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에 폭염까지 겹쳐 이중고…무료 급식소마저 철수” 7.7규모 강진 이후 여진 이어져…정서적 트라우마 지원도 시급
“밤이 되면 아직도 여진이 계속돼 성당 차고에서 사람들과 불안 속에 잠을 청해요. 5월이 되며 무료 식사를 제공하던 단체들도 철수해 어려움이 더 커졌죠.”
성 골롬반 외방 선교 수녀회 김태향(데레사) 수녀는 2009년부터 미얀마 만달레이 대성당 수녀원에 머물며 소임 중이었다. 지진은 3월 28일 만달레이 서북서쪽 17km 지역에서 규모 7.7 규모로 발생했다. 지진으로 사망자 3800명과 부상자 5100명, 실종자 160여 명이 발생했으며, 2000명 이상이 집을 잃고 거리나 성당, 사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 수녀가 거주하던 수녀원도 천장이 내려앉고 집기들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어 복구가 필요했다.
만달레이 상황은 심각하다. 전기나 식수 공급은 지진 직후보다는 나아져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체감 온도 40℃가 넘는 무더위 속에 시신에서 나는 악취와 오염된 상하수도로 사람들은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있다. 여전히 이어지는 여진뿐 아니라 예상치 않게 내리는 폭우도 이재민들을 괴롭힌다. 김 수녀는 “함께 지내는 이들이 여진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비 때문에 한밤중에 잠자리를 옮기는 등 고된 밤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무료 급식 봉사를 하던 단체들은 장기간의 피로와 여러 어려움으로 5월이 되며 지원을 중단했다. 힌두교 사원은 자체적으로 식사를 준비해 제공하고, 성당은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등 도움에 나서고 있지만, 이재민들의 끼니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얼마 전 지진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의 심리 치료도 시작했어요.”
육체적 돌봄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시급하다.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김 수녀는 이전까지 군부의 쿠테타로 난민이 된 아이들의 특수아동치료를 담당하고 있었다. 김 수녀는 이에 더해 지진이라는 큰 사건을 경험한 5~1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30분가량의 아동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참여한 60여 명은 명상과 당시 상황 회상, 감정 인식과 다독임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연습을 했다.
지진 현장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김 수녀는 원조 전달 시스템의 미비를 꼽았다.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지만, 현재 미얀마 상황 속에서는 제때 온전히 전달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안타깝다”고 말한 김 수녀는 자체적으로 힌두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 여성 리더들과 협력하며 구호 물품 전달이나 이재민 면담 등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알리면 김 수녀가 그들에게 생필품이나 약품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안정까지 돌본다. 김 수녀는 길거리에서 당장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이재민을 걱정하며, 깊은 상처를 잎은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청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이 안에서 서로 돕고자 애쓰는 이들과,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 후원 계좌 국민 016701-04-028749 (재)천주교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미얀마선교)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