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축하·당부 메시지…국민 통합과 한반도 평화 강조
한국교회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3일 역대 대선 최다 득표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는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교회 또한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번 대통령 당선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흔들리지 않도록, 원칙과 정의가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사법 체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대통령 구속과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헌정 질서의 위기를 체감한 국민 다수의 공감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6월 4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에게 드리는 축하와 당부’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된 평화의 길을 걸어갈 믿음직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고,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 자신의 뜻을 당당히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이 갈등과 분열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하길 부탁했다. 세대와 성별, 지역을 가르며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 없는 존중을 실현하는 정책과 연대를 강화하는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또한 한반도에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써주길 기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역시 이 대통령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께서 이제 어느 한 편이 아니라 모두의 삶 곁에 서시어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 모두를 위한 품격 있는 통합의 지도력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며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는 지도자로서, 정파에 따른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우리 사회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돼주길 요청했다. 대통령이 취임 당일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이 국회 방호원과 청소노동자였듯, 임기 중에도 소외된 이들 곁에 다가서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잊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민생 안정이라는 현안을 풀어내고,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공동선을 우선하는 정부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또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교회는 대통령이 기후위기 극복과 생태 보호를 위한 정책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4대강 재자연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추진은 생태적 회개를 지향하는 교회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이제 우리 모두의 공복(公僕)인 대통령으로서, 특히 가난하고 어렵고 소외되고 희망을 잃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도 “사랑으로 통합된 사회, 평화로운 남북관계로 전쟁 없는 한반도, 정의의 회복을 통한 건전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모든 국민이 존엄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참된 공동선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 여정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랑과 평화, 정의로 이끌어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