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청년 자립 지원 쉐어하우스’로 아파트 기증한 김춘미 씨

이주연
입력일 2025-06-11 09:13:29 수정일 2025-06-11 10:40:32 발행일 2025-06-15 제 344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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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 마련보단 청소년에게 희망 전하고 싶어”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에 정기 후원하다 기증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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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종 신부(왼쪽)와 함께 김춘미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주연 기자

지난 5월 중순,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가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 이하 안나의집)의 청년 자립 지원 쉐어하우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안나의집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안정된 일상과 독립을 대비할 수 있도록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은 안나의집이 경기도 곳곳에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가운데 열 번째 시설로,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김춘미(예수의 성녀 데레사·82·수원교구 분당구미동본당) 씨의 기증으로 가능해졌다.

“20여 년을 남편과 함께 살아온 집이에요. 근처 호수공원을 자주 산책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집을 처분해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이곳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김 씨가 증여한 아파트는 실면적 148㎡(45평) 이상으로, 방 네 개와 넓은 거실 등을 갖췄다. 이미 두 명의 청년이 입주해 직장생활을 하며 자립을 준비 중이다. 

안나의집은 현재 단기쉼터, 중장기 쉼터, 그룹홈, 자립지원관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집이 있는 청년들이 한 달에 두 번 방문해 상담과 지원을 받는 형태, 집이 없는 청년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 형태 등을 운영한다.

김 씨는 오래 전부터 안나의집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정기 후원도 이어왔다. 실버타운으로 이주하면서, 김하종 신부를 직접 만나 아파트 기증 의사를 밝혔다. 

“오랫동안 위기 청소년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언젠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안나의집 홈페이지를 보면서 신부님이 청소년과 노숙인을 돌보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깝다’, ‘아쉽다’는 생각은 없었을까. 김 씨는 "그런 섭섭함보다는 ‘내가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라는 기쁨이 더 크다”며 “신부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시고, 남편도 ’복 받을 거야'라는 말로 응원해 줬다”고 전했다.

‘쉐어하우스’는 김 씨의 세례명을 딴 ‘대 데레사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거실에 작은 팻말도 걸렸다. “예전 십자가와 성모상을 걸어두었던 곳에 자리한  팻말을 보니 참 기뻤다”는 그는 “하느님께서 ‘나누고 사랑하라’ 하셨는데, 그 말씀을 실천에 옮겼다는 자부심이 조금 생겼다”고 했다.

“어떤 청년이 들어와 살게 되든, 이 집에서 잘 지내며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누구든 행복하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