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병자의날

[세계 병자의 날 기획] 코로나19로 역할 커지는 원목실

코로나19는 인류가 걸어온 길이 과연 맞는 것인지 성찰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쌓여있던 수많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꺼내 놨다.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국가들의 보건 체계 취약성, 병자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약하고 힘없는 이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우리가 되찾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8차 세계병자의 날을 맞아 형제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을 통해 수많은 병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고 위로한 모든 사람의 헌신과 관대함도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들이 보여준 형제애야 말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병원. 코로나19로 인해 전쟁터와 같았던 병원에서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보며 형제애를 실천한 이들이 있다. 바로 원목실의 사목자들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도를 원하는 환자를 만나지 못해 가슴 아파하고, 문 닫을 위기에 있는 원목실을 찾아 함께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환자들을 만나 위로받았던 시간들. 그들이 코로나19와 함께한 시간들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녹아있다. ■ 종교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일반 병원 원목실까지 이어져 코로나19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지난해 1월. 중국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뉴스 보도를 보며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무서운 질병 정도로 인식했다. 중국에서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포가 확산됐다. 치료법이 없는 감염병 확산에 비상이 걸린 곳은 병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에서 사목하고 있는 장경민 신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2월에 병원으로부터 종교활동을 중단하고, 환자방문을 금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원목실 문을 닫으라고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1, 2명 수준이었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1차 대유행의 시작은 신천지였다.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31번 환자는 증상이 있으면서도 의료진의 검사 요청을 거부하고, 교회 예배에 간 것이다. 다른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예배를 하면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했다. 특정 종교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병원 내에 있는 모든 종교시설은 강도 높은 제재를 받게 됐다. 장 신부는 “병원 내 빵집이나 커피숍 등 편의시설은 문을 열었지만 원목실은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다”며 “일부 종교인들의 행동이 모든 종교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기에 원목실 활동 허락을 요구하기 어려웠다. 원목실 사목자를 비롯해 환자, 병원 관계자 모두 상황을 지켜보며 나아지길 기다릴 뿐이었다. 장 신부는 “다행히 6월부터는 임종을 앞둔 분들에게 병자성사는 드릴 수 있게 됐고 종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병원 측에서도 배려할 의지를 보였다”며 “하지만 8월 광화문 집회로 인해 2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모든 게 없던 일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몇 달간 환자방문을 못했지만 직접 원목실을 찾아 기도나 병자성사를 요청하는 환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장 신부는 “11월에 3주 정도 원목실 문을 열었을 때, 30년간 냉담하다 큰 병을 얻고 다시 신앙을 찾고 싶다는 분,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고자 원목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분들이 계셨다”며 “힘든 상황에서 삶의 의미나 영적인 가치를 찾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원목자들을 만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29일 대구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에서 열린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원목실 담당 이영승 신부가 함께한 이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은평성모병원 환우들을 위한 미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봉헌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성전은 불이 꺼진 채 비어있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환우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대구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은 환자들의 전인적인 치료를 위해 동심 프로그램과 다행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원목실이 주관한 다행이당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병원 안에서 색칠 교실이나 운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함께할 수 있다. 전인병원 제공 ■ 어려움 속에서 원목자의 역할은 더욱 강조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감염병의 확산. 나의 감염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켰다. 질병으로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환자들에게 코로나19는 삶을 더 힘들게 하는 존재였다. 은평성모병원 원목실 김미희 수녀는 “코로나19로 보호자 1명의 면회만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은 외롭고 답답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마지막 순간에 가족과 만나지 못하거나 1명의 가족만을 만나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뵈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원목실 수도자들이 병원 내에 상주하는 덕분에 환자방문에 제한을 덜 받았다. 감염관리과 교수의 지도 아래 환자 방문할 때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생필품을 사러갈 때를 제외하고는 병원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은평성모병원 원목실 사목자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불안하고 경직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영성부장 황재호 신부는 “코로나19 전에는 본당의 신부님과 수녀님이 방문해 본당 신자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문이 어려워 원목실 사목자들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미사참례를 못해 아쉬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환자방문을 할 때 영적으로 좀 더 도움이 돼 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병원 원목실의 역할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육체적인 질병뿐 아니라 영적인 부분도 함께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전인적인 치유야말로 감염병으로 인한 두려움이 커진 지금, 환자들에게 필요한 돌봄이다. 황재호 신부는 “환자를 만나면 질병에 대한 아픔뿐 아니라 인생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분의 삶에 공감해 드리는데 집중한다”며 “이처럼 원목실의 사목자들은 환자분들이 아픔의 여정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동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원목실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인적인 치료를 위해 의료진을 비롯해 영양사, 치료사, 원목신부 등이 모여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동심(同心) 프로그램’뿐 아니라 병원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다행이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동심 프로그램에서 원목신부의 역할은 환자와 환자 가족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것이다. 전인병원 원목실 이영승 신부는 “한달에 두 번 있는 회의를 통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을 때 어떻게 설득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의견은 원목신부가 제안하고 반면에 환자의 심리적인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학적인 정보를 의료진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며 “환자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으로 아파하는 환자들이 사목자와 만난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치유되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 원목실 사목자들은 이 의미있는 목표를 위해 병원 현장을 지키고 있다.

발행일 2021-02-07 제3231호 6면

감염병 확산되면 일반병원 원목실부터 활동 못해… 대책 시급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영성부장 황재호 신부가 2019년 4월 16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위생복을 입은 채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황 신부는 그동안 매일 오전 8시 수술을 앞둔 환자를 위한 기도를 시작으로 하루에 10명 정도의 환자를 만나왔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방문을 하고 있다. “주님의 힘으로 건강을 주소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반병원의 종교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환자의 심리적, 영적인 치유를 위해 각 병원 내에 원목실을 두고 사목자가 활동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병원 내에서 가장 먼저 제재 대상이 된 곳이 종교시설이었기 때문이다. 감염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커피숍이나 빵집 등 다른 편의시설은 큰 제재를 받지 않고 운영한 것과 달리 종교시설은 문을 닫고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6면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에 따르면 교구 관할에 있는 일반병원 원목실은 29곳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일부 병원은 원목실 문을 닫아야 했고 대부분은 환자방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일반병원의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요인이 종교시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 장경민 신부는 “일부 종교집단의 극단적인 행동이 코로나19 확산을 이끌었고, 이러한 사건들 때문에 종교집단들은 종교행위라는 명목으로 통제 밖의 활동을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의 경우 지난해 2월 병원 측으로부터 원목실 문을 닫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했던 3월보다 한 달이나 앞선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공포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영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 신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임종병자성사도 거의 하지 못했고, 10명이 신청을 하면 1명 정도만 해드릴 수 있었다”며 “원목실 문이 닫혀있을 때에도 개인을 통해 기도를 받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지만 그분들을 뵐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반병원 원목실 활동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전체 일반병원 원목실의 재정 공유를 결정했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신부는 “재정공유의 이점이 더욱 많기 때문에 미사가 재개되고 활동이 시작되더라도 이러한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환자방문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문제다. 장 신부는 “이번과 같이 원목자가 환자를 방문할 수 없을 때 가톨릭간병인회 소속 간병인들을 통해 환자와 원목자를 연결해 화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아울러 감염 관리를 위한 종교시설 통제에 관해 병원 측과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설득하는 부분도 코로나19가 끝난 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일 2021-02-07 제3231호 1면

[세계 병자의 날] 성가복지병원 자선진료 현장을 가다

성가복지병원 강주원 의무원장이 2월 1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해 1935년 사제품을 받은 생제 피에르(Singer Pierre, 한국명 성재덕) 신부는 같은 해에 선교사로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한국의 모습은 처참했다. 일본에게 핍박받고 가난으로 굶주리는 이들이 곳곳에 넘쳐났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전사자, 부상자, 고아와 무의탁자들이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난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목격한 피에르 신부는 그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1943년 설립된 성가소비녀회는 가난한 자, 환자, 무의탁자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성가소비녀회가 설립된 지 77년이 지났지만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배고픔뿐만이 아니다. “게을러서 가난한 거야”, “왜 저렇게 어리석게 살아”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가복지병원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병원이다. 가난한 이, 소외받는 이들을 초대하는 성가복지병원은 하느님의 현존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기적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병원장 김미자 수녀가 외국인 환자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 ‘가난함과 가난한 이, 미소한 이들을 사랑하시오’ ‘가난함과 가난한 이, 미소한 이들을 사랑하시오’라는 성가소비녀회의 정신을 지향하며 1990년 문을 연 성가복지병원은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 무료진료병원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설립 당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수녀님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모르고 시작하는 거야”, “후원금으로 얼마나 오래가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허름하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병원 주변은 이제 고층 건물이 들어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세월과 함께 지역의 모습은 변했지만 성가복지병원의 이념과 의료활동은 30년 전과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79병상에서 시작한 병원은 지금 68병상(중환자실과 호스피스 병동 29병상, 단기 환자 병동 39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안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부인과, 피부과, 치과, 통증클리닉 등 다양한 과목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진료대상자는 제한돼 있다. 차상위 계층과 노숙자, 행려환자, 무의탁자, 외국인 노동자, 암보험과 생명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호스피스 환자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성가복지병원을 다녀간 환자는 외래진료 58만7685명, 입원 67만677명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병원의 진료대상자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환자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 높은 비용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때문에 성가복지병원에서는 이를 배려해 무료진료 대상자에 외국인 노동자도 포함시켰다. 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2월 1일 성가복지병원은 평소보다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마스크와 손소독제까지 받고 나서야 병원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오후 진료가 오후 2시에 시작되지만 1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복도 끝까지 찼다. 1층 데스크에서 진료과목을 말하고 표를 받은 환자들은 2층으로 올라가 본인의 진료과목에 해당하는 방 앞에 앉는다.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이모(74)씨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상태가 더 나빠져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료로 진료해주는 병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병자들. ■ 기댈 곳 없는 이들의 언덕 성가복지병원은 3명의 상주 의사와 51명의 봉사의료진이 진료하고 있다. 이밖에 간호, 약국, 물리치료 등 의료봉사자와 목욕과 세탁, 이미용 등을 책임지는 일반봉사자들이 병원 일을 돕고 있다. 이곳의 봉사자들은 ‘저 분은 주님이시다’라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대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성가복지병원 강주원(요한 사도) 의무원장은 “여기서는 의료적인 치료뿐 아니라 집처럼 편하게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의료진을 비롯해 봉사자들이 배려하는 것이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이라며 “이곳의 봉사자들이 따뜻하게 챙겨주는 덕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편하게 들르는 ‘단골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이 곳에서 9년간 근무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그분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사고로 어려워졌고,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분들에게 제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이 신앙인의 길이 아닐까 합니다.” ◆ 인터뷰 / 병원장 김미자 수녀 “소외된 이 전인적 치유 절실한 시대 그들 향한 시선은 더 차가워져 걱정” “30년을 후원금으로만 운영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어요. 30주년에는 더욱 많은 분들과 이 기적을 나누고 싶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위한 병원’을 기치로 힘든 도전을 시작한 지 30년. 성가복지병원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해 온 병원장 김미자 수녀(아모스·사진)는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현존하시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 곁에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우리 병원을 오시는 분들은 사회의 복잡한 형식과 절차를 따라가지 못해서, 경쟁해야 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해서 온 몸이 무방비인 상태로 살아가는 벌거벗은 이들”이라며 “이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접촉과 위로이며 이는 하느님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30년 무료병원의 역사와 함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가난한 현실은 그대로지만,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김 수녀는 이런 시대일수록 하느님이 행하신 전인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수녀는 “저는 성가복지병원의 30년 역사를 돌아보며 제가 과연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길가에서 발견한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돌봤는지 돌아봤다”며 “성가복지병원이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생생한 하느님의 집이 되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전하는 곳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30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고민했던 바람도 털어놨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 병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죠. 올해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더욱 많은 분들의 벗이 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후원 계좌 : 우리은행 048-068235-01-015(사회복지법인 성가소비녀회)

발행일 2020-02-09 제3181호 11면

[기획] 치유의 성사 ‘병자성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어떤 때 받나병자성사는 질병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가 받는 성사다. 그리스도인들은 병자성사를 통해 병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나아가 주님 뜻 안에서 치유 은혜까지 받기도 한다. 때문에 병자성사는 고해성사와 함께 치유성사라고 불린다. 병자성사 집전은 사제, 즉 주교와 신부만이 할 수 있다. 또, 세례를 받은 신자만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감기 몸살 등 가벼운 병에 걸린 사람이 받는 성사가 아니라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곧 생명이 위중한 경우에 받는 성사다. 그렇다고 죽음에 임박했을 때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 병을 앓고 있거나 노령으로 급격히 쇠약해졌을 때, 또는 큰 수술을 받기 전에도 청해 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죽을 위험에 처한 경우 한 번만 받을 수 있다고 해 ‘종부성사’라고 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병중에 있을 때는 횟수에 관계없이 청할 수 있는 성사로 재천명됐다. 따라서 병자성사는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병자성사를 받은 후 병에서 회복됐다가 다시 중병에 걸렸을 경우나 병이 더욱 위중해졌을 때에도 또 받을 수 있다. 병든 이를 고쳐주라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용서하셨을 뿐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몸소 고쳐주셨다.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도 병든 이들을 고쳐주라고 말씀하셨다.(루카 9,1-6)야고보 사도는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라고 가르쳤다. 이를 근거로 교회는 앓는 이들을 위한 예식을 예수님께 기원을 두는 일곱 성사 가운데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어떻게 거행되나병자성사는 성당이나 가정, 또는 병원에서 한 사람을 위해서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위해서도 거행할 수 있다. 병자성사는 참회 예식으로 시작한다.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말씀 전례로 이어진다. 말씀 전례가 끝나면 사제는 침묵 중에 병자에게 안수하며 기도한다. 이는 성령께서 임하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축성된 성유를 병자의 이마와 두 손에 바르면서 기도를 바친다. 이 안수와 도유가 병자성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환자에게 성체를 영하게 한다. 병자성사는 미사 중에 거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록 가정이나 병원 등에서 거행하는 병자성사라 하더라도 공적 전례로서 공동체 예식이기에 가족이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서 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자 영성체는공동체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교우, 특히 병자에게 사제가 직접 성체를 모시고 가서 영해주기 때문에 전에는 봉성체(奉聖體)라고도 불렀다. 천주교 용어위원회에서는 ‘병자 영성체’로 통일하도록 했다. 본당에서는 보통 매달 정기적으로 환자와 노약자들을 방문해 ‘병자 영성체’를 해주고 있다.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이들이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돕고, 구역 공동체가 함께 기도해주는 것이다.

발행일 2015-02-08 제2931호 3면

[병자의 날 르포]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센터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들. 환자와 보호자들의 한가족이 돼 가장 가까이서 아픔을 위로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미소와 희망을 전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닮은 예수님의 일꾼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별관 6층에는 특별한 병동이 있다. 세상과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는 여명(餘命) 6개월 이내의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이다.이곳에서 일하는 많은 의료진, 원목자들과 더불어 자원봉사자팀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한가족이 돼 가장 가까이서 아픔을 위로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미소와 희망을 전하는 예수님의 일꾼이다.오는 2월 11일 제22차 세계 병자의 날을 앞두고, 병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 사는 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도이다. 매 일과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환자들을 위한 기도인 것.“환자들이 이곳에서 죽음만을 떠올리기보다 남은 인생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기도합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하느님께 대한 열망으로, 영원한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간구하지요.”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도다.환자를 위한 미용 봉사를 막 끝낸 자원봉사자팀장 예은주(안젤라·52·의정부교구 원당본당)씨가 바닥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는 바쁜 손놀림을 뒤로 하고, 잠시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은 모든 일과 중 여타의 일반 병원, 병동 자원봉사자들보다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 때문에 온전히 봉사에 임하기 전, 관련 교육과 함께 서류 면접, 3개월간의 인턴 기간 등을 거치게 된다. 정식 자원봉사자가 된 이후에도 매월 교육을 받는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기에 더욱 신경을 쓴다.“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늘 조심스럽고, 또 늘 새로운 분이라는 마음가짐을 갖지요. 저희들은 ‘내일 해드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일이면 만날 수 없는 환자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과 시간이 지난다 해도 최선을 다해 환자분들이 원하시는 바를 채워드리고자 노력합니다. 내 몸이 아프더라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들을 만나면 내 상태를 잊게 되고, 초인적인 힘이 생기니, 신기할 따름이지요.” ■ 당신이 필요로 하는 곳에“전반적인 부분은 의료진, 사회복지사, 원목자 등이 맡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우리가 신경을 미처 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모든 부분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요.”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팀장 라정란 수녀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 이유를 찬찬히 설명했다. 이들이 병동의 전천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자원봉사자들은 욕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 마다 환자들의 자세를 바꿔주고, 목욕과 같은 위생 부분에도 신경을 쓴다.고통으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발 마사지도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한다. 예 팀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퇴원을 앞둔 환자를 위한 머리 감기기와 발마사지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은 조그만 자극에도 극심한 고통을 느낄 환자를 생각해 손길 하나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이곳 환자들은 출산의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을 느낀다고 해요. 그 고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라고 하더군요. 때문에 더 세심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환자들을 대합니다.”또한 자원봉사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따뜻한 점심 한 끼를 직접 대접하고 있다. 환자를 두고 멀리 자리를 뜰 수 없는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아침에 오면 담당을 나눠 음식을 만들고, 배식을 합니다. 병원 음식에 물린 환자분들에게 전달해 드리기도 하지요. 다들 맛있다고 말씀해 주세요.”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발 마사지를 하고 있다.환자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모습.■ 늘 함께 있게 하소서무엇보다 환자들의 곁에서 성가를 불러주고, 기도를 함께 드리는 것 또한 이들의 중요한 몫이다.임종에 다다른 한 환자의 병실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환자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자가 좋아하는 성가를 불러주고, 기도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지금껏 어머님이 살아온 인생은 사랑 받기에 충분한 삶이예요. 지금 남아있는 시간도 은총의 시간으로 삼고, 사랑을 나누며 보내시면 돼요. 더욱이 어머님께는 이렇게 곁을 지키는 예쁜 딸이 옆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물론 몸은 아프고 힘들지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복된 시간인지 아시지요?”자원봉사자들의 따스한 한마디에 기력이 다해 잠들어 있는 환자의 얼굴에서도 옅은 미소가 번져간다. 우울할 것만 같은 호스피스 병동이 자원봉사자들이 나누는 온기로 가득 찬다.자원봉사자의 존재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에게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 환자를 돌보느라 소진돼버린 보호자들의 심신에 격려와 위로를 전한다.라 수녀는 “나도 수도자로서 봉헌의 삶을 살고 있지만, 환자들을 향한 자원봉사자들의 성실함과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이곳은 총체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자기 일로 바쁜 상황임에도 봉사의 끈을 놓지 않고 오랜 시간, 아무런 대가없이 기쁘게, 또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아울러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의 임종 시에도 장지 수행에 따라 나선다. 함께 했던 환자들을 위한 마지막 배웅이다. 일주일에 두 번(월, 목요일/화, 금요일) 오전, 오후 조로 나누거나, 하루 한 번(수/토/일요일)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환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것을 잊지 않는다.이 밖에도 자원봉사자들은 사별 가족을 위한 위로 모임에 참여하거나, 후원회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교육 보조 등의 행정적 업무도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수없이 많지만, 자원봉사자 수의 부족으로 한계를 느낄 때는 안타까움이 크다.“한 인간을 돌보기 위해서는 전인적인 접근과 많은 요구사항을 만나게 되지요. 환자들이 삶을 잘 마무리 하도록 돕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의 수가 부족해 온전히 채워줄 수 없을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더 많은 분들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이곳 환자들을 위한 아름다운 배웅의 길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성가를 불러주고, 기도를 함께 드리는 일 역시 봉사자들의 중요한 몫이다.

발행일 2014-02-09 제2881호 11면

[세계 병자의 날 특집] 이우현 기자의 원목실 체험 ‘착한 사마리아인 되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21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를 통해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을 위한 돌봄과 나눔을 실천한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5~37)을 성찰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 복음서의 비유를 통해 모든 사람, 특히 질병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예수님께서 일깨워주심을 다시 한 번 상기하려는 것이다.11일 ‘세계 병자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2일, 기자는 서울 아산병원 원목실(실장 이상수 신부)에서 사무장이 돼보기로 했다. 병원 원목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병자들의 안식처인 원목실의 존재 이유를 살피는 한편, 병자들과 가까이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원목 사제, 수도자,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 필요로 하는 곳에 더 가까이아산병원 원목실은 매주 화, 목, 토요일 각각 자원 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당일 오전 9시30분이 되자, 자원 봉사자들이 하나둘씩 원목실로 모여들었다. 한 자리에 둘러앉은 10여 명의 봉사자들은 원목실장 김지형 신부(12일부 서울대교구 사제인사 전, 현재 삼성서울병원 원목실장)를 비롯한 원목실 식구들과 시작기도를 봉헌했다.이들의 기도 지향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심신의 질병으로 고통 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해주심을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하루하루 만나는 병자들에게 하느님 안에 진정한 쉼 자리를 전달하는 데 있다.“천주교 원목실에서 나왔습니다.”토요일 자원 봉사팀장 박은숙(미카엘라·61)씨를 따라 병동 방문에 나섰다. 토요일 자원 봉사자들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로하는 말벗이 돼주는 것은 물론, 주보와 교계신문을 전달하고 봉성체와 미사 안내 등을 맡고 있다.병실 문을 노크하기 전, 박씨는 환자들을 생각하며 짧은 화살기도를 봉헌한다. 박씨는 “환자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떨리는 일”이라며 “그들이 병실 방문, 봉성체 등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 목소리를 듣고 제때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봉사자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를 비롯한 자원 봉사자들은 자리에 없는 환자라도 순서의 마지막에 다시 찾아가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매주 화, 목요일 봉사팀은 환자 방문 후 그날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누며 각 환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때로는 병마와 싸우느라 지쳐버린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냉대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그들의 얼굴에 미소를 찾아주는 일은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박씨는 “이곳에 오면 봉사한다는 마음보다 오히려 위안을 얻고 힘을 얻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병원 안의 작은 본당암환자 김경애(로사·52)씨가 원목실을 찾았다. 병자들에게 원목실은 고된 병원 생활의 쉼자리이다. 원목실 식구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김씨는 “입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 처음으로 이곳 원목실을 찾았다”며 “삭막한 병원에도 이처럼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위로가 되는 자원 봉사자들이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오전 11시30분, 병원 직원들의 세례식을 앞두고, 전례 봉사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세례식에 필요한 제대를 꾸며 놓았다. 병원 원목실은 병자들을 위한 공간은 물론,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 종사자들이 신앙을 찾는 신앙생활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생사를 다루는 긴장선 상에 있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신앙은 삶의 위안과 휴식을 얻는 버팀목인 셈.김 신부는 세례를 받는 이들의 손바닥에 성유를 바르고, 안수기도를 했다. 이어 머리에 성수를 부음으로써 이들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났다.이날 세례를 받은 울산의대 4학년 강현지(마리아·26)씨는 “학업과 바쁜 병원생활 안에서 이처럼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특별한 세례식의 소감을 밝혔다.아산병원 원목실은 평일·주일미사와 환자 방문, 봉성체, 병자성사, 고해성사 등 주요 역할 외에도 병원 직원·환자·보호자를 위한 예비자교리, 성경공부, 교우회 모임(젊은 간호사, 중견 간호사 모임), 의대생 모임, 연령회, 자원 봉사자·교우회 피정 및 야유회 등을 마련하고 있다. 매주 축일을 맞은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카드와 꽃을 전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낮 12시30분, 토요 특전미사가 봉헌됐다.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막 세례를 받은 병원 직원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원목실을 가득 채웠다. 열기가 더해져 김 신부도, 신자들도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사를 봉헌했다.하루종일 이어지는 바쁜 일정 중에도 원목실을 찾아오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난 김 신부는 점심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병실 방문과 장례미사 주례를 위해 원목실을 나섰다.“가장 아프고 힘들 때 신앙적인 돌봄은 물론, 누군가가 건넨 작은 위로가 힘들고 외로운 병원 생활을 이겨내는 힘이 되지요. 이것이 원목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사제, 수도자가 있긴 하지만 그 많은 병동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에, 원목 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적 돌봄에 동참할 수 있는 평신도 봉사자 양성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또한 봉사자들도 따뜻한 마음과 경청의 자세로 환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원목실에서 봉헌되는 토요 특전미사 모습. 환자와 보호자, 병원 직원 등이 원목실을 가득 채웠다. 병실 방문 중 자리에 없는 환자의 침대 위에 주보와 함께 가톨릭신문이 놓여있다. 주보 위에 쓰여진 “안 계셔서 주보와 신문 놓고 갑니다”라는 짤막한 편지를 통해 봉사자의 마음도 함께 전해진다. 2일 아산병원 원목실에서 진행된 세례식. 병실을 찾아가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자원 봉사자. 자원 봉사자는 환자와 보호자의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주보와 교계신문을 전달하며 미사 안내를 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자원 봉사자들의 하루 일과는 기도로 시작된다. 원목실 식구들이 모여 시작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발행일 2013-02-10 제2832호 12면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성빈센트병원, 기념미사·특별공연 열어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은 10일 원목실장 류충렬 신부 주례로 세계 병자의 날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수원교구 안양대리구장 윤종대 신부 특별공연 등 기념공연도 펼쳤다. 2월 11일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 교구에서는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영육간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병원장 조계순 수녀)은 10일 오후 5시30분 병원1층 로비에서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념공연을 열었다. 루이스 초이의 공연과 수원교구 안양대리구장 윤종대 신부의 특별공연 등이 함께 어우러진 이날 행사에는 원내 환자와 보호자, 교직원 200여 명이 참석, 열띤 성원 속에 펼쳐졌다.이날 미사를 주례한 성빈센트병원 원목실장 류충렬 신부는 “예수님의 치유는 단순한 질병의 치유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공동체로 복귀시킴으로써 공동체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일”이었다며 “자살, 낙태, 스트레스, 조급함 등으로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가족공동체, 사회공동체가 병자의 고통을 함께 기억할 때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더 가까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발행일 2012-02-19 제2783호 3면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한국가톨릭의료협·병원협, 부산서 정총

한국가톨릭의료협회·병원협회는 10일 부산가톨릭의료원 성모병원에서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세계 병자의 날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2월 11일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 교구에서는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영육간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기념행사와 한국가톨릭병원협회 및 한국가톨릭의료협회 정기총회가 10일 부산가톨릭의료원 성모병원에서 개최됐다.한국가톨릭의료협회(협회장 이동익 신부)가 주최하고 부산가톨릭의료원(의료원장 노영찬 신부)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2012년 정기총회와 병원시찰, 기념식, 기념미사 순으로 펼쳐졌다.한국가톨릭병원협회는 정기총회에서 예결산 심의와 승인, 12월 6~8일 일본 구루메시 성마리아병원에서 개최되는 한·일 가톨릭의료기술협력협정운영위원회 25주년 준비사항과 가톨릭병원협회 업무 활성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어진 한국가톨릭의료협회 정기총회는 3개의 직능단체장(가톨릭의사협회, 간호사협회, 약사회)과 전국의 38개 회원병원 대표 62명이 참석해 예결산을 심의 승인하고 10월 25일 열리는 한국가톨릭의료협회 정기세미나 장소를 여수로 결정했다.또 협회는 2013년 제21차 세계병자의 날 행사와 정기총회를 2월 15일 청주성모병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기념식에서 이동익 신부는 “우리 모두가 병든 이들을 몸소 돌보신 치유자 예수의 모습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면서 “환자들과 맺어지는 신뢰 속에서 참된 치유의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황철수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병자의 길에서 힘들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치료를 행하는 의료인 여러분에게도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이날 부산가톨릭의료원 성모병원은 오후 3시부터 환우들을 위한 기념 공연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초청연주를 비롯해 임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부산가톨릭의료원 메리놀병원도 원목 강병규 신부의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오후 2시부터 강당에서 환우 및 보호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우들의 위안 잔치’를 열었다.

발행일 2012-02-19 제2783호 3면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 인천교구, 기념미사 봉헌

11일 봉헌된 인천교구 세계 병자의 날 미사에서 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신자들에게 안수를 하고 있다. 2월 11일 제20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전국 각 교구에서는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영육간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천교구는 11일 오전 11시 답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최기산 주교 주례, 이학노 몬시뇰(인천성모병원장) 등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세계 병자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환우 100여 명과 인천성모병원 의사와 간호사, 수녀 등 모두 2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최기산 주교는 강론을 통해 “환우 여러분들이, 고통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 짊어지셨으며 죽음의 병도 치유하신 그리스도께 의탁하기를 바란다”며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을 통해서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주교는 이어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사 중 최 주교는 환우들을 위해 치유를 위한 기도와 안수를 해줬고 인천성모병원 의료진은 신자와 신부 100여 명의 무료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발행일 2012-02-19 제278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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