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진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온유한 아버지 모습으로 하느님 사랑 남기고 떠나다

한세기 가까운 인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전 마산교구장 박정일(미카엘) 주교가 8월 28일 하느님 품으로 떠났다. 박 주교의 하느님 사랑은 대단하다. 사제가 된 역사를 보면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도 결국엔 주님의 목자가 됐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늘 웃으며 대했다는 고인을 추모하며 박 주교가 살아온 97년의 삶과 신앙을 돌아봤다. ■ 박정일 주교 선종 이모저모 ◎… 박정일 주교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고 마산교구청에 마련된 빈소에는 추모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산교구 75개 모든 본당 신자들은 매시간 순서대로 빈소를 찾아 위령기도와 미사를 봉헌했다.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2900여 명이 빈소를 방문했으며 27대의 위령미사가 봉헌됐다. 빈소를 가득 메운 추모객들은 큰 어른으로서 교회를 위해 한평생 헌신해 온 박 주교가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바라며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또한 각 교구 주교들도 빈소에 속속 도착해 조문에 함께했다. 31일 봉헌된 장례미사에는 25명의 주교단과 140여 명의 사제, 60여 명의 수도자와 145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 박 주교가 마산교구장으로 재임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늘 가까이에서 함께했던 조카 박성임(클라라) 씨는 박 주교를 향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시인이기도 한 박 씨는 “주교님은 저에게 영적 멘토가 되어주셨던 분”이라며 “좋은 탈렌트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공동의 선익을 위해서 잘 쓰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장례미사 당일 새벽에 잠이 깨서 주교님을 위한 조문을 써보다가 몇 번이나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늘 똑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한결같이 대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 박 주교의 외조카인 김진영(브루노·서울대교구 용마산본당) 씨는 “부모를 잘 공경하는 것이 주님을 공경하는 것과도 같은 거라며 항상 효를 많이 강조하셨던 것이 생각난다”면서 “늘 신앙생활에 충실하라고 당부하셨던 주교님 말씀대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 경남 고성 이화공원묘원 성직자 묘역. 박 주교가 안장된 위치는 제2대 마산교구장인 고(故) 장병화(요셉) 주교 바로 옆자리. 박 주교는 그렇게 전임 교구장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장지까지 동행했던 신자들은 “두 분 주교님이 다시 만나게 됐으니 좋아하시겠다”며 “두 분이 함께하시니 적적하진 않으시겠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 박정일 주교 발자취 제주·전주·마산 3개 교구장 역임 한국교회 첫 피데이 도눔 사제 파견 시복시성주교특별위 초대 위원장 맡아 124위 시복에 지대한 공헌 ◎…하느님께 충성을 박 주교는 1926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났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전주교구 천호성지를 연상케 하는 산골 마을이라고 회상하던 곳이다. 부모님은 신자가 아니었고 산골 마을이라 공소도 없었지만, 삼촌을 따라 성당에 다니며 세례를 받았다. 중학생 시절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1945년 4월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속으로 늘 사제를 꿈꾸며 본격적으로 신학교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몸이 급격하게 쇠약해져 시름시름 앓자, 어머니가 마침내 박 주교의 손을 들어줬다. 1948년 9월 바라던 덕원신학교에 입학한 기쁨도 잠시, 1년을 채 넘기지 못한 이듬해 5월 북한 공산 정권이 신학교를 폐쇄했다. 심지어 당시 평양교구장이던 홍용호(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는 납치돼 행방불명 상태였다.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제의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신학교를 가기 위해 월남 계획을 짰다. 1950년 2월 27일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해주로 갔다. 그의 간절한 마음과 달리 첫 시도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후 두 달간의 옥살이가 시작됐다. 온갖 협박과 구타,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따뜻한 봄날 풀려난 박 주교. 봄기운을 만끽하기도 전 한 달여 만에 6·25전쟁이 터졌다. 이후 북한군에 강제 징집됐지만, 용케 도망쳐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당시 평양교구장 서리 안 제오르지오(George Carroll) 몬시뇰이 써준 ‘신자 확인서’를 품에 안고 월남에 성공했다. 대구, 제주, 부산 등으로 피난을 다니며 임시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박 주교는 1952년 8월 14일 로마 유학길에 오른다. 피난살이 중인 가족이 걱정되긴 했지만 교회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로 떠났다. 박 주교는 1958년 11월 23일 로마에서 평양교구 소속으로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2년간 사회학 공부를 하며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학위 준비 도중 귀국하라는 명을 받고 1962년 귀국해 부산교구 초량본당에서 첫 사목을 시작했다. ◎…순명이 체질 “어떤 면으로 보면 ‘행운아’ 같아요.” 생전 스스로를 행운아라 표현하며 “모든 것이 은총”이었다고 말했던 고(故) 박정일 주교. 변화 많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속에서 늘 하느님께 감사하며 주어진 삶에 순명해 왔다. 박 주교는 한국교회에서 3개 교구 교구장으로 임명된 유일한 주교다. 제주·전주·마산교구에서 교구장을 지낸 그는 첫 주교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 “청천벽력 같았다”고 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더 컸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무모하다 싶을 만큼 어려운 일이 맡겨질 때에도 거절하지 않았다. 1977년 4월 제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박 주교. 그는 같은 해 5월 31일 주교품을 받고 제주교구를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충성이 두터운 교회’, ‘사회 속에 현존하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5년간 제주교구장으로 사목하던 중 1982년 6월 24일 전주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1987년 전주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며 많은 일을 했다. 박 주교는 그 가운데 가장 뜻깊었던 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박 주교는 훗날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남미 페루에 교구 파견 선교사를 보낸 일과 고향을 닮은 천호성지를 조성한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마산교구장에는 1988년 12월 15일 임명됐다. 마산교구에서는 ‘사회 복음화’를 위해 헌신했다. 특히 친교와 봉사, 증거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다. 또 신설 본당도 많아졌다. 박 주교는 당시 관리국장이던 최용진 신부(이냐시오·원로사목)와 1년에 본당 하나씩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며 이를 실천해 나가기도 했다. 아울러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교회의 의장을 지내며 ‘과거사 반성’을 통해 교회 쇄신과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2001년부터 11년간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은 박 주교는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124위 시복시성에 큰 공헌을 했다. ◎…온유한 아버지 박 주교의 사목 표어는 ‘충성과 온유’(집회 45,4)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늘 웃으며 대했다는 박 주교는 본인의 모토대로 삶을 살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주교가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마산교구 사제들은 그가 ‘온유한 아버지’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사제들에게는 잘못해도 야단치기보다는 타이르며 온화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허성학 신부(아브라함·원로사목)는 “어떤 사람이든 욕하는 법이 없고 꾸짖을 때에도 늘 부드럽게 말씀하셨다”며 “화낼 줄 모르시고 따뜻한 아버지처럼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전부터 박 주교를 모시며 임종까지 지킨 최용진 신부는 이웃에 살며 자주 만나 술도 한잔씩 했다고 회상했다. 최 신부는 “하느님께 충성하던 주교님의 믿음이 참 보기 좋았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주교님의 유머를 소개했다. “주교님께서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자주 하셨어요. 통일이 되면 평양교구에 가서 주교하고 싶다고요.” 박 주교는 2002년 11월 11일 마산교구장에서 은퇴하며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누구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컸던 박 주교는 부모님의 반대, 신학교 폐쇄, 강제 징집 등 다양한 여러움을 이겨내고 사제가 됐다. 이제는 그 사랑을 남기고 영원히 하느님의 곁으로 떠난 박 주교. 그는 2003년 본지에 기고한 13편의 글을 마무리하며 사제서품 성구가 유난히 생각난다고 썼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시편 88,2)

2024-09-03

「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무료 배포하는 홍성남 신부

홍성남 신부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신자들과 제대로 관계맺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성당 안 가도 돼서 너무 편해요~” 최근 「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 2권을 펴낸 홍성남 신부(마태오·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는 이런 신자들의 반응은 실제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본당 신부와 신자 간 관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자들과 제대로 관계 맺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 나아가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본당 신부와 관계를 맺지 않으니 성당에 안 가는 게 오히려 편한 거예요. 이러다 보면 ‘내가 성당에 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죠. 본당 신부가 사람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신자들과의 관계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홍 신부가 사제와 수도자들이 사람들의 마음(심리)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펴낸 이번 책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02-776-8405)로 연락하면 원하는 사제, 수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수많은 사제들, 또 수도자들과 대화하며 이들의 고민에 관심을 갖게 된 홍 신부는 “보통의 고민들은 본인 마음을 몰라서 생긴다”며 “이들은 특히 심리적으로 스스로를 쪼으며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면 본인을 돌아볼 수 있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심리학 상식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다뤘다. 홍 신부는 먼저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녹여주기 위해서는 본인의 삶부터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면적 치유 경험이 사제생활의 우선”이라며 “그래야 신자들이 가진 생각과 느낌, 행동,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차례 한다. 홍 신부는 “위대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과 ‘감정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며 “감성을 통해 지도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집단의 감성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의 유머와 농담이에요. 이는 창의력을 자극하고 의사소통의 길을 열며, 유대와 신뢰감을 강화시키고 일을 더욱 즐겁게 만들죠. 기분이 좋으면 최선을 다해 일에 집중할 수 있듯이요. 능률이 올라가고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거죠.” 아울러 종교는 ‘재판정’이 아니라 ‘치유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죄를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만약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잘못을 왜 저질렀는지를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해소에서 신부들이 재판관 역할을 하며 신자들을 단죄하지 말라며, 신자들이 본당 신부님이나 하느님의 눈치를 본다면 이는 건강한 신앙생활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홍 신부는 사제와 수도자를 양성하는 곳, 즉 신학교나 수도원에서 심리학 교육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이 본당에서 신자들이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면 당황스러워합니다. 그저 기도해 주겠다는 말만 하죠. 이건 사실 회피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호소하는 문제가 관계문제인데, 심리학을 공부하면 좀 더 신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죠. 앞으로 심리학 수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2022-03-23

「깊은 곳의 빛-어둠을 넘어서는 희망의 빛」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평범한 일상, 당연하게 주어졌던 일상이 갑자기 사라진 요즘이다. 많은 이들이 꾸준히 외로움과 우울, 상실감, 공포 등을 호소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신부는 신자들의 이런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어둠속 깊은 곳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어둠은 존재에 대해 고찰할 기회이자,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신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온 에피코코 신부는 이 책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할 수 없는 현실(관계)을 비롯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커진 현실(고독), 분주한 삶을 살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고요와 접촉한 사람들의 이야기(침묵), 육체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육체), 본인보다 소중한 이를 잃어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죽음) 등 총 6가지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신자들에게 받은 편지와 나눔 글 일부로 시작, 사람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묵상으로 이끌어간다. 에피코코 신부는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을 그저 답답하다거나 어둠에 갇혀 있다고 여기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자고 당부한다. 군중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밤새 홀로 기도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온전한 나를 만나기 위해 가끔은 현실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함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희망을 찾아 바라보자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힘든 시기와 그 흔적은 어둠을 거치면서 끌어낸 축복과 선함의 표식이 된다. 우리 안에는 기르고 드러내고 사용하고 알아야 할 힘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깊은 곳의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2022-03-23

「꽃잎 한 장처럼」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시 ‘꽃잎 한 장처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해인 수녀의 새 시집 제목이기도 한 이 시에서 그는 아프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봉헌하는 기도를 ‘꽃잎 한 장의 무게’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천국에까지 들고 가겠다고 시를 마무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쓰인 시와 글 70여 편과 작은 메모 100여 편은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위로의 편지다. 너무나 달라진 삶의 모습들과 그 안에서 감사함과 희망을 발견하려는 그의 마음이 글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을 더욱 잘 느끼게 된다는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향기로운 웃음을 꽃피우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깊은 인내와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최근에 지은 시(지면에 발표한 시 포함)를 담아냈고 2부에는 2019년 12월부터 2년간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3부에는 서울 천호동 화재 희생자 추모 시와 세월호 생존자 격려 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고(故)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작가를 기리는 글 등 다양한 기념 시와 글이 실려 있다. 마지막 4부에는 지난 1년 간 일상을 메모해 둔 일기 노트의 일부분을 실었다. 시집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올해 희수(喜壽)를 맞아 “77세답게, 50년 이상을 수도원에서 살아온 수녀답게 곱절로 더 기쁘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이 수녀는 책에서 누군가 본인에게 언제 특별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매 순간이 설렌다고 답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이 가슴 뛰게 만드니 삶이 지루할 틈이 없다”고, 그러니 우리도 누구를 기쁘게 해줄 궁리를 하면서 행복하자고 손을 내민다. 시간이 흘러도 하느님 앞에서 여전히 ‘소녀’인 이해인 수녀는 독자들에게 책 서문에서 이렇게 ‘사랑의 인사’를 건넨다.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 이 말 속에 들어 있는/ 사랑과 우정/ 평화와 기도를/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만들자.”

2022-03-16

주교회의·정순택 대주교, 윤석열 당선인에 축하 메시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국교회의 축하 메시지가 전해졌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3월 10일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국민들이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메시지에서 “다양한 세대, 지역,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이들이 서로 소통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며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직무를 준비하실 당선인과 협조자들에게, 하느님께서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도 같은 날 축하 메시지를 발표,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흩어진 모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시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은 분이라도 모든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정 대주교는 한 달여 전 윤 대통령 당선인의 예방을 받고 환담할 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 사회가 정치의 좌우를 막론하고 성실하게 살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도 전했다.

2022-03-15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인보성체수도회(하)

인보성체수도회가 운영중인 청소년 무료식당 ‘서울 인보의집’. “우리는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함께하는 사회사업으로써 방방곡곡에 그리스도를 선포한다.” 인보성체수도회 회헌 6조에는 수도회의 사도직 활동의 핵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도자들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행복할 줄 알고 남을 돕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그리스도의 이상”이라고 강조한 설립자 고(故)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의 ‘행복 영성’에 따라 시대의 변두리로 나가 그 시대에 가장 나약하고 도움이 절박한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나선다. 나아가 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지, 이들의 손을 어떻게 잡아줄지 고민하며 하느님이 스스로를 내어주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아가페적 사랑을 이들에게 실천한다. 특히 설립자 신부의 영적 유산을 이어받기 위해 투신하며 역동적으로 활동한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사회사업을 펼쳐온 수도회는 지난 40여 년간 설립자 윤 신부의 영성과 정체성을 고민하며, 시대의 표징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적용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사회현실 안에서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펼치기 위해 늘 깨어있다. 최근 수도회는 난민과 청소년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정해체로 길거리에 떠도는 아이들 그리고 생태환경 분야에 헌신하고 있다. 먼저 난민과 이주민들이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판단한 수도자들은 지난해 2월 이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쉼터인 ‘착한 사마리아인의 집’을 마련했다. 의정부시 가능동에 위치한 이곳에서 수도자들은 이들과 같은 생활조건으로 함께 살아가며 이들의 이웃이 돼주며, 이들을 환대해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 근처에서 36개월 미만 난민 어린이들을 맡아주는 사도직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9~24세)들을 위한 무료식당 ‘얘들아~! 밥먹자~!’ 프로젝트도 한창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서울 인보의 집’은 서울 후암동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청소년들에게 원하는 식사 메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등의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금요일, 3가지 밑반찬과 간식을 집집마다 방문해 전달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모금운동을 한 적은 없지만, 소식을 알고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주교를 비롯 많은 부모들의 후원이 이어져 올해 4~5월에는 신림동 고시촌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찾아가는 ‘푸드 트럭’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생태환경을 위한 자연 살리기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2020년 6월 시작한 ‘인보자연숲교육센터’(충남 예산군 덕산면)는 교육과 치유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부모로부터 버려진 어린 아이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물론 아이들에게 통합 교육을 제공하며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2-03-16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어떻게 읽는가?」

경을 읽고 해석할 때 교회 나름의 원칙이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서학자 안소근 수녀(실비아·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는 교회 문헌에서 가톨릭 성경 해석의 특징을 찾아간다. 안 수녀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권고 「주님의 말씀」을 비롯, 교황청 성서위원회가 펴낸 「그리스도교 성경 안의 유다 민족과 그 성서」와 「성경과 도덕」, 「성경의 영감과 진리」 총 4권의 문헌을 중심으로 교회 성경 해석의 기본 전제들을 확인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결과들을 짚어준다. 즉, 가톨릭교회의 성경 해석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해가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교회 문헌을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약간의 도전이 필요하지만 안 수녀의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한결 수월해진다. 안 수녀는 교회 문헌들을 살펴보며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근거는 성경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성경과 도덕」을 통해 말씀에 따른 우리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안 수녀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도덕적 요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며, 성경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 현대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개별적인 대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성경의 해석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할 시각을 제시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3; 신명 5,17)는 계명은 생명의 가치를 주장하는데, 이는 성경의 근본 기준,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됐다”는 ‘성경의 인간관’에 근거를 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문헌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핵심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곧, 우리의 삶이 성경을 통해 당신 자신을 알려주시는 하느님을 본받아 엮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에페 5,1)”

2022-03-07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