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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범계본당 민화동아리 유병주·김경신 부부

“우리 민화에 신앙적인 글씨를 함께 넣으며 예수님을 더욱 생각하고 묵상해요.” 수원교구 제2대리구 범계본당(주임 정성진 요한 세례자 신부)은 8월 9일까지 성당 1층 갤러리에서 ‘유병주 니콜라오&김경신 스텔라 부부 초대전’을 개최한다. 2017년 ‘대한민국 전통미술 대전’ 민화 부문 대상 수상자인 유병주 씨는 현재 본당 민화동아리에서 강사로 봉사하고 있으며, 그보다 먼저 민화를 시작한 아내 김경신 씨도 이번 전시에 작품을 출품했다. 부부는 “민화 작업이 신심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예수’, ‘JHS’ 등 신앙적 문구를 작품에 직접 담으며 믿음을 표현하고, 유 씨는 “서양의 이콘(icon)을 한국 전통 민화로 재해석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전 시작일에는 유 씨의 그림을 활용해 만든 편지봉투, 자석 등 소품도 판매했고, 판매금 전액은 민화동아리 이름으로 본당 환경개선 사업에 봉헌했다. 멋진 작품에 좋은 취지가 더해져 신자들의 호응은 높았다. 유 씨는 문화 사목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평신도의 모범 사례다. 한때는 미사 외에 본당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당 활성화를 위한 ‘코로나 극복 교우 작가 초대전’에 그림을 출품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설립 25주년을 앞둔 본당의 리모델링 준비에 건축학 전공을 살려 환경개선 사업 총무를 맡았고, 지금은 민화동아리 지도뿐 아니라 성체 분배 사도직까지 맡고 있다.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은 가정 성화가 절실한 오늘날 특히 귀감이 된다. 유 씨는 “수강생 중에도 부부가 있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로 알려주고 논의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씨는 “우리도 서울 인사동으로 민화 전시를 함께 보러 가거나 준비물도 같이 준비하는 등 취미를 공유하며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부의 희망은 민화를 통한 문화 선교다. 유 씨는 “수강생들이 숙련돼 강사 활동이 가능해지면 지역 주민들의 신청도 받아 문화 선교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유 씨도 예전에는 관면혼배만 받은 뒤 김 씨를 성당에 바래다주며 어느새 성당이 익숙해졌고, 그러다 성당 안으로 들어와 세례를 받고 미사를 봉헌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성당’이라는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입니다. 저희 민화가 누군가에게 그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2면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

제주 엠마오연수원 성당에서 아침 7시 피정 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분이 갑자기 나에게 살며시 열쇠고리 하나를 건네줬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데, ‘그냥 넣어 둬라’는 손짓과 눈짓에 내게 주는 선물임을 알았다. 뭘까, 궁금해하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오는 열쇠고리에 달린 글귀는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였다.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졸려 보였나? 아까 하품을 했나?’ 하지만 순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분의 표정에서 -당연하지만- 악의는 없음을 알았다. 타이밍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정성스레 만든 열쇠고리를 보고 ‘나는 정말로 깨어있을까? 사실은 잠자는 사람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사 후 절물 휴양림으로 가는 길에는 ‘제주 4·3 평화공원’과 ‘세월호 제주 기억관’이 있었다. 들르지는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숙연해졌다. 또다시 ‘깨어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다음날 열쇠고리를 자세히 보니 성경 구절 밑에는 작게 ‘오일팔’이라고 쓰여 있었다.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분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으로 늘 깨어있으라는 뜻이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광주대교구가 다른 지역들과 더불어 수해를 크게 입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지만, 수습 후 더 나은 재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깨어있음’ 아닐까. 비 피해를 본 모든 분을 위해 기도드린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23면

[이열치열 ‘갓생’(God生) 살기] 하느님 숨결 깃든 자연에 내맡기는 기도 시간

어디를 가나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하기 힘든 요즘이다. 그렇다면 이열치열, 하느님께로 향하는 타오르는 열정에 불을 지펴 잠시나마 ‘갓생(God生)’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불길 한가운데를 걸으면서도 주님을 찬미할 수 있는 천사의 보호를 간구하며(다니 3,24 참조), 7월의 끝자락 제주에 자리한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원장 김석태 베드로 신부)의 <자연과 함께하는 '엠마오의 길' 4복음서 통독 피정>을 찾았다. 미사, 영혼의 참된 휴식 아침 7시 미사 시작 20분 전인데도 벌써 모든 사람이 모여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조용히 들어가 묵상에 잠긴다. 이내 피정 지도 사제인 신기배 신부(요한 사도·의정부교구 인창동본당 주임)를 따라 그레고리안 성가 창미사 연습을 한다. 악보 없이 따라 하려니 원래 악보가 없었던 옛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성무일도와 함께하는 미사가 이어진다. 신부와 수녀들의 아름다운 선창이 귀와 입을 통한 깊은 기도로 이끌었다. 아울러 서광과 어울리는 푸른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눈으로의 묵상을 도왔다. 전날부터 신 신부는 말씀을 10회 이상 반복해서 읽고 올 것을 강조했다. 실천해 온 사람을 거수했더니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신 신부는 강론에서 “덕분에 여러분은 이번 미사가 기다려졌을 것이고, 그만큼 마음에 새겨져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말씀의 전례에서 독서를 외워 낭송한 남기섭(프란치스코·청주교구 앙성본당) 씨는 “평소 피정을 할 땐 좋다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분명 성장은 했겠지만, 예전 나로 되돌아오는 것 같아 아쉬웠다”며 “미사를 제대로 봉헌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이번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신부는 “예수님께서는 내 멍에를 메고 쉬라고 하시기에(마태 11,28-30 참조) 피정은 온전히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에 나를 내맡기는 진정한 쉼”이라며 “평일 미사 또한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영혼의 참된 휴가다”라고 덧붙였다.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오늘은 절물 휴양림 12km를 걷습니다.” 실내에서의 강의 등 본래 일정과는 다른 야외 일정이 잡혔다. 기상 문제로 갑작스레 변동이 생긴 것이다. 시폰 블라우스에 청바지와 캐주얼 샌들 차림으로 부랴부랴 준비물을 챙겼다. 여름과 겨울 연 2회만 평신도에게 열려 있는 이 피정을 기획한 김석태 신부는 “여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4복음서 통독과 미사에서 ‘초자연’ 신학을 경험하며, 각자 단계에 맞는 기도로 ‘신비’ 신학을 체험할 수 있다”며 “내 창조주이자 구원자를 만나 성화 되는 하느님 체험이 진실된 휴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광의 신비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이내 멈춘다. 휴양림에 들어서자마자 하늘까지 곧게 뻗은 삼나무가 경이롭게 펼쳐져 있다. 맞닥뜨리는 대자연에 압도돼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를 시작했다. 제주 휘파람새가 유독 곱게 지저귄다. 그늘을 선사해 주는 숲이 고맙다. 오로지 단순하게 걷기만 하다 보니, 주변의 여러 자연 현상에 어린아이처럼 반응하게 된다. 도시에서도 들었지만, 바로 옆에서 우는 까마귀 소리도 새롭다며 “발음이 억수로 좋네”라고 까르르 웃는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예쁘다며 감탄하고, 헌화회 회원으로 보이는 누군가는 오밀조밀 피어있는 그대로가 이미 완성형 꽃꽂이라고도 놀라워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라며 가톨릭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를 읊조린다. #고통의 신비 카메라를 들고 걷자니 조금은 거추장스럽다. 이보다 훨씬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더 높은 언덕길을 가셨을 예수님이 떠오르며 고통의 신비를 묵상한다. 그래도 “장비 때문에 목 아프지 않냐”며 한 마디씩 챙겨주는 분들 덕분에 걸음이 가벼워진다. 평소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또 한 번 느낀다. 평소엔 그냥 당연하게 지나쳤던 시설들이 눈에 띈다. 누구일지,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와서 푹신하게 멍석을 깔고 물웅덩이에 징검다리를 놓아준 손길들이 감사하다. 길이 조금 험해지다 보니 앞 사람이 내딛는 발걸음을 주시하게 된다. 앞선 이, 또 그 이전 이 길을 걸은 이들은 얼마나 힘든 길을 헤쳐 나갔을까. #환희의 신비 휴식 시간, 가이드를 하던 김석태 신부가 “정상까지 가시죠”라고 권유한다. 아무래도 여러 사정상 중간에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할까 했었다. 그러나 나는 “네”라며 성모님처럼 순명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환희의 신비를 시작했다. 한 줄로 걷기에 담소보다는 묵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6.5km 표지판을 지나자 벌써 이렇게 온 것에 서로가 대견한 듯 “여럿이 오니까 오지, 못 와요”라는 말이 오간다. 아프리카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떠오른다. 대망의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는 손길이 설렌다. 멸치 볶음밥과 수녀님들이 직접 담갔다는 볶음김치 조화가 꿀맛이다. 마무리는 역시 컵라면과 믹스커피라며 서로 무겁게 들고 온 보온병의 천금 같은 뜨거운 물을 나눈다.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이 흐른다. #십자가의 길 식사 장소를 떠나니 본격적으로 돌길이 나온다. 조금 힘든가 싶던 찰나 “여기에서 내려가실래요?”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나는 연중 제 16주일 복음(루카 10,38-42)의 마리아처럼 이제 내가 스스로 좋은 몫을 택한다.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느님 자비 십자가의 길을 바친다. 습도가 높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만큼 몸 안의 독소와 불순물이 빠지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내 안의 근심, 걱정, 불안과 나쁜 기운이 함께 발산되는 듯하다. 그런데 양말 안에 뭔가가 달그락거린다.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역시 사람은 세상의 어떤 문제보다 당장 내 신발 속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더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 #빛의 신비 정상이 가까워 오자 하늘빛이 비친다. 어렴풋이 햇살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빛의 신비를 봉헌한다. 절물오름 분화구에 도착해 둘레길을 걷다가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한다. 안타깝게도 구름에 가려 한라산은 보이지 않지만, 덕분에 나무 그늘을 벗어나도 햇볕이 직접 내리쬐지는 않는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름 기둥으로 보호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지름길로 내려오니 사찰의 풍경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절물약수터에 들러 다디단 생명의 샘물을 마신다. 이어 족욕탕으로 옮겨 옹기종기 앉아 냉수 족욕을 해본다. 서로 부끄러운 발을 드러내며 쑥스러워한다. 이 발을 친히 씻겨주신 예수님을 떠올린다. 다 내려오자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윤선희(드보라·마산교구 삼계본당) 씨는 “신앙인으로서 피정의 기회를 갖는 것은 삶에 기쁨이 되고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기섭 씨는 “남은 인생 설계에 대한 응답을 구하려는 인간적 바람을 가지고 왔는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하느님과의 사랑을 묵상하며 걸은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발행일 2025-07-27 제3452호 10면

가톨릭중앙의료원, 지난해 188억 원 규모 사회공헌 활동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의료원장 이화성 프란치스코, 이하 의료원)은 산하 8개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대전성모병원과 함께 2024년 한해 동안 총 188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고 7월 7일 밝혔다. 의료원과 산하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9만 6520명이 직접 혜택을 받았다.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자선 진료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168억 원이 사용됐다. 자선 진료 외에도 기부금 11억 원, 의료봉사 9억 원 등이 사회공헌 활동에 쓰였다.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눈에 띈다. 성모자선회, 성가자선회, 은평성모자선회 등 각 병원 소속 자선회와 부서,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1만 6228명이 기부, 의료와 노력 봉사, 문화행사 등에 직접 참여했으며, 지원 금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아울러 의료원은 2018년 설립한 가톨릭메디컬엔젤스(Catholic Medical Angles)를 통해 병원별 연계로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부(금전 및 의료 물품, 생필품) ▲국내외 자선 진료 ▲국내외 의료봉사 ▲상설 진료소 운영 ▲해외 의료진 초청 연수와 교육 등 총 7개 부문으로 구분해, 산하 병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부르키나파소 등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원의 사회공헌은 일반적인 봉사를 넘어 가톨릭 정신이라는 역사적 뿌리에서 출발한다.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아 1936년 전국 가톨릭 신자들의 모금으로 설립한 의료원의 전신 ‘성모병원’이 바로 자선 의료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시작된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이화성 의료원장은 “의료원은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치 구현을 이어오며 의학 발전을 선도해 왔다”라면서, “앞으로도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산하 8개 병원이 함께 가톨릭 영성 기반의 다양하고 의미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치유와 나눔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4면

[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이모저모·인터뷰

“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최광희 주교 - “교회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움직임 따라 동행할 것” “제 뜻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과 만나 듣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주교는 주교 임명에 자신은 “합당치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대주교님과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준비해서 갈 수 있는 직무도 아니고 오히려 더 청하고, 더 기도하고, 제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가는 자리라 생각했다”며 “당신께서 불러주셨으니 당신께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의 주교 직무에 있어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노드 정신은 최 주교가 그동안 사목해 온 방식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는 시노드 정신으로 청년들과 함께해 왔고, 그를 통해 말씀을 살아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 주교 자신도 성장해 왔다. 최 주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몫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동행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에 필요한 지혜와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길에 순종하면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모습은 효율적인 것보다는 혹시 늦어지고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동반하면서 성장해 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일 것”이라면서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 주교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함께해 나갈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기도를 부탁했다. 최 주교는 사제단에 “신부님들이 얼마나 본인을 희생하고 사제로서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늘 봐왔다”면서 “그래서 선배 신부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청하고, 동료·후배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정말 삶의 큰 힘과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길을 신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1면

[인터뷰]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 연재 중인 안지민 수녀

“수도 생활이 궁금했던 예전 성소자의 눈으로 너무 거룩하거나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닌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안지민(마리아 도로테아) 수녀는 수녀회 홈페이지에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이하 슬제생)을 연재 중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에 잔잔한 유머와 세심한 표현이 더해져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안 수녀는 입회 전 부산 ‘이태석 신부 기념관’의 기념품을 제작할 정도로 손재주를 발휘해 왔다. 그는 “이태석 신부 기념관 팀장님께서 <슬제생>을 보시고 팬레터(?)를 보내주셨을 때, 독자들의 반응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편 가량 연재되는 흑백 만화와 컬러로 제작한 <한 컷 일상>까지…. 놀랍게도 이 작품들은 20년 된 태블릿과 수도회 공동 면학실의 컴퓨터로 휴식 시간을 쪼개 작업한 결과물이다. 한 주에 4~5시간밖에 허락되지 않기에 안 수녀는 작업 전, 수녀회 창립자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1884~1971)의 기도 ‘성공의 비결’을 바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해내야 하니 당신께서 도와주십시오’라는 내용이다. 안 수녀는 “때문에 낙서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정식 사도직으로 받은 만큼 진심으로 임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대중 매체에 나오는 수도자들의 이미지가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혹은 처음 만났던 수녀님·신부님과의 일화 등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금은 닫혀 있는 이미지의 수도회 안에서, 만화 ‘슬제생’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도회 홈페이지와 SNS를 담당하는 이윤지(마리아 베로니카) 수녀의 기획력이 있었다. 처음 안 수녀에게 만화 연재를 제안한 이 수녀는, 현재까지 편집자로서 콘텐츠의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조율해 가고 있다. 안지민 수녀는 “입회 당시 제 그림조차 수도회의 재산이라 생각했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 함부로 그릴 수 없었다”면서도, “제안을 받은 이후로는 그림 작업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슬제생>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실제 안 수녀의 삶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무더운 여름날, 모두가 저녁기도를 위해 성당에 모여 전례 시편을 바칠 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에서 이 건전하고 성실한 삶의 아름다움을 느껴요.” 함께 청년 활동을 했던 이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고 바치고 있다는 안 수녀는 입회 전 본당 전례단장으로 열정적으로 봉사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부족함 없이 문화생활도 즐겼고, 블로그 운영도 활발히 했다. 그러다 수도회에 입회했을 땐 자신을 ‘모두 죽이고 버려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도 생활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품고 나아가는 ‘창의적 용기’를 배우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에 언급된 바로 그 자세다. “<슬제생>은 저에게 ‘창의적 용기’예요. 제 삶의 전환점이 된 수도 생활을 앞으로도 즐겁게 그려나가고 싶어요.”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1면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인문학 토요특강’ 개최

시인의 강의와 시 낭송,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파이프오르간 연주까지…. 신앙과 문화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문화 영성의 장이 마련됐다.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7월 12일 <인문학을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만나다> 토요특강을 개최했다. 토요특강에는 신자들뿐 아니라 개신교 목사, 지역 주민 등 800여 명이 참여해 종교와 세대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성찰과 문화적 감동을 함께 나눴다. 특강에 나선 나태주 시인은 경쾌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강의로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를 선물했다. 시인은 “인생은 자신의 실패나 결점 등 마이너적인 부분을 극복해 메이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라며 “우리가 천사는 아닐지라도 그 마음으로 천국을 꿈꾸며 살면 천사와 비슷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경에 나오는 사랑은 상대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긍휼’에 가까운데, 이것을 여러 사람에게 확대하면 ‘평화’”라며 “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마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강연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관객이 직접 시 낭송에 참여하기도 하고 문답을 통해 고민도 나눴다. 아울러 어린이 합창단 ‘위자드콰이어’는 나 시인의 <풀꽃> 등 노래를 선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스테파노) 대령은 “지난 2년은 일상에 대한 감사를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복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관객들 반응은 뜨거웠다. 고등학생 강서윤(클라라·제2대리구 철산본당) 양은 “강의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았고, 다음에 열리는 특강들도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순(소화데레사·대전교구 천안신부동본당) 씨는 “성당에서도 벽을 허물어 대중에게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문화를 누리고,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서로 가까워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문화 사목을 위해 ‘사단법인 엔드리스 문화재단’을 설립한 이상각 신부는 성지를 통한 여러 기획을 화성특례시와 이어가고 있다. 이 신부는 “오늘날의 종교 위기는 메마른 정서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물, 사람들에게서 감응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들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풍부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위로가 필요한 사회와 함께 종교 자원을 나눌 때 아름다움과 기쁨은 배가 되고 자연스럽게 선교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시인 또한 본강의가 끝났는데도 계속 자리를 지키는 객석에 “그만큼 여러분이 이런 자리에 목말라한다는 뜻”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인문학 토요특강은 9월 6일 마케팅그룹 조서환 대표, 20일 아주대 김경일 교수, 27일 연세대 김형석 교수, 11월 8일 헨켈코리아 김영미 대표의 특강으로 마무리된다. 성지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국제음악제로의 도약을 위해 마련한 <제1회 남양성모성지 클래식음악제>를 개최한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면

[수원교구 성당 순례] 고초골공소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받으며 고초를 당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마을, 경기도 용인의 ‘고초골.’ 이곳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직접 연관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성인이 사목하던 시절 방문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용인특례시는 고초골공소와 성인이 유년기를 보낸 은이성지 등 다섯 곳의 명소를 잇는 스탬프 투어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을 마련했다. 김대건의 길을 따라 걷기 위한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삼본당(주임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 관할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을 찾았다. 되찾은 초가지붕으로 더 뚜렷해진 신앙 선조 숨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좁은 골목과 둔덕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초골공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돌담 사이로 향토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마치 전래동화에 나오는 작은 마을 공동체에 들어선 듯 정겹다. 대부분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이지만 그중 초가집 한 채가 눈에 띈다. 바로 옛 고초골공소다. 현존하는 수원교구 공소 중 한옥으로 지어진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공소로 현재는 경당으로 쓰인다. 최근 연 1회 있는 초가 복원을 막 마친 말끔하고 풍성한 지붕 아래로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고초천주교회(枯草天主敎會)’ 현판이 걸려 있다. 전통 가옥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지 문에는 유리가 덧대어 있고 벽에는 소화 설비가 설치돼 있다. 대들보와 서까래에는 형광등도 달려 있는 등 실용성을 더해 개량된 모습이다. 이는 1891년 세워진 후 기와와 팔작지붕 등으로 개조되며 오랫동안 실제 교회 시설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08호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교구와 용인특례시는 2023년 공소의 원형 모습을 최대한 살려 복원했다. 내부 제단의 감실대 등은 고가구로 갖춰 세월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둥마다 걸린 은색 주석 십자가의 길이 고풍스러운 나무와 어우러진다. 경당 바깥 왼쪽으로는 검은색 철제 종탑이 눈에 띈다. 인근 용암(용바위)공소가 폐쇄되면서 약 12년 전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지금은 공소의 명물이 됐다. 경당 오른편에는 청보라색 수국과 노란 나리꽃 사이로 루르드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마당 구석구석에 놓인 항아리들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정기적 피정 이어가며 옛 교우촌 구현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에는 교육관, 개인 피정의 집, 수도자·선교사 쉼터, ‘순교자 신안드레아의 집’, 관리동 등 각 용도에 맞는 공간들이 오밀조밀 마련돼 있다. 민가를 개량한 ‘라자로·마르타·마리아의 집’은 순례자들의 식사 준비 공간으로 썼다가 현재는 다른 용도로의 활용을 준비 중이다. ‘순교자 유군심 치릴로의 집’, ‘순교자 박바르바라의 집’이라는 이름의 정자는 순례자 쉼터로 쓰인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안내를 시작으로, 바위와 소나무에 기대어 있는 십자가의 길도 이색적이다. 2003년 원삼본당이 설립되며 피정의 집으로 용도가 변경된 고초골공소에는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머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 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2024년부터 송영오 신부의 특강을 재개했다. 현재 송 신부의 봄·가을 피정 프로그램은 교육관 혹은 경당에서 열린다. 올 하반기 가을 피정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9월 9일)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9월 25일)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10월 14일) 등의 주제로 11월까지 이어진다. 피정은 오전 11시 미사로 시작해 점심 식사 후 특강으로 마무리된다. 개인 피정은 운영 준비 중이다. 순교자들의 덕, 마침내 공소로 꽃 피다 고초골은 1820년경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산중에 모여들면서 생긴 교우촌이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이곳에 숨어 살던 신자들이 붙잡혀 순교하고 마을은 불타 없어졌다. 이때 끌려간 신자들 중 박 바르바라, 신 안드레아, 유군심(치릴로) 등 다섯 순교자의 기록은 「병인사적 박순집 증언록」, 「치명일기」, 「병인치명사적」에 수록돼 있다. 1886년 조선에 선교의 자유가 허락되자 이곳에 다시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1891년 기도와 집회 장소로 사용할 공소가 세워졌다. 고초골 교우촌 규모는 문헌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수원교회사연구소의 「상교우서」에 따르면, 공소 신자 수는 1900년 78명, 1924년 226명, 1937년 242명이다. 고초골공소에 대한 기록은 몇몇 사료에 남아 있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1854~1933)가 쓴 「뮈텔주교일기」의 서울 남부지역 사목 순방 기록(1902년 11월 11~17일)에 고초골공소가 등장한다. 뮈텔 주교는 이곳에서 신자들로부터 국수 대접을 받았다고 적었다. 또한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 강도영 신부(마르코·1863~1929)는 「서한집」 중 <주교님(뮈텔)께 쓴 편지>(1916년 2월 16일) 등 여러 서한에서 고초골공소를 언급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4면

서울대교구-우리금융, 미성년 한부모 만나…“생명 위한 용기, 교회가 도울 것”

서울대교구는 7월 4일 서울 명동 교구청 내 ‘우리사랑나눔터’에서 미성년 미혼 한부모 6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교구와 우리금융그룹이 함께 진행하는 미혼부모 자립 지원 사업 ‘우리 원더 패밀리’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수혜자는 “매달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지원금으로 적금도 들고 식비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생명이라는 가장 소중한 선택을 한 여러분들의 결정을 함께 지지하며 동행하고자 한다”며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교회를 찾아주시면 종교를 떠나 기꺼이 응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우리금융미래재단 임종룡 이사장은 “생명을 향한 결정을 내린 용기와 책임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사업은 사회가 그 용기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리에 동석한 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개인적으로 ‘미혼 부모’라고 하면 ‘생명을 선택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부정적으로만 판단하면 그들은 오히려 숨어서 낙태 같은 반 생명 행위를 하게 되고 범죄에도 노출되기에, 사회와 어른들이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원더 패밀리’ 사업은 서울대교구와 우리금융미래재단, 여성가족부가 협력해 2023년 7월부터 이어가고 있는 미성년·청소년 미혼 한 부모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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