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건강한 한 끼 먹으니 하느님과 가까워졌어요”

민경화
입력일 2025-07-23 08:53:07 수정일 2025-07-23 08:53:07 발행일 2025-07-27 제 345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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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레시오성미유치원, 가톨릭농민이 직접 생산한 유기농산물로 급식 제공…‘생명·농업 가치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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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성미유치원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란 식재료로 만든 급식을 먹고 있다. 민경화 기자

“몸에 좋은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어요.”

7월 17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성미유치원(원장 이선미 로사리아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의 점심시간. 이날 메뉴는 고사리·콩나물·당근·고기가 들어간 비빔밥과 간장 양념 닭갈비, 된장국, 자두다. 

겉보기엔 여느 유치원과 다르지 않지만, 이 유치원의 식탁은 특별하다. 바로 모든 식재료가 가톨릭 농민이 직접 기른 유기농산물이라는 점이다. 당일 아침에 들어온 생닭과 양배추, 감자, 당근 등 신선한 재료는 물론, 간장·된장·참기름·식초 같은 양념까지 모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선미 수녀는 “우리가 먹는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식탁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도 밥 한 끼의 의미와 중요함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식재료가 지닌 생명력이 우리 몸에 들어와 다시 살아난다는 점에서, 밥을 먹는 일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농 식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아 200명 규모의 대형 유치원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를 이용한다면 재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손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 뒤에는 포장 쓰레기 증가와 항생제 등 건강에 해로운 재료 사용이라는 문제가 따른다. 유치원은 한 끼 식사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는 신념으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피조물을 보전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오전 10시, 유치원 조리실에서는 닭갈비에 쓰일 닭을 손질하는 조리사들의 손이 분주하다. 1차로 식재료를 만지며 요리하는 조리사들은 그 재료가 건강하게 자란 것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 조리사 이미자 씨는 “수입산과 국내산 닭은 냄새와 색 등 보기만 해도 다른 게 느껴진다”며 “특히 항생제를 쓰지 않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우리농 닭은 만졌을 때 부드럽고 색도 선홍색으로 보기 좋은데,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은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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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성미유치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는 모두 우리농 제품이다. 우리농 양배추와 간장, 생닭을 사용해 요리하고 있는 조리사. 민경화 기자

유치원은 생명·평화 교육을 핵심으로 삼는다. 자연과 사람, 하느님과의 관계를 배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생태적 감수성을 키운다. 학부모 지구살림 동아리도 운영하며 가정에서도 생명 교육이 이어지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며, 작은 피조물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의 결실은 아이들의 식판 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손에 붙은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판을 깨끗이 비운다.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어 남기지 않도록 지도하기 때문에, 배추김치나 양배추, 당근처럼 싫어할 법한 채소도 남기지 않았다. 이날 달님반, 진달래반, 생명반 교실의 잔반통에는 남은 음식물이 전혀 없었다.

아직 어린 6~7살 아이들이 유기농과 생명의 가치를 모두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한 끼 식사의 소중함만큼은 온몸으로 체득한 듯 보였다. 식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빈 식판을 들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니 더 건강해질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