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만의 사명과 권위 가시적으로 드러내
‘교황’을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생각날까? 새하얀 수단과 십자가 지팡이, 베드로의 열쇠 등 교황에게는 고유의 사명이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들이 있다. 교회는 표식의 가시화를 통해 교황의 임무와 역할을 대내외적으로 공고히 한다. 교황을 나타내는 상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종류와 의미, 유래를 알아본다.
흰색과 진홍색 의복, 그리스도 의미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대중 앞에 교황의 전통적인 복장인 흰색 수단에 진홍색 어깨 망토(모제타, mozzetta)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화려하다는 이유로 망토를 두르지 않았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어느 정도 전통으로의 회귀를 뜻한다고 해석된다.
교황의 흰색 수단은 13세기에 정착됐으며 붉은 망토 착용은 그 이전으로 보인다. 두 색상은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중세 최고의 전례학자였던 멘데의 기욤 뒤랑 주교(1230년경~1296년)는 그의 저서에서 “교황은 흰색 수단과 붉은 망토를 입는다. 흰색은 순수함과 자애를 상징하고 붉은색은 연민과 예수의 수난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교황의 축복,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는 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상에’라는 뜻으로 교황만이 선포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이고 권위 있는 강복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첫 강복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며 “인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이신 그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 그리고 새 교황 선출 직후 첫 공식 축복 때 행해진다. 신앙과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특히 전쟁이나 재난처럼 인류가 고통받을 때 희망과 위로의 상징이 된다.
어부의 반지, “사람 낚는 어부” 계승
교황의 인장 반지인 ‘어부의 반지’는 베드로가 낚시하는 모습 혹은 열쇠를 든 모습과 교황의 라틴어 이름이 새겨진 반지이다. 즉위 미사에서 교황 오른손 약지에 끼워지는데, 초대 교황인 베드로가 “사람 낚는 어부”(마태 4,19)로 부름받은 것을 계승한다는 의미이다.
반지는 13세기 교황의 사적 문서 봉인으로 시작해 1842년까지 교황이 서명한 공식 문서를 봉인하는 인장으로 사용됐다. 교황을 알현하는 사람들은 경의를 표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반지에 입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금으로 만들며 교황이 선종하면 반지를 은 망치로 깨 위조를 막고 교황의 권위 종식을 알리는데,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반지는 그 대신 끌로 깊은 십자가를 새겼다.
목장은 ‘착한 목자’ 나타내
목장은 교황이나 교구장 주교, 아빠스 등이 사용하는 지팡이다. 이는 요한복음 10장에 나오는 ‘착한 목자’를 상징한다. 윗부분이 원형으로 구부러진 일반 목장과 달리 교황의 목장은 맨 위에 십자가가 달려 있어 그리스도의 대리자임을 나타낸다.
전통적인 교황 목장은 십자가가 황금으로 돼 있다. 교황은 성문 개방이나 성당 봉헌식 등 특별한 예식 때 목장을 지니며, 이전 교황이 사용하던 것을 받아서 쓰기도 한다.
교황관과 열쇠·사목 지향을 담은 문장
교황이 선출되면 자신의 신학적 가치와 사목적 지향을 담은 고유한 문장을 설정한다. 교황 문장은 1198년 인노첸시오 3세 교황(1161~1216)이 처음 사용한 교황 정체성의 표식이다.
문장은 통치권, 성품권, 교도권을 상징하는 교황관과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수여하신 금·은 2개의 열쇠가 교차된 형상으로 구성된다. 또, 교황 개인적 상징 문양이나 출신 가문을 넣기도 한다. 문장 아래에는 교황이 정한 라틴어 표어가 적혀있다. 문장에 새겨진 열쇠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것으로 하늘나라와 땅에서 맺고 푸는 권한을 의미한다.
성 베드로 대성당 사도좌와 대제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성 베드로 사도좌는 초대 교황인 베드로가 가르침을 전하던 자리를 상징하는 유물이며 교황의 교도권을 나타낸다. 또한 대성당 중앙 대제대는 베드로의 유해가 안치된 자리 위에 세워졌으며, 오직 교황만이 이 대제대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
대제대 뒤편으로 성 베드로 사도좌가 자리하고 있어, 베드로가 그의 후계자인 교황 안에서 하나로 통합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대제대 위의 ‘베르니니의 발다키노’는 대제대를 감싸며 교황의 영적 권위와 하늘의 보호를 뜻한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