본당 안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의 경험이 깊어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40대는 청년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영적 체험은 일시적인 갈망에 그치지 않고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게 한다. 회원 강수연(세레나) 씨는 “삶에서 여러 기적 같은 일을 체험하면서 다시 신앙이 불타올랐는데 막상 레지오 마리애에 나가볼까 해도 구성원들과 나이가 맞지 않아 마음만 앞섰던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이 요한보스코회로 불러주신 덕에 소속감도 느끼고, 삶에 맞는 방식으로 신앙을 실천하며 기도생활도 안정감을 찾았다”고 전했다. 입단 전에는 자모회에만 소속됐던 우영숙(안젤라) 씨는 “전에는 청년부와는 교류가 없었는데, 요한보스코회를 통해 본당 내 다양한 활동에서 협력하고 소통해 서로의 믿음을 다독이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한보스코회 창설한 김준일 회장 - “청년도, 장년도 아닌 ‘끼인 정체성’ 세대 잇는 다리 될 수 있죠” “‘끼인 세대’라는 말에는 단순히 애매하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청년과 장년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이라는 뜻도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그저 끼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두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본당 청년부에서 활동하던 김준일(알렉산데르·41) 회장은 주임 신현우 신부와 의기투합해 1월 요한보스코회를 창설했다. 김 회장은 “요한보스코회는 봉사단체이자, 청년이면서 또 장년인 회원들이 두 세대 사이를 완충하는 마중물도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끼인 세대’라는 위치는 오히려 김 회장에게 강점이 되었다. 요한보스코회 창립 전부터 청년과 장년 모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온 그는, 청년 전례부·성가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년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지금도 청년부원들이 전례나 행사 준비를 요청하면 기꺼이 달려가 돕는다. 동시에 그는 중장년 신자들과 함께 꾸르실료를 수료한 꾸르실리스따이며,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두 세대를 넘나들며 신앙의 다리가 되어온 김 회장은 “특히 본당에서 청년과 장년이 함께 행사를 준비할 때, ‘끼인 정체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어른들과 청년들 사이에는 표현 방식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면 의사소통이 훨씬 부드럽게 이뤄진다고들 하세요. 중장년 형님들은 자칫 부담을 줄까 봐 청년들에게 가벼운 부탁조차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 회장이 강조하는 요한보스코회의 봉사 핵심은 ‘교감’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교감의 가치는 교회 내 세대 간 소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 어느 피정 연수 파견미사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청년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는데, 단순한 포옹 하나에 울음을 터뜨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확인받았기 때문이겠죠. 저는 청년들이 성당을 떠나는 이유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교감을 교회 안에서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요. 선배 청년으로서, 후배들에게 그런 따뜻한 교감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래야 친구들이 성당에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요.”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16면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 ‘꿈꾸는 별, 세계 속으로’ 해외봉사 펼쳐

재단법인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사장 김현수 토마스 신부, 이하 재단)은 7월 8일부터 17일까지 필리핀 바기오시에서 청소년 해외 자원봉사활동 ‘꿈꾸는 별, 세계 속으로’를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만 19세부터 24세까지 총 17명의 단원이 참여했으며, 바기오시 로워대그션(Lower Dagsian)에서 아동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나눔과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봉사단은 지역아동센터 개보수 작업, 센터 아동들을 위한 교육봉사, 지역 주민을 위한 환경정화 활동을 했으며, 현지 청소년들과의 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한 대학 탐방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시민 의식과 가톨릭적 이웃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실천에 나섰다. 특히 14일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물품을 활용해 바자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아동센터에 필요한 노트북, 프린터, 도서 등 교육 기자재를 구입해 기부했다. 재단은 2016년 바기오시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봉사단을 파견해 왔다. 벤자민 마갈롱(Benjamin Magalong) 바기오시 시장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양국 청소년이 함께 국제적 감각을 키우며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봉사단에 감사를 전했다. 이번 활동에 동행한 재단 사무처 한해성 신부(요한 세례자·인천교구)는 “바기오시 사회복지개발국(City Social Welfare and Development Office, CSWDO)과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현지 청소년들과 진정성 있는 만남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청소년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3면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6)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 사업

서울대교구 홍은동본당(주임 이기성 에우세비오 신부)은 올해 1월부터 ‘어려운 신자와 함께, 소외된 지역 주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본당과 지역 내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건강하게 먹고, 1년 중 하루라도 즐겁게 보내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서호성 라자로)와 ‘나눔의 묵상회’(회장 김미경 리디아)는 2021년부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인간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사회복지 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본당은 서울 홍은동 지역 취약계층 가운데, 건강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1년에 한 번 외출조차 어려우며, 학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조차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이웃을 지역사회와 신자들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총 27명의 지원 대상자에게 두 달마다 쌀, 밑반찬, 과일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가정 방문을 통해 말벗이 되어주고 간단한 집수리도 함께 하며 물질적 지원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정서적 돌봄을 함께 전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연말에는 지원 대상자들과 함께하는 야유회 ‘힐링 나들이’가 예정돼 있다. 매년 성지순례를 겸해 떠나는 이 나들이에는 본당 노인 신자들도 함께 참여해, 대다수가 독거노인인 대상자들과 자연스럽게 유대를 맺으며 사회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바람 쐴 기회도, 동행할 사람도 없었던 대상자들은 모처럼의 여행에서 웃음을 되찾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신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존엄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5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원하며,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아이들의 자존감이 꺾이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나눔의 묵상회 회원들은 해당 청소년들과 일대일 결연을 하고, 소정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김미경 회장은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며, 인간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행’의 가치를 실천해 온 본당은, 사회적 기여가 크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에도 매달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인 서호성 분과장은 “희망의 순례자는 순례단이 될 때 더 빛난다”며 “후원금이 크지 않아도,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교회·사회 기초 공동체들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을 통해 해마다 장학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대상 청소년의 학창 시절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기성 신부는 “진정한 구원은 우리가 이웃의 결핍에 안타까워하며 그것을 채우기 위해 선을 실천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라며 “봉사자들의 우군이 되어주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도 깊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5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희귀 난치성 뇌전증과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임태양 군

갓난아기 시절 간과 뇌가 심각하게 손상되면서 희귀 난치성 뇌전증(간질)을 앓게 된 임태양(14) 군에게 삶은 늘 벼랑 끝이었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추락할 수 있는 절벽 위에서, 날마다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사투를 이어왔다. 간질 발작과 각종 합병증으로 응급실을 드나드는 일이 일상이 된 태양 군은 지난 7월 17일에도 병원에서 심장이 좋지 않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2주째 호흡 곤란 증상을 보여 찾은 병원에서는 심장 염증 수치가 정상보다 7배나 높게 나왔다는 결과를 알렸다. 호우 속에서 아들을 업고 병원을 오간 엄마 권윤혜(38) 씨는 빗물보다 진한 눈물에 옷이 젖었다. 건강하게 태어났던 태양 군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 건 의료사고 때문이었다. 생후 6개월 무렵 작은 병치레로 찾은 병원에서 의사의 오진으로 잘못된 약을 처방받았고, 간성 혼수에 이를 정도로 간이 망가졌다. 이어진 뇌수막염과 뇌부종은 뇌에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엄마의 간을 이식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1년 뒤에는 희귀 난치성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뇌병변과 지적·언어장애가 동반되며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간질 발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경련은 대발작으로 이어져 온몸이 굳고, 호흡까지 멈추게 한다. 그때마다 뇌는 또다시 손상된다. 부모는 잠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두 동생도 형의 기침과 경련 소리에 불안에 떨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마요”라며 부모를 먼저 위로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지 기능도 점점 저하되고 있다. 태양 군의 인지 수준은 생후 6개월에 머물러 있고, 물건이나 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일상이 늘 위험하다. 소파나 침대조차 없이 바닥에서 생활하는 가족에게는 사소한 공간조차도 사고의 요소가 된다. 신체 기능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편마비로 오른쪽 팔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고, 연하장애 때문에 음식은 부모가 일일이 죽으로 만들어 목까지 떠먹여줘야 한다. 면역력이 약해 천식까지 앓고 있어 집에서도 산소 치료가 필요하다. 설상가상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입원비, 재활치료비, 보조기 교체비, 산소 공급기 임대료까지 한 달 지출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누적된 빚은 3억 원을 넘었고, 장기 입원이 잦고 감염 우려가 커 다인 병실 사용도 어렵다. 가장인 아버지 임지민(마르치아노) 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화물차 운전과 대리운전을 병행해 왔지만, 올해 초 뇌졸중과 뇌혈관 질환, 심혈관 이상까지 진단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거 환경도 위태롭다. 태양 군 가족은 형편상 집 보증금도 마련하기 어려워 2층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윤혜 씨는 아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내가 헛디디면 어떡하지”라는, 살얼음판 같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작은형제회 재속회원으로 인천교구 석남동본당(주임 도종현 베네딕토 신부, 작은형제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태양 군의 할머니 이성숙(마리아 고레띠) 씨는 미사마다 태양 군을 위한 기도지향을 넣고 있다. 본당 주임 도종현 신부는 “우리 주변에는 큰 어려움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공기처럼 잘 보이지 않는 이웃들이 많다”며 “우리가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그분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7월 23일(수) ~ 2025년 8월 12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4면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 영등포 쪽방촌 떠나 서울역 인근에 새 둥지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병원장 고영초 가시미로)이 28년간 자리를 지켜온 서울 영등포를 떠나 서울역 인근으로 이전한다. 요셉의원은 7월 18일 영등포 소재 의원에서의 진료를 종료하고, 8월 1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389 소재 새 의원에서 진료를 재개한다. 1987년 서울 신림동 쪽방촌에서 개원한 요셉의원은 개원 초기부터 순수 민간 후원만으로 운영되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한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해 온 대표적인 자선의료기관이다. 요셉의원이 새 보금자리를 찾은 이유는 영등포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쪽방촌 재개발 사업 때문이다. 1997년부터 요셉의원이 자리해 온 건물을 포함해 주변 일대 건물이 모두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2024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서울역 인근 건물의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시설 이전을 위한 리모델링을 해 왔다. 이전 장소로 서울역 인근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 역시 영등포처럼 쪽방촌(동자동)이 있고, 노숙인이 많기 때문이다. 재단 사무총장 홍근표(바오로) 신부는 “서울역 인근에는 500여 명의 노숙인과 3000여 명의 쪽방촌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의료 수요가 매우 많고 무료 진료의 필요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요셉의원은 환자와 봉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 여건도 고려했다. 서울역은 수도권에서 접근이 쉽고, 지하철과 철도가 지나는 중심지다. 그간 요셉의원의 도움을 받아온 영등포 쪽방촌 환자들도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의원을 찾을 수 있다. 진료 과목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내과, 신경외과,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일반외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물리치료과, 치과, 통증클리닉 등 총 14개 진료과가 운영되며, 한의과 진료는 준비를 거쳐 추후 시작될 예정이다. 이전 후에도 요셉의원은 방문 진료, 방문 간호, 복약 지도 등 직접 찾아가는 방문 의료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동자동 쪽방촌의 고립·은둔형 환자와 정신질환 대상자들도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더욱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의료진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증 질환으로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을 직접 찾아 돌보는 이 사업은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새 요셉의원은 영등포 소재 시설보다 공간이 협소해 진료실, 약국, 엑스레이실, 검사실, 간호실, 처치실 등이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분산돼 있다. 고영초 병원장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안전하게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봉사자가 필요하다”며 교회와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청했다. ※문의: 02-2634-1760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4면

[인터뷰]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 교구장 우에드라오고 추기경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édraogo) 추기경이 7월 10일 열린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한국지부의 설립 10주년 행사와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지하디스트’의 박해로 피 흘리는 부르키나파소 교회의 현실을 전하며 “강자들의 침묵이 가난한 이들의 절규를 덮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추기경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교구장으로 재임하며, 서아프리카 사헬 지대에서 10여 년 전부터 확산된 지하디스트 세력의 무차별적 테러들을 몸소 겪어왔다. 부르키나파소는 이웃 나라 말리·니제르 등과 함께 지하디스트들에게 맞섰지만,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지원 없이 초국가적 무장단체를 극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재 국토의 40% 이상이 지하디스트의 영향 아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8000명 이상의 부르키나파소 국민이 학살당했으며, 22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이 식수조차 부족한 임시 캠프에서 기습 공격을 당하며 목숨을 잃고 있다. 수백 곳의 보건소, 행정기관, 경찰서 등 필수 기반 시설이 파괴되며 사회·경제 시스템도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종교적 갈등의 이면에는 자원과 무역 통로를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추기경은 “공격 대상의 대부분이 금광이나 자원 운송의 요충지”라며 “치안 부재를 틈타 금, 무기, 마약, 인신매매 등 불법 거래망이 활개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디스트들은 국민을 연결해 온 전통적 연대를 증오로 분열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고 있다. 그들은 무슬림 사원에서 예배 중인 신자들을 습격하고, 평화를 설파하던 이맘들을 대거 처형하기도 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종교를 초월한 전통적 연대를 기반으로 타종교 신자들과의 결혼도 활발했던 지역이다. 추기경은 “교회는 그 연대의 중심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와가두구대교구 가톨릭 재단 ‘둑 인 알툼’(Duc In Altum)과 ‘평화를 위한 종교 간 협의체’가 사회 통합을 위해 협력 중이며, 가톨릭액션(Action Catholique), 가톨릭청년학생회(AJEC) 등 교회 공동체들도 생필품 나눔 활동을 펼치며 무슬림과 비신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교회는 ACN 국제 네트워크의 오랜 지원 덕분에 ▲피난한 성직자들의 쉼터 제공 ▲미사 예물과 생계비 등 긴급 재정 지원 ▲폭력 피해자를 위한 영적·심리적 치유 활동 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추기경은 “공감으로 동행해 준 ACN과는 달리, 이해관계에 따라 빈국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은밀한 이익을 위해 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국가는 항상 세계적 위기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겁니까? ‘죽음과도 같은 고통’(l'agonie)에 몸부림치는 이들 앞에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공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 25항을 인용한 추기경은 “한 민족의 고통은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세계 공동체라는 의식을 되새겨야 한다"며 "죽음 앞에서도 믿음으로 싸워내는 사헬 지역의 아프리카인들을 기억해 달라”고 청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21면

폭우로 쑥대밭 된 작은형제회 산청성심원…“도움 절실”

7월 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632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남 산청 소재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산청성심원(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은 “산사태, 토사유출 등 피해로 자체 수습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원장 엄삼용 수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체험홈, 한센인 노인들 주거공간, 직원·봉사자 숙소와 임시 거주지는 초토화됐고 농장과 주택, 도로도 파손·침수됐다. 이하 도움 호소문 전문.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분이 4명 있었고, 인명사고가 없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산청 전체가 초토화했고 그나마 성심원은 양호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산청성심원의 큰 뒷산이 살인적인 폭우를 견디지 못해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계곡 길이 형성돼 거대 토목공사가 이루어져야 재발을 방지할 것 같습니다. 이용인과 직원들도 몸만 겨우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애써 키운 닭과 오리들, 듬뿍 사랑을 주던 강아지를 잃고 농장이 쑥대밭이 돼 복구 작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한센인 어르신도 계시고 총체적 난국입니다. 성심원 맞은편에서 보면 피해 상황이 잘 드러나지 않고 주요 건물은 이상이 없으나, 산을 둘러싼 뒤쪽 건물들과 임야는 처참할 지경입니다. 보금자리를 잃은 직원과 봉사자들, 마을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 것조차 막막해 골머리를 앓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임시 대피소도 자체로 마련했고 이용인들과 직원들의 숙식과 생활은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두의 도움과 저희의 의지를 모아 하나하나 수습하고 복구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성심원 전체 배수로가 막혀 빨리 뚫리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호우나 태풍이 온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갑니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없는 공사를 위해 06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 지원 등 조속한 복구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연락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센인 마지막 세대인 60여 명 한센인 노인들과 발달·지체 등 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들 40여 명과 함께 살아가는 저희 산청성심원 식구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피해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 계좌: 농협 887-01-055068 재)프란치스꼬회산청분소 ※ 문의: 055-973-6966 산청성심원

입력일 2025-07-23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