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커 가는데 생계 끊길까 두려워” 미용실 천장 뜯어 마련한 세 식구 집…화장실조차 없어 새벽 배달 일하지만 빚만 쌓여 생계 막막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잔 지 2년째입니다.”
성인이 허리를 깊이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 함홍남(51) 씨는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미용실 구석의 좁은 계단 8개를 올라 그곳으로 향했다. 집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협소하다. 씻을 수도, 밥도 해 먹을 수 없다. 그의 일터인 미용실 천장을 뜯어 마련한 ‘생활 공간’이다.
함 씨는 아파트 상가에 세 들어 미용실을 하고 있다. 5년 전 이혼 후 이곳으로 와 12살 딸, 10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미용실을 열었지만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플랫폼 노동에 나서 낮에는 미용사로, 새벽에는 배달 노동자로 일했다. 점심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모의 식사를 챙겼다.
그렇게 잠도, 끼니도, 쉴 틈도 없이 버틴 시간들. 그 무게는 결국 그의 몸에 병으로 남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심장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를 한꺼번에 진단받았다.
고정 수입이 없어 생계 부담은 늘 크다. 어린 두 아이와 노모를 돌봐야 하기에 미용실은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둘째가 자주 아빠를 찾아 새벽 배달 일도 꾸준히 하기 어렵다. 월세와 생활비, 교육비, 병간호비까지 매달 300만 원이 넘는 고정 지출은 결국 빚으로 쌓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마저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쇄골이 부러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핀 7개를 몸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수술비도 문제지만, 회복 기간 동안 생계가 끊기는 게 더 두렵다.
다행히 두 살 터울의 남매는 방과 후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한울이네 공부방’에서 수도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까지 챙겨 먹고 돌아온다. 덕분에 함 씨는 끼니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주방도 식기도 없는 집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온 인스턴트 음식이다.
화장실도 없어 상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한다. 매일 샤워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 재작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한 평짜리 공간에서 셋이 나란히 잠들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함 씨는 혼자 미용실 컴퓨터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한다. 첫째는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둘째는 새벽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여기서 살 줄은 몰랐어요.”
함 씨는 아이들을 위해 단칸방이라도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째가 밤에도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게 되면서, 이틀에 하루꼴로 새벽 배달을 나갈 수 있게 된 건 함 씨에게는 작은 위안이자 희망이다. 그렇게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
함 씨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한 한울이네 공부방 대표 전민아(살레시아) 수녀는 “함 씨는 심장 질환이 있어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두 아이와 노모를 혼자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함 씨 가족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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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금기간: 2025년 6월 11일(수) ~ 2025년 7월 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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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