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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제들, 은퇴 후 신자 위한 강좌 개설 ‘눈길’

박주현
입력일 2025-07-16 08:48:13 수정일 2025-07-16 08:48:13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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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이석재·신교선·김현태 신부, 9~12월 매주 목요일 강의 통해 신자들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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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교선·김현태·이석재 신부가 7월 2일 인천교구 굴리엘모 공동사제관에서 강좌를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우리는 사목 일선에서 은퇴했을 뿐, 사목자라는 정체성에서 물러난 적은 없답니다. 신학대학 교수로서 쌓아온 학식, 세월에 따라 깊어진 지혜를 바탕으로 신자들을 영적 배움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어요.”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0여 년간 교편을 잡았던 은퇴 사제 3명이 각자의 전공을 바탕으로 신자 누구에게나 열린 영성 강좌를 준비했다. 인천교구 성사 전담 이석재(토마스 아퀴나스·73·역사학 전공)·신교선(가브리엘·72·성서학 전공)·김현태(루카·72·철학 전공) 신부는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교구 사회사목센터 4층 대강의실에서 ‘신앙과 구원: 세 사제의 영성 나눔’ 공개 강좌를 연다.

세 사제는 학자로서 국내외에서 연구하고 오랜 시간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지식과 통찰을 일반 신자들과 나누기 위해 강좌를 기획했다. 이들은 소신학교 동기로 함께 신학을 공부했고, 이후 교수로서의 여정도 함께했으며, 지금은 교구 공동사제관의 이웃으로 지내며 돈독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은퇴가 사목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신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공감대가 강좌 개설의 큰 동력이었다. 이석재 신부는 “과거 본당 사목을 할 때는 특정 공동체 안에서만 사목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그런 제한 없이 모든 이를 양 떼로 초대할 수 있다”며 웃었다.

강좌에서 세 신부는 각자의 전공 분야인 교회사, 성서학, 철학을 바탕으로 영성에 초점을 맞춘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학문적 배경이 많지 않은 신자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도록, 신앙인의 삶에서 영적인 보람과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신교선 신부는 ▲(성경을 통해) 어떻게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타고난 재능과 축복은 무엇일까? ▲'주님의 기도'의 뿌리를 찾아서 등 친근하면서 호기심 가는 주제들을 두루 준비했다. 신 신부는 “보통은 깊은 이해 없이 외우게 되는 기도문 속 표현을 성경 구절과 연결해 그 의미를 풀어주고, 더 깊이 있는 기도를 위한 아이디어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좌는 교회사의 명암과 철학적 관점을 통해 신자들에게 올바른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신학교 수준의 깊이 있는 내용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김현태 신부는 “많은 생각보다 올바른 생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것”이라며 “신자들에게 삶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깊이 있는 ‘배움’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재 신부는 신학생 시절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당시 동아리 사제들과 신학생들이 성당에서 열던 연주회는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늘 많은 신자가 찾아와 함께했다. 이 신부는 “아마 음악보다도, 사제와 신학생들이 사이좋게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신자분들이 따뜻하게 바라봐 주신 것 같다”며 “다가올 강좌 또한 은퇴 후에도 신자들과 함께하고자 마음을 모은 세 사제의 조화로운 모습이 전해지는 ‘음악회 같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개강좌 신청은 7월 20일부터 받는다. 등록비는 8만 원.

※문의: 010-3480-8127 신교선 신부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