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우리 땅이 만든 건강한 밥상으로 생태 보전해요”

민경화
입력일 2025-06-10 16:59:11 수정일 2025-06-10 16:59:11 발행일 2025-06-15 제 3446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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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기후행동, ‘지구밥상’ 통해 생태적 회개 실천
‘요리 넘어 지구와 사람 돌보는 작을 실천들 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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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열린 지구밥상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건강한 제철 식재료가 들어간 비건 음식들을 만들며 ‘생태적 회개’ 실천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민경화 기자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맞아 가톨릭기후행동(공동대표 양두승 미카엘 신부·박신자 여호수아 수녀·오현화 안젤라)은 지난 5월 29일 서울 종로구 무료급식소 종로밥집에서 지구를 살리는 ‘지구밥상’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이자 우리 농업 기반 채식문화활동가인 성미선(엘리사벳) 씨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프로그램에는 16명의 생태사도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제철 쑥과 버섯이 들어간 쑥애탕, 유기농 딸기를 갈아 현미 소면에 말은 딸기 국수, 싱싱한 톳과 삼잎국화나물이 들어간 김밥 등을 손수 만들며 우리가 밥상을 차리면서 할 수 있는 ‘생태적 회개’ 방법을 제시했다.

이날 만든 음식의 재료는 모두 직접 채취하거나 국내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쌉싸름한 삼잎국화는 초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성 씨는 “봄이 제철인 쑥도 단오 전인 5월까지는 향긋함이 유지되기 때문에 미리 뜯어놓고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힘든 딸기도 한 바구니 가져와 붉은색 단맛이 나는 딸기 국수를 만들었다. 다소 생소한 음식임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딸기 국수가 가장 맛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미밥에 미나리와 톳, 삼잎국화나물, 단무지 대신 참외 장아찌를 넣은 비건 김밥은 한 끼 식사로 든든할 뿐 아니라 자극적이지 않아 속도 편하다.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와 쑥, 버섯을 다져서 만든 완자를 국산콩 된장을 푼 국물에 끓인 쑥애탕은 된장으로만 맛을 냈음에도 풍미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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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문화활동가 성미선 씨는 “우리가 소비하는 채소는 탄소 발자국이 덜 발생하는 지역의 먹거리와 소농의 건강한 생산물을 이용해야 우리의 몸과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환경과 동물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육식을 줄이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소비하는 채식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는 ‘환경을 지키는 식생활’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우리 땅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았다. 

성 씨는 “현재의 채식문화는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간편식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형태로 정착된 상황”이라며 “진정으로 환경을 살리는 식생활을 위해서는 우리 논과 밭에서 나온 농작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된 농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40%에 육박한다. 또한 다량의 농약 사용은 수질오염과 토양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성 씨는 지구밥상을 차리며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으며 어떻게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성 씨는 “2050년에 우리에게 다가올 기후위기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채소 섭취를 두 배로 늘리고 육류 소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며 “이때 우리가 소비하는 채소는 탄소 발자국이 덜 발생하는 지역의 먹거리와 소농의 건강한 생산물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톳과 삼잎국화, 쑥, 딸기 등 이날 사용한 식재료들은 바다와 땅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풍성하게 머금고 있었다. 제철 식재료를 손으로 다듬고 요리하고, 먹어보는 시간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행위가 아닌 지구와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배워 나가는 시간이었다.

지구밥상에 참가한 최희영(요안나) 씨는 “두부에 강황을 넣거나 완두콩으로 소스를 만드는 조리법을 배우며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다양한 채식 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 알게 돼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육식을 자제하는 밥상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정은지(마리아) 씨는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채식을 시작했는데 오늘 지구밥상에 함께하면서 기후위기와 채식이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다양한 제철 음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 지구와 나의 건강을 위해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