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름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이호재
입력일 2025-07-16 08:47:55 수정일 2025-07-16 08:47:55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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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이데올로기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그의 저서 「신화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날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해석되고 사용되는 기호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여름은 생존의 문제였다.

기후재난의 책임을 지우는 동안, 폭염으로 수많은 이가 삶을 마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폭염을 지목했으며,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지난해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4명으로 집계됐다. 간접 사인인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더 많다는 해석도 있다.

취재하며 만났던 쪽방 주민은 “쪽방과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여름마다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시카고 폭염 사태를 다룬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는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이 가장 도움받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쪽방 주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없는 방 안에만 머물며,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희망’이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여름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꾸준히 다가가는 이들이 있었다. 타인의 처지를 내 일처럼 여기며 ‘생존’이 아닌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집 없는 이들의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해는 정기 희년이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년 메시지를 기억하며, 이제는 희망의 불씨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할 차례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