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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catimes.kr

한·미·일 3국 주교, 핵무기 폐기와 평화 구축 촉구 공동성명 발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한국·미국·일본 주교단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연대를 다짐했다. 한·미·일 주교단은 8월 5일부터 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핵무기 폐기를 위한 미국·한국·일본 주교들의 자발적 협력’(The Collaboration of Volunteer Catholic Bishops from the U.S., Korea and Japan for the Abolition of Nuclear Weapons) 행사에 참석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단체들과 함께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을 체결한 핵보유국들이 제6조에 명시된 핵 군축 협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군사 동맹을 강화해 세계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 사회가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평화와 연대의 길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어 “원폭 투하와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시기를 맞아 우리는 모든 전쟁과 분쟁,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 핵무기를 활용한 위협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지구와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위한 공동선을 추구하며, 다양한 시민·종교 단체와 연대해 핵무기의 무자비함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의 초청으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 워싱턴 D.C.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시애틀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 산타페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가, 일본에서는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을 비롯한 12명의 주교가 함께했다. 다음은 공동 성명 전문. -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향하여 - 원자 폭탄 투하와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이하여 히로시마에 모인 한국, 미국, 일본 가톨릭 교회의 추기경, 대주교, 주교들과 피폭자 단체 대표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희생된 모든 이와, 일본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피폭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이들을 기억하고,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성명에 서명합니다. 또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 온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의 헌신적인 활동이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은 것을 함께 기뻐하며, 고령화되어 가는 피폭자들의 ‘세계 평화와 핵무기 폐기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 온 인류의 마음에 널리 퍼지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날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을 체결한 핵보유국들이 제6조에 명시된 핵 군축 협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보유국들은 자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군사 동맹을 강화하여 세계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피폭자들의 뜻을 이어받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의 파괴적인 힘 앞에서 국제 사회가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평화와 연대의 길, 곧 비폭력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세우는 일이 시급함을 강력히 호소합니다. 원폭 투하와 종전 80주년이라는 이 기념비적 시기를 맞아, 우리는 모든 전쟁과 분쟁,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 핵무기로 인한 위협 행위를 단호히 규탄합니다. 또한 전쟁 종식을 위한 수단으로 원자 폭탄 투하를 정당화하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구와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위한 공동선을 추구하며, 다양한 시민 단체와 종교 단체와 연대하여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핵무기 금지 조약’(TPNW)의 비준을 촉진하고, 제6조와 제7조에 명시된 핵무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핵무기로 말미암은 환경 오염의 피해 복구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피폭자 단체들과 평화 모임을 가지는 기회를 맞이하여, 아래에 뜻을 같이한 한국과 미국과 일본의 주교들은 국제 사회 안에서 평화와 연대의 고리를 더욱 넓혀가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특히 일본의 두 피폭지 교구(히로시마와 나가사키)와 현재도 핵무기 연구, 개발, 제조, 보유 등으로 위험에 놓여 있는 미국의 두 교구(산타페와 시애틀)가 협력해서 2023년 8월에 출범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파트너십’(PWNW)의 활동이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이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원자 폭탄 투하 80주년을 기념하며 2025년 8월 5일 뜻을 같이한 이들 【한국 주교단】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 【미국 주교단】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 워싱턴 D.C. 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시애틀 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 산타페 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 【일본 주교단】 도쿄 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 오사카-다카마쓰 대교구장 마에다 만요 추기경 나가사키 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 나고야 교구장 마쓰우라 고로 주교 삿포로 교구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 후쿠오카 교구장 요세프 아베야 주교 사이타마 교구장 야마노우치 미치아키 주교 센다이 교구장 가쿠탄 에드가 주교 니가타 교구장 나루이 다이스케 주교 오이타 교구장 모리야마 신조 주교 히로시마 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나가사키 대교구 원로 주교 다카미 미쓰아키 대주교 【피폭자 단체】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미마키 도모유키 이사장)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사쿠마 구니히코 이사장)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권준오 위원장) 히로시마현조선인피폭자협의회(김진호 회장) 히로시마현노동조합회의피폭자단체연락협의회(간자키 아키오 회장) 일반 사단법인 히로시마시원폭피폭자협의회(마쓰이 가즈미 회장) 히로시마피폭자단체연락회의(다나카 사토시 사무국장)

입력일 2025-08-07

이태원 참사 1000일…“고통스러운 이별 없는 ‘안전한 사회’ 만들자”

이태원 참사 발생 1000일을 맞아,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다시금 높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7월 2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이태원 참사 1000일을 맞아 ‘천 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의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식·진선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시민, 유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희생자 이재현 씨의 어머니이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송혜진 씨는 모두발언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로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날 밤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증언이 진상규명의 열쇠”라며 “고통스러운 기억이겠지만,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유가족들은 천 일의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읽으며, 참석자들과 함께 슬픔을 나눴다. 시민사회 역시 연대의 뜻을 전했다.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분과장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시민대책회의는 공동 약속문을 통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약속문에서 시민대책회의는 “오늘날 우리가 과거보다 안전해졌다면 그것은 사회가 희생자들의 희생을 딛고 한 걸음 나아갔기 때문”이라며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동안 생존자들과 구조자들의 목소리는 사회적 폄훼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 없이 그날의 기억을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29일로 예정된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 행사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에 따라 ‘국가 기억식’으로 열린다. 이에 앞서 10월 25일에는 시민 추모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6면

청주교구, ‘종교·평화’ 위한 프로그램 제작 나서

청주교구가 충청북도와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7월 14일 충청북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종교평화 문화프로그램 추진협의체 발족식’에 타 종교 대표들과 함께 참석해 이같이 협의했다. 이번 행사는 종교의 공존과 상생에 중점을 두고, 종교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발족식에 참가한 각 종교 대표자들은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추진협약을 체결하고, 실무위원을 위촉해 실무협력 기반을 다졌다. 청주교구는 이번 프로그램을 교구 내 성지와 유산을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소개하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행사를 계기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이 약화되는 시대에 종교의 의미를 되새기며, 각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이웃 종교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종교 탐방코스 ▲문화 체험 프로그램 ▲음성 안내 오디오 북 등 현장 기반으로 운영된다. 브랜드 로고, 홍보영상 등도 제작해 종교문화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충북 종교평화 관광길 선포식’이 열린다. 이와 함께 충북 전역을 걷는 ‘공감의 길’ 행사가 시범 운영된다. 정선미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발족식을 시작으로 중원 문화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종교·평화 문화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종교문화 자산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족식에는 김 주교를 비롯해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황순환 충북기독교연합회장, 정덕 충북불교총연합회장, 신원식 충북전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3면

“‘교정시설 취사 작업’ 여건 개선 필요”

천주교인권위원회(대표 김형태 요한, 이하 인권위)가 교정시설 취사 작업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인권위는 7월 4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과 함께 교정시설 취사 작업에 대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고 밝혔다. 교정시설에서 취사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과도한 근무 시간, 위험한 작업환경, 빈약한 작업장려금 등으로 겪은 어려움을 인권위에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권위 등 단체는 형집행법상 수형자의 주당 작업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피해자가 2024년 3월 말부터 2025년 2월 말까지 매주 80~90시간 일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헌법 제32조에 따른 인간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취사 작업 배정 인원을 확대해 1인당 작업시간을 줄이고, 휴무일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진정에 따르면, 취사장은 특성상 미끄럼 사고나 끼임 사고가 빈번해 수형자들이 다치는 일이 자주 있다. 또한 작업 중 화학물질이 사용됨에도 취사장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게시돼 있지 않고, 관련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권위 등은 넬슨 만델라 규칙 제101조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수형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낮은 작업장려금 문제도 언급됐다. 피해자의 2024년 월평균 작업장려금은 13만 9140원으로, 이는 최저임금의 약 6.8%에 불과하다. 단체들은 2023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수형자의 낮은 급여가 재사회화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한 사례,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교정시설 방문 조사에서 직업장려금을 최저임금의 60% 이상이 되도록 권고한 점을 짚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인권위 등은 “적절한 작업시간과 안전한 작업환경, 공정한 보수는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답게 살 권리”라고 강조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4면

[여름 특집-안녕夏세요?](2) 기후 재난 최전선, 응급구호 펼치는 이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의 재난이 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2일 발표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쪽방촌. 이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여름’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연대 현장을 소개한다. “수녀님, 오늘도 나오셨네요. 정말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제님, 옷 갈아입으셔야겠다. 여기 옷이랑 양말 받아 가세요.” 7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역 3번 출구 인근. 수도자들이 노숙인과 인근 쪽방촌 주민들에게 음식과 옷가지 등을 나눠 주고 있었다. 이날 서울은 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였지만, 이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먹을 거리와 물품을 받고 있었다. 작은 자매 관상 선교 수녀회(지부장 천복련 사비나 수녀), 한국가톨릭노숙인복지협회(회장 이병훈 요한 세례자 신부, 이하 한가노협),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이 마음을 모아 함께하는 ‘여름철 폭염 대비 응급구호 활동’ 현장 모습이다. 여름철, 작지만 꼭 필요한 것들 응급구호 활동은 2022년 시작됐다. 지난해부터는 영등포역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석 달간 계속된다. 수녀회 서울 분원 소속 수도자들과 봉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가노협과 바보의 나눔은 이 활동에 필요한 재정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아녜스·안젤라 두 명의 수도자가 함께했다. 오후 7시부터 물품들을 준비한 이들은 8시부터 영등포역 일대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수도자들은 각각 하나의 카트를 맡아 분주히 움직였다. 앞쪽 카트에서는 컵라면, 커피, 쌍화차, 생강차 등을 나눴고, 뒤쪽 카트에서는 라면과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필요에 따라 소금빵과 생수, 옷 등을 배분했다. 아녜스 수녀는 “노숙하는 분들에게만 옷과 양말을 드리고 있다”며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해 수령하는 이들의 이름을 따로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원한 생수 또한 집이 없는 이들을 선별해 지급했다. 안젤라 수녀는 “운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제한돼 있어, 꼭 필요한 분들에게만 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5년간 노숙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길벗사랑공동체 서울역 해피인 이정윤(바오로) 멘토는 “여름철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생수 지원은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라며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마철에는 수돗물에서 약품 냄새가 나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열대야 속 영등포역 ‘아웃리치’(Outreach) 물품 배급을 마친 수도자들은 이번엔 현장에 나오지 못한 이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영등포역 5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는 수도자들과 매주 만난다는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광장 한쪽 구석에서 지내고 있는 박기범(가명) 씨는 “모기가 너무 많아 더워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잔다”고 했다. 무대 구석에서 잠을 잔다는 김민정(가명) 씨는 왼쪽 다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김 씨는 “모기 물린 곳을 계속 긁다가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모기 기피제와 가려울 때 닦을 수 있는 물티슈 한 통을 건네며, 증상이 심해질 경우 인근 자선의료기관인 요셉의원을 찾아가길 권했다. 수녀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지만, 잠시나마 안부를 나눈 이들의 표정에는 온기가 돌았다. ‘교도소 같은 방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여라!!’ 요셉의원 뒤편 쪽방촌으로 들어서자, 공공주택지구 정비사업에 따라 임시주거시설에 가야할 주민들의 불만을 표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안젤라 수녀는 “정비사업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많아 근처 노숙인과 주민들이 많이 예민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골목 안은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거리에는 누워 자는 사람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이들, 구석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무리도 보였다. 먹다 남긴 음식, 빈 술병, 천막과 매트로 급조한 집들이 곳곳에 있었다. 낯선 분위기였지만 수도자들이 도착하자 이들은 조용히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았고, 감사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단 한 끼일지라도, 이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아녜스 수녀는 “노숙인 중에는 음식 없이 술만 마시는 분들이 많아, 여름철에는 수분과 영양을 함께 보충해줘야 한다”며, 잠든 이들 곁에 조심스럽게 빵과 생수를 내려놓았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부로 나오는 걸 꺼리는 분들이 많다 보니, 우리가 직접 찾아다니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병원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연대를 위해 필요한 것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은 여름철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역대 가장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통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30.4%를 차지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쪽방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취약성은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쪽방 주민의 약 70%가 60대 이상으로, 더위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여름철 응급구호 활동은 결식과 탈수를 예방하고, 상담을 통해 병원이나 복지시설로 연계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가노협 조성증(프란치스코) 상임이사는 “홈리스 복지사업은 정부 예산 배정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려 단기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기 지원 체계를 만들고 싶어도 예산 문제로 번번이 막힌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예산 확대뿐 아니라 정부 정책의 전환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홈리스 복지는 민관이 함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홈리스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홈리스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관련 사업의 실질적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있어, 일관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2면

여름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날씨는 이데올로기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그의 저서 「신화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날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해석되고 사용되는 기호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여름은 생존의 문제였다. 기후재난의 책임을 지우는 동안, 폭염으로 수많은 이가 삶을 마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폭염을 지목했으며,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지난해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4명으로 집계됐다. 간접 사인인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더 많다는 해석도 있다. 취재하며 만났던 쪽방 주민은 “쪽방과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여름마다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시카고 폭염 사태를 다룬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는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이 가장 도움받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쪽방 주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없는 방 안에만 머물며,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희망’이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여름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꾸준히 다가가는 이들이 있었다. 타인의 처지를 내 일처럼 여기며 ‘생존’이 아닌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집 없는 이들의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해는 정기 희년이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년 메시지를 기억하며, 이제는 희망의 불씨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할 차례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3면

[여름 특집-안녕夏세요?](1) 기후 재난 최전선, 가난한 이웃에 손 내미는 사람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의 재난이 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2일 발표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쪽방촌. 이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여름’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연대 현장을 소개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 쪽방촌에서는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힘쓰는 이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대표 김영민 유스티나, 지도 이재을 요한 사도 신부) 산하 ‘서울역 해피인 공동체’다. 길벗사랑공동체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다. 음식과 생필품을 나누고, 미용·의료·청소 봉사는 물론, 방문 상담과 예비자 교리, 정기 미사 봉헌까지 함께하며 이웃과 신앙 안에서 연대하고 있다. 막막한 여름…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나라에서 설치해 준 공용 에어컨은 리모컨을 누가 가져가 쓸 수도 없어요. 선풍기도 오래돼 바람이 시원치 않아요. 벌써 이런데 한여름 7, 8월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네요.” 윤혜정 수녀(스콜라스티카·살레시오 수녀회)와 봉사자 김미정(아델라이데·성수동본당) 씨가 찾은 김수인(가명) 씨의 단칸 쪽방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다. 김 씨 부부는 몸만 누일 수 있는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없냐는 물음에 김 씨는 두터운 겨울용 이불밖에 없다며 여름용 이불을 청했다. 봉사자들은 김 씨 집 외에도 서울역 곳곳 쪽방을 돌며, 더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살폈다. 이날은 공동체가 쪽방촌 주민들과 점심을 나누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며 기온이 30도에 육박했지만, 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모여 음식을 준비했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마스크 속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 없이 웃으며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자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은 서울역 인근 쪽방촌 곳곳으로 전달됐다. 이 음식 나눔은 길벗사랑공동체 산하 노량진 해피인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매주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물가 시대,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식사와 생필품 지원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가 운영하는 ‘동행식당’, 서울역쪽방상담소의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등을 통해 일부 식사와 식료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쪽방 주민 최인길(가명) 씨는 “’동행식당’이 있어서 그나마 한 끼는 해결되지만, 나머지 끼니는 어떻게 때워야 할지 늘 고민”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밖에서 사 먹기도 어렵고, ‘온기창고’의 물품은 금세 동나버려 결국 내 돈으로 사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 공동체에서 주는 도시락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라면, 즉석밥 등 저소득층이 자주 찾는 가공식품 위주의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다. 물가 상승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기도와 사랑의 빛으로 꽉 막힌 쪽방 문 열리길 “해가 갈수록 여름 더위는 점점 더 심해지는데, 쪽방 주민들은 에어컨도 없는 좁은 방 안에만 계속 머물려고 합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온열 질환 위험이 커져 건강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재을 신부는 불볕더위 속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쪽방 주민들의 건강을 깊이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방 밖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그 말씀이 용기가 되어 문밖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요셉 형제님. 술 조금만 드시고, 이따 미사 때 꼭 오셔야 해요.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쪽방을 돌며 상담하던 윤혜정 수녀와 봉사자 김미정 씨는 기도를 마친 뒤 떠나기 전, 주민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했다. 이들은 쪽방 주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바로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언어라고 믿는다. 김 씨는 “쪽방에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빛이 깃들기를 바랄 때, 그 빛이 퍼져나가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들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주님의 기도’가 담긴 작은 간식 봉투를 전달하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이재을 신부는 월례 미사와 예비자 교리를 통해 영적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여름, 신앙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 겪는 사회 약자들 위한 봉사 문화 뿌리내려야 이재을 신부는 “본당 차원에서도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문화가 보편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가 본당 사회복지를 적극 지원하고,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용 에어컨 설치, 샤워 시설 운영 등 여름철 쪽방 주민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복지 정책 덕분에 여름나기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쪽방이라는 근본적 주거 환경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주거권 실현을 위해서는 ‘선이주-선순환’ 방식의 공공개발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1년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은 2025년이 된 지금까지도 사업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0면

유흥식 추기경, 李대통령 만나… “교황청 초청"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레오 14세 교황의 구두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유 추기경은 7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6월 21일 교황님께 ‘이재명 대통령을 로마로 초청해도 되겠습니까’ 물었고 교황님은 ‘물론’이라고 답하셨다”며 “대통령께서 보낸 친서도 교황님께 잘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전에 교황님을 알현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교황의 방한 계획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이 2027년 교황 방한 여부를 묻자, 유 추기경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당연히 오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며 “교황님께서 방한 전에 북한도 방문하시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선교사로서 50여 개국을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콘클라베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셨을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일이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2027년 교황님 방한 때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3년 수교 이래 지속돼 온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유 추기경은 “교황님이 남북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교황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기쁘고, 새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 중인 만큼 교황청의 지지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감대도 나눴다. 이 대통령이 “WYD가 세계 청년들 사이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유 추기경도 “교황청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1면

서울 석촌동본당, ‘성 요셉 광장’ 축복식

30년간 본당의 역사와 함께해 온 마당이 신앙을 고백하고, 공동체 친교를 이루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대교구 석촌동본당(주임 홍기범 바오로 신부)은 6월 29일 주일 교중미사 후 ‘성 요셉 광장’ 축복식을 개최했다. 광장은 홍기범 신부가 2022년 본당에 부임한 이후 진행한 성당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30년의 세월 동안 허물어지고 구멍이 파이며 노후화된 마당을 보수하고, 주차장·행사장 등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던 곳을 광장에 걸맞게 조성하는 차원이다. 광장의 이름은 본당 주보 성인인 성 요셉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성 요셉 광장’으로 했다. 광장 벽면에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말씀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같은 성경 구절이 하트 모양 안에 영어로 적혀 있다. 이는 1995년 성당 봉헌식 때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전한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신자들이 눈으로 보며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당은 신자들이 성전으로 들어오기 전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이 광장을 지나오도록 권고하고 있다. 홍 신부는 “전통적으로 성당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광장을 지니며, 이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여겨 왔다”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 들어오기 전 광장에서 주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자비를 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성 요셉 광장은 신자들의 자발적인 봉헌 덕분에 조성될 수 있었다”며 “그 정성을 감사히 여기며 본당 공동체를 위해 주님께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본당은 ‘소통과 만남의 광장’이라는 취지 아래, 이곳을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잔치를 여는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매년 10월 묵주기도 성월에 열리는 ‘성모님을 위한 국화 축제’와 10월 28일 본당의 날 행사도 광장에서 열 계획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5면

최광희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다”고 발표하며 새 주교 탄생을 알렸다. 새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뿐 아니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관련 제반사항 논의를 위해 방한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도 함께해 새 주교 탄생의 기쁨을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이 자리에서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광희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 자신도 맞지 않는 옷이 눈 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 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묵동·신사동본당 보좌를 거쳐 해외유학을 떠나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성 엥베르 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홍보위원회 총무를 맡아왔다. 2024년 9월부터는 서울대교구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최 주교는 1977년생으로 현재 한국 주교단 가운데 최연소 주교다. 서울대교구는 2024년 2월 이경상(바오로) 주교에 이어 1년 5개월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이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는 모두 4명의 보좌주교를 두게 됐다. < 최광희 주교 약력 >

입력일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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