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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무료 배포하는 홍성남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4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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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는 ‘감정의 주파수’ 맞출 수 있는 사람”

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면
본인 돌아볼 수 있고 편안해져
신자들과 건강한 관계 맺도록
사제·수도자들에 도움 주고자
심리학 기반 다양한 감정 다뤄

홍성남 신부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신자들과 제대로 관계맺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성당 안 가도 돼서 너무 편해요~”

최근 「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 2권을 펴낸 홍성남 신부(마태오·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는 이런 신자들의 반응은 실제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본당 신부와 신자 간 관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자들과 제대로 관계 맺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 나아가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본당 신부와 관계를 맺지 않으니 성당에 안 가는 게 오히려 편한 거예요. 이러다 보면 ‘내가 성당에 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죠. 본당 신부가 사람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신자들과의 관계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홍 신부가 사제와 수도자들이 사람들의 마음(심리)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펴낸 이번 책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02-776-8405)로 연락하면 원하는 사제, 수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수많은 사제들, 또 수도자들과 대화하며 이들의 고민에 관심을 갖게 된 홍 신부는 “보통의 고민들은 본인 마음을 몰라서 생긴다”며 “이들은 특히 심리적으로 스스로를 쪼으며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면 본인을 돌아볼 수 있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심리학 상식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다뤘다. 홍 신부는 먼저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녹여주기 위해서는 본인의 삶부터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면적 치유 경험이 사제생활의 우선”이라며 “그래야 신자들이 가진 생각과 느낌, 행동,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차례 한다. 홍 신부는 “위대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과 ‘감정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며 “감성을 통해 지도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집단의 감성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의 유머와 농담이에요. 이는 창의력을 자극하고 의사소통의 길을 열며, 유대와 신뢰감을 강화시키고 일을 더욱 즐겁게 만들죠. 기분이 좋으면 최선을 다해 일에 집중할 수 있듯이요. 능률이 올라가고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거죠.”

아울러 종교는 ‘재판정’이 아니라 ‘치유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죄를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만약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잘못을 왜 저질렀는지를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해소에서 신부들이 재판관 역할을 하며 신자들을 단죄하지 말라며, 신자들이 본당 신부님이나 하느님의 눈치를 본다면 이는 건강한 신앙생활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홍 신부는 사제와 수도자를 양성하는 곳, 즉 신학교나 수도원에서 심리학 교육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이 본당에서 신자들이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면 당황스러워합니다. 그저 기도해 주겠다는 말만 하죠. 이건 사실 회피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호소하는 문제가 관계문제인데, 심리학을 공부하면 좀 더 신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죠. 앞으로 심리학 수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