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젊은이들의 희년] “당신들이 찾는 이는 예수님입니다”…교황, 100만 젊은이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

이승환
입력일 2025-08-03 09:45:48 수정일 2025-08-03 09: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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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로마 외곽 토르 베르가타 평원에서 밤샘기도회…교황, 젊은이 3명에게 삶과 신앙에 관한 질문 받고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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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에서 열린 ‘젊은이들의 희년’ 밤샘기도회에 앞서 희년 십자가를 든 레오 14세 교황이  청년들과 함께 제대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십자가 너머로 한국교회 순례단의 태극기도 보인다. CNS

레오 14세 교황은 ‘젊은이들의 희년’ 밤샘기도회(Vigil)에 모인 100만 명의 청년들에게, “세상은 복음을 증거할 정의와 평화의 선교사를 필요로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껴안고 만나는 이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신앙을 삶으로 증거하는 젊은이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8월 2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13km 떨어진 토르 베르가타 평원에 헬리콥터로 도착했고, 평원을 가득 메운 청년들은 세계 각국 국기를 흔들고 환호하며 교황을 맞이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은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거나 이날 로마 시내에서 세시간을 걸어 대회장에 도착했다. 25년 전 대희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포프모빌에 탄 교황은 양옆으로 도열해 환호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청년들이 던진 인형과 물건들을 받기도 했다. 이어 포프모빌에서 내린 교황은 희년 십자가를 건네받아, 수십 명의 청년들과 함께 제대 위까지 들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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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토르 베르가타에서 열린 밤샘기도회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한 청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CNS

교황은 이어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의 질문을 받고 그에 답변했다. 멕시코에서 온 23세 청년 둘세 마리아는 “온라인 우정이 주는 설렘은 있지만, 그것은 참되고 지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시적이고 종종 허상일 뿐”이라며 외로움을 토로했다. 이어 “진정한 우정과 참된 사랑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신앙은 우리 미래를 세우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다.

교황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대화와 만남, 교류의 놀라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상업주의와 이익에 의해 조작될 때, 관계를 파편화시키는 기만적 도구가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처럼 “불안한 청년 시절을 보냈지만, 안주하지 않고 진리를 추구했던 모습”을 본받을 것을 권유했다.

이탈리아 출신 19세 청년 가이아는,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용기를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교황은 “선택은 인간의 본질적 행위이며, 선택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께 선택받은 존재이며, 선택할 수 있는 용기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5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남긴 말을 상기시켰다.

“당신들이 행복을 꿈꾸며 갈망할 때 찾고 있는 이는 바로 예수님입니다. 아무것도 만족을 주지 않을 때, 당신을 기다리는 분이 바로 그분입니다.”

그는 결혼, 성직, 봉헌생활과 같은 “급진적이고 의미 있는 선택”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완전한 사랑의 모습으로 변모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준비된 원고에서 벗어나, 이집트와 스페인 청년의 죽음을 애도했다. 

교황에 따르면, 두 순례자는 모두 젊은이들의 희년 참가를 위해 로마로 올 예정이었지만, 바로 직전 병으로 선종했다. 교황은 “두 순례자 모두 로마로 오려 했지만, 죽음이 그들을 데려갔다"며 "우리 함께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세번째 질문에 나선 미국 출신 20세 청년 윌은 “삶의 시련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어떻게 부활하신 주님을 진정으로 만나고, 그분의 현존을 확신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언급하며 “희망은 좋은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며, 우리가 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는 우리의 양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은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삶을 성찰하고, 더 인간적인 세상을 위해 정의를 추구하며,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우리가 이웃에게서 받고 싶은 선함을 증언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신 성체 안의 그리스도를 경배하며 예수님을 본받고 공부하며, 일하고, 사랑하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젊은이들과의 문답 말미에 평원을 가득 채운 100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예수님의 친구로 남기를 기도하고, 만나는 모든 이의 여정에 동행하는 벗이 되십시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볼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그분 안에서 하나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