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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듣는 농인들이 바라는 교회’…「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박주현
입력일 2025-06-11 09:07:20 수정일 2025-06-11 09:07:20 발행일 2025-06-15 제 344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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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서 신부 지음/안종희 옮김/240쪽 /2만 원/으뜸사랑
“농인은 고유한 언어·문화 간직한 교회 일원”…亞 지역 농인 신자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 구체적으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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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농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청각) 수 없으므로 그분을 믿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성경 해석으로 천 년 이상 소외됐다. 소외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3년 3월 16일 발표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에서도 농인은 단순히 ‘장애인’ 범주에 포함돼 사목적 돌봄 대상으로만 언급됐다.

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 박민서(베네딕토) 신부의 책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는 농인들이 고유한 언어(수어)와 문화를 간직한 소수자로 청인과 동등한 교회 일원임을 보여준다. 6월 1일 발행된 책은 2024년 5월 박 신부가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 제출한 실천신학 박사학위 논문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이 논문으로 박 신부는 세계 가톨릭 농인 사제 중 처음으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은 농인 신학자들의 연구뿐 아니라 참된 포용의 교회를 꿈꾸는 농인 신자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박 신부가 서울대교구 농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아시아 지역 농인 신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과 신앙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1986년 설립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부터 2019년 농인들의 독립된 본당인 에파타본당을 이루기까지의 역사도 기록했다. 농인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 왔는지 증언하는 역사다.

책은 농인들이 기도하고, 복음을 듣고 선포하는 모어인 수어가 농인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며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온전한 언어임을 증언한다. 농인 신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청인 신자들에게는 농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교우로서 함께 걸어갈 만남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민서 신부는 “예수님께서 농인을 고치시며 하신 말씀 ‘에파타(열려라)’(마르 7,34)는 단순한 물리적 청각의 회복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말씀을 받아들이고 선포하라는 초대”라고 말했다. 이어 “책이 한국교회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하나 되는 교회로 거듭나는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농인들은 대다수 청인이 수어를 모른다고 청인들을 장애인 취급하지 않아요. 경청은 청각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우리 함께 기억해요.”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