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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청소년 찾아가는 트럭 ‘아지트’, 설립 10주년 맞아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며 함께 달렸던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아지트’가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아지트를 운영하는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 산하 성남시 남자단기청소년쉼터는 7월 28일 경기도 성남시청 한누리홀에서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아지트 직원과 봉사자, 아지트를 이용하는 청소년들, 임종철 성남시 부시장과 안광림 성남시의회 부의장을 비롯한 성남시와 광주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하종 신부는 “인생의 어두운 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평화의 오아시스를 제공하고자 작은 승합차 한 대로 아지트의 여정을 시작했다”며 “그동안 거리 상담을 통해 위기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조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임종철 부시장은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 걸어온 아지트의 10년은 순수한 헌신이자 사랑의 결실이었다”며 “성남의 미래이자 희망인 청소년들을 위해 시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지트는 올해 ‘희년버스’라는 새 이름으로 45인승 버스를 마련해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희년버스는 인근 학교와 야탑역, 신흥역, 경기도 광주 경안동행정복지센터 등을 순회하며 청소년 대상 특성화 교육과 심리·의료상담 활동을 하고 기초생활 물품 등도 지원한다. 10년간 아지트를 이용한 청소년은 9만7442명에 달한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1면

[수원교구 성당 순례] 죽전1동 하늘의 문 성당

야곱은 베텔에서 꿈을 꾼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창세 28,12) 그리고 주님께서 그 위에 서서 말씀하셨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 28,15) 야곱은 주님을 만난 그곳을 ‘하늘의 문’이라 했다. 그분이 살아 계심을 믿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함께 키워가는 곳.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죽전1동 하늘의 문 성당(주임 박영훈 요한 사도 신부)을 소개한다. 성모님의 기쁨과 고통, 벽에 새겨지다 크고 높은 고개라는 뜻의 ‘대치고개’로도 불렸던 죽전(竹田). 고개의 끝에 자리하고 있는 하늘의 문 성당은 그 이름처럼 하늘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하늘을 향해 물줄기가 뻗어나가는 듯한 디자인의 성당 외관. 그 줄기를 세어보니 7개다. 하늘의 문이신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시는 본당은 성모님의 ‘칠고(苦) 칠락(樂)’의 상징을 외벽에 새겼다. 하늘을 향한 7개의 벽은 원죄 없으신 동정 마리아께서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천주의 성모로 인정받고, 예수님을 세상에 낳으시어 성모님이 되신 등의 7가지 기쁨을 상징한다. 또 하늘을 향해 숙이고 있는 7개의 벽을 통해 성전에서 시메온의 예언을 들으신 고통, 아기 예수를 안고 이집트로 피난 가신 고통,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으신 고통 등 일곱 가지 고통(七苦)을 기억할 수 있다. 외벽 색은 흙색이다. 땅 속에 묻혀 있는 무덤을 표현하고자 외벽 타설 시 안료에 돌가루를 섞어 색을 냈다. 신자들은 성모님의 기쁨과 고통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하느님의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의 문 성당은 2013년에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지면적 1984㎡, 건축면적 991.98㎡ 규모의 성당은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과 일곱 가지 기쁨을 빛의 명암을 통해 표현했을 뿐 아니라 건물 전체적으로 비대칭과 비정형성을 드러내 종교 건축물이 가진 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수님의 부활을 매일 체험하는 성전 성당의 외관은 디자인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그 안으로 들어오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성물들로 더욱 빛이 난다. 성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십자가는 여느 성당 십자가와 다르다. 벽에 붙어있지 않고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있다. 성 다미아노 성당에 걸려 있는 십자가에서 착안한 다미아노 십자가는 12세기 시리아 수도자에 의해 그려진 비잔틴 양식의 이콘이다. 요한복음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이 이콘은 영광의 신비가 잘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가시관 대신 영광의 관을 쓰고 있는 예수님. 승리를 거둔 그리스도의 몸은 어두운 배경과 대조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예수님 발아래 4명의 성인 중 2명은 각각 의사와 약사의 주보성인 고스마와 다미아노 성인을 그린 것도 인상적이다. 신자들이 보는 십자가의 반대편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승리를 의미하는 예수님과는 반대로 수난의 예수님이 제대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위에는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고,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는 장면도 아래에 있다. 창세기부터 최후의 만찬까지를 하나의 이콘에 담은 것이다. 예수님 발치의 검은 해골로 표현된 아담의 해골은 인류를 의미하며 예수님의 몸을 타고 흐르는 보혈은 인류의 죄를 사하심을 상징한다. 미사 중 성체, 성혈 거양 시 사제가 성작을 높이 치켜들면 예수님의 피가 성작 안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흰 배경 안에 걸린 이콘 십자가와 성당 외관 벽을 그대로 옮긴 제대는 심플하면서도 미사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예수님과 성모님에 대한 상징이 적은 것을 아쉬워하자, 미사가 끝나고 기도를 하고 있던 한 신자가 제대 위 천장을 보라고 손짓한다. 제대 오른쪽 끝에 다다라 고개를 들자 성전 안에서 가장 보물같은 공간을 눈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집모양의 벽을 따라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 가느다란 빛을 받고 있는 이 자리는 예수님이 부활하고 남아있던 빈무덤의 현장을 보여준다. 신자들은 성전, 즉 빈무덤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매일 체험하고 있었다. 빈무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성전 문을 열자, 아름다운 색을 입은 성모님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에 새겨진 승천하시는 성모님은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을 따뜻한 미소를 맞이한다.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체험하고 승천하시는 성모님이 인자한 미소로 신자들을 맞는 성당 안에서는 조용히 기도하는 짧은 순간만으로도 따뜻한 신앙의 온기가 채워졌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빈무덤에 모인 사람들은 구원의 기쁨을 만끽하며 하늘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4면

[우리 이웃 이야기] ‘섭리 나눔의 집’ 봉사자 김유순 씨

“노숙인 식사 봉사를 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천주의 섭리 수녀회가 운영하는 ‘섭리 나눔의 집’에서 봉사하는 김유순(소화데레사, 수원교구 제1대리구 서둔동본당) 씨는 노숙인 급식 봉사를 통해 신앙과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2023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찾은 성당에서 김 씨는 섭리 나눔의 집에서 봉사 중인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몇 년 만에 미사에 갔던 날이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자매님이 노숙인 식사 봉사에 인원이 부족하다며 하루만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죠. 그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첫날,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돌아온 김 씨에게 한 수녀가 다음 주에 열리는 봉사자 피정을 권했다. “정식 봉사자가 아니라 망설였는데, 수녀님께서 기도도 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자며 권유하셨어요. 피정 중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이 주신 사랑을 나누는 길이 봉사’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죠. 그 은혜를 충만히 받고 정식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김 씨는 격주 금요일마다 다섯에서 여섯 명의 봉사자와 함께 섭리 나눔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한 뒤, 수원역으로 이동해 배식한다. 하루 약 160명의 노숙인이 급식소를 찾기 때문에 180인분가량을 넉넉히 준비한다. “오전 9시부터 요리를 시작해 배식하고 돌아와 정리까지 마치면 오후 3시가 훌쩍 넘을 때도 있어요. 여름에는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지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큽니다.” 노숙인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일은 길거리, 가장 낮은 자리의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레 안부를 묻게 되고,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도를 올리게 된다. 그렇게 김 씨는 노숙인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배식을 시작하기 전, 봉사자들이 모여 함께 기도합니다. ‘오늘도 노숙인분들이 한 끼 배불리 드시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기도로 시작하죠. 그래서 저희 봉사자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불편함 없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김 씨에게 급식 봉사가 있는 날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하루’다.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삶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는, 은총 가득한 시간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나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실천하기란 쉽지 않지요. 좋은 기회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는 건강과 시간 또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감사한 일들이 많았기에, 신앙생활도 늘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2면

수원교구, ‘노인-청년’ 만나는 신앙 나눔 자리 열어

‘제5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과 청년이 소통하며 신앙의 유산을 이어가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3국(국장 허규진 메르쿠리오 신부)은 7월 26일 제2대리구 본오동성당에서 조부모와 노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안산지구 17개 본당에서 노인 신자를 초청해 청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안산지구 17개 본당 노인 신자들이 초청돼 청년들과 교류 시간을 가졌으며, 안산지구 청년연합 성가대와 수원가톨릭청소년교향악단이 각각 특송과 반주로 미사에 함께했다. 또한 안산지구 청년연합회 소속 청년들은 행사 진행을 돕고 세대 간 신앙 나눔에 참여했다. 미사를 주례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강론에서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노인들은 오늘날에도 윤리·도덕적 덕목을 전하고, 사회에 대한 헌신을 실천함으로써 여전히 구원 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제5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집회 14,2)라는 말씀을 강조하신다”며 “나이가 들고 육체적으로 약해진다고 해도 신앙을 전수하고 기도로 모범을 보이는 역할이 여전히 있음을 잊지 말라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노인이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정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세대 간 신앙 나눔 시간이 이어졌다. 노인 대표로 나선 강신홍(이형 라우렌시오·제2대리구 상록수본당) 씨는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불행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청년 여러분도 힘든 시기마다 자신을 낮추며 인내하며 하느님께서 때가 되면 높여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지구 청년연합회장 황규민(스테파노) 씨는 “혹독한 현실 앞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변 청년들과 신부님 그리고 신앙의 힘을 통해 다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며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이 있다면, 가볍게라도 성당에 나가보라 권유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들의 활동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신다면 더욱 행복한 신앙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부모와 자녀, 손자 3대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신앙의 유산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됐다. 제1대리구 영통영덕본당(주임 백윤현 시몬 신부)은 7월 27일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기념해 세 세대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행사를 열었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가족 단위의 신앙 전승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3대가 함께하는 미사는 가족 간 신앙의 기쁨을 되새기고 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여덟 가정이 참여했으며, 기념사진 촬영과 함께 소정의 격려금도 전달됐다. 이날 3대가 함께 미사를 봉헌한 배순자(카타리나) 씨는 “자녀들이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과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1면

[수원교구 성당 순례] 손골성지 성당

경기 용인시 동천동 손골성지(전담 이재웅 다미아노 신부). 광교산 기슭에 자리한 이곳은 박해 시대 당시 교우촌이 있던 자리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속 깊숙이 들어온 신심 깊은 신앙 선조들을 만나기 위해 서양선교사들도 이곳에 머물렀다.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는 손골 교우촌을 이렇게 묘사한다. “마을에서 나와 몇 백 발걸음 어쩌면 천 걸음일지도 모를 거리를 가면 예쁘고 아담한 장소가 있어요…. 거기엔 마침 작은 폭포도 있는데, 높이가 대략 두 자밖에 안 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이 있답니다.”(손골에서 보낸 1853년 9월 18일자 서한) 올 여름, 아름다운 풍경과 신앙선조들의 깊은 신심이 깃듯 손골성지를 방문하면 어떨까. 손골 교우촌 이야기 1865년 9월 29일, 성 도리 헨리코 신부는 랑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손골에는 오직 신자들만 살고 있었으며, 총 12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병인박해(1866년) 이전부터 손골에 교우촌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831년 조선대리감목구가 설정되고,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이들은 서울 근교의 교우촌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손골 역시 선교의 거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선교사들은 박해를 피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으면서도 신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서울 근교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선교사들이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는 장소로 이곳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57년이다. 3월, 페롱 신부가 손골 교우촌에 거주했고, 1861년에는 조안노 신부와 칼레 신부가 머물렀다.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도 1863년 7월부터 약 1년간 손골에서 지냈다. 마지막으로 손골에 도착한 선교사는 1865년 6월 23일에 온 성 도리 헨리코 신부였다. 교우촌 신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갔다는 사실은 선교사들의 기록을 통해 오늘날에 전해지고 있다. 도리 신부는 1865년 10월 16일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전했다. “손골의 교우들은 주로 담배 농사를 지으며 겨우 생계를 이어갔고, 논도 약간 있었지만 홍수로 모두 폐허가 되어 먹을 것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도리 신부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조선에서 활동 중이던 여러 선교사들을 만났다. 칼레, 오메트르, 프티니콜라, 위앵 신부 등이 손골을 방문했다. 특히 선교사들은 여름철 농번기 동안 사목 활동을 잠시 쉬고 이곳에서 피정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했다고 전해진다. 순교자 기억하는 공간 도리 신부는 이곳에서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열심히 익히던 중 병인박해를 맞았고 1866년 2월 27일 체포됐다. 당시 조선 관리들은 그를 본국으로 송환하라고 명했지만, 도리 신부는 “이 나라에 머무는 동안 말을 배웠으니, 죽었으면 죽었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부했다. 결국 그는 3월 7일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손골이 성지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도리 신부의 출신 본당 주임이었던 조셉 그를레 신부가 도리 신부의 시복을 위한 여정으로 한국을 찾아 손골을 순례했다. 이후 도리 신부의 고향인 프랑스 탈몽(Talmont)과 손골을 연결하기 위해, 농부였던 도리 신부의 부친이 사용하던 화강암 맷돌을 깎아 두 개의 십자가를 제작하고 프랑스와 한국에 각각 세웠다. 이 십자가를 기반으로 손골에는 도리 신부 순교 현양비가 세워졌으며, 1966년에는 손골성지가 공식 설립됐다. 성지 곳곳에는 순교자들을 기리는 장소가 자리하고 있다. 손골기념관에는 오메트르 신부의 친필 편지 원본을 비롯해, 도리 신부가 신학생 시절 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보와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순교자의 방'에는 성 도리 헨리코, 성 오메트르 베드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그리고 손골에서 순교한 무명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성당 뒤편 산기슭에는 손골 교우촌에서 생활하다 순교한 4위 유해를 모신 순교자의 묘가 조성돼 있다. 성지 성당에는 순교자들의 삶과 믿음을 한눈에 보여주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있다. 도리 신부와 오메트르 신부가 교우촌에서 신자들과 함께 지내던 모습을 형상화한 12점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신앙의 울림을 전한다. 성지 전담 이재웅 신부는 지난해 부임 이후 성지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단을 새롭게 구성하고, 성지를 영적 쉼터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 너머에 ‘오메트르 쉼터’를 조성해, 성지를 찾는 이들이 차 한잔과 함께 조용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쉼터는 한쪽 창으로는 성당을, 다른 창으로는 청계산을 바라볼 수 있어, 손골 교우촌이 간직했던 따뜻한 공동체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웅 신부는 “손골성지가 도시 생활에 지친 신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큰 사목적 역할은 바로 ‘영적인 쉼’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지를 찾는 모든 순례객이 마음의 위로와 신앙의 용기를 채워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4면

수원교구, ‘농민 주일’ 기념 미사…“우리 농산물 아끼고 적극 이용해야”

제30회 농민 주일 기념 미사가 7월 20일 수원교구 제1대리구 화서동성당에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교구 농민사목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가 주최한 올해 기념 미사는 도농 교류 활성화를 위해 도시 공동체인 화서동성당에서 마련됐다. 문희종 주교는 강론에서 “정부가 최근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 조정을 위해 미국산 소고기와 쌀 시장 개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농민 주일을 맞아 우리 농업의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며 “쌀 자급국이었던 아이티가 자유무역 정책으로 미국산 쌀을 전면 개방한 뒤 농업 기술을 상실하고 빈곤국이 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또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차원에서도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기후위기로 인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농업 자체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우리 농산물을 아끼고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시 본당 신자들이 생태적 회심을 실천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는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한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이에 따라 교구 농민사목위원회는 가톨릭농민회와 연계해 물품 나눔과 농촌 일손 돕기 등 도농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본당 직거래 장터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정기적으로 직거래 장터를 여는 본당은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으로, 매달 둘째 주일에 열리는 ‘상현달장’에서는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농민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생명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도시 신자들이 생명살리기 운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기석 신부는 “현재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6% 내외로 아주 적은 숫자이며 최근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농업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에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농민회의 활동에 더 큰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을 살리며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한다는 것이 하느님의 생명 사업에 함께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많은 본당이 직거래 장터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미사에는 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와 두물머리분회 소속 농민 30여 명이 참석해 올해 수확한 마늘, 토마토, 감자 등의 농산물을 미사 중 봉헌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1면

“건강한 한 끼 먹으니 하느님과 가까워졌어요”

“몸에 좋은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어요.” 7월 17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성미유치원(원장 이선미 로사리아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의 점심시간. 이날 메뉴는 고사리·콩나물·당근·고기가 들어간 비빔밥과 간장 양념 닭갈비, 된장국, 자두다. 겉보기엔 여느 유치원과 다르지 않지만, 이 유치원의 식탁은 특별하다. 바로 모든 식재료가 가톨릭 농민이 직접 기른 유기농산물이라는 점이다. 당일 아침에 들어온 생닭과 양배추, 감자, 당근 등 신선한 재료는 물론, 간장·된장·참기름·식초 같은 양념까지 모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선미 수녀는 “우리가 먹는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식탁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도 밥 한 끼의 의미와 중요함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식재료가 지닌 생명력이 우리 몸에 들어와 다시 살아난다는 점에서, 밥을 먹는 일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농 식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아 200명 규모의 대형 유치원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를 이용한다면 재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손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 뒤에는 포장 쓰레기 증가와 항생제 등 건강에 해로운 재료 사용이라는 문제가 따른다. 유치원은 한 끼 식사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는 신념으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피조물을 보전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오전 10시, 유치원 조리실에서는 닭갈비에 쓰일 닭을 손질하는 조리사들의 손이 분주하다. 1차로 식재료를 만지며 요리하는 조리사들은 그 재료가 건강하게 자란 것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 조리사 이미자 씨는 “수입산과 국내산 닭은 냄새와 색 등 보기만 해도 다른 게 느껴진다”며 “특히 항생제를 쓰지 않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우리농 닭은 만졌을 때 부드럽고 색도 선홍색으로 보기 좋은데,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은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유치원은 생명·평화 교육을 핵심으로 삼는다. 자연과 사람, 하느님과의 관계를 배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생태적 감수성을 키운다. 학부모 지구살림 동아리도 운영하며 가정에서도 생명 교육이 이어지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며, 작은 피조물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의 결실은 아이들의 식판 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손에 붙은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판을 깨끗이 비운다.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어 남기지 않도록 지도하기 때문에, 배추김치나 양배추, 당근처럼 싫어할 법한 채소도 남기지 않았다. 이날 달님반, 진달래반, 생명반 교실의 잔반통에는 남은 음식물이 전혀 없었다. 아직 어린 6~7살 아이들이 유기농과 생명의 가치를 모두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한 끼 식사의 소중함만큼은 온몸으로 체득한 듯 보였다. 식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빈 식판을 들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니 더 건강해질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16면

[제30회 농민 주일 담화] 박현동 아빠스, “삶의 자리에서 생태 사도직 수행하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7월 20일 제30회 농민 주일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생태 사도직을 수행하며 살도록 또다시 부름을 받는다”며 생명 지킴이 운동 실천을 당부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농부는 ‘주님께서 그를 보살피고 살려 주시어 그가 땅에서 복을 받으리라’(시편 41,3)는 말씀을 믿고, 하느님께서 주신 땅의 선물을 충실히 돌보는 청지기로 살아왔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마음으로 연대하며 30년간 이어진 이 길은, 다만 먹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신앙의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박 아빠스는 “1994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농업의 위기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아래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도·농 생명 공동체 운동’이 제안되었고 이 운동의 결실이 바로 ‘우리농 나눔터’”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농 나눔터는 유기농산물의 모양이나 가격보다 그 생명 가치를 우선하는 문화를 도시 사회에 심어 옴으로써 단순한 거래를 넘어, 생명을 중심에 둔 나눔을 실천하는 생명 운동의 중심으로 성장했다”며 “이처럼 우리농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유 경제’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교회의 생태 사목 안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미 있는 생태 전환이 이뤄지려면 많은 사회 구성원이 내적으로 동의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확고한 덕을 길러야 한다’고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10항과 211항을 소개한 박 아빠스는 “우리 교회는 창조에 기초한 전례를 장려하고, 생태 영성을 위한 교육과 피정과 양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가 물려받은 땅과 바다를 소중히 돌보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라며 “우리 모두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며, 생명을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면

환경단체들,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중단하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대책위,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한국환경회의는 7월 1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종교환경회의도 동참했다. 단체들은 “정권마다 반복되는 케이블카 논란으로 국립공원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새 정부에 모든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의 즉각 중단과 원점 재검토, ‘자연공원법’ 개정과 국립공원위원회의 혁신, 파괴가 아닌 ‘상생의 길’로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면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이 가속화됐다. 국립공원 핵심 보전지역의 케이블카 길이를 2km에서 5km로 늘려 전국 9개 국립공원에서 17개 노선이 추진됐다는 것이 연석회의와 국민행동 등 단체들의 설명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중단”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오색케이블카를 막는 투쟁을 20년 넘게 해왔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이 동의와 부동의를 되풀이하며 정치권의 밥이 되어 국립공원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4면

[농민 주일] 도·농 생명공동체 연결하는 ‘우리농 나눔터’

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한국 사회는 특히 농업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고 수입 농산물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농업 기반은 더욱 흔들렸다. 이후 농산물 가격의 반복적인 폭등과 폭락, 만성적인 적자 농사, 농촌 인구의 이탈과 고령화, 농민 자살의 급증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이어졌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농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농업 회생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를 설립했고 이듬해 농민 주일을 제정했다. 7월 셋째 주일에 농민의 가치를 생각하고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기로 마음을 모은 지 30년. 여전히 어려운 농촌과 농민들의 현실 속에서도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생명 중심의 사회를 향한 길을 열어가고 있는 도시·농촌 생명공동체의 연결 고리, ‘우리농 나눔터’를 찾았다. 가톨릭농민, 생태적 삶 위해 생명농업 실천 농민 주일은 교회 내 모든 신자가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함께 기도하며 농민들과 동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 제정되었다. 1995년 제정 당시, 농민들은 수입 농산물 확대에 따른 가격 불안정과 부채 증가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25년 농민 주일 제정 30주년을 맞았지만, 농민들의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다. 특히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농민의 삶은 더욱 혹독한 상황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2024년 3월 가톨릭농민회 회원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농운동 30주년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3%는 ‘농민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농촌사회 소멸’을 우리 농업이 직면한 최대 위기로 지목했다. 또한 ‘농업 후계자가 없다’는 응답은 80.2%에 달했다. 연간 농업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3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농사 인력 감소는 물론이고 기후위기로 인해 생산물 감소의 어려움까지 가중된 가톨릭농민들에게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업을 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농민의 18.6%가 11~15년간, 18.3%가 21~25년간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다. 가톨릭농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이유는 신앙적 신념 때문이다. 생명농업을 실천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49.1%가 ‘생태적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17.7%가 ‘가톨릭 농민회원으로서의 결의’라고 답했다. 이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의 주요 판로는 우리농본부(32.8%)를 통한 공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개인 직거래(26.4%), 로컬푸드 및 학교급식(11.8%)이 뒤를 이었다. 본당과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직거래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생명공동체를 확대하는 실질적 연결고리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분회 활성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 ‘생명농산물 직거래 활동 확산’을 꼽은 응답자가 32%에 달해, 유통 기반 확대와 소비자 참여가 향후 우리농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지목됐다. 우리농산물 이용은 ‘하느님의 길 걷는 것’ 7월 10일, 서울의 우리농 상설나눔터 중 하나인 ‘서초나눔터.’ 뜨거운 햇볕에 몇 걸음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는 날씨 속에서도, 우리농 활동가 이병임(루치아) 씨는 평소처럼 나눔터 문을 열었다. 소비자가 이틀 전에 주문한 농산물을 제때 전달하기 위해 매일 들어오는 물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에는 제철을 맞은 옥수수가 진열됐다. 곧바로 들어온 손님이 옥수수를 장바구니에 담자, 이 씨는 “춘천교구 농민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옥수수라 알이 크지 않아도 아주 고소하고 맛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 씨는 어떤 농민이 어떤 마음으로 농산물을 재배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리농 나눔터에서는 농산물의 모양과 가격보다 중요하게 공유되는 것이 농산물을 수확한 농민의 땀과 정성이다. 나눔터를 자주 찾는 손님도 익숙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그날 반찬에 쓸 유기농 두부와 콩나물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는다. 서울 용산 ‘한강나눔터’는 신자가 아닌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매장은 작지만 실속있는 유기농 제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는 소문이 난 덕분에 매출도 높다. 초복을 앞두고 손님 두 명이 생닭을 찾는다. “미리 예약하시면 유기농 밤나무 아래서 자란 토종닭도 가져가실 수 있어요. 작은 우리에서 키우지 않고 밖에서 키운 닭이라 쫄깃하고 맛있답니다.” 항생제를 먹거나 비좁은 케이지가 아닌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토종닭이라는 활동가 오윤경(가브리엘라) 씨의 상품 설명은 일반 마트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없기에, 우리농 활동가들은 곳곳의 나눔터에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 씨는 “활동가로서 우리농운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농촌을 찾아 농민들과 만나다 보니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농산물을 키우고 있는지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농 활동가의 역할은 농산물 판매로 국한되지 않는다. 각 본당에 우리농 생활공동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농촌을 방문해 농민들과도 꾸준히 교류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씨는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사람들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 길이 없으니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집 밥상에 오르는지 관심이 없다”며 “저도 쭉 서울에서 살았지만 활동가로 봉사하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듣다 보니 날씨가 덥거나 비가 많이 올 때면 자연스럽게 농민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을 잃고 땅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 같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생명과 땅을 살리는 일, 하느님의 길을 함께 걷는 데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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