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행사 매뉴얼 작성하는 ‘매뉴얼팀장’으로 봉사 “봉사는 신앙 찾아가는 기쁜 여정”
“고된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에야 WYD 수원교구대회 매뉴얼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힘이 나고 힐링이 돼요. WYD를 위해 봉사하는 시간이 제 신앙을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 봉사자 정현주(율리타·34·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의 매뉴얼을 작성하는 매뉴얼팀장이다. 토목관련 회사에서 3D 시각화 작업을 맡고 있는 그는 직업의 전문성을 살려 매뉴얼팀에 자원했다.
“중고등부 교사부터 청년부 활동까지 저의 20대는 늘 성당과 함께였어요. 청년 활동을 잠시 쉬던 중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고민없이 바로 지원했고 매뉴얼팀을 꾸린다는 말에 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2027 WYD가 세계교회가 관심을 갖는 큰 행사인만큼 안전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매뉴얼팀을 꾸렸다.
매뉴얼팀의 업무는 정 씨가 청년 활동을 하며 아쉬웠던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본당 주일학교·청년 행사 기획에 베테랑인 정 씨는 힘들게 준비한 행사가 끝나면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아 다음 행사 때 다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점을 아쉬움으로 품고 있었다. 그 과정을 기록할 인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필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매뉴얼팀은 행사가 진행되는 전체 과정, 즉 인원 배치와 준비물, 진행 과정, 안전 조치 등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한번 매뉴얼을 기록해 놓으면 다른 행사에서도 그대로 적용해 행사를 더욱 수월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죠.”
정 씨의 첫 작업은 지난 12월 열렸던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의 본당 순회 행사 매뉴얼이었다.
“수원교구는 본당과 기관 24곳을 순회했어요. 십자가 설치 방법과 받침대 모양, 무게를 기록하고 몇 사람이 어떻게 십자가를 옮겨야 하는지 상세히 기록했죠. 십자가와 보관함을 합하면 100kg가 넘었는데 무게를 모르고 들었다가 다칠 수도 있기에 주의사항을 자료로 만들어 본당과 기관에 배포했습니다.”
매뉴얼팀의 이런 노력 덕분에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순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상세히 매뉴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상황을 확인하며 놓치는 것이 없나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밤에는 매뉴얼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정씨에게 대회를 위한 봉사는 기쁨이자 보람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제 신앙이 뭔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매뉴얼 작업을 하면서 교리와 관련된 궁금한 점을 찾아보고 기록하면서 제 신심을 찾아나갈 수 있었어요. 사람들과 만나 부딪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봉사는 제 신앙심을 다시금 발견해 나가는 소중하고 기쁜 여정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