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6월 6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무장 요원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불법 이주민 단속 작전에 나서자, 이에 항의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연방군 2000명 이상을 LA에 투입하고 해병대 700명을 대기시키는 등 강경한 단속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정부의 이번 단속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LA대교구를 비롯해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정부의 배타적인 이주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연합 기도회를 여는 등 이주민 단속을 멈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 가톨릭교회 주교단도 단지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주민들을 단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문을 내고 미국 가톨릭교회와의 연대에 나섰다. 멕시코 출신의 호세 고메즈 LA대교구장은 6월 10일 LA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연합 기도회에 참석해, “정부의 단속이 고통스럽지만, 절제와 평정심을 유지하며 함께 기도하자”며 “정부가 보다 포용적인 자세로 이주민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또 “우리도 합법적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주민들이 공동체 안에서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폭력적인 범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 정부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열심히 일하는 이주민들과 그 가족들에게 강제적인 물리력을 투입해 공포와 근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요청했다. 이어 “미국 의회는 수많은 이주민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이주민 정책이 왜 망가진 채로 그대로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일관된 이주민 정책을 수립해 이주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본질적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자인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에게 “과달루페 성모님, 당신의 자녀들과 미국을 위해 빌어 주소서”라고 호소했다. LA대교구는 11일에도 각 본당에서 평화와 일치를 지향으로 기도회를 열고 미사를 봉헌했다. 미국 이주민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멕시코 주교단도 6월 10일 성명을 내고 이민자들의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민 단속에 대한 항의시위 현장에서는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시민들도 볼 수 있다. 멕시코 주교단은 “미국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항의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단속하면서 촉발시킨 복잡한 상황을 고통과 근심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메즈 대주교의 말을 인용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공포를 야기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6월 9일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주민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고 고국의 가족을 위해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은 무엇보다도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주민들을 강제적으로 단속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평화적인 항의를 지지하며 폭력적인 시위를 조장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레오 14세 교황은 5월 30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세계 정교회의 수장인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나 튀르키예 방문을 논의했다. 방문지로 거론되는 튀르키예 이즈니크(옛 지명 니케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할 예정이었던 도시다. 바로 이곳에서 325년 최초의 세계공의회인 니케아공의회가 열렸다.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을 맞는 6월 19일, 그리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삼위일체 교리를 공고히 한 니케아공의회를 돌아본다. 최초의 세계공의회 325년 교부 318명 모여 교리 논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완성 ‘주님 부활 대축일’ 산정 방법도 통일시켜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한 분인가?’…삼위일체를 논하다 325년 6월 19일 세계 각지에서 교부(敎父) 318명이 니케아에 모였다.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교리를 주장하며 극심한 분열에 이르자 교회의 일치를 바랐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세계의 교부들을 니케아에 모두 소집한 것이었다. 가장 첨예한 대립은 ’성자 예수님은 피조물‘이라는 아리우스의 주장에 대한 논쟁이었다.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이 한 분이신 하느님이라는 믿음, ‘삼위일체’는 초대 교회부터 이어온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였기에, 이를 잘못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이 나타났다. 그중 4세기에 팽배했던 사상이 아리우스의 주장을 따르는 아리우스주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제 아리우스는 창조되지 않았고 영원하고 불변하는 분은 성부 하느님 한 분 뿐이라고 봤다. 그렇기에 성자 예수님은 하느님의 피조물, 즉 창조된 존재라는 것이다. 아리우스는 말씀(예수님)을 하느님이라 부르는 것은 말씀이 은총을 통해 하느님이 됐다는 것이고, 본성적으로 하느님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아리우스는 여러 성경구절을 근거로 삼아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켰고 아리우스주의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일부 교부들도 아리우스주의에 동조했다.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한 본체로서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믿나이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중) 아리우스주의자들과의 격렬한 논쟁 끝에 교부들은 신경의 문장을 빚어냈다. 예수님이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이고, 하느님과 동일한 본질, 한 본체임을 고백한 것이다. 공의회를 통해 완성된 ‘니케아 신경’은 하느님은 오직 한 분이며, 나뉠 수 없는 하나의 본질을 지니고, 성자의 본질은 모든 면에서 성부와 완전히 동일하며 동등하다는 우리의 믿음을 명확하게 했다. 이후 교부들은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열린 두 번째 공의회를 통해 거룩한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 성령이 하느님임을 고백하면서 니케아 신경을 보완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완성했다. 교회는 오늘날까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미사의 공식 신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느님이 한 분이시듯’…교회의 일치를 이루다 니케아공의회의 가장 큰 과제는 아리우스주의에 대응하는 것이었지만, 교부들은 이밖에도 교회의 여러 법규를 정비했고, 무엇보다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지내던 주님 부활 대축일의 날짜를 일치시켰다. 주님 부활 대축일은 처음부터 교회의 모든 축일 중에서도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날에 부활 대축일을 지냈다. 유다인들이 많이 머무는 지역의 신자들은 유다력의 파스카 축제일에 부활 대축일을 지냈지만, 유럽권에서는 파스카 축제일 다음에 오는 주일을 부활 대축일로 지냈다. 예수님이 안식일 다음 날, 주간 첫날인 주일에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또 파스카 축제일은 유다력을 토대로 하는데, 유다력은 춘분을 기준으로 하되 달의 변화에 따른 달력을 사용했기에 로마의 달력이었던 율리우스력에서 계산하는 방식이 지역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지역 교회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했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단식과 참회를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부활 축제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세계의 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니케아공의회는 온 교회가 같은 날 주님의 부활을 경축할 수 있도록 주님 부활 대축일을 산정하는 방법을 통일시켰다. 바로 오늘날과 같이 춘분 후 보름달 다음에 오는 주일에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념하게 된 것이다. 16세기에 율리우스력을 보완한 그레고리오력이 도입되면서부터는 그레고리오력에 따른 춘분에 따라 부활 대축일을 정하고 있다. 그래서 율리우스력을 고수하는 정교회와 부활 대축일에 차이가 생겼다. 그러나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인 올해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모두가 같은 날 부활 대축일을 보냈다. 달력 계산법에 따른 우연의 일치기는 하지만, 부활 대축일의 일치로 교회의 일치를 일궈낸 니케아공의회의 의미를 되짚어 볼 기회기도 하다. 우리는 1700년 전 신자들과 같은 믿음을 고백하고, 어느 나라의 교회에서도 같은 날짜에 부활 대축일을 지낸다. 니케아공의회를 통해 우리는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일치하고 있다. 교회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성부, 성자, 성령께서 일치하심을 고백한 니케아공의회는 교회 일치의 중요한 모범이다. ■ 니케아공의회 가르침 수호한 ‘성 아타나시오’ 교회는 니케아공의회를 통해 일치를 이뤘지만, 이단으로 선포된 아리우스주의자들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성 아타나시오는 이런 아리우스주의자들에 대항해 니케아공의회가 선포한 가르침을 수호한 대표적인 성인이다. 사실 니케아공의회 당시 아리우스에 맞선 이는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성 알렉산데르 주교로, 아타나시오는 그를 수행하던 부제였다. 아타나시오는 알렉산데르 주교에게 직접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공의회 중 아리우스주의에 반대하는 여러 신학자들과 교류했다. 이렇게 알렉산데르 주교의 뜻을 이은 아타나시오는 알렉산데르 주교의 후임으로 주교가 됐다. 그러나 아타나시오는 주교가 되자마자 큰 난관에 부딪혔다. 아리우스주의자를 비롯한 여러 이단들이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좌를 노리고 아타나시오에게 누명을 씌워 고발하는 등 아타나시오를 공격했다. 게다가 황제까지도 이단자들의 편을 들면서 아타나시오는 5차례에 걸쳐 17년 동안 유배를 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월이었지만 아타나시오는 탁월한 재능과 강인한 신념을 바탕으로 일생에 걸쳐 이단자들의 잘못된 주장에 맞서 니케아공의회가 선포한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수호했다. 온갖 시련을 딛고 말년에 이르러 다시 교구를 돌보게 된 아타나시오는 선종하기까지 이단자들로 인해 갈등과 폭력으로 피폐해진 교회를 재건하면서 여러 저술과 강론을 남겼다. 비록 생전에 아리우스주의의 종식을 보지 못했지만, 아타나시오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함께 강조하며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에 ‘교회의 기둥’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아타나시오는 오늘날까지 동방·서방교회를 막론하고 위대한 교부요, 성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 6월 20일~8월 17일 릴레이 개인전 네 명의 사제가 붓 끝에 자신의 신앙을 담아 묵상하는 서예 전시를 연다. 의정부교구 정성훈(파비아노)·도현우(안토니오)·한만옥(토마스)·용하진(실바노) 신부가 ‘축성(祝聖)의 서예가, 심성필성(心聖筆聖)’을 주제로 6월 20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전시실에서 릴레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제 네 명이 그간 갈고닦은 작품과 글들을 한데 모은 ‘축성의 서예가, 심성필성 작품 총서’ 출판을 기념해 마련됐다. 이들은 6월 4일 갤러리1898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시와 작품, 사제이자 예술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심성필성’은 사제 네 명의 스승인 이동천 미술품감정학 박사가 붙여 준 제목이다. 마음이 거룩하면 글씨가 거룩해지고 글씨가 거룩하면 마음도 거룩해진다는 뜻으로, 서예를 통해 하느님의 거룩함을 따르고자 하는 사제의 마음을 담았다. 전시는 정성훈(6월 20~29일), 도현우(7월 4~13일), 한만옥(7월 18~27일), 용하진(8월 8~17일) 신부 순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각자 선정한 주제로 각각 2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성훈 신부는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으로 거룩한 교환이 이뤄지는 ‘미사’를 주제로 성경 구절과 미사 경문 등을 담았다. 미사의 시작인 <미사성제>, <성호>부터 <성화은총>, <아멘>까지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 되는 ‘미사’를 순서대로 풀어냈다. 특히 정 신부는 6월 20일 오후 2시 개막식에서 직접 붓글씨를 시연한다. 이어 도현우 신부는 서예 필법을 넘어서는 마음의 수양, 종교성과 예술성 등을 ‘수양’이라는 주제에 담았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노기 폐심지목> 등을 작업한 도 신부는 “우리 사회는 보편적인 가치관과 상식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잠시 멈춰 서서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 살펴보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한만옥 신부는 ‘천지창조’를 주제로 <천지창조>, <하느님의 어린 양> 등을 작업했다. 한 신부는 “기후 재앙을 피부로 느끼는 지금 ‘우리 후손들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를 통해 하느님이 아름답게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존하는 ‘생태적 회개’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용하진 신부는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만남’을 주제로 했다. 특히 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변화된 삶을 <나는 있는 나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쉬자> 등으로 표현했다. 릴레이 개인전의 포문을 여는 정성훈 신부는 “서예는 신앙을 고백하는 시간과 같다”면서 “인간의 마음과 손길로 하느님의 신비를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작품들을 통해 사제로서 이웃과 세상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하느님의 거룩함’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6·3 조기 대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가톨릭신문은 새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남북화해 ▲정의평화 ▲사회복지(빈민) ▲생태환경 등 4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회 내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새 대통령과 정부에 전하는 바람을 담았다. 계엄과 탄핵으로 얼룩진 6개월 간의 혼란에서 벗어나 가톨릭 사회교리에 걸맞은 정책의 변화를 ‘새 대통령’에게 희망한다. ■ 민족화해 - 남북 관계, 방송과 전단지로는 변하지 않는다 연말연시가 되면 늘 듣게 되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바로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라는 말이다. 꼭 연말이나 연초가 아니더라도, 과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국민은 정말 ‘숨 가쁘게’ 일상을 살아왔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수십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주말을 포기하고 광장으로 나섰다. 매일 뉴스를 지켜보며 오늘은 또 누가 꼼수를 부릴지 조바심을 내야 했다. 이제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됐고, 많은 이는 이제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들이 한숨 돌리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앞으로 책임을 맡게 될 이들에게 더 큰 기대와 응원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5,17)에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고 선언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치기에,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개인의 회심이 그를 구원으로 이끈다면, 한 사회의 쇄신 역시 모두를 구원으로 이끌 것이다. 그렇기에 새 시대를 바라는 모든 이와 함께 과거와 작별하고 새 마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남북 관계에서 우리가 작별해야 할 과거 중 하나는 바로 ‘적개심’이다. 남과 북은 80년 가까이 서로를 미워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일상의 작은 생산품에서부터 국가 단위의 외교와 국방에 이르기까지, 남북은 미움을 기반으로 한 경쟁의 길을 걸어왔다. 이미 경쟁이 무의미해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증오와 미움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남북의 경제력은 이미 50배 이상, 군사비 지출도 3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불안감을 느낀다면, 우리보다 북한이 더 크게 느낄 것이고, 위협 역시 상대가 더 크게 체감할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더 큰 포용력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 안의 적개심을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추길 바란다. 그리고 적개심을 극복한 자리에 자신감을 갖추었으면 한다. 무기를 쌓아 올려서 생기는 자신감이 아니라, 공감과 포용의 마음으로 상대를 품을 수 있는 자신감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열게 된다. 내가 살아온 길을 알고, 현재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이에게 진심을 보이게 된다. 남과 북 역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압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한반도에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 주길 바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선동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불신, 불안, 증오, 미움, 혐오를 부추기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 기다리고 먼저 손 내밀며 상대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헤아려 보자. 지난 3년 동안, 서로를 비난하는 방송과 전단지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 않았나?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 정의평화 - 단호함과 너그러움, 세상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어지럽고 메슥거렸습니다. 지난 6개월간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고, 거짓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부끄러움이 실종된 시간에서 마음이 몹시 괴로웠습니다. 멀미 나는 듯한 역사적 장애물 경기를 함께 내달린 이웃들을 생각하며, 새 정부의 시작에서 두 단어를 입에 올립니다. 단호함과 너그러움. 서로 반대되는 말 같지만, 이 두 단어가 제 자리에만 선다면 세상은 훨씬 좋을 수 있습니다. “진실은 정의와 자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모든 형제들」 277항) 거짓에 대해 단호해지십시오. 거짓의 폐해는 그것을 말한 소수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다수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공적 영역에서 진실을 다루는 언론과 미디어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 체계 역시 회복되어야 합니다. 사법의 잣대가 누구에게는 단호하고 누구에게는 너그러워진다면, 그것은 이미 법이 아닙니다.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과거는 ‘오늘날 거짓’의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지킬 수 있도록, 단호한 사법 체계의 올바른 회복이 새 정부의 첫 책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의 정신에서 핵심이 되는 이 애덕은 언제나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입니다.”(「모든 형제들」 187항) 다름에 대해 너그러워지십시오. 6·25전쟁과 제주, 광주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와 분열의 유령은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대, 성별, 지역을 가르며, 서로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문화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광화문 거리에서 한복을 곱게 입은 열 살 아이가 ‘○○○ 박멸’이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손에 쥐어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우리는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을 벌레처럼 대하는 태도에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단호한 혐오가 자리한 비극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는, 혐오를 멈추고 연대를 키우는 교육, 다름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정책, 소수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절실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는 단호해야 할 자리에 너그러웠고, 너그러워야 할 자리에 단호했습니다. 그 결과 어긋난 시간이 우리 공동체 모두를 베었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이제 그 어긋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권력은 공동체 회복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단호함으로 거짓을 멈추고, 너그러움으로 상처를 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희망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박진균 안드레아(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 사회복지·빈민 -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공공의 이익 우선시하는 정부 되길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따뜻함을 지녔으면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인 진영 논리를 넘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차별과 배제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안에서 ‘나’와 ‘너’는 철저하게 구분되고, 가난한 이들은 ‘우리’라는 범주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선거철이나 혹서기, 혹한기 때에만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명의 엑스트라로 동원될 뿐이다. 지난 대통령 취임선서 때 새로운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사람들은 바로 국회 방호원과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혹자는 가식적인 쇼라고 비판하지만 그 모습이 진심임을 믿고 싶다. 그 모습 그대로 이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낮은 자세의 대통령이 되길 희망한다. 모든 정부에서 예외 없이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민생안정’이다. 모든 사람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이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주도의 정책으로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 이를 통해 인간중심의 대통합을 이루어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15만 평이나 되는 공공의 땅인 옛 용산정비창이 그리고 2021년부터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이 계획되었던 동자동 쪽방촌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바람과 원래 예정된 계획대로 공공개발이 된다면 그 이익은 비교적 골고루 공공(公共)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주도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추진과 토지, 건물주들의 민간개발 추구는 공익 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만을 만들 뿐이다. 공공의 땅이나 주택이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쓰일 때 약자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패널티를 내고도 공공임대주택의 소셜믹스를 거부하는 서울 모처 아파트 재개발 구역의 모습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께서 지난 3월 인터뷰에서 현재 급속도로 진행중인 인공지능(AI) 시대의 투자에 대해 수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 모두가 세금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살아가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익을 우선하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뜻을 변함없이 지켜나가시길 바란다. 나충열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 생태환경 -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희망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길고 긴 겨울과 봄을 지나, 이제 전환과 통합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날, 필자는 금강 세종보에 갔다. 봄은 짧고 여름이 오고 있어서 강변에 꽃들이 예쁘게 펴서 손짓하고 있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그 자리를 1년 넘게 지키고 있다. 이들은 자연과 벗 삼아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폭염·폭우와 혹한에도 행여나 수문을 닫을까 걱정되어서 천막을 지키고 있다. 세종보만 이런 상황인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가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가덕도, 새만금, 홍천, 삼척, 설악산 등에서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들과 연대하고 이들의 소리를 온몸으로 전하고 있다. 이곳들은 정권이 뒤집히는 긴 세월을 관통하며 일관되게 추진되는 개발의 현장으로, 어떤 곳은 경제적 이익의 한계를 알면서도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댐과 보 건설 위주의 물관리 정책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이 공약이 단순히 전 정부를 부정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개발 논리들은 이어져 있기에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만 핀셋처럼 들어내서 폐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새만금과 가덕도의 신공항은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추진되었지만,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막대한 환경파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이제 익히 잘 알려졌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핵진흥정책을 밀어붙이며 AI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전력수급이 필요하다고, 즉 경제발전을 위해 핵발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으나, 어떤 경로로 어떻게 전환을 만들어갈지가 당면한 과제로 남았다. 임기 내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 10기를 폐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미 민영화, 외주화되고 있는 에너지 생산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발전 노동자의 희생 없이 산업이 전환되고, 에너지 민영화로 인한 불필요한 개발과 요금 폭탄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승리의 기쁨과 찬란함 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장의 아름다움과 그늘, 웃음과 탄식이 지난 겨울과 봄의 다채로운 광장의 불빛을 만들었다. 부디, 이 목소리들을 소중히 들어주시길 부탁한다. 오현화 안젤라(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의정부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단장 강정식 요셉)는 6월 6일 경기 양주시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2025년 의정부교구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를 열었다. ‘사랑하올 어머니’ 꼬미시움, ‘103위 성인의 모친’ 꼬미시움, ‘하늘의 문’ 꼬미시움, ‘희망의 모후’ 꼬미시움 등에 소속된 청소년과 학부모 150여 명이 참가한 대회는 본당 쁘레시디움을 넘어 교구에서 활동하는 모든 단원들이 친교 안에서 일치를 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한마음 성모 골든벨’, ‘한마음 명랑 운동회’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청소년 단원뿐 아니라 학부모·본당 사제들도 게임에 참여하거나 응원전에 동참했다. 특히 운동회 마지막 게임인 ‘공 굴리기’에서는 넘어지고 뒹구는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응원과 함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장을 찾아 교구의 미래인 청소년 단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참가자들과 함께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손 주교는 강론에서 “단원 여러분 모두가 성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성모님을 사랑하면 그분이 사랑하신 예수님에 대한 사랑도 꽃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조금씩이라도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면 그 어떤 힘든 일도 넘어설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간 열리지 못했던 소년 레지오 교구대회는 팬데믹 이후 청소년들의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점차 회복되며 지난해 재개됐다. 교구는 청소년 단원들의 화합과 교류를 통한 신앙생활 증진을 위해 내년에도 교구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정식 단장은 “교구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마음청소년수련원 관계자 등 많은 분의 도움으로 청소년 단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교구대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청주교구는 5월 31일 배티 순교 성지에서 “모두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토빗 8, 15)를 주제로 성가제 ‘찬미 예수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그동안 지구 차원 행사는 열렸지만 교구 주관 행사는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교구는 기존 지구별 경연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교구민이 하느님을 함께 찬미하며 공동체의 일치와 기쁨을 나누는 ‘공동 찬미’의 장으로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에는 교구 내 10개 지구 참가팀과 성음악원 소속 합창단을 비롯해 1100여 명의 신자, 30여 명의 교구 사제들이 참석했다. 성가제에는 각 지구 대표인 ▲중원지구 지현동본당 ▲강서지구 연합성가대 ▲상당지구 연합성가대 ▲남부지구 영동본당 ▲음성지구 연합성가대 ▲서원지구 사창동본당 ▲중부지구 두촌본당 ▲충주지구 연합성가대 ▲흥덕지구 성유대철본당 ▲청원지구 주일학교 연합 등이 무대에 올랐다. 가브리엘 성가대와 충북재활원 날개 합창단, 청주 가톨릭 시니어 합창단,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이 특별 출연했다. 참가자 김지선(엘리사벳·청주 구룡본당) 씨는 “다양한 목소리로 기쁘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함께 그 모습을 즐길 수 있어 인상 깊었다”며 “교구 신자들과 함께 신앙 안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은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윤경희(마리아·청주 사창동본당) 씨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축사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노래로 기도하는 것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며 “오늘 이 자리가 두 배를 넘어 열 배의 기도가 돼 하느님께 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구는 ‘찬미 예수의 날 행사’를 격년제로 정례화해 홀수 해에는 교구 차원에서, 짝수 해에는 지구별 행사로 이어갈 예정이다.
원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박창건 마카엘, 이하 원주 평협)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상임이사 백학현 베드로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는 5월 27일, 자원순환 전문기업 ㈜바라임팩트(대표 강인곤 요한 세례자)와 ‘기후위기 취약계층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식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열렸으며, 신앙 안에서 창조질서 보전의 소명을 실천하려는 교회와 기업이 손을 맞잡고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활동과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협약에 따라 ㈜바라임팩트는 교구 내 투명페트병, 알루미늄 캔, 폐지 등의 수거, 운반, 판매, 데이터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원주 평협과 사회복지회는 각 본당과 신자들, 그리고 사회복지회 산하 기관과 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원순환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구 입장에서는 수거 관련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교구는 기존에도 주로 투명페트병 수거활동을 했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수거 품목을 알루미늄 캔, 폐지는 물론 나아가 노트북, 휴대폰과 같은 폐디지털기기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백학현 신부는 “이번 협약은 개별 본당이나 시설 단위에서 이뤄지던 자원순환 활동을 교구 차원에서 체계화하고, 전문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따라 환경을 보호하고, 그 결실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김유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은 5월 25일 본당의 신앙과 공동체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분당성요한성당 역사관’을 공식 개관했다. 개관식에는 김유신 신부를 비롯해 서일택(바오로) 총회장, 본당 상임위원, 그리고 신자 100여 명이 함께하며, 본당의 신앙 여정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역사관은 신앙 공동체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기고, 다음 세대에 신앙의 유산을 전하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전체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섹션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섹션인 ‘요한 연대기’에서는 본당 설립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신앙 여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성당 건립 당시의 사진과 영상 자료는 물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던 신자들의 활동이 함께 담겨 있어, 단순한 역사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그 시절의 열정과 기도가 오늘날 본당 공동체의 기반이 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섹션 ‘본당 예술품’은 본당을 수놓은 아름다운 성예술을 조명한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하는가 하면, ‘구원의 역사’를 주제로 한 영상도 마련해 신자들이 신앙의 뿌리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부활상, 제대, 성수대, 스테인드글라스 등 본당 곳곳에 담긴 예술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눈과 마음이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마지막 섹션 ‘지금 우리는’ 코너에서는 본당 신자들의 현재 활동을 조명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된 다양한 순간들을 영상으로 엮어, 살아 있는 공동체의 모습과 생동감 넘치는 일상을 그대로 전한다. 김유신 신부는 “분당성요한성당 역사관은 교구 내에서 본당이 자발적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첫 역사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희년 순례지정성당으로서 더 많은 이의 발걸음이 닿길 바라며, 이곳이 단순한 기록 보관의 공간이 아닌 공동체의 신앙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성찰하는 신앙의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인천교구 논현동본당(주임 송용민 요한 사도 신부)에는 본당 일손 돕기를 넘어, 소외된 이웃까지 섬기는 40~60대 중년 남성 신자들의 봉사·친교 단체 ‘베드로회’(회장 박경모 스테파노)가 있다. 지난 3월 창단한 신생 단체지만, 회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지역 사회와 본당을 위한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베드로회는 본당이 기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사회 속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송용민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창단 전부터 본당에서 봉사와 일손을 도맡았던 성인 복사단의 박경모 회장을 중심으로, 대자, 동료 단원 등 총 7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이유는 ‘행동하는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신자뿐 아니라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회는 성당 내외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당 내 환경 개선 활동, 물품 운반, 텐트 설치 등 주로 남성의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을 도맡아 진행한다. 주일 오전 8시와 11시 미사 전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신자들을 위해 자가용을 이용해 집에서 성당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량 봉사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당 사회복지분과의 봉사자들과 협력해 매달 한 번씩 지역 내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쌀을 전달하는 나눔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창단 전인 2024년 12월, 본당 김장 나눔 행사에서도 이들은 어려운 형편의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 김치를 전달했다. 성당 내 작업은 시설분과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즉시 지원하며, 차량 봉사 또한 회원들이 자가 차량으로 감당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직장의 일원, 가정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이들 회원들에게 봉사의 원동력은 ‘사람과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느끼는 소명 의식’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일 때, 사랑은 그 자체로 깊은 체험이 됩니다.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던 호의도, 어느 순간 하느님의 부르심이 되더군요.” 회원 박국연(니콜라오·40) 씨는 차량 봉사를 받는 한 어르신이 “주일이면 피곤한 마음으로 성당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기쁘게 하느님을 뵐 수 있어 고맙다”고 전한 말을 특히 인상 깊게 기억한다. 박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동네 몇 바퀴 도는 일’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운전기사가 되어 드렸다’는 기쁨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회원이 더 늘어난다면,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주교구는 6월 21일 오전 10시30분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부론면 서지길2(손곡리) 현지에서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주례로 순교성지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 봉헌식을 연다.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은 대지면적 4348㎡, 건축면적 799.42㎡, 연면적 891.61㎡에 지상 2층 규모로 사제동과 사무동, 성당동, 기도실, 순례자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서지마을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복자 최해성(요한)과 복자 최 비르지타를 비롯해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모여 살던 교우촌이다. 충청도 홍주가 고향인 복자 최해성은 1801년 신유박해 때 할아버지가 귀양을 가자 가족들이 더욱 충실한 신앙생활을 위해 강원도 서지마을로 이사를 와서 교우촌을 이루게 됐다. 복자 최 비르지타는 복자 최해성의 고모다. 최 비르지타는 조카가 감옥에 갇히자 찾아갔다가 체포돼 순교의 길을 걸었다. 서지마을 기념성당과 순교자기념관은 옛 순교자와 신앙선조들을 기리는 장소뿐만 아니라 순교자의 신앙을 배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체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대교구 신대방동본당(주임 박근태 베네딕토 신부)은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5월 31일 660여 명의 본당 신자가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나들이를 떠났다. 신자들은 서울식물원 관람에 이어 경인 아라뱃길 선상에서 신앙 체험을 나누고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신앙 안에서 일치를 다졌다. 행사를 총괄한 양기봉(아우구스티노) 씨는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두루 참여한 대규모 행사는 단단한 믿음과 사랑으로 연결됐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